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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4,125
추천수 :
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3.11 18:00
조회
205
추천
9
글자
10쪽

유적

DUMMY

'망했군.'



자그마치 결단기 실력자가 펼치는 포박 법술이다.


분신은 물론이고 본신이 당해도 손 하나 깜짝 못한다.


나는 분신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이제 저 몸으로 주도적인 무언가를 하기에는 글렀으니 최대한 저놈들에 대한 정보나 좀 캐고 도유인을 감시하는 카메라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굳이 포박용 부적을 쓴 것을 보면 바로 죽이지는 않을 듯 보이니.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도패월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도패월은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흐음? 그분께 언질을 넣어두어야겠네요."



너무 여유로워 보이셔서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웠다.



"어, 그게 끝이에요?"



"기껏해야 연단기 수사 하나가 살아난 거잖아요? 큰 일은 아니랍니다. 도녕도 도윤라가 태상장로님을 두려워하는 거지 도유인 따위에 겁먹어 숨은 것은 아니잖아요?"



"어, 그렇네?"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쫄았지?



죽은 줄 알았던 놈이 멀쩡히 살아 돌아온 탓에 잠깐 과하게 위축되었던 것 같다.


템빨만 아니라면 이미 그놈 정도는 내가 무난히 이길 수 있다.



짐승 같은 변수는 철수가 맡게 한다면...


내가 당하고 싶어도 당할 수가 없다.


애초에 내 동부까지 그놈 따위가 쳐 들어올 수도 없고.



이미 나는 축기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그놈 따위가 뭐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



도패월은 그런 나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어댔다.



"후후, 도녕이 이 정도로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은데 귀엽네요."



"..."


아무리 나라도 한 때 목숨을 위협했던 적이 멀쩡히 살아나면 당황한다.


근데 이런 말을 내뱉으면 더 추해질 것 같아서 그냥 다물었다.



도패월은 쿡쿡 대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게 부적 몇 장과 둥근 구슬을 쥐어주었다.



축기기 수사도 한 개 가지고 있을까 말까 한 소모품들이 한가득 쥐어졌다.


그리고 그것들 중 몇 개는 도유인이 썼던 포박 법술이 새겨진 것 또한 있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되니 이것들은 항상 품에 넣고 다녀요."



"어머니..."



이런 걸 그냥 받기도 뭐하니 대충 감격 받았다는 얼굴을 해줬다.



그리고 곧바로 어머니의 동부를 떠나 견진당(見眞黨)으로 갔다.


비석의 연구가 어느 정도 끝났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



당연하게도 당주는 결단기였다.


어머니가 직접 와서 조사를 부탁한지라 그가 직접 나선 모양.



나는 예를 갖춘 인사를 올리며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우리가 확인한 결과, 이 비석은 말이야..."


"이 비석은요?"


"모르겠네."


"예?"



이게 뭔 소리야.



"끝까지 듣게. 이 비석이 뭐로 이루어 졌는지는 알겠어. 청옥석과 서륜금이 주 재료이고 그 외에 유사기 같은 도료로 덧칠된 듯 보이네."



"그러면?"



"비석에 쓰여진 글씨야 뭐, 갈망이나 소원 따위를 적은 것이니 넘기고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전부 껍데기라는 것이지."



껍데기라, 그 말은 이 비석 안쪽에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렸다.



"하지만 뭔 짓을 해도 내부를 관찰할 수 없더군. 정체불명의 상고시대의 술법과 우리조차 알지 못하는 희귀한 재료가 이 비석 내부에 존재한다네."



"견진당도 모르는 재료가 있다고요?"



이건 좀 놀랐다.



도령곡이라는 거대한 종파가 쌓아온 무구한 지식 그리고 원영기 급이 사용할 만한 약이나 물건들도 심심치 않게 감정하는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알 수 없는 미지가 이 자그마한 비석에 들어있다는 소리 아닌가.



정체 불명의 술법이라 말하는 것을 보니 이 또한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또한 도령곡에 정보가 없다면 다른 대문파들 또한 대부분 모를 것이다.



"허허, 이 내가 아예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물건이 있다니...역시 세상은 참 넓다고나 할까. 이렇게 또 견문을 늘렸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허허 거리며 수염을 쓰다듬는 그를 못마땅하게 흘겼다.



물론 진짜 그러면 결단기 수사의 예리한 감각이 잡아낼 테니 속으로만.



"정말, 아무것도 알아낸 것이 없나요?"



"그럴리가 있나.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구나."



방금 모른다며.



굳이 입 밖으로 낼 필요 없는 말을 삼켰다.



"역시! 그래서 알아낸 것이 뭐죠?"



"그건 말일세, 지금부터 알아낼 생각이라네."



"예?"



그가 허허 웃으며 손톱으로 비석을 긁었다.



"안에 뭐가 있다는 것은 확인되었으니 뜯어보면 되지 않겠나?"



"어..."



"하하! 걱정하지 말게 내용물이 부숴지지 않게 하는 작업에는 도가 텃으니. 우리가 실패한다면 세상 그 누구도 성공할 수 없을 걸세."



그러고는 내 어깨에 은근히 손을 올렸다.


빨리 허락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그제서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일종의 맑은 광기가 차 있었다.


눈앞의 이 신비한 물건을 당장 파헤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부르르 떨리는 턱수염은 덤이다.



아마 내가 어머니의 하나 뿐인 아들이 아니였다면 이런 동의 비스무리한 것도 구하지 않았을 터였다.


나는 점점 어깨에 가해지는 압력에 눈살을 찌푸리며 간신히 반문했다.



"그거 말고 다른, 수단은, 없는 건가요."



"있었으면 이런 허락을 구하고 있었겠느냐? 다 해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지."



"후우..."



몸을 억누르는 고통을 삼키며 침착하게 고민했다.



이런 급진적인 방법이 맞을까?


어쩌면 저 비석을 사용해 유적을 파헤치는 데 쓸모가 있을 수도 있다.


여느 기계가 그렇듯 한 번 분해한 기계를 도로 조립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으니 신중해야만 했다.



만약 모종의 보안 법술이 걸려있을 경우, 분해를 시작하자 마자 자폭하거나 구조를 망가트리는 경우라면?


저 비석이 평범한 물건일리가 없다.



분명 어디다 쓰는 물건이니까 뭔가가 있는 것일 텐데.



아닌가? 그냥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생각해보면 저 비석이 유적 탐사에 도움이 될 거라는 가정은 너무 편의적이다.


어차피 쓸모가 없으먄 분해라도 하는 게...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생각이 도녕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 당주님!"



"으응? 드디어 마음이 선 게냐?"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하나만 알아볼 것이 있습니다."



"흐음..."



"핑계를 대고 도망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일이라서 그런 것이니 제게 약간의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당주의 눈매가 유순하게 돌아왔다.



"허허, 당연한 일 아닌가.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어린 후배에게 강압적으로 대했어 미안허이."



"하하, 아닙니다."



"이 나이를 먹고도 지식욕은 줄기는 커녕 늘어나기만 하더구나. 사과의 뜻으로 내 영약이나 하나 주마."



그가 내 손에 붉은 환단 하나를 쥐어주었다.


막 엄청 귀한 고급품은 아니고 내상을 치료하는 것에 특화된 약 이였다.


나도 세 알 밖에 없는 물건이였다.



"감사힙니다!"



"그래그래. 너무 늦지는 말고."



"이틀 내로 돌아와 답을 드리겠습니다."



"허허, 서두르지 말거라."



내가 정확한 시일까지 잡아주니 그제야 당주도 마음이 놓였다는 듯 웃었다.



도녕은 동부에 둘아오자마자 곧바로 기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 눈을 떴다.




-----------------------------




눈을 뜬다.



가장 먼저 든 것은 의문이였다.


도유인 그놈은 나를 죽이지 않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살아 있었다.




물론, 멀쩡한 상태는 아니고.



"으으..."


"끄아아..."



사방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같이 팔다리가 꺾이고 잘려나간 것도 모자라 아예 수행을 폐해진 몇몇도 보였다.



그들과 다를 바가 없는 꼴을 한 나도 허리를 들썩거리며 도유인을 찾았다.



연강은 아예 수행이 폐해져 연단기 후기에서 중기로 떨어져 있었고 축기기 조장은 아예 흰색 고치에 파묻혀 얼굴만 간신히 내밀고 있었다.


고치에 온갖 주술문자들이 새겨진 것을 보면 알다시피 봉인과 금제에 당한 모양.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고치가 하나가 아니였다.



그와 비슷한 고치가 주변에 세 개 쯤 더 틀어져 있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축기기 수행자의 영압을 흘리고 있었다.



'부적을 얼마나 뿌리고 다닌 거냐 미친 놈.'



도녕 또한 재산이 부족한 것을 느껴본 적 없음에도 원영기 수사를 할아버지로 둔 도유인에 비할 바는 못된 모양이다.


그에게도 얼마 없는 결단기 급 위력을 내는 부적을 이리도 펑펑 쓰고 다닐 정도면.




'이렇게 마구 잡아 들이면 보통 문파에서 알아차리지 않나?'


보아하니 호군문 수사들도 간간히 보였는데 무슨 배짱으로...



'아니, 아니지. 들켜도 상관 없는 거다. 혹은 들키기 전에 빨리 일을 처리하고 튈 생각이라든가.'



시간을 꽤 끈 듯하니 아마 전자일테지.



하긴, 이런 규모의 일을 벌인다면 분명 혼자서는 무리일테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겠지.


그 누군가의 정체는 뻔했다.



'원영기 수사가 뒷배에 있는데 고작 파수종과 호군문 따위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지. 나라도 그랬어.'



다만 의문인 것은 도령곡에서도 나와 도패월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미리 준비하기라도 한 듯 움직이고 있는 도윤라가다.


은신처에 새겨진 진법들과 최소 몇 달 간 누군가가 생활한 듯한 흔적.


최소 수 개월 전부터 준비된 듯한 은신처는 도유인이 나선 것이 즉흥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거리며 동굴을 굴러다녔을까.



쿰쿰한 곰팡내에 슬슬 익숙해지려 하니 짐승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르-



그 서슬 퍼런 그르렁거림에 나는 빨리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 그렇듯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면상이 나를 물끄럼히 내려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후려칠 듯 회색 기운을 줄줄이 뿜어내며.



그가 나를 기절시키거나 죽이기 전에 빠르게 선수를 쳤다.



"이봐! 녹색으로 빛나는 비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나? 대도극성이십사성공대제사비라는, 더럽게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비석을 말이다!"



"...!"



반응이 너무나도 좋았다.


몸을 크게 떨며 움찔거리는 꼴은 표정을 보지 않아도 의표를 찔렸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으니.



눈에 띄게 빨라진 소용돌이 문양을 직시하며 나는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혹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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