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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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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6
추천수 :
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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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재활

DUMMY

단전을 예열해 언제든 힘을 쏘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



모든 것을 깎아내어 쏟아붓는 일격은 담아낸 노력만큼 무겁다.



제 주인을 삼킨 짐승이 으르렁거리며 멀찍이 물러났다.



그리고는 견적을 제보듯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법기를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답이 없다 생각했는지 조금씩 뒷걸음치다 시야에서 사라졌다.




보내줘도 되는 건가?


어쩌면 지금이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아니였을까.


어차피 성인이 되기도 전에 쌓은 경지인 만큼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회복할 수 있을 터.


내 신변을 위협하는 존재는 빨리빨리 쳐내야...




아니, 이게 아니지.



"너무 몰려있던 터라 생각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것 같아. 이러면 안되지."



눈앞에 보이는 위협에 훗날을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계속 손속에 미련을 두었던 이유가 저놈들 뒤의 존재 때문인데 나는 무얼 고민했던 걸까.


태어난 후 죽음에 가장 가까이 직면했던 탓일까 나 답지 않게 좀 예민했던 모양.




"후우...."



숨을 고르니 붉게 칠해진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내 홍무는 결국 다량의 핏물로 이루어진 것.


축축한 핏물을 잔뜩 머금은 숲은 뭔가 으스스했다.


검은 숲의 한가운데에 붉게 칠해진 공터가 생겼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도녕이 의식과 안개를 뿜어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보이는 검은색 복주머니.



누구의 것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래도 건진 건 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그리도 격렬한 전투가 있었는데 오히려 부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



하지만 이리저리 찢어지고 넝마가 된 꼴이, 오래가지 못할 듯 보였다.


이런 건 빨리 넣어줘야지.



안의 물건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상황이 아니였기에 그냥 다 쓸어 담았다.


탈진하기 직전이라 그렇지 놈과 다르게 나는 심한 외상을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챙겼다.




도녕의 손아귀에 증명패 다발들이 쥐어졌다.



철수와 유엽영은 죽었을 것 같기는 한데, 너무 쉽게 물러난 것을 생각하면 살아있을 수도 있다.


살아 있다면 빨리 증명패 가지고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설마 이런 상황에 냅다 내 목을 썰지는 않겠지.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도녕은 이내 멀리서 보이는 인영을 확인했다.



"어? 어떻게 살았어요?"



"...!"



재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꼬마와 걸레짝이 된 철수.


둘이나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도녕은 슬쩍 눈을 감았다.


손에 쥔 증명패를 보여주며.



-------------------






"...끔찍한 천장이군."



"거 너무 박한 표현 아닌가 후배?"



"깨자마자 보는 게 천장에 대롱대롱 거리는 사람 시체라면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그 시체가 없었으면 후배는 한참 뒤에나 일어났을 거다. 저것 덕분에 빨리 기운을 차린 게지."



"오, 어쩐지 몸에 생기가 넘치는 것 같더니 저분이 수혈해주셨나 보네요."




혀를 쭉 내민 시체에게 작은 감사를 보낸 도녕이 주위를 의식을 뻗어 주변을 확인했다.


그와 비슷하게 어딘가 망가진 것들이 수두룩하다.


병원 비슷한 곳인가 보지?



다만, 나와는 다르게 시체가 메달려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저건 아무래도 유료 서비스인가 보다.



"값은 역시 어머니께서 지불하셨겠죠?"



"음? 예상은 했지만 그분의 혈족이셨나? 이거 치료해준 감사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제발 친해져 달라고 이 노인네가 빌어야겠군."



"대단하신 분은 맞죠."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던 도녕이 허리춤에 메단 저물법기를 쓰다듬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ㅁ 뭐요."



아까부터 자신의 주머니를 빤히 노려보는 노골적인 시선.


그와 마찬가지로 병원에 입원한 유엽영이 눈을 찡긋거렸다.


내 몫은? 이러며 따지듯.



가볍게 고개를 돌려 무시했다.



"에이~ 같이 목숨 걸고 살아남은 동지끼리 속상하게 왜 그러세용. 소녀도 투자한 것이 있는데 본전 회수는 해야 하지 않겠나용?"



"인정합니다."



어차피 같이 원영기 노괴에게 찍힌 피해자끼리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도녕이 안의 영석을 모조리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어?"



영석을 한 무더기 받은 유엽영의 눈동자가 흔들리다 이내 누가 뺏어갈까 재빨리 품에 갈무리했다.



"영석은 다 드릴 것이니 나머지는 제가 가져갑니다. 불만 없죠?"



"법기 하나만...없죠! 시원하십니다 공자!"



양심 없게 하나만을 시전하려던 유엽영이 빠르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도녕의 미소에서 친절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보여서.



친절이 돌아온 도녕이 보답이라는 듯 말을 덧붙였다.



"혹시라도 어디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가능한 한 결단기 혈족이나 스승 곁에 거처를 마련해 축기기에 이르기 전까지 수련만 하세요. 아니면 원영기 태상장로라도 살생을 꺼릴만한 곳 근처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겠네요."



"예. 명심했답니다."



"그리고...이 일은 숨길 수 없으니 주변 어른들께 부탁드려 이 소식을 모두가 알도록 퍼뜨려야 해요."



"왜요?"



"태상장로의 손자가 우리에게 깨지자 마자 우리가 갑자기 픽 죽어나가면 범인은 뻔하지 않겠어요? 체면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자중하겠죠 뭐."



하지만 만약 체면을 차리지 않고 오히려 분노해 우리를 작정하고 죽이려 한다면...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그놈이 우리를 죽이자 마음 먹었다면 우리는 결국 죽는다.




그게 무서워 도령곡 밖으로 도망치면 더 빠르게 죽는다.



개같은 상황에 직면한 도녕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으며 유엽영에게 물었다.



"혹시 친하게 지내는 태상장로나 그분들의 제자, 자식이든 뭐든 있습니까?"



"있으면 제가 이러고 있겠어요?"



"그럴 거 같았어요."



"...맞는 말인데 묘하게 기분이 나쁘네요?"



"농담도 좋은데 이거 심각한 문제에요. 최대한 그쪽과 커넥션,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아직 전생의 물이 다 빠지지 않은 도녕이 말을 주워 담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사소한 실수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더라.



"커누엑스언? 묘한 단어구나. 어디에 쓰는 말인고?"



"아, 신경 쓸 것 없습니..."



빠르게 말을 삼켰다.



처음 보는 청년은 그다지 문제 되지 않았다.


경지를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애초에 나는 이 도령곡에 널린 일개 연단기 제자 중 한 명.


결단,축기기 실력자의 기세를 알아볼 수 있을리 만무하니까.



문제는 청년 옆에 있는 회색 시발놈이다.



언짢은 기색을 풀풀 풍기는 회색 노인.


도윤라가가 헛기침을 하며 도녕을 노려보았다.



"인ㅅ.."




"두분 태상장로들께 제자 도녕이 인사 올립니다!"



꼬투리 잡기 전에 빠르게 머리부터 박았다.



예의를 빌미로 손 좀 봐주려 했던 도윤라가가 혀를 차며 냅다 손가락질부터 했다.



"내놔라."



"예?"



"내 손주 놈의 저물법기를 돌려받으러 왔느니라."



이새끼가 진짜.


속마음과는 다르게 도녕은 빠르게 주머니를 들었다.


저놈이 마음 먹었다면 결국 이건 저놈에게 돌아가게 돼있다.




"어허, 왜 이리 급하십니까. 아직 몸도 온전치 않은 아이를."



하지만, 자색 장포를 걸친 청년이 한걸음 다가와 그런 도녕의 손을 만류했다.


그러고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흑우선(黑羽扇) 부치며 작게 쪼갰다.



"후후, 결국 정당한 결투에서 얻은 전리품이 아닌가요? 본 곡의 태상장로씩이나 되시는 분이 체통은 지키셔야지요."



"허? 노부가 노부의 물건을 되찾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놈이 강해서 손주놈을 이겨 물건을 취했듯, 노부도 노부의 실력으로 놈의 것을 취하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저 아이가 냅다 노야의 손자를 쥐어 패고 물건을 강탈했다면 응당 그래야 하나...이것은 시험에서 얻은 정당한 부산물이 아닌지? 시험에서 서로의 목숨을 가져가도 별 말 하지 않는 법인데 고작 연단기 제자의 저물법기 하나 가지고 그러십니까. 안 그래도 이번 시험이 워낙 시끌벅적 한지라 저 말고도 다른 태상장로들도 흥미가 있어 보이던데..."



"으음."



"정말, 저 어린 것에게서 통보 한 번 띡-하고 취하시렵니까?"



청년의 눈빛이 서늘히 빛났다.


정말 억지를 부리겠다면, 그 후에 따라올 시선을 각오하라는 듯.



"흥!"



도윤라가 또한 이런 일로 다른 원영기 수사들의 눈총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산수 출신인데다가 최근 무리한 행보를 보여 자주 주의를 받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허공에 온갖 물건들을 수놓았다.



각양각색의 법기와 단약들.


종류별로 나열된 공법까지.



귀한 물건 이였다.


지금의 도녕에게는 귀한 물건임이 확실하고 축기기 수사조차 탐낼 것들이 분명하기는 한데...



딱 축기기 수사까지만 탐낼 물건이였다.



그 이상의 물건들이 없었다.



결단기 수사만의 전유물인 법보(法寶)도, 그들이 탐낼만한 영약도 없었다.


늙은 괴물은 끝까지 치사하게 굴었다.



그런 도녕의 불만을 알아차린 두 태상장로들의 시선이 각각 교차했다.



한쪽은 불쾌감으로, 한쪽은 즐겁다는 듯이.


도윤라가가 눈을 좁히며 위협했다.



"이놈이, 얌전히 받아라. 이 정도면 안의 물건들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물건이다."



"후후. 그녀의 말대로 재미있는 아이구나. 보아하니 노야를 지극히도 두려워 하는데...그것을 뛰어넘는 이성? 갈망? 비슷한 것으로 공포를 찍어 누르고 있어. 타고난 재능이구나."



망할 놈.



도녕이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이내 답을 도출해냈다.



저놈이 하라는 대로 해주기에는 계속 끌려가는 것만 같아 싫다.


근데 거절하는 건 최악의 수다.


협상을 하면 오히려 맞먹으려 한다며 벌이랍시고 괴롭히겠지?


문제는 사유가 정당해서 옆의 청년도 인정해 줄 거라는 점이다.



이 세계는 강자와 맞먹으려 하는 것은 죽을 죄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도녕이 내단에 실금 만큼 남은 기운을 머리쪽으로 돌렸다.



펑!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풀썩!



도녕이 쓰러졌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상황에 도윤라가가 대노하며 고함을 쳤다.



"이놈! 누구 앞에서 쓰러져? 지금 당장...!"



"어이쿠! 우리 앞에서 쓰러질 만큼 몸이 좋지 않은가 봅니다. 당장 안정을 취해야 하겠군요."



"무슨 소리입니까! 저 맹랑한 놈이 제 머리를 터뜨리려 한 것을 노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저는 본 적 없군요."



"그게 무슨...!"



그때였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도패월이 인사를 올리고는 빠르게 달려가 도녕을 끌어안았다.



"아가! 세상에 얼른 가자꾸나 이런 저급한 치료실이 아니라 이 어미가 직접 돌봐주마. ...괜찮겠지요?"



"물론이고 말고. 아니지, 아예 자금봉(紫金峯)에 있는 내 동부로 데려가서 치료하게. 자네의 아이라면 내게도 남이 아니니 그곳에 있는 의료 단약은 마음껏 써도 좋다네."



"감사합니다 대인! 지금 당장 가도 좋을지요?"



"당연하지. 일단 자식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아들의 상태가 위급하여 당장이라도 치료를 해야겠습니다. 두 분 모두 무례를 용서해 주시기를."



말을 마친 도패월이 광풍을 일으키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아무리 자식 사랑이 넘치는 그녀라도 명백한 무례.


또한, 짜기라도 한 듯 물 흘러가듯 넘어가는 대화.



도윤라가는 처음부터 둘이 입을 맞추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불쾌한 티를 내며 뭐라 하려 하는데 자포청년이 한 발 앞서서 말했다.



"다 좋습니다 노야. 노야께서 무얼 하든 다 좋은데...적어도 본 곡의 태상장로 역할은 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뭔."



"그 아이가 죽어 원영기 수사가 나올 수 있다면 저 뿐만 아니라 원로회가 눈이 뒤집혀 그것의 목을 썰겠죠. 하지만, 저 아이는 적어도 미래의 결단기 장로가 되어 본 곡의 미래가 될 것이 확실시된 몸. 이미 옛적부터 장로회가 눈독 들이고 있던 인재이니 본 곡에서 하나를 가져가려면 그것을 대체할 만한 하나를 가져 오셔야 합니다."



"도강, 당신."



청년이 몸을 돌렸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



문지방을 밟았던 그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 물론 노야의 물건은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교환해 가져다 드리죠. 수고스럽게 제 동부까지 찾아와 직접 받아가실 필요가 있을까요? 설마 안에 수상한 물건이라도 있나요?"



"..."



회색 노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무언가 캥기는 것이 있었으나 말은 하지 못하겠다는 듯.



구겨진 노인의 얼굴을 만족스럽게 맛본 청년이 달콤한 입맛을 다시며 웃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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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겁수선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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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협곡 24.05.12 95 6 10쪽
40 적수림 24.05.10 88 4 10쪽
39 바다 +2 24.04.11 191 6 11쪽
38 바다 24.04.10 139 5 11쪽
37 지옥에 다다르는 길 24.04.09 145 6 11쪽
36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4.08 134 7 11쪽
35 지옥에 다다르는 길 24.04.07 142 7 16쪽
34 지옥에 다다르는 길 24.04.06 152 6 11쪽
33 지옥에 다다르는 길 +3 24.03.31 184 9 11쪽
32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3.24 204 10 10쪽
31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3.20 221 8 11쪽
30 전쟁 +1 24.03.17 205 10 10쪽
29 전쟁 +3 24.03.16 211 9 11쪽
28 유적 24.03.13 218 7 11쪽
27 유적 +3 24.03.12 215 9 12쪽
26 유적 +1 24.03.11 206 9 10쪽
25 유적 +1 24.03.10 223 9 10쪽
24 유적 +3 24.03.09 234 8 10쪽
23 유적 +2 24.02.19 266 11 11쪽
22 수색조 +1 24.02.16 257 9 12쪽
21 수색조 +2 24.02.14 258 10 10쪽
20 수색조 +2 24.02.07 327 10 9쪽
19 파수종 24.02.05 297 8 11쪽
18 파수종 24.02.04 327 12 11쪽
17 혈괴뢰 +1 24.02.03 339 14 11쪽
16 혈괴뢰 +3 24.02.01 350 12 12쪽
15 재활 +2 24.01.28 373 11 12쪽
» 재활 +1 24.01.24 405 12 13쪽
13 입문시험 24.01.23 389 13 13쪽
12 입문시험 24.01.21 380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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