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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4,122
추천수 :
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4.06 12:00
조회
151
추천
6
글자
11쪽

지옥에 다다르는 길

DUMMY

찍고 터뜨리고 산산이 흩어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새카만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색을 지닌 두 존재가 맞붙었다.



도윤라가의 소매에서 천 개는 넘을 듯한 은색 구슬들이 튀어나와 어둠을 가득 메운다.


쉴세 없이 회전하며 크기를 키우는 구슬들은 순식간에 정체불명의 형상의 사방을 메웠다.


조그마한 바람 가닥 한 줄기도 흘리지 않을 듯이 완벽하게 메꿔지며 형성되는 포위망.



제 아무리 원영기 수사라 할지라도 절대 피할 수는 없고 막아야 한다.


물론 이 한 방에 적을 처리한다는 것은 만용이겠으나 방어에 영기와 심력을 쏟는 틈을 타 후속타로 비장의 일격을 꽂아 넣는다면 그 한 방에 승기가 잡히겠지.



도윤라가의 입매가 굽어졌다.


이리도 쉽게 승기를 잡을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원영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건가?


원영기 수사란 것이 대륙을 뒤져봐도 워낙 귀한 터라 대다수의 원영기 수사들은 동 경지 수사와의 싸움에 미숙한 경우가 많았다.


하물며 원영기 쯤 되면 워낙 두문불출하고 바쁜 경우가 많기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일 이였다.



반면 자신은 어떤가?


원영기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하고도 하염없이 떠돌며 투쟁을 멈추지 않은 백전노장.


동 경지의 수사들과도 수십 번을 겨뤘으며 개중 몇은 손수 참해주어 그 전리품까지 챙겼으니 기량으로 보나 가지고 있는 재물로 보나 그의 상대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방심하지는 말아야겠지.



"일단 육신을 파괴하고 수사의 원영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소."


[흐...음.]




그가 수결을 맺자 구슬들이 발광하며 인영을 갈아버렸다.


위이이잉-!


마찰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피보라!



평범한 이들이라면 공격이 먹혀든 것에 환호하며 전투의 주도권은 잡으려 했겠으나 그는 달랐다.



도윤라가는 준비하던 일격을 취소하고 곧바로 주변에 방어 결계를 둘렀다.



"...무슨 속셈이지?"



바로 적이 아무 방어도, 회피도 하지 않은 것!


도윤라가는 침착하게 탐색 용 법술과 법보를 사방에 뿌렸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구슬이 갈아버린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걸쭉해진 한 줌의 핏물만이 그곳에 사람이 있었다 주장할 뿐, 원영은 커녕 금단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결단기 수사라도 금단의 잔해 정도는 남겼을 터.


그의 눈두덩이에서 흉흉한 안광이 타오른다.



"내 비록 즐겨 자신 있어하는 수단이기는 하나 동급 수사의 원영을 흔적도 없이 분쇄할 정도로 강한 기술이 아님을 알고 있소. 나오시오."



[네놈의 눈깔이 삔 것을 왜 남의 탓을 하는 건가? 직접 찾아보라.]



"...! 거기냐!"



거대한 폭풍이 허공을 가른다.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잔뜩 경계를 세운 노인에게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대로 유유히 빠져나가 화신기 수사분들을 데려온다면 네놈은 죽은 목숨이겠구나? 개천문의 유산이 얼마나 대단하든 화신기 수사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면 일각이나 버틸 수나 있겠느냐? 이미 승기가 누구 쪽에 기울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



말 대신 행동으로.


도윤라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회색 폭풍이 순식간에 터져나가며 암흑 공간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 새카만 심연을 하염없이 요사스럽게 맴돌 뿐.


도윤라가의 눈에 조급함이 서렸다.



그 말 대로다.


여기서 놈이 도망쳐 화신기 수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목숨은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하게 될 터.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둘 수단이 필요했다.


그 말대로 굳이 도망가지 않고 남은 이유라면 두 가지.



은신은 완벽하나 그 대가로 이동에 제약이 걸렸다 거나.



"...물러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오. 내게 묻고 싶은 것이라도 있소?"



무언가 여기서 꼭 물어봐야 할 것이 남았다 거나.



[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었어. 확실히 묻고 싶은 건 너무나도 많지.]



아무래도 후자가 정답이었던 모양.


도윤라가는 수시로 안광을 번뜩이며 눈알을 굴렸다.



"좋소, 내게 무엇을 원하시오?"



노골적으로 눈알을 모양새의 의도는 누가 봐도 뻔했지만 정체불명의 인영은 입 구멍에서 빠져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자신도 꼭 물어봐야만 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도장.]



"음?"



[옥색 도장 말이다. 아는 것이 있어야 할 터이다. 또 어떤 경로로 개천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 샅샅이 고하라.]



"아, 그것 말이오? 잘 알지. 내가 가지고도 있는데..."



도윤라가의 눈알이 휘어 슬쩍 아래를 향했다.



[오오, 그것을 내놓는다면 그 공을 감안해 선처를 해줄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흥분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이 알아 차리기에는 찰나에 불과한 깜빡임.


흥분으로 눈이 팔린 사람이 알아차리기에는 한순간에 불과한 것.


줄곧 무표정을 고수하던 도윤라가의 입이 갑작스레 쩍 벌어지며 빛을 뿜었다.



"도장. 받으시오."



[놈...!]



콰드득!



도윤라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손'이였다.



창백하게 말라붙은 나뭇가지 같은 손.



그의 입구멍에 뿌리를 내린 듯이 자란 칙칙한 손아귀는 단숨에 허공을 움켜쥔다.


그리고 푸직!



입을 열어 젖힌 도윤라가의 눈에 이채가 서린다.


손아귀가 잡고 있는 작은 빛덩이.



이 캄캄한 곳에서도 별무리처럼 은은히 빛나는 그것은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허리에 간신히 닿을 만큼 작은 금빛의 소인.


원영(元靈).



그가 기뻐하며 수결을 맺어 제압하려는 순간.


어느새 그들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무저갱의 밑바닥에 발을 딛고 있었고 과연 우연일까?


우연인지 운명의 지독한 장난인지 하필이면 그가 내딛은 곳은 밑바닥의 '입구'로 통하는 곳 이였고 마침 누군가가 열쇠로 문을 연 것은 적어도 도윤라가라는 남자에게 있어 지독한 불행일 것이다.



위이잉!



"음? 이게 뭔..."



집 주인에게서 정당한 입주권을 넘겨 받은 누군가가 지하실의 문을 열었고 직후 공간이 뒤틀리며 강력한 뒤틀림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 뒤틀림의 한 가운데에 멍하니 서있던 남자의 꼴은...절대 좋지는 못하리라.



푸확!



파문과 함께 터져나가는 고깃덩어리.


그 일렁임 속에서 튀어나온 세 명의 남녀가 잠깐 벙쪘다.



분명 뭐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것보다 저 괴이한 손아귀에 붙들린 빛덩이는 뭐지?



빛나는 소인의 얼굴이 어딘가 낮이 익기도 하다.



분명 본 적이 있었는데...



"진서윤?"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던 인연.


그저 연단기 수사들 중에서 조금 특별하고 뛰어난 정도의 인간.


한 달만 인연을 끊어도 외모조차 흐릿해질 만큼 별 볼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인연이 흉신악살 처럼 사정 없이 미간을 구부리고 있었다.










[...]


진서윤 아니, 진서윤과 똑 닮은 존재의 시선이 잠깐 허공으로 향했다.



마치 흐릿한 옛 기억을 뒤지는 노인 마냥.


잠깐의 사색을 마친 진서윤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깃든다.



[기억났다. 경지를 폭발적으로 올리던 소년인가? 의식 파동이 똑같군.]



"물러나세요 도녕."



도패월이 나를 뒤로 숨기며 살금살금 뒤로 물러난다.


제 아무리 육신을 잃고 원영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대는 원영기에 오른 대수사.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라지 않다.


진서윤으로 추측되는 존재는 그런 도패월의 필사적인 경계가 귀엽다는 듯 작은 비음을 흘렸다.



[흐흠,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어. 하계에서 이 정도의 정교한 공간이동 보물은 우리가 가진 것을 제한다면 하계에서 단 한 개 밖에 없지. 원영기 역도에 개천의 마지막 씨앗까지 발견하다니!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


도패월은 그 말에 아무 반응도 내보이지 않았다.


아니, 도패월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랬다.


일부로 몸에 도는 피를 가속 시켜 신체 반응을 잡아내지 못하게 하고 얼굴 근육을 아예 굳게 만들어 어떤 흔들림도 보이지 않게 한다.


그러고는 한 손에는 누각에서 발견한 강력한 부적을 한아름 왕창 집어 들었다.



한 때 하늘을 거스르려 했던 대문파가 특별히 보물고에 모셔두었던 부적이다.


그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겠지.



[흐, 그것으로 이 나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원영기도 못 되는 너희 따위가?]


금색 소인은 별것 아니라는 듯 콧방귀를 뀌며 태연했지만 글쎄, 진짜 별 게 아니라면 좀 더 덤덤했을 것 같다만.


아무튼, 저놈은 이곳에서 죽여야 한다.


애초에 정체 불명의 원영기 수사를 뒤에 두고 간다는 것은 말도 말도 안되는 위험요소이며 무엇보다 저놈이 개천과 천통옥인에 대해 안 이상 살려둘 수 없다.




이미 판단을 마친 세 명의 눈빛이 빛났다.


흉흉하기 짝이 없는 흉성으로.


이미 우리의 시선에 저것은 말하는 시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사람은 시체 따위랑은 대화하지 않는 법.


우리는 즉시 손에 쥔 부적뭉치들을 마구 흩뿌렸다.



[그러니...이런 썩을 놈들 감히!]



우리가 속으로 판단을 내리는 사이에 설득을 하겠답시고 이것저것 떠들던 진서윤이 대노하며 안광을 빛냈다.



그러자 놀랍게도 황금 빛 안광에 노출된 부적들이 방향을 꺾어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이런!"


다행히 부적 자체의 속도는 빠르지 않아 피할 수 있었지만 진서윤의 반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네놈들 역도들을 모조리 참하고 나면 혼백 조차 윤회할 수 없도록 황천의 불길에 영원토록 녹이리라!]


진서윤의 온 몸에서 빛나던 황금 빛이 이내 한 곳으로 응축되며 이내 검의 형상을 띈 것.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유성처럼 금빛 꼬리를 날리며 아버지의 한 쪽 팔을 베고 지나갔다.



"여보!"



"괜찮소! 그것보다 집중 하시오!"



도패월은 그 말이 나오기도 이전에 이미 거대한 방망이 형태의 법보를 소환한 상태였다.


오랜 세월 동안 피를 흘리며 쌓은 살기는 그 어떤 칼날보다 시리고 예리했지만, 세상에는 단순한 독기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존재하기 마련.



서걱!


"크..."



도패월은 옆구리와 손가락 몇 개를 헌납하고서야 간신히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을 쳐낼 수 있었다.



미친...


원영기 수사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했다.


우리가 뭐 바보여서 부적을 역으로 맞았겠는가?


진서윤은 그냥 압도적인 실력으로 부적의 통제권을 빼앗아 우리에게 돌려준 것 뿐.



더 최악인 것은 진서윤은 아까부터 이상한 손아귀에 붙들려 몸 하나 꼼짝 하지 못하는, 육신조차 없는 원영에 불과했다!


우리는 사실상 움직이지 못하는 샌드백을 치다가 역으로 몰살 당할 위기에 처한 상태였던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우리를 경계하던 놈의 눈빛에 자신감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결단기 치고는 많이 부족하고 허약하구나. 과연 오래 전부터 진행하던 대계가 슬슬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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