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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3,400
추천수 :
443
글자수 :
203,166

작성
24.02.05 09:00
조회
283
추천
7
글자
11쪽

파수종

DUMMY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대단한 놈들이라면 이딴 수색 부대에 구색 맞추기 수준으로 들어올리가 없었으니까.



내가 이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건 내 몸이 아니였다.



질 좋은 단약과 공법을 익히지도 않았고 재능도 평범한 오영근.



딱히 좋은 법기를 들고 오지도 못했고 오히려 멀리서 원격으로 조종해야 하니 술법을 펼치는 것이 남들의 배는 어려웠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음, 정해졌군. 경지 차이는 결국 어쩔 수 없었나."



나는 턱걸이로 간신히 연단기 2성을 상관으로 모시는 일은 없었지만 결국 연단기 3성 중에는 최약체.


오히려 3성 놈들 중에서는 나를 은연중에 무시하는 놈들까지 나왔다.




나는 너덜너덜해진 몸을 일으키며 작은 신음을 토했다.



의식을 연결했더니 고통도 똑같이 느껴서.


아까 어느 놈에게 짓밟힌 볼이 까지기라도 했는지 쓰라리다.


살짝 손가락을 가져다 대보니 희끄무리하게 빨간 것이 묻어 있는 게, 괜히 성질이 나오려다 참았다.




나는 지금 동 경지 중 하나도 못 이기는 병신이니까.



원래 약한 놈은 입이라도 닫고 사근하게 굴어야 하는 법이다.


나라고 예외는 없다.



다만, 임무 중 저놈들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갑자기 얼굴을 철사로 꿰맨 괴인이 나타나 습격할 수는 있지만.




죽고 싶지 않다면 적어도 넷 씩은 뭉쳐 다녀야 한 명 이라도 튈 수 있을 거다.


내가 그렇게 두지는 않을 거지만.



"수영아. 빨리빨리 와라."



"옙 형님."



상관이 나를 불렀다.


당연히 따른다.




"왜 부르셨습니까?"



"아, 별건 아니고 꿀물 좀 타올 수 있냐? 다른 형님들 것도 좀."



"...예."



과연 미개한 중세 시대라 그런가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부조리의 싹이 보인다.



우리 서열 정해진지 일각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원래 이게 이 시대 평균인가?



짝!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자니 등을 때리는 회초리가 하나.



난데없는 폭거에 뭔가 싶어서 돌아보니 나뭇가지를 날려 보내 빨리 가라고 손짓으로 재촉한 거였다.



"빨리빨리 튀어나가지 못해?!"



"예! 형님!"



근데 저놈이 나보다 강하니 어쩌나.



놈을 씹어 먹는 망상을 굴리며 일단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막상 주방에 오니까 드는 생각이.


생각해 보니까 꿀물을 어디서 구해?


생각이 생각을 뻗어나가보니 나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꺠달았다.




그냥 꼬장을 부리는 거구나.


그 이름도 잘 모르는 놈은 꿀물을 먹고 싶어서 나를 보낸 것이 아니다.


걍 내 기를 누르고 싶었던 거였다.




성 안을 잘 뒤져보면 꿀이야 있겠지만 그걸 찾고 꿀물을 타서 갈 때 쯤이면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내가 우습게 보이냐며 지랄을 떨지 않을까.


아니, 확실히 떤다.


생각해보니까 그놈 아까 나한테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이겼던 놈이다.



내 바로 윗 서열이니 언제 위치가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처음부터 기를 누르고 시작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비단 나한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겠지.


그놈은 그놈대로 윗 서열들한테 갈궈지고 있지 않을까.




결국 부조리의 사슬을 타고타고 올라가다 보면 갈굼에서 자유로운 건 결국 조장과 부조장 정도.



나는 한숨을 쉬며 일단 그놈의 꿀을 찾으려 근처의 부엌을 찾았다.



당연하게도 꿀 같은 사치품을 구할 수는 없었고 덕분에 그 새끼는 나랑 원수라도 진 듯 잔뜩 지랄을 했다.


나뭇가지로 볼을 찰싹찰싹 맞으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너는 기대하라고.












정말 별 볼일 없었던 삼 일이 지났다.



놀랍게도 우리 부대의 실력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합격진?


고작 삼 일 연습하는 걸로 실력이 오를 리가 없고 설령 오를 수 있더라도 부대 분위기는 지금 개판이다.



하위 서열들이 기어오르지 못하게 삼 일 간 사다리차기만 해댔으니 부대의 전투력이 늘기는 커녕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던 유대감이나 전우애는 찢겨난지 오래.



하지만 강연은 그딴 건 내 알바가 아니라는 듯 부대 내의 음울한 분위기에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였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이 부대에서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진 소저. 내가 없을 시에는 소저만 믿겠소."



"물론입니다."



그나마 자신과 유일하게 합을 맞출 수 있는 사람.


연강은 진서윤이랑만 친해진다면 부대를 매끄럽게 다룰 수 있다 생각하는 모양.



틀린 말이 아닌 게 뭔가 씁쓸하다.



내게 있어 최선의 상황은 저 둘이 반목해 부대 내에 파벌을 만들어 서로 쪼개지게 하는 건데, 연단기 10성을 찍은 짬이 있다는 걸까.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같이 차라도 한 잔 하는 것이 어떻소? 내가 이곳 토박이라 괜찮은 곳을 아는데..."



아니, 그냥 여자에게 치근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본 터라 오히려 저놈이 교활한 이기주의자인지 그냥 여자 좋아하는 사내놈인지를 모르겠다.


마공 익힌 놈들은 대체로 나사가 하나 빠진 경향이 심해서.




진서윤은 그저 묵묵히 미소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연강도 더 이상 추근거리지 않고 대신 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기본적인 대형은 숙지했을 것이라 본다. 특이사항이 없다면 우리는 교범대로만 행동할 것이니 내가 허락한 것 외의 돌발 행동은 용서하지 않는다. 단 내가 부재중일 때에는 서윤 소저의 지시에 따른다 의의있나?"



"..."



"없군. 그럼 당장 출발한다."



우리는 서로를 힐끔거리며 길을 나섰다.



아랫놈은 윗놈을 힐끔 거리며.



그 윗 놈은 자신의 윗 놈의 눈치를 보며.



대충 분위기 맞춰 내 상관을 몰래 보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위기가 벌써부터 꿉꿉한 것이, 저 둘만 갈라 놓으면 수색 조 하나 박살 내기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






"이제부터 더욱 집중해라. 접견 지역이니 언제 호군문 잡것들과 만날지 모른다."



부대의 분위기가 날 선 듯 뾰족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믿을 만한 전우로 여기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서로가 서로의 뒤에 서려 하기 바빴다.



연강은 벌써부터 부대가 조져지는 미래가 보였는지 사나운 기세를 풍기며 으르렁거렸다.




"대열을 지켜라."



그러자 은근슬쩍 뒤로 물러나던 몇몇이 물리던 발을 움찔거린다.



"대열을 지키라 말했다. 이제부터 대열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너희를 명령불복종으로 처벌하겠다."



그들은 그제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숨을 내쉰 연강이 진서윤과 서열 삼위의 수사를 지목했다.



"진 소저와 마주적. 둘은 각각 세 명씩 데리고 좌우로 나뉘어 수색해 주시죠. 한 시진 동안 수색하고 다시 이 자리로 모입니다. 특이한 것을 발견해도 가능한 한 교전하지 말고 정보만 수집하고 모입시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우리는 세 개의 조로 쪼개졌고 아쉽게도 나는 연강의 부대에 남았다.



'아쉽다. 마주적의 조에 들어간다면 몰살각을 볼 수도 있었는데.'



연강 이놈이 숨기고 있는 비장의 수가 있다면 철수를 이기지는 못해도 도망 정도는 가능할지 모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귀중한 패를 이런 위험한 도박에 던질 수는 없는 노릇.



안 그래도 늙은 놈이 혹시나 해코지라도 할까 싶어서 내 본체가 도령곡에 박혀 살생 작업에 문제가 생겼다.



저급 수사라도 지금의 내겐 간절할 지경인데 여기서 철수까지 잃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매달리는 것 밖에 없다.



나는 묵묵히 연강의 뒤를 따르며 그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혹여나 이놈이랑 싸울 때를 대비해 약점이라도 하나 더 알아두려고.



"...?"



연강도 내 강렬한 시선에 반응했지만 그저 경계를 열심히 하는 것 정도로 받아들였는지 딱히 뭐라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대략 반 시진 동안 숲속만 돌아다니는 뻘짓만 하고 있을 때였다.



선두에 있던 연강이 우뚝 멈추더니 손을 저었다.



나는 슬쩍 의식을 뻗어 확인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뭐가 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고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은 연강 밖에 없다.


연강은 조심히 검지와 엄지를 모아 신호를 보냈다.



누군가 있다고.



그때였다.



핑-!



무언가, 현이 튕겨지는 소리가 났다.



"...!"



반응은 빨랐다.



나와 연강 그리고 다른 연단기 3성의 수사가 빠르게 보호법술을 끌어 올렸다.



투웅!



동시에 나는, 속이 울렁임을 느끼며 경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쏘아진 섬광.



푸확!



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날아온 섬광은 순식간에 연단기 3성 아군의 머리를 꿰뚫었고 연강은 섬광이 날아온 그곳으로 거대한 물의 창을 만들어 던졌다.



콰앙!



창은 아무도 맞추지 못했으나 연강은 능숙하게 수결을 맺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이.



"모조리 쓸어라!"



이윽고 물의 창은 터지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콰과각!



소용돌이가 갈아버린 자리에 남은 건 텅 빈 공터.



그리고 가지각색의 보호막을 두른 정체불명의 아니, 누가봐도 호군문의 것으로 보이는 의복을 입은 수사들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연강이 얼굴을 찌푸리며 여섯개의 창을 만들어 등 뒤에 띄웠다.



나 또한 내기를 끌어 올리며 대충 견적을 쟀다.



'연단기 4,5성이 평균이군. 연강 하나가 전력의 절반을 담당하는 우리와 달리 평균화가 잘 돼있지만 가장 높은 놈이 연단기 7성이야.'



수는 다섯 정도, 가장 경지가 낮은 놈도 나와 같은 연단기 3성.



견적을 내본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할만한데?'



머리가 꿰뚫린 아군의 시체를 슬쩍 살펴봤다.



그것은 화살이였다.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그것은 소모성 법기인 듯 점차 빛과 영성을 잃고 있었다.



'보통 법기를 발동할 때에는 요란스러울 만큼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지. 소모성 법기는 말할 것도 없고.'



안 그런 법기도 있지만 저것들이 그런 고급을 가지고 있을리가.



연강만 잘해주면 할만 했다.



연강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잔뜩 굳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하수영! 네가 4성짜리 놈 하나만 맡고 있어라! 나머지는 3성짜리 놈만 맡는다면 내가 빨리 놈들을 쳐죽이고 합류하겠다!"



"네가 우리를? 죽어라!"



그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동시에 호군문 수사들이 빛살처럼 쏘아졌다.



도망갈 수도 없는 우리는, 결국 어거지로 전장에 끼어들게 되었다.



콰과곽!



물의 소용돌이가 숲을 갈아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첫 탐색부터 강적을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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