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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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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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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유적

DUMMY

그날 우리는 술을 나누며 전우끼리의 뜨거운 우정을 나누었다.


꽤나 오랫동안 동거동락한 전우끼리 마음을 열어 달밤에 나누는 술잔은 얼마나 달콤한가.


술은 마를 날이 보이지 않고 그동안의 고생과 모험담을 안주 삼아 마시니 그 모습이 꽤나 보기가 좋았다.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그랬으리라.




나는 처소로 들어와 생각을 정리했다.


고대 유적이 있단다.


그런데 그 유적이 굉장한 유적이란다.


나름 중소문파인 호군문과 파수종이 각자의 명운을 걸고 도박을 할 만큼 대단한.




나는 조용히 마저 남은 술병을 들이켰다.


화한 기운이 배를 덥힌다.



막상 쓸 때는 몰랐는데 동심이혼마공이란 것이 오랫동안 유지할수록 점차 의식과 차지한 육체가 합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감각이 연결된다 정도?


아직 연단기에 불과한 수준에서 이 정도니 결단기가 될 동안 깊게 파고든다면 얼만큼 대단할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내게 시간이 많았다면 연구해볼 가치가 있었겠으나 경지 올리기도 바쁜데 보조 공법에 할애할 시간은 한정적이다.


내심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나머지 술을 탈탈 털어넣었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다.


도령곡에 고자질해서 이득을 챙기기vs고자질 안하고 다 먹기.



우선 도령곡에 이르기만 한다면 다 끝난다.


도령곡과 두 문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니 아무리 물건이 귀해도 목숨이 먼저가 아니겠나.



두 문파에 있다고 알려진 결단기 실력자가 다 합쳐서 넷 정도라고 했나? 숨겨두었을 전력까지 다 합해도 절대 일곱을 넘지는 못하리라.


원영기 태상장로가 휘두르는 손짓 한 번이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허무한 목숨이다.


나는 그 어떤 리스크도 지지 않은 체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덤으로 두 개의 쓸만한 인형과 보상을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보상은 잘게 쪼개지리라.


도령곡의 거대한 덩치만큼 잘게잘게 쪼개져, 도령곡에 존재하는 입들의 수만큼 조각나 작은 파편 조각이나 씹어 먹을 수 밖에 없겠지.



적어도 양 문파가 그리 탐내는 보물을 얻지는 못하리라.


연강은 우리에게 약속했다.


유적을 찾아낸다면 그 안에 있는 가장 귀한 보물은 아니더라도 몇 가지 정도는 우리에게 넘길 의도가 있다고.



연강 또한 파수종에 맹목적인 충성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기에 유적을 찾아낸다면 유리끼리 그 안에 있는 좋은 물건 몇 개 정도는 나누어 가지자 제안했다.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손대지 않으면 문파도 어느 정도 묻고 넘어갈 거라면서.



도녕이 생각해도 그랬다.


파수종 수뇌부는 지금 눈이 돌아갔다.


호군문도 파수종도 무수히 많은 제자들을 갈아 넣으며 그 보물이라는 놈을 찾느라 눈이 벌게져 있었다.



축기기나 결단기 수사가 나서지 않는 이유는...눈을 끌지 않기 위해서?



아닌데, 현실로 따지자면 양국의 국경에 전략무기가 배치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결단기 수사가 최전선에 배치되는 것은 과할 지언정 이상한 수준은 아니다.



나는 여기서 연강이 아니면 파수종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단 사실을 알아냈다.


어쩌면 둘 다 나를 속이고 있을지도.


머리가 살살 아파왔다.



분명 뭐가 더 있는데 모르겠다.


머리를 굴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무언가를 깨닫기에는 단서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마공에 적성이 높은 인형과 연단기 인형 둘을 얻었으니 뺄까?


아니지, 이것들은 원래 내 재산도 아니였으니 그냥 질러볼까?



둘 다 딱히 없어지면 큰 타격이 있는 것도 아니니 철수만 회수할 수 있다면 차진엽과 수영을 잃어버린다 한 들 문제는 없다.



결심을 마친 도녕이 기부좌를 틀었다.


붉게 번들거리는 눈에는 결심이 서려있었다.


카지노에서 전재산을 꼴아 박기 직전의 도박쟁이만이 보일 수 있는 은은한 결단이.



결단이라기 보다는 고집에 가까운 것이기는 하나, 실제로 전 재산을 걸지는 않았기에 광기는 보이지 않았다.



머지않아 전신을 휘감은 검붉은 기운이 방을 가득 매웠다.




---------------------





"...그러니 우리는 오늘...!"



연강이 또 무어라 연설하고 있었다.



의례에 가까운 것이기에 집중해서 들을 가치는 없다.



진서윤 또한 나와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대신, 나도 진서윤도 서로 눈빛을 보내 은근한 신호를 보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있다는 듯한, 은근한 호의였다.



물론 내가 쟤한테 가지고 있는 호의 따위는 지극히 미미하다.


너무 작아 불면 날아갈 듯 하다.


그녀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다만, 이렇게 겉으로나마 선을 만들어 놔야 나중에 협력하기 편하다.



우리 둘이 힘을 합쳐야만 연강을 견제할 수 있을 테니까.


손을 잡고 연강을 통수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리 녹록하던가.


그럴싸한 끈이 없는 우리는 언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내 투자금을 무사히 회수하기 위해선 그녀의 도움이 필수다.


심지어 진서윤은 판돈으로 제 목숨을 내걸었으니 그 걱정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르지는 않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머저리를 보는 눈으로 진서윤을 봤다.




저 병신은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이딴 일에 몸을 내던지는구나.


아무리 경지를 높여줄 보물이 귀해도 목숨보다는 아닐텐데.


저것이 카지노에 널린 도박쟁이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며 한 순간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장기를 뜯어 파는 마약쟁이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순간 시선을 느낀 진서윤이 뭐냐는 눈빛을 보내오자 나는 그저 작게 웃음지었다.


남의 사정은 예전이고 지금이고 내 알바가 아니였으니.


모닥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이라 하더라고 내 몸을 덥혀줄 한 줌 장작이 되어 준다면 그저 지켜볼 뿐이다.



"좋아! 그러면 가보자!"



"예!"



연설을 마친 연강이 단상에서 뛰어내려 우리를 이끌었다.


연강의 제안을 받아 들인지 한 달.


진실을 어느 정도 안 우리는 거리낄 것 없이 탐사를 이어갔다.



대놓고 수상한 오지를 파헤쳤으며 휘하의 수색조를 마구 뿌려 서슴없이 수색을 이어댔다.


목적이 '적의 정찰'이 아닌 '유적의 발견'으로 바뀐 순간부터 무지하게 속도가 붙었다.


소거법으로 찾아본 지역은 제외하고 미발견 지역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지도를 채워갔다.



이 정도면 슬슬 무언가 발견해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유적의 잔해? 비슷한 무언가도 찾았다.


나는 품속에 있는 작은 금속 조각을 매만졌다.



연강이 말하기를 적어도 수천년 동안 삭은 금속이라 했나.


또한 고대어가 각인되어 있으니 말할 것도 없이 유적의 파편일 터.


고대어로 별이란 단어가 새겨진 파편은 별 것 없었다.



하지만 증거를 이렇게 품고 있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없는 자신감과 희망이 불어난다.


유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지난 한 달 간 참 많이 돌아다녔으니 이제 진짜 찾을 법 한데...


그때였다.



"수영형님! 여기 뭐가 있습니다!"



"금방 가마!"



나는 반색하며 당장 그곳으로 튀어갔다.



그곳에는 머리를 빡빡민 빡빡이와 어느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다.


덩쿨식물로 뒤엉키고 녹색 이끼가 잔뜩 낀, 누가 봐도 고대 유적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단서를 찾아 기쁜 나는 웃으며 빡빡이의 어깨를 두들겼다.



"좋아! 너 이름이 뭐냐!"


"아! 제 이름은 한수라고 합니다!"


"그래 처음보는 얼굴인데 새로 들어왔니?"


"예! 이번이 처음 임무를 맡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또 누가 죽고 빈자리를 메꾼 친구인가보다.


나는 고개를 휙휙 돌려 주변에 연강이나 진서윤이 지켜보고 있나 의식을 퍼트렸다.



효율을 위해 수색대를 세 개로 쪼갰으니 아마 없을 테지.


나는 내게 다가오는 조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여기 뭐가 있는지는 나랑 신입이 찾아본다. 별거 없어 보이니 금방 끝날테니 너희는 주변에 누가 오나 정찰을 봐 주도록."



"옙."



감히 혼자서 기연을 독식하려 해!


라며 끼어드는 놈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딱히 뭔가 있어 보이진 않거든.


주변에 유적의 잔해로 보이는 것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기는 한데 그냥 평범한 석조 건축물의 잔해 들이다.


그나마 신기해 보이는 물건이 이 커다란 기둥인데 이것도 딱히 영기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잔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렇기에 다른 수색조원들도 고분하게 따라주었다.


나는 가만히 기둥에 손을 올려 무언가를 고민하듯 서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는 빠르게 본체를 움직여 고대어 서적을 펄럭이고 있었다.


기둥에 무언가가 써져 있었기 때문.


원래 문자란 것이 정말 천차만별이라서 조금만 지역이 달라져도 쓰는 언어와 글자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게 이 중세시대에서 '고대'란 표현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면?


원래 고대어는 지 맘대로 생긴 경우가 많다.


당장 한자만 봐봐라.



사람 인(人)자가 사람이란다.


시발 저게 어떻게 사람?


저딴게 사람이라고? 중국 놈들이 생각하는 사람은 팔이 없고 다리만 있나 봐요.


상형문자랍시고 지들 멋대로 이리저리 마개조를 거친 것이 고대 문자라는 놈이다.



심지어 세월을 타고 내려오며 후손들의 입맛에 맞춰 변형까지 되었다.


사전 없이는 알 수가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놈이다.


나는 온갖 종류의 사전을 뒤적이며 겨우겨우 그럴싸한 해석을 했고 그것은 참 맥을 빠지게 했다.



-대도극성이십사성공대제사비-(大道極星二十四成功大祭司碑).-



드루이즘의 토템 비슷한 비석이였다.



비석 아래로도 무슨 문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워낙에 큼지막해 해석할 수 있었던 비석의 이름과는 달리 깨알같이 작은 글씨들만이 수놓아져 있었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그을린 흔적들이 있었기에 더 이상의 해독은 불가능했다.


나는 잠깐 턱을 괴고는 일단 해독할 수 없는 글씨를 모조리 복사했다.


본체가 빈 종이 하나를 가져와 훼손된 기록들을 모조리 적고 나서야 나는 한수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했다 한수야 이대로만 하자."


"옙!"


"곤란한 일이 있으면 형 불러라. 이런 것도 잘 찾아보고."



나는 일단 주변을 샅샅이 뒤져 그나마 멀쩡한 잔해들을 수집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고 오래된 폐품들이나 좀 건졌다.




하지만 묘하게 아까의 비석이 눈에 걸렸다.


유일하게 찾은 단서이기도 하니 연구할 가치는 있어 보인다.


나는 본체를 움직여 도령곡의 도서관을 뒤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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