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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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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3
추천수 :
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3.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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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유적

DUMMY

그럴듯한 물건에는 그럴듯한 사연이 붙는다.



비석에는 무언가 내가 모르는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



비석을 살피다가 깨달은 한 가지.


다른 건물이나 물건들은 모조리 풍화되고 바스라져 먼지로 돌아가기 직전인데 어찌하여 비석은 그리도 멀쩡했나?


이는 비석이 평범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뜻한다.




또한, 그 긴 시간이 지남에도 위에 먼지가 쌓여 퇴적층이 만들어 지지도 않았지.


다른 유물 또한 마찬가지.


건드리기라도 하면 바로 부숴질 듯 위태로우나 그 위에 쌓인 먼지는 수 천 년 이상을 묵었다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깨끗했다.



찰나의 위화감.


찰나의 깨달음.



주변이 워낙 낡은 분위기를 풍겼기에 놓쳐버린 중심 점.



비밀이란, 알고 있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빛을 내고 가치가 있어지는 믈건이다.



도녕은 감추어도 되는 정보와 감추면 안되는 정보를 구분할 수준은 되었다.


그리고, 이건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수준의 정보다.



고개를 올려 별을 바라본다.



먹구름이 짙게 껴 있었다.


구름의 틈새 사이사이로 보이는 나머지 별들 또한 조만간 구름에 가려질 듯 촘촘히.



움직이려면 지금이 때였다.



나는 위화감을 깨닫자마자 멀리서 불러들였던 이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도녕이 박수를 치며 주변의 이목을 모았다.



"자! 얘들아! 이제 날이 어두워지려 하니 슬슬 복귀하자."



"오, 드디어 집에 가네요."



"그래, 네가 가서 다른 애들도 데려와라."



"예."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가장 강한 놈을 하나 보냈다.


아마 가도 나머지 조원은 찾을 수 없겠지.



지금 쯤 철수의 손에 모조리 도륙났을 터이고 그것은 스스로 사지로 흘러 들어간 저 녀석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 손에 붉은 기운이 넘실거렸다.



"형님?'



무언가를 눈치챈 듯 얼굴을 굳혀보지만, 공격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부장님이 식칼을 꺼내 들었다 해서 갑자기 도망치거나 역으로 배빵을 치는 놈은 없지 않은가?



아직 누군가를 죽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또한 같은 이치다.



철저히 서열로 돌아가는 삶을 살았기에 정작 목숨이 경종에 다다른 상황에도 재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남은 퇴로를 차단시켰다.


그들은 내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었다.



"홍무범람계."



손에서 터져 나온 안개가 그들을 감쌌다.










"이런 물건은 고이고이 모셔 놔야지."



비석을 통째로 뽑아 든 철수가 내게 인사를 올리고는 저 멀리 사라졌다.



그 와중에 인사를 올리다니, 새삼 철수가 단순한 강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음..."


내 손에는 철수가 잡아다 준 호군문 수사들이 있었다.



대충 이들과 싸우다 전멸했다고 하면 의심 받을 일은 없겠지.


지난 날 동안 죽어나간 수색 조가 몇 명인가.


나 빼고 모두가 전멸한다 한들 이상할 일은 아니였다.



그저 강한 상대를 만났다.


이 정도로 일축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철수는 잠시 도령곡에 들렀다 올 예정이다.



비석은 내 인맥을 이용해 철저히 분석될 예정이고 이 몸으로 활동하기 편하게 더 이상 본체에 효과가 없는 영약이나 간단한 법기나 몇 개 쥐어줄 생각이다.


이미 본체의 수행은 연단기의 극성을 바라보고 있었고, 머지않아 축기기 승급을 하겠지.



만약 비석의 비밀을 풀어내고 두 문파가 그리도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취한다면 이후 축기기, 결단기를 도전하는데 얼마나 편할까!



결단기 수사를 보유한 두 문파가 이리도 극성을 부리는 것을 보면 영약,신공,신기 이 중 하나는 있겠지.



없을리가 없다.


두 문파가 머저리도 아니고 불확실한 정보에 이 정도의 일을 벌일까.


파다보면 뭐가 나오기는 할 거다.




그리고 그 나침반으론 이 비석을 풀면 뭔가 나오겠지.



마침 내 옆에서 흥미롭게 비석을 바라보던 도패월이 손 끝으로 비석을 튕기며 말했다.



"흥미로운 재질로 만들어졌네요. 따로 술법적인 처리가 없는 걸 보면 재료가 가지고 있는 성질인 듯 한데...도녕의 말대로 가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네요."



"그 말씀은?"



"칠 주야 뒤면 시간이 비니 한 번 찾아가 보죠."



"...! 감사합니다!"



서비스 정신으로 한 번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도패월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평소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럴 때만 안기고 말이에요."



"..."



"뭐, 그만큼 도녕의 포옹이 귀하다고 생각할게요."



작게 툴툴거리며 떠나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다시 한 번 의식을 반대쪽에 집중한다.




다른 몸으로 옳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강의 거처로 향했다.



그동안 성과를 올린 조는 우리 뿐만이 아니였다.



다른 이들 또한 최선을 다해 사방곳곳을 뒤져 봤고 당연히 성과 또한 나왔다.


특히 유적이란 것이 원래 한 번 재대로 걸리면 감자나 고구마처럼 주르륵 딸려 나오는 것이라서 한 번 진척이 생기자 제법 파수종의 수뇌부가 찾고 있는 고대유적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옛 마을로 추측되는 폐가 군집을 발견했다지.



추측으로는 고대유적 즉, 수뇌부가 찾고 있는 고대의 문파가 관리하던 마을 중 하나라는 증거가 나오고 있는 중이란다.



마을의 이름만 알 수 있다면 수사 반경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대했던 옛 종문의 유산.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숨이 조금씩 가빠져왔다.



두려운 것은 아니다.


흥분.


지역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두 문파가 이리 총력전을 벌이면서까지 얻으려는 물건에 대한 기대였다.



유적의 존재에 대한 윤곽이 잡히자마자 호군문과 파수종의 정예 부대가 맞붙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둘 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상대의 전력을 깎으려는 것.



이 정도의 전력이 맞붙었고 수색조를 꽤나 광범위하게 뿌려댄 탓에 유적의 존재 또한 암암리에 소문이 흐르고 있다.


지금은 그저 뜬소문에 불과하나 주변의 문파들이 각 잡고 조사를 벌이면 진실은 금방 드러나리라.



혼란이 극에 다다르고 그 소용돌이 속에 홀로 선 도녕은 작게 미소 지었다.



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한 것은 그였으니까.



호군문괴 파수종은 지들끼리 싸우면서도 다른 외부세력까지 신경써야 할 터이니 일이 좀 더 쉬워졌다.



칠 주야 뒤면 어머니가 오실 터이니 필요한 것만 쏙 빼 먹고 사라지면 참 좋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나는 어느새 연강의 거처까지 와 있었다.



"무슨 일이야?"



"슬슬 유적에 대한 소문도 퍼지고 있던데, 내게 더 줄 정보는 없을까?"



"허, 둘이 짜기라도 한 거냐?"



"음?"



"방금 똑같은 질문을 하고 간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사람 생각이란게 다 거기서 거기군."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음, 정보라.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연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손짓했다.



연강에게 다가가자 연강은 탁자에 놓여 있던 종이 하나를 집어 내게 건넸다.



"지금 읽어봐도...?"



"읽어도 상관 없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빠르게 정보를 얻기 위해 눈을 굴렸다.



그것은, 개천문(開天門)이라 불리었던 어느 문파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을 절반 쯤 읽어 내리던 나는 고개를 들어 연강을 빤히 바라봤다.


이게 정말이냐는 듯.




"이게 뭡니까."



"유적에 대한 정보지."



"장난하지 마십시오. 이게 정말이라면 당신이 내게 이 사실을 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평소와 달리 날카로워진 말투 탓일까.



연강이 손을 들며 진정하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물론 나는 그 행동을 공격으로 착각해 반격을 할 뻔했지만 이내 죽는다면 정보라도 알아내는 게 좋다고 판단해 다행히 반격까지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선택이였다.



"진정하라고. 나 역시 믿기 힘들어. 일단 너의 오해를 정정해주자면, 개천문은 그저 후보에 불과해. 저 유적의 주인되는 문파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그런가요."



"그래. 솔직히 저 유적이 진짜 개천문의 것이라도...거기 적혀있는 내용들이 다 진짜일리 없잖아? 원래 역사는 좀 부풀려져 후손에게 전해지는 법이니까."



"예를 들면?"



"거기 적혀있는 승천에 대한 내용은, 그냥 좀 특별한 비승 방법 정도겠지."



그렇다.



개천문은 회신기에 대한 단서를 품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문파였다.



그것도 수 대에 걸쳐 수십 명의 비승자를 배출해낸, '대'자가 몇 번이고 붙어도 모자랄 만큼 거대한 문파였다는 말이다!



한 두 명이면 몰라도 수십 명을 죄다 화신기로 만들었다고?



운이 좋았다 정도로는 포장할 수 없는 크기다.



분명, 개천문에는 원영기, 더 나아가 화신기 수사를 배출해낼 수 있는 공법이든 보물이든 영약이든 있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 수단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횟수가 정해져 있는 방식이라면 이리도 무식하게 화신,원영기 수사를 양성할 수 없었을 테니.



본래 소문은 1에서 부터 10, 100으로 불어나는 법이다.



적어도 화신기에 오를 수 있는 유의미한 수단 한 두 개 정도는 분명 개천문에 실존했을 터.



"좀 더 봐도 되겠습니까?"



"뭐, 이미 알았으니 좀 더 봐도 돼. 개천문에 대한 정보라면 저기 서랍에 넣어 두었으니."



"감사합니다."



팔락팔락팔락.



종이가 미친 듯이 넘어갔다.



정말 개천문이라면, 그렇다면 어머니 뿐만 아니라 아버지까지 모셔와야 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또한 그 실체가 확인된다면 본체가 직접 움직여서라도 손에 쥐어야 할 정도로 큰 건이기에.



개천문의 유적이야 말로 도박을 해볼 법한 보물 이였다.



팔락팔락



그때였다.



무언가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을 발견한 것은.



-개천문의 제자들은 각자 승천비(昇天碑)를 품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고도 알려져...-



"..."



나는 관심 없다는 듯 빠르게 승천비에 대한 서류를 넘겼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승천비와 내가 발견한 비석이 정말 연관이 없는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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