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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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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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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2.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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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색조

DUMMY

푸확!



피가 터지는 소리.



얼굴이 뭉개져 숨이 끊어진 조원의 시체를 흡수해 피 안개를 터트렸다.



홍무범람계.

내 본명공법이자 이제는 나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는 동반자.


혈단만 있다면 이런 몸으로도 얼마든지 능숙하게 사용하는 건 일도 아니다.



"뭐야?"



"안개를 흩어내! 몸으로 맞으면 위험하다!"



적들이 가지각색의 광역 공격으로 안개를 밀어내거나, 혹은 몸을 뒤로 빼며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보호막을 쳤다.


다 같이 힘을 모아 안개를 흐트렸으면 성공했을텐데...이기적인 몇 놈 때문에 명을 유지한 안개가 넘실거리며 그들에게로 쇄도했다.



노리는 것은, 가장 열심히 안개를 공격한 두 놈.


가장 호전적인 두 놈을 죽이면 몸을 사린 놈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이 안개를 파훼하려한 나머지 놈들조차 전의를 꺾을 수 있겠지.



만약 저 두 놈이 저번에 마주했던 실력자들의 반이라도 따라올 수 있었다면 어떻게 목숨줄은 건졌을 터이나 저들은 평범했다.



연단기 삼 성 조원의 시체를 통째로 희생해 만든 안개를 단기간에 파훼하거나 막을 수단이 없다는 뜻.



붉은 사신은 조용히 다가와 그들의 살을 파먹었다.


사지를 허우적거리든 비명을 지르든 나는 모르겠다는 듯.


그저 숨통을 끊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둘을 착실히 죽여나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둘의 숨이 끊겼다.



당연한 일 이였다.



과거 원영기 수사조차 매혹시켰던 고명한 공법이 저런 시장통에나 돌아다니는 잡것들과의 접전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할리가 없으니까.



그 후로는 더더욱 쉬웠다.



앞의 둘이 우두머리격 인물이였던 걸까.



어느 순간 겁 많은 몇몇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나 싶더니 이내 등을 보이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뭐, 일방적인 사냥이였고.


도녕은 숨을 고르며 잡은 두 명의 시체를 흡수해 기운을 갈무리했다.


일단 안에 담았으니 돌아가면 천천히 제련해 혈단을 만들 수 있을 거다.



가만히 서서 기운을 다스리고 있자니 피칠갑을 한 체 돌아온 조원 중 한 명이 무언가 비굴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사근거렸다.



"헤헤, 역시 형님이십니다! 순식간에 두 놈이나 잡으시고 역시 대단해요!"



"그래."



"연강 대장님 다음가는 실력자 답습니다요!"



"그래."



얘는 참 한결같았다.



솔직히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렇게 굴면 내가 뭐라도 던져줄 줄 아나?


싫다는 티를 꽤 냈는데 말이지.


사회생활은 잘하는 편이기는 한데 뭐든 과하면 도가 지나치는 법이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됐고 연강이랑 합류하자. 우리도 셋이나 죽어서 더 이상의 탐사는 불가능하니까."



"옙!"



"대답은 잘하네."



솔직히 저놈이 쓸만했다면 나도 좀 친절해졌을 텐데 말이야.



초반에는 나도 사회 생활이란 것을 위해 착한 척을 몇 번 했으나 이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수색을 나갔다 싶으면 계속 호군문 놈들과 싸움박질만 하니 친해지기도 전에 애들이 픽픽 죽어나가는 것.



친목질은 상위 몇 명이랑만 나누면 충분한 것 이였다.



나는 머지않아 연강과 합류할 수 있었고 우리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체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파수종의 깃발.



한시름을 놓은 연강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봐 수영. 실력이 몰라보게 많이 늘었어? 예전 모습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군!"



홍무범람계에 대한 설명은 대충 적을 약탈하고 얻은 공법이라며 때웠다.


도령곡 서고를 뒤져보니 연단기 공법중에 홍무범람계랑 비슷한 것이 있더라.


본 이름을 말할 수는 없으니 홍무범람계는 어느 순간 부터 적림채수결이란 이름으로 수색대에서 유명했다.




나는 별것도 아니라는 겸손을 떨며 은근슬쩍 주제를 띄워본다.



"연강 형님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죠. 그나저나 아직도 유적이나 요수에 대한 것은 소식이 없습니까?"



"아, 그거 말이지? 요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 장소를 바꾸고 유적은 영 들리는 소문도 없으니 원."



아는 게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 쯤 재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는 겁니까? 몇 달 째 계속 수색만 해대고 양쪽 다 본대가 맞붙었다는 소식은 커녕 심리전만 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아, 그건. 나도 모르겠다."



정말 모를까.


찰나였지만 연강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평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항상 자신만만한 태도를 연기하던 그이다.




몇 달 동안 같이 지냈기에 알아차리기 쉬웠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 찰나의 떨림은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다만 이런 일로 추궁을 할 수는 없기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 이상해요. 서로 죽일 것처럼 굴더니 계속 간만 보고 뭘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단 말이죠. 애초에 여기서 수색대만 계속 굴리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 쯤은 형님도 알고 계시죠? 이대로 계속 애꿎은 제자들만 갈아 넣다가는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닐텐데 말이죠..."



"그래, 아우 말이 맞다. 확실히 서로가 아무 의미 없는 소모전만 하고 있기는 하지."



"이대로는 전쟁에서 이겨도 문파의 미래가 없습니다. 뒤를 책임질 어린 제자들이 다 죽어나가고 있는데 언제 새 제자를 들입니까? 둘 다 실력이 비등하니 어느 한쪽이 이겨도 피해가 어마어마할 것이고 전쟁의 여파를 수습하느라 제자를 들일 시간도 없을 텐데 말이죠. 갑자기 윗 분들이 머리에 돌이라도 맞은 게 아니면..."



넌지시 말을 흐렸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이 비밀 지키기다.



원래 연강은 이런 수색조에 들어올 놈이 아니다.



파수종에서 심혈을 기울여 배양한 장래 유망한 후기지수.



그것도 무려 이영근짜리의 누구나 탐낼 만한 인재.


수뇌부가 미치지 않은 이상 이런 놈을 수색대에 그냥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형님이 파수종에서 주목 받는 이영근 보유자라는 것 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색대에 몸을 담굴 분이 아니라는 것도요. 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계속 몇 달 째 형님같은 분이 뺑뺑이만 돌고 계신 겁니까?"



"허허, 이 아우가 참."



"뭐가 목적이신지는 몰라도 저나 진서윤에게는 털어볼만 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형님도 답답하시지 않습니까. 애초에 형님의 개인적인 일도 아니고 문파가 시킨 일 같은데 혼자서 이 넓은 지역을 다 찾아보실 지경입니까? 효율적으로 하려면 사람을 부려야죠. 비밀 엄수가 필요하다면...저 같은 충신 몇몇을 추려 말씀 해주시죠. 형님 혼자서 찾을 일을 저를 부리면 그 효율이 두 배가 됩니다. 열 명을 부리면 열 배의 효율이 나겠지요. 처음부터 열 명을 부렸다면 일이 벌써 절반은 넘게 진척되지 않았겠습니까?"



은근한 말투로 그가 간질거렸던 부분을 긁어 주었다.


연강 또한 이 넓은 곳에서 무언가를 찾느라 많이 답답했을 터이니까.




"으음..."



내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팡팡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고 형님. 제가 다 답답해서 그럽니다. 우리 중 형님 신분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형님은 이미 우리 부대에서 수상한 남자 1위에 빛나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윗선에서 파견한 이영근짜리 제자이자 어느 장로의 직전 제자라는 것쯤은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말입니다!"



"어허! 이 동생아 좀 조용히 하게."




연강이 난감하다는 듯이 뺨을 긁었다.



그러다 이내 파수종의 성에 도착하자 저 멀리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나는 이번 수색에 대한 보고를 올려야겠군! 나중에 내 방에서 보세 동생들!"



"형님도요."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연강의 등을 본다.


그는 말하기가 껄끄럽다는 듯 말을 돌렸지만 이미 나에게 답을 해주었다.


나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와 아까 잡아먹은 놈들을 연화 시켰다.



그리고 철수를 시켜 짐승과 함께 언제든 움직일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달이 세 번 지고 해가 세 번 떠올랐을 때 쯤.





"어서오게 동생."



"...왔나요."



나는 연강의 방에 초대 받았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과 인사를 나누며.


나는 옆구리에 낀 술병들을 방에 대충 내려놓았다.



"웬 술인가 동생?"



"형님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셨잖아요."



"하하 그렇지!"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술병을 들었다.


참고로 저거 엄청나게 비싸고 독한 술이다.


너무 독해서 약으로 쓰일 정도로 말이다.



나는 연강에게 술을 따라주며 권했다.



"백룡정(白龍酊)입니다. 드시죠 형님."



"...아주 귀한 술을 가져왔군."



"설마 술에 약한 것은 아니겠죠?"



내 능글거리는 듯한 미소에 자극 받은 것일까.



그가 단숨에 술병을 들이켰다.



나는 잔에 술을 따르며 진서윤에게도 권했다.



"진 소저도 한 잔 드시죠."



"그래! 소저도 들고 아우도 들지. 나만 마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당연히 그래야죠."



술잔을 건네받은 우리는 그렇게 한 시진 동안 영양가 없는 노가리를 깠다.



딱히 이득 없는 짓거리다.



속 안에 알코올을 쏟아 붓고 평소에 마음에 안 든 놈 흉을 본다거나 술자리에서 흔히 보이는 게임을 한다든가 평소 개 같았던 일을 허심탄회하게 푸는 그런, 의미 없지만 왜 인지 모르게 흥이 오르는 짓거리.


시간만 버리는 재밌는 짓거리.



독한 술을 몇 병이나 들이킨 탓일까.


평소에 보이던 호탕한 미소가 아닌 은은한 웃음을 지은 연강이 다소 풀린 눈으로 나와 진서윤을 응시했다.



나와 진서윤 또한 평소의 날카롭기만 하던 눈빛이 많이 누그라들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난 몇 달 간 수많은 동료가 갈아 치워져 가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사이다.


어느 날 죽었다는 말이 들린다면 안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솔직히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저 둘의 뒷통수에 칼을 찔러 피를 취할 것이다.



이건 일 이니까.



한낱 정에 휘둘려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사람은 올바른 사회인이 될 수 없다.


어제 웃으며 악수를 나눴어도 오늘 면전에다 침을 뱉을 수 있는 것이 어른이니까.




그래도 나름 동료에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이게 전우애라는 건가?



내가 이 정도라면 연강이나 진서윤은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가 죽는다면 슬퍼해주기는 할지도.



"...동생들은 정말 대단해."



"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연강이 어딘가 많이 취한 말투로 품을 뒤졌다.



"내가 동생들을 부른 이유 알고 있지? 술만 마시면 좋을텐데, 슬슬 장로님들도 참을성이 떨어지셨나 봐. 둘에게 이걸 전해주라 하셨으니 천천히 읽어 봐."



나와 진서윤은 특수한 물질로 코팅된 중이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백지에 글씨가 반짝거리며 나타난다.



이딴 식으로 전할 거면 연강에게 말로 전하지 왜 자원 아깝게 이딴 식으로 편지를 전하나 싶었지만 내 돈 아니니까 그냥 넘기기로 했다.



나와 진서윤은 묵묵히 편지를 읽어 내렸고 이내 진서윤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술 한 병을 그대로 삼켰다.


그리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연강을 노려보며 쏘아 붙인다.



"다른 것은 다 그렇다 쳐도 우리 몸에 금제를 심겠다고요? 심지어 이미 내용을 봐서 거부권도 없네요? 금제가 심어지면 우리는 살아있는 고기인형이 되기라도 하라는 건가요? 파수종이 이런 식으로 제자를 다루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나는 내 몸이 아니라 상관 없지만 아무튼 굉장히 화난 얼굴로 연강을 노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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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지옥에 다다르는 길 +3 24.03.31 184 9 11쪽
32 지옥에 다다르는 길 +1 24.03.24 204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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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혈괴뢰 +3 24.02.01 350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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