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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4,139
추천수 :
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3.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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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유적

DUMMY

쥐어짜도 물방울 하나 나오지 않을 듯 메마른 황야.



주황색 점토판과도 같은 대지 위에 수사들이 까만 점이 찍힌 듯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안 그래도 고질적인 영근의 유무 때문에 서로 얼굴 보기 힘든 그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는 것도 희귀할진데 하물며 저들 대부분은 평균이 축기기 수사들로 이루어졌다면 믿겠는가?



현대였다면 한 명 한 명이 전략 병기 취급을 받았을 실력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입 다물고 기다릴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앞에 서서 선봉을 맡은 노인들의 존재가 클 것이다.



파수종과 호군문의 결단기 태상장로 둘이 시선을 교환했다.




"안녕하시오?"



"늙은이가 점잖은 척을 떠는군."



"허! 호군문 뇌근육 아니랄까봐 교양 없는 꼬라지하고는 쯧쯧..."



"네놈이 얼마나 점잖은지는 모르겠지만 네놈 침소에 매일같이 젊은 여인들이 드나드는 것은 안다. 얼마나 계집질을 쳐 해 대는지 밤에 들어간 여인과 낮에 나오는 여인이 다르다는 소문은 동네 똥개도 알고 있단 말이다."



"...하! 사내가 여인을 품는 것이 무어 잘못됐다고! 혹시 그대가 남색을 즐겨하여 본인을 꾸짖는 것이라면 그 모함을 받아 들이겠소만?"



"니 애비의 취향을 내게 강요하지 마라."



"..."



"..."



빈정이 팍 상한 노인네들이 서로를 째려봤다.



그러면서 은근히 기세를 풍겨 압박하니 황야에 쌓인 모래가 진동하며 강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축기기 수사들은 강안 위압감을 느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정도로 끝났지만 연단기 수사들은 그러지 못했다.



창백한 안색으로 가슴을 부여잡고는 이내 법술로 장막을 펼치고서야 피곤에 찬 한숨을 내쉴 정도.



거대 문파에서도 장로직을 맡을 정도의 검증된 실력자들.


그들은 기세를 흘리는 것 만으로도 홀로 전장을 휘어 잡을 능력이 있는 진정한 실력자들인 것이다.



두 거인이 서로 기세를 주고 받는다.


물론 기세만 팍팍 내뿜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애초에 항상 대립하고 분쟁을 일으키던 두 문파다.


개와 원숭이 같은 관계이나 그렇기에 서로를 알아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두 명의 태상장로들 역시 마찬가지.


연단기부터 결단기에 오르기까지 항상 보던 놈들 투성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고 박고 싸우니 서로가 서로의 뺨에 난 점 개수나 광대뼈 하나 승모근의 꿈틀거림 하나까지 기억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친숙함마저 들 정도의 사이가 된 둘은 짜기라도 한 듯 팔짱을 끼며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스포츠 감독처럼 우뚝 선 둘의 아래로 축기기 수사들이 하나 둘 법술을 펼치고 법기를 뽑아 들며 몸을 덥히기 시작했다.



가벼운 안부 인사는 끝났으니 이제 시작하자는 듯.



"호군문 잡것들의 살점 하나 뼈 한 조각까지 부숴버린다! 파수종의 영광을 위해!"



"파수종 놈들을 맛있고 동그랗게 만들어버리자! 호군문의 전사들아 그대들의 어깨 위에 호군문의 위신이 달려있다!"




"""우와아아아!!!!"""




고함에 가까운 함성 소리와 함께 양측 진영에서 가지각색의 색채가 발광하고.



콰과과과과!!!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맞부딪혀 붉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염 장로님께서 호군문의 본대와 충돌했다는 소식이다."



"진짜 시작이네."



"슬슬 높으신 분들도 몸이 달아오른 거지."



"유적에서 싸우면 훼손될 수도 있으니 서로의 힘을 어느 정도 빼놓겠다는 전략인가요?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유적 말고 다른 곳에서 싸우도록?"



"그럴수도 있고."



"걍 싸우고 싶어서 싸울 수도 있지. 호군문이랑 한 두 번 싸우나. 난 저번에 팔에 난 점 크기 때문에 싸우는 것도 봤다고."



"내가 들은 싸움 중에 제일 병신 같은 일 인 걸?"



"점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꼭지가 돌아서 상대 수사를 죽였다면 이해가 가?"



"오."



파수종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어찌나 시끄러우면 늦은 새벽에 까지도 대화소리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오죽할까.



뭐, 제 문파의 존망이 걸린 일인 만큼 혼란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그래서일까, 지금까지는 나름 비밀스럽게 움직이던 수색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다.



너무 많이 바뀌어서 다 나열하기는 힘들고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오늘부로 내가 이 수색부대의 장을 맡게 되었다. 너희들에게 지급할 탐색 법기의 사용법을 숙지한 후 바로 행동에 나선다."



각 부대에 연단기 칠 성 이상의 강자들이 수혈 되었고 무려 그 우두머리에는 축기기 수사들이 들어찼다.



축기기 수사가 일개 수색조에 편입 시켰다는 것은 이렇게 주목을 끌어도 다른 문파들이 뭘 하기도 전에 끝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우리가 대단한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사방에 알리려는 듯 꽤 질 좋은 수색 법기가 모두에게 지급됐다.



"괜찮네."



연단기 후기가 사용해도 큰 손색이 없는 수준.


다만 지속성을 포기하고 효과를 극대화 시킨 탓인지 수명은 얼마 없어 보였다.



원반 모양의 법기를 품속에 갈무리한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묘한 감상이 든다.



참 많이도 만나고 많이도 죽었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원이라 한다면, 연강과 진서윤 그리고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뿔테 안경을 한 소년.



사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 탓일까.



연강은 안 그래도 날카로웠던 기세가 더더욱 다듬어져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진서윤은 처음 만났던 때와 같이 계속 성장해 수색조의 이 인자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나 또한 이 몸을 워낙 험하게 굴린 탓에 겉으로만 본다면 제법 험악한 인상이 아닐까?



변하지 않은 것은 한결같이 찐따미를 풍기고 있는 뿔테 안경이였다.


저만큼 짬을 먹었음에도 비굴하게 남 눈치를 보는 성격이 고쳐지지 않다니...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다.



듣자하니 연강이 안경에게도 우리와 같은 제안을 하나 했다고.



찾는 눈이 많아지면 좋다지만, 저 심약하고 허약한 이에게 먼저 손을 뻗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정이 들어서 그랬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법 흥미롭지 않은가?


연강이 죽은 동료의 시체를 마공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엿본 나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래서 사람 마음을 알기가 힘들어.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어떻게 바뀔지를 모르니까.



"...? 무슨 문제 있나?"



"없어."



선봉에 선 연강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축기기 조장이 들어와서 연강의 직위는 일개 조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본인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



어차피 파수종의 직계 제자인 그로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감투인 셈.



우리는 축기기 조장의 뒤를 쫓아 달렸다.



단 한 순간의 말성임도 없는 행보.


마치 미리 길을 외워두기라도 한 듯한 모양새다.



그리고 정신없이 질주하는 그를 멈춘 것은 예상치도 못한 얼굴 이였다.



"정지."


그의 손짓 하나에 조원들이 뭐라도 찾았냐는 듯 그를 빤히 바라봤다.



"누군가 있다. 다들 기감을 펼치고 습격에 대비..."



"그르르..."



정면이 일렁이고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속으로 탄식을 삼켰다.



온갖 짐승의 부위를 가져다 붙인 기괴한 모양새.


핏줄이 돋아난 세 쌍의 눈.


저번에 한 번 충돌할 뻔한 그 짐승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짐승의 등에 몸을 뉘인 존재가 허리를 펴 우리를 노려본다.


아니. 노려 본다는 표현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눈은 커녕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이목구비가 없었으니까.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소용돌이치고 있는 부정형의 문양.



'어째서 살아있는 거지? 그리고 왜 여기 있는 거냐.'



도윤라가의 손자.


도유인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면상이 탁류처럼 소용돌이친다.








"정체를 밝혀라. 요괴냐 수사냐?"



"..."



도유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입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나는 안다.



저놈은 입 따위는 없어도 잘만 떠들고 다닐 놈이라는 걸.



그래도 긴장하지는 않았다.


놈의 경지는 오히려 저번보다 더더욱 떨어져 연단기 십 이성 정도의 기세를 뿜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가 탄 짐승이 더 강했다.



그래서인지 축기기 조장도 마음 놓고 그를 마구 협박할 수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한다는 연기는 하지 마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글은 쓸 수 있을테지? 우리는 네놈에게서 친절한 답을 얻어낼 수단이 아주 많음을 알아라. 마지막 기회다 무릎 꿇고 본인의 소재와 이곳에 온 목적을 말하라."



"..."



"기어코 벌주를 택하는가. 내 자비를 뿌려친 것은 네놈이렸다?"



조장의 손에 푸른 기운이 맺혔다.



그래도 하나는 연단기 후기에 다른 하나는 연단기 대원만이다.


조장을 제외한 우리가 나서서 제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머지않아 검결지를 맺은 그의 손가락에서 엄청난 기세의 광선이 쏘아졌다.



광선은 그대로 도유인이 타고 있던 짐승을 꿰뚫는다.



그리고, 도유인 또한 그에 응수하듯 주머니에서 부적을 하나 꺼내 대충 날렸다.



축기기 수사가 전력을 다해 쏜 광선과 꼴랑 부적 한 장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퓽!



레이져가 부적의 얇은 장지를 찢은 것이 아닌, 부적이 레이져를 쳐부쉈다.



"어?"



축기기 수사의 허탈스런 단어도 되지 못한 무언가가 나오기도 전.


부적이 황금 올가미로 변모하더니 순식간에 축기기 수사를 포함한 전원을 묶는다.



올가미에 전신이 묶이자 도녕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탄식했다.



'아! 저놈 부자였었지.'



부적이 어디서 봤었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 도패월이 그에게 챙겨준 부적과 닮았다.


결단기 수사가 펼치는 금제와 포박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일회성 부적!



우리는 너무나도 어이없게 부적 한 장에 제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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