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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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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166

작성
24.02.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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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혈괴뢰

DUMMY

이번 시험에서 나는 단 한 가지의 진리를 깨달았다.



'아, 역시 남을 죽여서 빼앗는 건 미친 짓이구나.'



내가 남을 죽일 수 있다면 남들 또한 나를 죽일 수 있음을 알아야만 했다.



이번에는 살았지만 그 다음은?



고작 연단기 따위의 실력으로 나대기에는 세상에는 자연 재해 같은 선배들의 존재가 발에 차일 만큼 널렸다.



운이 없다는 이유로 저번의 도유인 같은 자연재해에 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이들만 골라서 죽이면 되지 않냐고?



내 위에 있는 축기기 선배 또한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같은 축기기 수사를 목숨 걸고 죽일 바에야 차라리 저기 있는 연단기 후배를 죽여 재산을 빼앗자고.



잊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위의 강자들 또한 벌일 수 있는 일이라고.




애초에 전쟁과 전투에 100%라는 것은 없다.



미국이 고작 베트남 따위에게 당한 전쟁처럼.


세계 최강의 복서가 오늘내일 하는 할배가 뻗은 칼날에 복부가 찔릴 수 있듯이.


나와 동등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존재들과 사투를 벌이면 벌일 수록 내 생존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피를 흘리면 흘릴수록 상처가 벌어지듯이.


이 연약한 몸으로 남들을 죽이고 빼앗다 보면 언젠가 역으로 당할 날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마공이란 것이 원래 남을 죽여가면서 성장하도록 된 공법.



그렇기에 나는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다.



공법은 말 그대로 경지 올리기, 수명 채우기 용으로 쓰고 내 몸을 지켜주고 사냥을 대신 뛰어줄 수단으로는 괴뢰술을.



정확히는 시체와 괴뢰를 융합해 쓰는 혈괴뢰-(血傀儡)를.



사실 도유인과 싸울 때 철수가 열 명만 있었어도 이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철수 열 명이 사이좋게 놈을 둘러싸 다구리를 놓는 재미난 광경이 나오지 않았을까.




나는 몸이 어려졌다고 생각까지 어려진 것이다!



원래 싸움이란 것은 남에게 맡기는 것인데!



나는 마법 좀 쓸 수 있다고 코흘리게 마냥 힘 자랑을 해대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손에 쥔 총을 쏘지 않고 근접전이 낭만이라며 손잡이로 상대의 대가리를 찍는 병신 같은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이 말이다.



다행히 괴뢰라는 것은 지극히 오컬트적이고 마법적인 원리로 돌아가는 놈 이였으나 그 근본은 결국 코딩에 영어와 숫자 대신 마법단어를 대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첫 수업을 마치자 마자 깨달았다.


이 세계의 로봇 아니, 괴뢰의 코딩 수준이 떨어진다고.


괴뢰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지독한 오차 범위였다.




비둘기가 날개가 아니라 목을 돌려 날아가기는 했지만 일단 날아갔죠? 같은 수준이 아니라 사지와 내장을 같이 돌려 브레이크 댄스를 춰버리는 것이다.



이 세계나 저 세계나 코딩이 문제였다.



컴퓨터 같은 인간 기술의 정수가 섞인 물건으로도 그 지랄이 나는 경우가 흔한데 고작해야 나무 토막이나 시체에다 코딩 좀 한다고 그게 잘 돌아가기나 할까.



손이 조금만 떨려도 (.)이 (,)으로 변하는 경우가 흔했다.



아니, 애초에 지금 있는 괴뢰술들은 코딩이라 부르기도 미안한 수준의 기괴한 문장의 나열이었으니.



심지어 하나하나가 다 수작업이라 복붙도 안되고 이미 새겨진 회로를 지우는 데에는 많은 돈과 노력이 들었다.



재료는 재료대로 드는데 정작 재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아예 없다시피 한 것.



그나마 찾은 유일한 해결책이 철수처럼 살아있는 수사를 괴뢰로 만드는 것인데...우리는 그걸 강시라고 부르기로 했다.



결국 괴뢰술은 사장 되었다.



비싼 주제에 오히려 주인을 공격할 수도 있는 에러 덩어리는 전혀 상품성이 없었으니까.



강시는 그래도 잘만 만들면 법술도 쓰고 다 하는데 괴뢰는 무생물이라 영석까지 갈아 끼워줘야 손에서 레이져 조금 발사하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괴뢰술은 묻히지 않았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계속 파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달칵!



톱니가 맞물리며 괴뢰의 안광이 빛난다.



손바닥에 모인 빛무리는 이내 광선이 되어 화살처럼 쏘아졌다.



쾅!



연단기 3성 수사의 일격 정도는 되려나?



도녕이 사자 모양의 괴뢰를 쓰다듬었다.



"흠."



갈기 모양이 생생하다.



주름 하나하나가 생생한 것이, 마치 살아있는 사자를 보는 것만 같다.



설계도를 보건데, 아마 내부의 구조는 더더욱 복잡하리라.



한마디로, 쓰레기라는 것.



장담하는데 외관 깎아내느라 아까운 시간만 다 잡아먹었을 거다.



따로 공장이 있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이거 다 손으로 만든 거잖아?



제작자 미쳤나?



놀라운 것은, 이게 설계도에 적힌 정석 이였다.



도녕은 혀를 차며 사자 괴뢰를 저 멀리 보냈다.



이미 지난 네 달 동안 기초적인 지식은 다 익혔다.



회로 제작이야 코딩과 비슷해서 금방 익혔고 어려운 건 재료를 다듬는 대장장이의 기술.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어서 그렇지 익히기 어려운 편은 아니였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이 첫 실습.



"좋다. 그럼 시험을 시작하겠다. 본 교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칠 주야 동안 지급된 재료들로 최고의 괴뢰를 만들어 보도록."



축기기 교사의 신호가 떨어졌고 강당 안에 모인 연단기 제자들이 빠르게 앞에 놓인 재료들로 뚝딱뚝딱 괴뢰를 만들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개판이 벌어졌다.



"으아악!"



제가 만든 괴뢰의 팔에서 광선이 뿜어져 제작자의 머리를 태워 버리거나.



"안돼!"



거의 다 만든 괴뢰의 회로에 오류가 나버려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거나.



"끄아아악!"



괴뢰가 폭주해 손에 단 발톱으로 사지를 날려버리는 일도 다수.



교수들은 눈앞에 벌어진 개판에 한숨을 쉬면서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라고 다를 바 있나?'


'정통괴뢰는 안전성은 있으나 영혼이 없는 탓에 회로 만으로는 재대로 된 명령의 수행이 불가능하다. 다만 강시와 융합한 혈괴뢰는 반쯤은 귀신이기도 하니 다양한 명령을 알아들을 수 있고 법술도 사용이 가능하나 내구도가 약하고 높은 자율성 덕분에 폭주해버리는 일이 다반수지.'


'아이고, 저거 수정해야 하는데...그러면 오류 나는데...'



그들도 일개 연단기 제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초보 괴뢰술사의 고충을 그들이라고 모를까.



안타까운 마음 반, 골탕 먹는 꼴에 재미있는 미소가 반.



그러던 교관들의 눈에 흥미로운 것이 잡혔다.



조형미라고는 개뿔도 없는 무언가.



복잡한 회로들을 다 새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자그마한 쐐기 형태의 무언가였다.



교관 중 한 명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건 뭔가요?"



"아. 이건 유도탄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작으면 회로를 새길 공간이 없지 않나요?"



"있던데요."



"..."



뻔뻔한 대답에 잠깐 말을 잃은 교관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 물었다.



"용도가 뭔가요?"



"적을 추적해 초근거리에서 열선을 뿜어내고 유사시에 자폭하는 역할입니다."



"아하..."



교관의 흥미가 팍 식었다.



괴뢰술의 역사가 얼마인데 이런 생각 하나 하지 못했겠나.



이런 것은 결국 요격해 터뜨리면 그만인 것이다.



요격을 피하는 정밀한 회피기동을 괴뢰 따위가 할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사용자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법기라고 부르기로 했다.



괴뢰는 사용자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해 영수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여주어야 한다.



다만 철수처럼 살아있는 수사 하나를 통으로 박아 넣지 않는 이상 그런 것은 불가능하고 애초에 살아있는 사람을 생으로 괴뢰와 융합 시킨 것을 괴뢰라 말할 수 없으니, 모순이였다.




어찌 무생물이 생물을 흉내낼 수 있겠는가!



교관이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다.



잠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소년은 이내 쐐기 형태의 괴뢰를 그에게 내밀었다.



"왜 그러시죠?"



"제출하겠습니다."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건 법기나 다를 바가 없잖습니까."



"이 정도면 쟤들보다는 잘 만든 것 같아서요."



소년이 가리킨 등 뒤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



피융!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광선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가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놈들 하는 꼴을 보아하니 차라리 빨리 제출이라도 하는 것이 가산점이나마 받겠다 싶어서.



"그러면 바로 시험에 들어가죠. 제가 만든 원숭이 괴뢰를 상대로 얼마나 버티나 봅시다."



교관이 저 멀리 있는 원숭이 괴뢰에게 손짓했다.



키잉-!



눈에서 불빛이 들어온 원숭이 괴뢰가 두 다리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우다다 달려오던 원숭이 괴뢰는 이내 중심을 재대로 잡지 못하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 네 발로 기어왔다.



"..."



자신이 만들었지만 아무리 봐도 어딘가 엉성한 꼴에 교관은 쓴 웃음을 삼켰다.



생각해 보면, 너무 무거워서 저물법기에도 담지 못하는 것이 괴뢰가 아닌가.



재대로 된 위력과 회로를 담으려면 크기가 커져야 하는데 정작 그래봤자 법기랑 비슷한 수준이니...



차라리 법기제작 장인이나 할 걸, 전공을 이딴 거로 정한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그가 도녕에게 손짓했다.




"시작하죠. 어디 얼마나 버티나 봅시다. 당연하지만 의식으로 직접 조종하는 것이 걸리면 부정행위로 제제가 가해집니다. 순수한 괴뢰로서의 위력을 보는 것이니."



"예."



"좋아요. 시동 거세요. 한 번 봅시다."



[끼이이익-!]



원숭이 괴뢰가 가슴을 두들기며 괴성을 질렀다.



도녕은 묵묵히 여섯 개의 쐐기의 전원 버튼을 눌러 활성화 할 뿐.



꿈틀!



그러자, 쐐기의 정면에 박힌 눈꺼풀이 벗겨지고 흡사 렌즈처럼 투명한 눈알이 또르륵 굴러갔다.



로켓처럼 꼬리 부분에서 연기를 뿜으며 수직으로 솟은 쐐기들이 이내 하늘을 빠르게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끼익!]



선공은 원숭이였다.



원숭이의 아가리가 쩍 벌려지더니 샛노란 광선을 발사한 것!



교관은 이미 여기서 승부를 점쳤다.



고속으로 날아가는 광선을 사용자의 조종 없이 괴뢰가 피한다고?



불가능하다.



어떻게 피한다 한들 저렇게 많은 수의 괴뢰들이 동시에 피하다 보면 필시 동선이 꼬여 서로 부딪혀 버린다.



그렇게 생각했다.



깜빡.



각각의 쐐기 형태의 괴뢰들이 눈알을 굴리더니 이내 산개해 순식간에 공격을 피해버린 것.



깜빡깜빡깜빡



눈알이 굴러간다.



팽이처럼 돌아가는 눈알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순식간에 거리를 재며 원숭이 괴뢰를 둘러싸고 있었다.



[끼이이익!]



원숭이가 반응했다.



적의 거리가 가까우니 광선 말고 주먹을 휘두르라는 명령어가 발동된 것이다.



육중한 주먹이 허공을 유영하는 쐐기들에게 향했다.



깜빡



피한다.



깜빡깜빡깜빡깜빡



피하고 피하고 또 피한다.



하나하나가 의지를 지닌 것처럼.


그것들은 마치 짐승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며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깜빡



이내, 원숭의 괴뢰의 코앞까지 다가온 쐐기의 몸이 불게 달아오르며 부풀기 시작했다.



명백한 폭발 형상의 전조.



"설마."



괴뢰가 사용하는 술법의 위력은 질 좋은 재료, 그리고 법을 작동하는 회로의 크기가 얼마나 크고 촘촘하냐에 따라 다르다.



설마 공격 회로를 몽땅 자폭용 술법 하나로 채운 것인가?



퍼어엉!



그의 생각이 맞다는 듯 작은 폭발이 일었다.



괴뢰 하나를 통으로 바친 위력은 결코 작지 않았고 내부의 회로가 크게 손상된 원숭이 괴뢰는 이내 삐걱거리다 결국 안광이 꺼짐으로서 숨을 거두었다.



"허허."



교관은 이미 제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눈을 감은 체로 작동을 멈춘 괴뢰들을 보며 어이 없다는 듯이 웃어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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