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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쟁이노예 님의 서재입니다.

혈겁수선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화산파가주
작품등록일 :
2024.01.01 18:03
최근연재일 :
2024.05.12 19:13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4,140
추천수 :
485
글자수 :
203,166

작성
24.0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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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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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재활

DUMMY

이번에는 빨리 눈을 떴다.



과하게 머리를 터뜨리지 않았기에 오히려 잠이라도 잔 듯 개운할 지경.



고개를 돌리니 옆 탁자에 놓인 두 개의 쪽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머니의 걱정과 격려가 담긴 메모.


다른 하나는 도령곡의 또 다른 태상장로 도강이 쓴 쪽지였다.



두 개의 쪽지를 차례대로 읽어 내리던 도녕이 묘한 표정을 짓고는 손가락에서 불꽃을 뿜어 쪽지를 태웠다.



가져봤자 이득도 없는데 회색 늙은이한테 실수로 넘어간다면 좋을 일은 없어서.



이윽고 도유인의 저물법기를 뒤적거려 서책 종류만 분류한 나는 그것들을 빠르게 읽어 내렸다.


머리에 때려박듯, 절대 잊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며.


한동안 방 내에서는 종이가 팔락거리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





"긴장되니?"



"긴장은 되지만 크게 되지는 않아요."



"인사만 드리는 것이니 걱정하지는 말고 무례하게만 굴지 않으면 그도 무어라 하지는 않을 것이니 긴장하지 말거라 아가."



"예. 어머니도 얼른 가셔야죠. 오늘 일 있으시지 않나요?"



몇 번 째인지 모를, 조금은 귀찮은 당부를 흘려들으며 도녕이 어느 협곡에 뚫린 큰 구멍에 발을 들였다.



도령곡의 제자들은 수십, 수백개의 크고 작은 협곡의 절벽면에 구멍을 뚫어 생활한다.




워낙 깊고 협곡들의 크기가 방대해 수련장,창고를 포함한 도령곡의 모든 시설이 모인 곳.



워낙 음기가 강한 지역이라 협곡에서 불어오는 음기를 맞는 것 만으로도 마도,귀도 수사들에게 도움이 되니 숙식과 수련을 병행해 할 수 있다.




본래 이 절벽들에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중소문파들이 공존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도령곡의 시조격 존재인 화신기 수사가 제자들을 우르르 끌고 와서 몽땅 몰살하고 이 큰 협곡을 문파 하나가 낼름 삼켰으니, 질 좋고 광대한 영토를 얻은 도령곡은 승승장구해 수십 년의 세월 동안에도 명맥을 유지했다.



그리고, 당시 화신기 수사는 모든 문파를 몰살하지 않았다.



수십 개의 문파를 통으로 멸망시키기 보다는 몇몇 세력은 흡수하는 쪽으로 노선을 튼 것.



그렇게 흡수된 세력들은 오랜 세월 동안 도령곡과 휼륭히 동화되어 이제는 누가 누군지도 모를 수준까지 와버렸다.



수십 만 년의 시간 동안 피가 섞일대로 섞이다 보니 우연히 만난 친구도 우리 가족이고 친구의 사돈의 팔촌도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피가 섞이게 되어버린 것.



그러다 보니 도령곡 태생들은 묘하게 서로에 대한 동질감이 있었다.


유서 깊은 마도 종파의 저력이였다.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것이 미덕인 미친 세상에서도 유독 악독한 놈들만 모인 마도 종파는 뼈대 깊은 역사와 혈연을 앞세워 최소한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중심이자 꼭대기에 자리 잡은 하나의 드높은 핏줄.


도(饕)씨 성.


결단기 장로의 제자인 유엽영도 도 씨 성을 가지지 못했으니 이 세상은 지구보다 훨씬 더 이름값을 팔아먹기 좋았다.




"허허 어서오게. 통심전(統心殿)에 이런 인재가 들어오다니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이구먼."



"후배 도녕이 통심전주께 인사 올립니다."



통심전주 하유분이 그럴 것 없다는 듯 손을 저어 도녕을 앉혔다.



"그럴 것 없네. 후배는 도령곡에서 백 명을 넘지 않는 고귀한 성 씨를 이어받은 바. 특히 후배의 부친과는 종종 술자리를 가지기도 하는 사이이니 내 조카와도 다를 바가 없으니 사적인 자리에서는 편하게 하 선배라 부르면 될 것이야."



"아무리 그래도 장로의 신분을 가진 선배님을 제가 어찌 그리 편하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이것 참 괜찮다니까."



"그렇다면 예.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하 선배."



"좋군. 순단! 게 있느냐?"



"부르셨습니까 대인."



어느새 다가온 남자가 허리를 굽히며 공수했다.



"여기 이 후배를 통심관으로 안내하게."



"새로 들어온 막내인가요? 알겠습니다."



"후배라 해서 너무 괴롭히지는 말고. 내 말 알아 들었겠지?"



"예 대인."



도녕을 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통심전주와 독대하는 것에서부터 신분이 남다를 것은 예상했지만 따로 주의를 줄 정도라면 꽤나 명문가의 자제인 모양.



도녕을 통심관까지 안내한 그는 빠르게 다른 사람을 붙여 도녕의 안내를 맡겼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책임을 떠넘기려고.



"산하신. 새로 들어온 후배다. 네가 책임지고 안내해라."



"예. 걱정마십시요 선배님!"



그렇게 하청의 하청이 도녕을 안내해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도녕이 슬쩍 그의 기세를 떠봤다.



연단기 10성.



후기라기에는 애매하고 중기라고 하기에는 높은 애매한 위치였다.



다만, 그가 걸치고 있는 갑옷은 흥미로웠다.



괴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인 통심전.



그곳에 몸을 담은 제자라 그런가, 그는 갑옷보다는 괴뢰의 구조를 닮은 무언가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흥미롭기는 했다.



"그래서 후배는 왜 통심전으로 왔어? 여기가 그리 인기있는 곳은 아니거든."



심심한 선배가 말을 걸었다.


아니, 선배이기는 하지? 내 경지가 더 높은데?


그래도 짬이라는 것이 있으니 선배 대접을 해줘야 하나?


근데 보통 먼저 숙이면 내가 머저리인줄 알고 나대는 놈들이 많단 말이지.



"후배?"



"아, 예."



잠깐 고민하느라 말을 못 들었다.


그래서 다시 물어봤다.



"잘 못 들었습니다. 뭐라고 하셨죠?"



"하. 이새끼 어이없네."



"예?"



그런데 이놈이 갑자기 시비를 털었다.



"야. 너는 선배가 만만해? 오늘 처음 들어온 주제에 긴장도 안된다 이거지 도령곡이 그리 만만해?"



"..."



"와 그냥 입 닫는 것 좀 봐라. 선배가 말하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니야! 왜 이런 놈이 들어와서는 참나!"



'기 죽이기인가.'



종종 있다.



신입의 기를 밟아 상호간의 위치를 굳히는 것.



특히 군대 같은 조직이라면 더 심하다.



실제로는 싸우지도 않는 한국의 군대도 이러할진데 시시각각 목숨이 지워지는 마도 종파라면 어떻겠는가?



오히려 없는 것이 비정상적일 테지.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나름 연단기 10성까지 올라온 놈이 왜 자신의 경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느냐는 거다.



"아하."



잠깐 고민하니까 답이 나왔다.



그냥 얘가 모자라서 그렇구나.



마침 저 멀리 통심관 명패도 보이겠다 더 이상 시간 끌기 싫으니 속도를 올렸다.



"야! 너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어차피 통심전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는 다 숙지하고 온 바.


예의상 어울려 주었던 것 뿐이니 이런 놈이랑 더 엮일 필요는 없었다.


뒤에서 뭐라 소리 지르는 놈을 무시하고 도녕이 제 위치로 찾아갔다.





-------------------




수도계에서 제자란 곧 학생이다.



다만 연단기 수사의 취급은 제자보다는 회사원에 가깝다.



애초에 문파라는 것 자체가 국가나 회사에 가까운 성향을 띄고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다만, 그렇기에 모든 문파의 제자들은 매일 같이 굴러야만 했다.



회사는 이익을 내는 곳이지 아이들이나 가르치는 학당이 아니였기에, 무료로 애들을 가르치다 보면 태만함에 잠겨 숙제도 하지 않고 수업도 대충 듣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열심히 벌어온 돈으로 듣는 강의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수업 중에 딴 짓 하지 않는다.



서른 개의 영석을 지불하고 한 달 어치 고급강의를 끊은 하급 제자 하나가 과한 야근으로 인해 몰려오는 졸음을 피하지 못해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강의를 듣기 위해 뼈 빠지게 노력 했는데 정작 강의를 듣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



하지만 교사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를 깨우지 않았다.



학생들이야 자신의 경쟁자가 많은 지식을 얻지 못했으니 기꺼웠고 교사야 뭐 어차피 돈은 이미 받았으니 딱히 관심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딸랑! 드르륵!



교실의 문이 열리며 자연스레 문에 달린 종이 흔들린 것이다.



"헛! 내가 언제 졸았었지?"



덕분에 아까운 영석을 날리지 않은 제자 한 명이 침을 닦으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보이는 새빨간 눈동자가 한 쌍.



의도치 않게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한 도녕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어대며 말했다.



"여기가 강윤 선생님의 혈괴뢰 고급 강의실이 맞을까요?"



"맞다."



"아무 곳에나 앉으면 되나요?"



"그래."



그러자 도녕이 아무도 앉지 않은 맨 앞자리, 그것도 고개만 조금 들면 바로 강윤과 눈이 마주치는 정 중앙에 앉았다.



"오."



강윤이 짧은 감탄사를 뱉었다.



보통 교수의 바로 앞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상당한 심력을 소모한다.



딱히 이점은 없는데 신경은 장난 아니게 쓰여서.



덕분에 매번 수업을 할 때마다 맨 앞줄은 항상 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았고 앞줄이 채워져 있을 때는 항상 먼저 온 선객이 뒷자리를 다 차지했을 때 뿐이였다.



튀어나온 돌처럼 앞줄에 툭 튀어나온 도녕이 책을 꺼내 펼쳤다.



책과 필기구 그리고 메모를 위한 노트 비슷한 빈 공책까지.



강윤은 왜 저런 짓을 하나 싶었지만 이내 열의로 가득 찬 도녕의 눈빛을 보고는 신경 쓰지 않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자 봅시다. 보통의 괴뢰라면 관절을 비롯한 모든 부분을 처음부터 만들면 그만이지만 시체와 괴뢰를 합쳐 만든 혈괴뢰는 다릅니다. 시체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 내려면 최대한 괴뢰기관과 시체의 기운이 섞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 해부도를 보면..."



그때였다.



앞줄의 도녕이 손을 번쩍 들었다.



"뭐야?"



"질문 있습니다."



"재미있네 해봐."



"저 혈괴뢰 해부도 있잖아요. 곤충 부분이 없었는데 갑자기 곤충 부분이 생겼네요?"



"그렇지."



"안의 근육이나 살점은 똑같은 것 같으니 껍질이 문제인데 안에 케라틴,아미노산 같은 성분들을 분비해 급속으로 성장 시키는 기관이 있나요?"



"음?"



강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결국 괴뢰의 언령술(言令術)도 결국 용도와 작동 방식이 코딩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 신기한 건 함숫값의 존재가 없다시피 해요. 적을 공격하는 것도 그냥 때리다-(打)단어 하나로 퉁치죠. 하지만 원래 기계는 때리다 라는 단어 안에 팔을 어디까지 들고 무엇을 어느 방향과 각도로 어느 세기로 휘두르는 지를 하나하나 입력해줘야 하는 귀찮은 놈인데..."



원래 사람이란 생물은 자기가 아는 분야가 나오면 괜히 뽐내고 싶어지는 생물이다.



또한, 고작 기계 주제에 수학보다 오컬트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았으니 과학자가 오죽할까.



일 평생을 과학에 매달리며 산 나다.



맨날 뭔 말도 안되는 오컬트적인 현상만 연구하다 그래도 티끝 만큼이나마 숫자가 들어간 술법을 보니 도녕도 흥분했다.




"결국 이 세계도 큰 틀은 숫자와 수학의 법칙을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에너지를 뭉치면 열이 발생하고 하늘을 나는 것도 결국 공기를 밀어 몸을 띄우는 방식이였죠. 분명, 분명 이딴 말도 안되는 현상의 근원에는 수학이 존재해요. 어쩌면! 어쩌면 기(氣)를 포함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미지의 입자, 알파값들을 우리 맘대로 조합하고 쪼개고 뭉칠 수 있다면 이딴 거지같은 중세 시대를 고작 백 년 안에 지구를 뛰어넘는 근미래 문명으로 바꿀 수...!"



'대체 저게 무슨 말이냐!'




강윤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지는 단어들을 해석하려다가 이내 영어가 섞인 괴이한 단어의 나열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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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지옥에 다다르는 길 +3 24.03.31 185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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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혈괴뢰 +3 24.02.01 350 12 12쪽
» 재활 +2 24.01.28 374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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