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7,792
추천수 :
19
글자수 :
927,397

작성
24.07.20 08:57
조회
21
추천
0
글자
12쪽

천하제일미녀 (3)

DUMMY

소이와 문원정의 일행은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대위의 말로 바꿔탄 소이는 말이 달리면 달릴수록 더 달리고 싶어 하는 걸 느꼈다. 그러나 옆을 보니 문원정의 군마가 오히려 소이의 말을 따라오는데 힘에 부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제안했다.


“제가 탄 말이 훨씬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전속력으로 먼저 달릴 테니 따라오세요.“


문원정이 소이에게 외쳤다.


“우리 말도 원나라의 좋은 말로 선별한 것이다. 비록 천리마는 아니지만, 하루에 오백 리를 달리니, 자네는 걱정하지 말고 힘껏 달려도 되네.”


소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차를 가했다. 그러자 소이의 말이 세 사람의 말을 제치고 순식간에 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놀라운 속도를 경험하며 소이가 생각했다.


‘오백리마와 천리마와의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



***


서영은 이십여 명의 정의단 살수들에게 포위당하자 기가 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투력이 있는 소이 대신 싸움에 쓸모없는 노팔룡을 마 대협에게 보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무공을 전혀 못 하는 왕소선과 소칠을 보호해야만 하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서영과 왕소선을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누굴 잡아가야 할지 모르겠으니 두 명 다 생포하도록 해라. 상처 하나라도 입히면 안 된다.”


한 녀석이 자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도 곱상한데다 수염도 나지 않은 걸 보니 남장 여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두목이 창을 든 자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도 수상하니 같이 생포해라.”


그러자 다른 녀석이 제법 생각이 있는 것처럼 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자는 아닐 겁니다. 여인이라기엔 키가 너무 큽니다. 제 생각엔 얼굴을 면사로 가린 여인만 잡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두목이 이미 명령을 내린 이상 부하들은 두목의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아니면 두목의 권위가 점점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목은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나는 이미 명령을 내렸다.”


자호는 허리에 검을 차고 창을 들어 싸울 준비를 마치고 소리쳤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너희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밝혀라!”


그러자 두목이 말했다.


“목소리로 보니 너는 사내가 맞는구나. 보아하니 제법 무공을 익힌 듯한데, 나도 함부로 사람을 죽일 마음이 없으니 지금 투항하면 살려 주마. 단, 우리에게 충성의 맹세를 해야 한다.”

“너희들은 모두 똑같은 헛소리만 하는구나!”


자호는 두목을 향해 창을 겨눴다. 두목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세에 빈틈이 없군. 만만치 않겠어.’


두목은 경계심을 가지고 검을 뽑았다.


서영은 하늘에 뜬 해를 보면서 속으로 시간을 재고 있었다. 소이는 마대위와 만났을 것이고, 벽력신개가 그들의 위험을 감지하고 여기를 향해 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소칠에게 귓속말했다.


“저들은 어제부터 계속 굶었을 거야. 소칠아, 뭔가 방법을 찾아 봐.”

“소이는 출발했겠지?”

“아마도.”

“좋았어. 시간을 끌 방법이 있으니 써 봅시다.”


소칠은 즉석에서 세운 임기응변 계책을 서영에게 속삭였다. 소칠의 계책을 듣고 난 서영이 두 팔을 벌리며 자호와 두목의 사이에 끼어들며 소리쳤다.


“잠깐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우리는 아직 아침을 못 먹었어요. 죽더라도 먹고 나서 죽어야 하는 법! 우리 모두 밥이나 먹고 나서 싸웁시다.”


그녀의 황당한 말에 살수들이 모두 웃었다. 두목이 말했다.


“당장 죽을 녀석들이 목구멍에 밥이 들어가겠어?”


그러나 서영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태연하게 말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했어요. 우리는 곧 죽을 사람이니 아침도 못 먹고 죽게 된다면 억울하고 너무 불쌍하지 않겠어요?”


두목은 면사포만 쓴 여인을 잡자고 주장한 부하를 힐끗 보고는 소리쳤다.


“명령을 바꾸겠다. 면사포 쓴 여인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모두 죽인다.”


두목의 호령에 살수들이 호응하며 함성을 질렀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으나 소칠이 이미 예견한 대로였기에 서영은 당황하지 않고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리 편 한 사람과 당신 쪽 한 사람이 대표로 결투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긴 쪽 주장을 따르기로 합시다. 우리가 이기면 밥을 먼저 먹고 싸우고, 당신네가 이기면 먹고 나서 싸우는 걸로 하죠.”


그녀의 말에 두목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어디서 말장난이지? 우리가 이기면 너희 모두 죽인 후에 밥을 먹겠다. 결투는 검으로 한다.”


‘걸려들었다! 적어도 이제는 협상할 여지가 생겼구나.’


서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 수 없군요. 원하는 대로 하시죠.”


그녀는 자호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반드시 이겨야 해. 시간을 벌면 소이와 문원정이 올 거야.”

“문원정이 누군데?”

“우릴 도와줄 사람. 여봉수의 오른팔.”


천하에 무공이 가장 강한 구패검 여봉수의 오른팔이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자신감이 생긴 자호가 창을 던져 버리고 검을 뽑으며 말했다.


“누가 나를 상대할 테냐?”


그러자 두목이 한 사람을 지목하며 말했다.


“당칠! 네가 저 녀석의 숨통을 끊어라.”


이때, 곡식이 타는 고소한 냄새가 주위에 퍼졌다. 이미 굶주림이 지쳐있던 살수들은 밥 냄새를 맡자 위장이 꿈틀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살수들은 두목의 말에 따르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밥 냄새를 찾는 걸 본 서영은 슬며시 웃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배고파. 공자, 밥은 다 되어가요?”


사실 소칠은 곡식들을 모닥불에 던져 냄새만 피우고 있었다. 서영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거의 다 되어가고 있소. 우리 밥만 준비하면 되는 거요? 아니면 저들 밥도 준비해야 하는 거요?”

“저들의 것은 필요 없어. 배가 별로 고파 보이지 않는걸.”


서영의 말을 듣고 자기들이 먹을 음식이 없는 걸 깨닫자, 당칠은 두목에게 불만을 말했다.


“두목!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오?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계속 굶었는데··· 먹고 나서 싸웁시다. 자꾸 결투부터 하라고 하면 배가 고파서 정말로 질지도 모르겠소.”


두목은 당칠의 반항에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정의단은 임무가 우선이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좋다. 내가 직접 적과 싸우겠다. 싸우고 난 후에 너를 법대로 처벌하겠다.”


두목의 완강한 태도에 서영은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그녀에겐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었다.


소칠의 계략이 물거품이 되었지만, 서영은 여전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왕소선의 면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밥을 먹은 후 우리가 기꺼이 포로가 돼 주겠어요. 대신에 동료들은 살려 주세요.”


왕소선의 면사가 벗겨지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평소 서영은 남장하느라 화장도 안 하고 가꾸지 않아 미모가 많이 가려졌지만 누가 보더라도 미인이었다. 그러나 왕소선은 서영에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그녀는 귀부인답게 곱고 맵시 있게 옷을 입고 곱게 화장까지 하였기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왕소선의 얼굴이 드러나자 살수들은 물론이고 자호나 소칠까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왕소선은 잠시 서영을 째려본 후 정의단 두목을 향해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저희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중이었어요. 여러분도 드실 수 있도록 좀 더 밥을 준비하겠어요. 두목께서는 곧 죽을 우리를 가엽게 여겨 마지막 식사를 허락해 주세요.”


음악을 듣는 듯한 그녀의 말에 취한 두목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 그럽시다.”


서영만 쳐다보느라 미처 왕소선의 얼굴을 보지 못한 노팔룡만 제외하고 자호와 소칠도 왕소선의 얼굴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왕소선이 다시 면사포를 썼고, 서영은 노팔룡과 소칠을 향해 말했다.


“저들이 먹을 밥도 짓도록 하죠.”


노팔룡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서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명운아,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미색에 현혹되는 거냐? 정신 차리고 밥이나 준비해 줘.”


전생의 이름을 듣게 되자, 노팔룡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을 붉히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소칠을 잡아 흔들었다. 그런데도 여전한 소칠을 보고, 노팔룡은 그의 정신을 차리게 할 방법을 생각했다.


‘충효를 중시하는 녀석이니 내가 고조부임을 깨우쳐준다면 정신이 돌아올 거야.’


그는 소칠에게 귓속말했다.


“이놈아! 할애비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


소칠은 노팔룡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문득 깨달았다.


“혹시 이게 미혼술이라는 것인가?”


소칠이 생각에 잠기자 노팔룡이 그를 재촉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소칠이 말했다.


“노대협은 별 느낌이 없었어요?”

“무슨 느낌?”

“아니에요···.”

“싱거운 녀석. 선녀님 말대로 빨리 밥이나 짓자.”


소칠은 노팔룡을 보면서 왕소선의 미혼술에 대해 생각했다.


'노대협은 서영이에게 정신이 팔려서 왕소선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았어. 그래서 나와 달리 미혼술에 걸리지 않았던 거야.'


노팔룡과 소칠이 밥을 지으려 할 때였다. 당칠이 일어나 외쳤다.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으면 저녁이 되어도 식사하지 못하겠군. 여봐라! 우리 솥을 가져와라.”


마침내 네 개의 솥이 준비되자 정의단 살수들은 스스로 모닥불을 피우고 개울의 얼음을 깬 후에 물을 긷고 밥을 하기 시작했다.


구수한 밥 냄새가 올라오자 한 살수가 기분이 좋은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서영은 노래를 들으며 왕소선에게 말했다.


“살수들은 아직도 미혼술에서 풀리지 않았군요. 이들의 최면은 언제 풀려요?”

“용케 알아보셨네요. 그러나 이제 풀릴 시간이에요.”

“최면을 좀 더 연장할 수는 없나요?”


왕소선은 눈웃음을 보이더니 말했다.


“저는 원래 밀교 교주의 딸이었어요. 강호의 미혼술은 자기보다 내공이 약한 자에게만 효과가 있지만, 우리교의 술법은 달라요.”

“잘 됐군요. 우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해요.”


그러나 왕소선이 주저하자 서영이 재촉했다.


“제 말을 이해 못했어요? 두목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우리와 싸우려 할 테니 그 전에 다시 시도해 주세요. 두세 시진만 버틸 수 있다면 문원정이 여기에 올 거예요.”


왕소선은 서영의 말을 듣고 말했다.


“알았어요. 춤과 노래로 해보죠.”


서영은 미소 지으며 왕소선을 격려했다.


“저들 두목은 내공이 강해서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죠.”


왕소선은 노래를 부르는 살수의 곁으로 슬며시 다가가, 그의 노래에 맞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왕소선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게 된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밥을 준비하던 노팔룡은 또다시 정신이 혼미해져 중얼거렸다.


“서영은 선녀님이고 저 여인은 여신님이구나.”


왕소선이 노래를 이어 부르자 노래를 듣던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그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그러나 정의단의 두목은 전부터 노래를 즐기지 않았기에 왕소선의 노래를 듣지 않았다. 그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부하들에게 호통을 쳤으나 당칠이 그를 잡아 앉히며 말했다.


“두목, 진정하고 노래나 더 들읍시다. 내 평생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여인은 보지 못했소. 이번 기회에 우리도 마음을 정화 시키자고요.”


두목은 얼떨결에 왕소선의 노래를 듣게 되었다. 두목으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마음을 누르기는 했지만, 노래를 몇 곡 더 듣는다고 별일이 있겠나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9 최악의 싸움 (2) 24.08.19 19 0 12쪽
138 최악의 싸움 (1) 24.08.18 28 0 13쪽
137 서영의 위기 (3) 24.08.17 23 0 12쪽
136 서영의 위기 (2) 24.08.16 20 0 13쪽
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6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3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5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2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5 0 12쪽
126 하선 24.08.06 20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8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2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4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8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8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9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