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연재수 :
169 회
조회수 :
7,771
추천수 :
19
글자수 :
927,397

작성
24.07.24 07:38
조회
27
추천
0
글자
12쪽

절친결의 (3)

DUMMY

오장이 노팔룡의 위임됨을 모르고 착각하자 소이는 쓴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아주 간단히 말할게요. 그때 오장님에게 돈을 준 노팔룡 대협과 황대칠과 소소구 세 명은 그 일로 부하로부터 내쫓겼어요. 갈 곳이 없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리와 함께 지내기로 했어요. 같이 지내보니 세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이더군요.”


소이의 설명에 오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부신룡과 같은 대인배가 나쁜 사람일 리가 없잖은가? 내가 며칠 지켜보니 황대칠과 소소구도 이상한 면모가 보이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어. 오히려 재능이 넘치는 훌륭한 인재였지.”


말하던 오장이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가락으로 누구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저놈이 왜 여기에 있는 거냐?”

“네?”


소이가 고개를 들어 오장이 가리키는 자를 보니 각중삼이 보였다. 각중삼은 여전히 멍한 얼굴로 혼자 앉아 있었는데, 자신이 여인에게 일 초 만에 패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보였다.


“저 사람은 북명석호 각중삼이라고 해요. 우리를 공격했던 정의단 살수의 두목이라고 하더군요.”


소이의 설명에 오장은 몸을 떨며 말했다.


“저자는 노예군을 처참하게 죽였던 그 무리를 지휘했던 사람이야. 어쩌면 그가 투덜이를 죽였을지도 몰라. 아주 위험하고 무서운 사람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해. 아주 위험하다고.”

“그 정도는 아닌데···.”


소이는 오장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그때 노팔룡과 모광은 마른 나뭇가지 등을 모아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 곁에는 서영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오장과 소이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말없이 그들의 말을 엿듣고 있었던 그녀는 각중삼을 다시 봤다. 노예군은 백성들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집단이었다. 그런 그들을 없앴다면 각중삼은 살수이기 이전에 정의를 수호하는 협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영은 정의단을 미워했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각중삼도 웃긴 사람이네. 본인이 살수면서 노예군을 왜 죽인 거야? 스스로 협객이라고 착각한 건가? 잠깐만··· 엊그제 마을을 초토화한 노예군도 각중삼이 전멸시켰을까?’


이런 생각이 미치자 각중삼도 모광처럼 정의단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중삼은 낮에는 정의단의 활동하다가 밤에는 자신의 정의를 위해 살수로 나서 자경단 노릇을 하는 이중생활을 했다. 그러나 모광의 경우는 오직 상산대협의 은혜가 기억나 정의단에 반하게 된 것이었다.


‘각중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각중삼의 무공이라면 쓸모가 있다. 만일 그가 그녀와 같은 동료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드러났다.


서영이 혼자 웃는 모습을 본 노팔룡이 모광에게 쑥스럽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선녀님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불을 피우고 있던 모광이 그를 향해 말했다.


“미친 거 아니야? 불이나 피워!”

“미쳤다니? 난 대부신룡 노팔룡 대협이야. 앞으로 노대협이라 불러.”

“이봐, 노씨. 불이 안 살았어. 넌, 그렇게 뭐든 대충대충 해서 문제라니까. 잘 좀 해봐.”


둘의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리자 서영은 웃음이 터졌다. 이를 본 노팔룡이 모광에게 말했다.


“모씨, 봐라! 선녀님은 내 얼굴만 봐도 좋은가 봐.”

“헛소리 그만하고 다시 불이나 피워. 불이 꺼졌잖아.”


그때, 마대위가 서영에게 다가와 곁에 앉으며 말했다.


“몸은 좀 어떤가?”

“많이 좋아졌어요.”

“진맥을 좀 해 봐도 좋을까?”


서영이 팔을 내밀자 마대위는 그녀의 기의 흐름을 확인해 보고 말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일이 몇 가지 있어. 후회되는 일을 저지를 때마다 더 나이가 들면 이런 잘못들은 다시 하지 않게 될 거라 믿었어. 하지만 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잘못하게 되는구나···. 내가 너에게 큰 잘못을 했어. 미안하다.”


‘마대협이 내게 미안해할 일은 아닌데···. 당치도 않지.’


서영이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 마대위는 그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평생의 내력을 그녀에게 주입했다. 그 일로 인해 마대위는 평생 모은 내력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서영은 몸속에서 진기를 막던 바위와 같은 내력을 경험했기에 마대위가 쏟아 넣은 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마대위는 크게 희생을 치렀고 그녀는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지금 자세히 마대위의 얼굴을 살펴보니 내공이 줄어서 더 늙어 보였다. 그 순간 백 년 전에 간직했던 기억의 한 조각이 스쳐 지나갔다.


할아버지 얼굴이야.

초유림을 아끼고 무공을 전수하던 그 할아버지.

무공을 배우면서 넘어지고 쓰러질 때마다 걱정하시던 할아버지.


마대위의 얼굴과 할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서영은 할아버지가 기억나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할아버지. 저는 죽지 않아요. 얼마 전에 전국시대에 실전된 내공심결도 구했고, 신선 같은 도사로부터 환약도 받았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단전이 깨졌어. 네겐 기적이 필요해.”

“이미 기적이 벌어졌어요. 고대의 내공심결은 단전이 깨진 사람만이 익힐 수 있어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서영은 마대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흔히들 단전이 깨지면 기가 흩어진다고 하죠. 그런데 저의 경우엔 기가 머물 곳이 없는데도 흩어지지 않고 몰려다니면서 요동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 다행히도 저와 똑같은 증세가 있었던 고인이 남긴 비결을 얻었어요. 비록 일부 글자가 지워졌지만, 이를 완성하면 저는 다시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마대위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 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나도 너를 보면 손녀딸처럼 느껴진단다.”

“할아버지께서는 저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닮으셨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라 부르고 싶어요. 그런데···.”


서영의 표정에서 마대위는 그녀가 할 말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얼른 말했다.


“원하는 것이라도 있느냐?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 주마.”

“혹시 고진국이라는 이름을 아세요?”


마대위는 그 이름을 듣자 안색이 굳어졌다. 서영은 그가 고진국을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역시···.”


서영의 말에 마대위는 마지못해 되물었다.


“그 이름은 어디서 들었느냐?”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마대위는 탄식하였다.


“진국이는 죽었어.”

“네?”

“죽은 내 아들이야.”


죽은 아들이라고? 하지만 고진국은 죽지 않았다. 아마도 둘 사이에는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저는 그를 만났어요.”

“아마도 동명이인이겠지.”


동명이인이라고?

서영은 두 사람이 부자지간이라는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녀가 만났던 고진국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대위는 아들을 버리는 비정한 사람이 아니다.


‘이 두 사람에겐 뭔가 사연이 있어.’


“고진국은 항룡삼권을 알고 있었어요. 그의 실력은 자호보다도 훨씬 뛰어났어요. 과연 동명이인 중에 항룡삼권을 알고 있는 자가 있겠어요? 혹시 외부인에게 권법을 가르쳐 준 적이 있나요?”


마대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일하던 표사들에게 가르쳐 준 일은 있어. 하지만 그들 중에는 고씨 성을 가진 사람도 없었어. 더군다나 내게 배운 자들이 자호처럼 자질이 뛰어난 사람들도 아니었지.”


서영은 고진국이 마대위의 아들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우선 마대위가 왜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드님의 시신을 직접 보았나요?”

“아니. 직접 보지는 못했어. 10년 전에 홍건적 난이 났었는데 북평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의병을 모집한다는 소문을 듣고 진국이는 그때 그 의병에 들어갔어. 나는 아들 셋이 있었지만 둘은 표사로 지내다가 악인에게 죽었고 막내 진국이만 살아남았지. 그래서 걱정이 되어 의병이 된 아들을 찾아갔었어. 대흥산의 싸움 있을 때 장진덕이라는 무인 밑에서 싸우다가 전사하게 되었다고 하더군.”

“누가 말했어요?”

“장진덕에게 들었어.”


노팔룡과 모광은 간신히 모닥불을 살렸다. 주변에 온기가 퍼지기 시작하자, 서영은 모닥불을 쬐면서 말했다.


“그러면 그때 아드님 무덤을 보았나요?”

“내가 대흥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사한 병사들을 모두 묻거나 화장한 후였어. 무덤들이 많았지만 진국이의 무덤을 아는 사람은 없었어. 그래서 나는 화장되었다고 생각했어.”


마대위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서영은 괜히 그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대위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살아 있었다면 왜 내게 연락을 안 했겠어?”

“그도 그렇네요. 그래도 모르니 아직 평원에 있는 그 사람을 수소문해서 만나 보시는 것이 좋겠어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 알려 줘서 고맙구나.”


서영은 망설이다 마대위에게 물었다.


“두 아드님이 악인을 만나 죽었다고 하셨는데 그 악인은 어떻게 되었나요?”

“지금도 잘 먹고 살고 있단다.”

“그 악인이 누구죠?”

“항상 남색 옷을 입는다고 해서 남삼객(藍衫客)이란 별호를 가진, 이름은 묵황(默晃)이라는 자라고 하더군.”


서영은 그자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눈사태로 깔려 귀식대법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을 때 무당의 희지근과 묵황이라는 자가 사대 악인을 구해 돌아간 일이 생각났다.


“남삼객 묵황? 강호 제일의 고수라고 알려진 그 묵황?”


마대위는 잠시 하늘을 보다가 말했다.


“잊어라. 그자를 만나면 모른 척해야 한다. 예전에 내가 그자에게 복수하려고 덤볐지만 삼 초도 버티지 못했어. 사대 악인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놈이니 그자와 싸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구나. 더구나 그자는 항상 정의로움을 내세우는 놈이라 명분도 내세우기 힘들다. 그런 위선을 가진 놈들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힘든 법이야.”


“자식의 복수하려고 그자와 싸운 거예요?”

“그게 우습게 되었어. 나는 그자에게 복수하겠다고 공공연히 무림에 소문을 냈었지.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어. 그러기엔 그놈은 무림인의 신뢰를 받고 있었거든.”


마대위는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자에게 패하고 절벽에서 떨어졌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 그자에게 패배한 날로부터 고대위는 강호에서 죽었다. 나는 세상이 부끄러워 성을 바꾸고 강호에서 은퇴하였어.”


마대위는 탄식하며 계속 말했다.


“묵황에게 계속 복수할 생각을 했으나, 그의 무공은 더 강해졌고 나는 너무 약했어. 이젠 복수는 엄두도 내지 못해.”


서영은 슬그머니 마대위의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 제가 완쾌되고 무공이 강해지면 반드시 묵황을 찾아가 따질게요.”


마대위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무공이 그 정도로 강해지는 날이 아주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그날이 60년 후, 아니··· 백 년 후에 왔으면 좋겠다.”


마대위의 말은 앞으로 백 년 더 살라는 뜻이라 서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반드시 묵황을 죽여 마대위의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묵황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거야. 놈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지.”

“왜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실은 그가 놀라울 정도의 역용술 재주가 있거든. 아마도 신분을 드러낼 때는 반드시 남삼옷을 입고 나타날 거야. 그의 역용술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얼굴도 가짜였어. 그래서 그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 그러니 내 원한은 잊어라. 어차피 너는 그를 찾지도 못할 거야.”


서영은 남삼객 묵황의 얼굴을 모른다. 눈 속에 깔려 있을 때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된다면 바로 알아볼 자신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빙의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9 최악의 싸움 (2) 24.08.19 19 0 12쪽
138 최악의 싸움 (1) 24.08.18 27 0 13쪽
137 서영의 위기 (3) 24.08.17 23 0 12쪽
136 서영의 위기 (2) 24.08.16 20 0 13쪽
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4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8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4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8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 절친결의 (3) 24.07.24 28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9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