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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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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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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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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하선

DUMMY

바람은 북서풍이 불어 배는 강의 하류로 떠내려갔다. 선장이 악에 받쳐 선원들에게 소리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키잡이는 어디 있어? 야! 이 개XX야! 빨리 나오지 못해!”

“돛의 방향을 왼쪽으로 돌리라고 했는데 왜 안 돌린 거야? 돛장 XX는 또 어디에 숨은 거야?”


아무리 좋게 보아도 배는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라도 짐작 수 있었다.


방에 모여 있는 어린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며 안색이 변하자 서영은 선장을 찾아가 물었다.


“배는 괜찮아요?”


그러자 선장이 그녀에게 굽신거리며 반갑게 굴었다.


“아이고, 낭자님! 낭자님 덕분에 우리 모두 살았소. 마대협께서 말씀하시길, 심장이 멈췄다는데 그래도 이렇게 멀쩡해져서 다행이오. 그래, 몸은 좀 어떠신가?”


“내 몸은 원래 튼튼하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금은 배가 더 걱정이네요.”

“선원들과 표사까지 모두 한 마음으로 배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요.”


“이대로 조류를 타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거죠?”

“지금은 배가 바람과 조류에 떠밀려 바다로 나가고 있지만 창양항으로 들어가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창양으로 간다고요? 창양은 고진에서 꽤 먼 지방인데요?”

“그렇소. 창양은 북해 땅에 있소. 아까 내가 욕한 건 이해해 좀 해주시오. 게으른 선원들에겐 욕설은 보약과 같소. 욕을 먹어 줘야 기강이 제대로 서지.”


서영은 배의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내리는 눈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았다.


선장은 그녀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채고 말을 이었다.


“그 작은 배는 여전히 우릴 따라오고 있소. 그러나 낭자는 걱정할 필요가 없소. 저런 작은 배로는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까지는 쫓아 오지 못할 것이오.”


“배의 바닥에 구멍이 났다면서요? 바다 파도를 버틸 수 있을까요?”

“마대협께서 표사들과 함께 물을 퍼내고 계시니 한번 믿어봅시다.”


선장의 말은 맞았다. 큰 대양으로 나오자 작은 배는 강의 하류에서 더 이상 좇아 오지 못했다. 두려워 숨어있던 키잡이와 돛장이 그제야 기어 나왔다.


배가 제대로 해류를 타기 시작했고 순조롭게 파도를 가로질러 나갔다. 조금 더 항해하자 눈보라도 그치고 날씨가 맑아져 구름 하나 없는 하늘도 보이기 시작했다.


배는 새벽 4경이 되어서야 창양항에 도착했다. 선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둘러 항구에 정박할 준비를 했다.


선장이 마대위를 찾았다.


“대협님 덕분에 우리 모두 살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모두 열심히 몸을 움직여 주었기에 가능했소. 오히려 우리가 선장께 감사드리고 싶소.”

“지금은 너무 어두워 무리하게 마차를 배에서 내리려다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해가 뜬 다음에 하선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대위도 선장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경험이 많은 선장이 계셔서 이렇게 무사히 육지에 도착했소. 비록 목적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강과 바다를 무사히 건넜으니 다행이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만일 사고라도 났다면 저는 장진덕 대협에게 맞아 죽었을 겁니다. 출발 전에 장대협이 찾아와서 어찌나 겁을 주던지···. 오금이 저려 혼났습니다.”


그 말에 마대위가 이상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진덕과 나와는 그리 큰 인연이 없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소.”


그러자 선장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배 생활만 사십 년이라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힙니다. 내가 보건대 장대협은 한낭자에게 홀딱 반한 것 같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미모가 빼어난 아가씨니 아직 노총각인 장대협이 당연히 좋아할 만하겠지요.”


마대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진덕과 서영이가 잘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도 없겠지. 장대협은 거칠긴 해도 예를 아는 청년이오.”

“두고 보시죠. 내 말이 맞을 겁니다.”

“선장은 장진덕과 친해 보이오만?”


“나 같은 이가 어찌 장대협과···. 사실 한낭자가 물에 뛰어들었을 때는 내 가슴도 철렁했습니다. 난 이제 죽었다고 생각했읍죠.”


날이 밝자 일행은 창양항에 상륙하여 마차를 정비하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의 성화 때문에 일행은 식사 준비해야만 했다.


배에 있는 동안 아이들은 물을 퍼 나르는 중노동에 시달려 지칠 대로 지쳐서 쉴 수밖에 없었다.


마대위가 서영에게 말했다.


“선장이 말하길 장진덕이 너를 좋아한다고 하더군.”


그러자 서영이 씩 웃어 보이며 봇짐 속에서 초상화를 꺼내 보여줬다.


“네. 알아요. 우리가 좋은 술친구라며 이렇게 그림도 그려 줬어요.”


마대위가 그림을 보더니 말했다.


“무인다운 필치로도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걸 나는 오늘에서야 알았네. 다만 그림이 실물보다 못하니 그게 조금 안타깝구나.”

“할아버지도 농담할 줄 아시네요. 소이의 말로는 우리가 고진항을 뜰 때 고진국이 요동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말했어요.”


마대위가 기쁜 듯 되물었다.


“진국이가 요동에? 정말인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지를 보러 간 것 같아요. 할아버지도 이제 안심하시고 일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셔야죠.”


그러자 마대위는 서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살 만큼 살았으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그보다는 손녀 같은 네가 빨리 건강해져 오래 살게 되야 내가 안심될 것 같다.”


마대위의 말에 그동안 내색은 안 했지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를 참고 있었던 서영은 눈물을 흘리며 마대위를 안았다.


마대위도 서영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죽은 부인이 생각나 눈물이 나왔다.


서로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 갑자기 어색해진 마대위가 조심스럽게 서영과 떨어지며 서영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야. 네 주변에는 자호나 소이, 소칠 같은 천하의 기재들이 내공심결을 연구하고 있어. 게다가 소칠이는 해석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니, 분명 네 병도 곧 고칠 수 있을 거야.”


마대위가 서영의 초상화를 돌려주자 그녀는 초상화를 곱게 말아 봇짐에 다시 갈무리했다.


마대위가 말했다.


“장진덕은 나도 잘 알아. 예전에 대모산에서 오백 명의 마을 청년을 이끌고 오만의 도적들을 무찔렀지. 그가 강호에 나가면 구패검 여봉수나 남삼객 묵황과 비견할 수 있을 거야.”

“장대협이 강호에 출사하지 않았다고요?”

“그래. 그는 진정한 숨은 고수라 할 수 있지.”


강호에 출사한 적이 없는 숨은 고수라고?

그러고 보면 장진덕은 무림에서 흔히 쓰는 별호를 말한 적이 없었다.


“그는 왜 강호에 출사하지 않았을까요?”

“그의 생각을 내가 어찌 알겠어? 그래도 얼마 전에 사천당가의 가주와 의형제가 되었으니 강호에 이름을 떨칠 날도 곧 올 거다.”


멀리서 마대위와 서영이 서로 껴안고 있는 걸 본 소이가 자호에게 말했다.


“저렇게 껴안고 있는 걸 보니 서영 누이와 마대협 사이가 매우 좋아 보이는데요.”

“부인을 잃은 마대협님을 위로해 드린 거겠지.”

“서영 누이가요? 그 정도로 다정한 성격은 아닌데···.”


자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귀가 얇아서 문제야. 또 이상한 소리 들었나 보다.”

“누이가 돈밖에 모른다는 건 아이들 사이에도 소문이 다 났어요. 둘이 처음 만났을 때는 형을 판 적도 있다면서요?”


자호가 당황해 제대로 대꾸하지 못하자 소이가 계속 말을 이었다.


“제갈 공자와 함께 있는 이유도 몸값을 받기 위해서래요. 형은 아무래도 콩깍지가 씌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자호는 소이에게 머리를 쥐어박았다.


“서영이가 얼마나 착한지 넌 아직 모르는구나.”

“콩깍지가 괜히 콩깍지겠어요?”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사대악인이 지금 어디 있는지나 물어봐.”


소이가 벽력신개에게 물어보자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놈의 자식! 감히 우리 유림이를 모욕해? 앞으로 또 그런 생각을 하면 아예 내가 네 몸을 차지해 버리겠다.]


“벽력신개님까지 왜 그러세요? 제가 없는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대체 누가 그따위 생각을 심어 준 거야?]


소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근에 소일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생겨난 건 사실이지만, 친구를 고자질할 수는 없었다.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누이를 의심하지 않을게요.”


[그럼, 지금 자호 앞에서 세 번 외치거라. ‘서영 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다.’라고.]


“서영 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에요.”


그 말을 들은 자호가 말했다.


“갑자기?”

“서영 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에요.”

“왜 그래?”

“서영 누이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에요. 이렇게 말 안 하면 벽력신개가 날 가만두지 않겠대요.”

“벽력신개와 무슨 일 있었어?”


소이가 하소연했다.


“지금까지는 벽력신개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 문제 없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벽력신개가 심통을 내면 제 머리가 두통에 시달리게 되요.”

“뭐? 그게 언제부터야? 혹시 도여운과 만나면서 부터야?”


소이는 자호가 갑자기 도여운을 언급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요.”

“내 말이 맞을걸. 도소협의 비밀을 밝히고 말겠어.”

“이해는 가지 않지만, 저도 도울게요.”

“넌 끼어들지 마. 그보다 벽력신개에게 아까 물은 거나 다시 물어봐.”


잠시 후 소이가 말했다.


“사대악인은 배가 바다로 나간 이후로는 탐지가 안 된대요. 우리랑 거리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게 된 것 같아요.”

“여기는 북해 지역의 동래라는 곳이야. 그런데 소문에는 아직 홍건적 잔당이 남아 있다고 해.”


소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호에게 물었다.


“사대악인이 왜 우리에게 집착하는지 전 정말 모르겠어요.”


자호는 서영과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 이유가 짐작되었다.


“서영이는 그들이 우리한테 뺏을 게 있다고 말했어. 서영이와 너를 납치했을 때 그들이 실패한 데다 죽을 뻔했었지. 최근엔 혈귀마가 불구까지 되었으니 원한에 사무치겠지.”

“그래서 나랑 서영 누이의 목숨을 뺏으려고 쫓아다니고 있는 거군요?”


자호와 소이는 사대악인이 일행인 귀수의 딸 조령이 보물 지도를 갖고 있다고 오해하고 뒤쫓고 있다는 걸 짐작도 하지 못했다. 서영과 도여운만 아는 사실이었다.


갑자기 서영이 소이를 불렀다. 그녀는 소이와 함께 땅바닥에 이 근처 지형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광 사숙이 도소협을 데리고 사냥 갔어요.”

“그래? 둘이 가까워졌나 보네. 잘 됐어.”

“글쎄요. 도소협과 조령 낭자 모두 웬만해선 마음을 트지 않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가까이 지내다 보면 친해 질 거야.”


서영은 지도를 다 그리고 말했다.


“요동의 공손세가가 동래에다 가게 몇 개를 접수했다는 말을 들었어. 공손씨를 위해 곽극달은 동래로 올 거야.”


소이가 화를 냈다.


“곽극달은 관리인데 공손세가의 일을 왜 해요?”

“그는 부패한 관리야. 돈을 벌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사람이지.”


잠시 후, 소이가 말했다.


“곽극달이 가까이 있다고 벽력신개가 말했어요.”

“그를 만나서 좋을 일이 없으니 동래는 들리지 말자. 동래에서 더 가게 되면 북해가 나오는데 사대악인이 여기로 쫓아올 거야. 그러니 북해도 피해서 남쪽인 성양으로 방향을 잡도록 하자. 성양을 넘어가면 합비는 금세 갈 수 있으니까. 너는 마대협한테 이 경로를 말씀드리고, 조령을 불러 줘.”


잠시 후 조령이 오자 서영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여기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알아요.”

“그런데, 네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었어. 혹시 우리와 함께 있는 게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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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2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4 0 12쪽
» 하선 24.08.06 20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8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4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8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8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9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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