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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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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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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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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시와 싸우다

DUMMY

서영과 각중삼의 대화를 듣던 장진덕이 두 사람을 말렸다.


”동문 간에 다투면 안 되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부 갈등은 외부인이 없는 데서 푸는 게 좋겠소.“


스스로 외부인이라 칭한 장진덕은 각중삼에게 두 손을 들어 올려 예를 보이며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소. 각형제도 나와 함께 강시를 잡으러 가지 않겠소? 그러자면 술 항아리가 더 있어야 하는데, 곤란하게 되었군.“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엔 각형이 양보하시오. 지금은 가진 돈이 더 없어 술을 살 수가 없소. 다음 기회에 한잔합시다.“


서영이 각중삼에게 귓속말했다.


”저 사람이 말하는 잔은 세숫대야예요. 사형이 그 잔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각중삼은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장진덕이 감탄하며 말했다.


”흔쾌히 양보하는 걸 보니 당신은 분명 대장부임이 틀림없소.“


그는 서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말에 항아리를 들고 타다가 술을 쏟으면 낭패니 걸어서 갑시다.“

”여기서 여기 멀어요?“

“아니,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


***


그러나 공동묘지는 상당히 멀었다.


장진덕의 속도는 너무도 빨랐다. 경공에 자신이 있던 서영도 간신히 쫓아갔다. 그는 가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잘 쫒아오고 있는 서영을 보고 감탄했다. 그렇게 한 시진을 달리자 드디어 공동묘지가 보였다.


장진덕은 횃불을 밝힌 후, 항아리의 봉인을 풀며 너스레 떨었다.


”아직 강시가 안보이니 그동안 술이나 마시며 기다리지.“


그는 항아리 주둥이에 입을 대고 술을 콸콸 쏟아부은 후에 소매로 입을 닦으며 술맛에 감탄했다.


”분위기가 이상해서 그런가? 술 맛이 훌륭해!“


그는 술항아리를 서영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추우니까 마셔둬. 독주라서 많이 마시면 취할지도 몰라.“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영도 입에 쏟아붓자 장진덕이 깜짝 놀랐다.


”역시 주유별장이로군. 내가 별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었지.“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술독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술이 절반도 남지 않자 장진덕은 강시를 상대하기 전에 독주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살짝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자존심에 서영에게 그런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서영과 함께 마시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장진덕은 술독을 흔들어 본 후 옆으로 치우며 서영에게 말했다.


”나머지 술은 쓸데가 있으니, 이제 강시나 기다리지.“

”지금까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허탕 치는 게 아닐까요?“


그 순간 그는 벌떡 일어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낭자는 내공이 없으니 내 뒤에 있으면 안전할 거야.“


서영은 그의 말에 놀랐지만 장진덕이 상대방의 내공을 감지하는 능력이 비상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단전이 깨진 이후로 내공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장진덕을 향해 뛰어들었다. 속도는 빨랐지만 경직된 움직임으로 볼 때 강시인 듯했다.


강시는 녹슨 검을 휘두르며 장진덕을 공격했다. 하지만 장진덕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간신히 강시의 공격을 피했다. 장진덕은 위기를 넘기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장진덕이 휘두르는 주먹이 정통으로 강시의 얼굴을 강타했다. 강시의 얼굴이 크게 함몰되었지만, 강시는 다시는 죽을 수 없는 시체였다. 얼굴 반쪽이 찌그러진 강시가 지칠 줄 모르고 검을 휘두르며 장진덕을 위협했다.


이 모습에 장진덕도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을 뱄었다.


“감히 내 주먹을 버텨? 그럼,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장진덕이 발길질하자 강시의 왼쪽 어깨가 부서져 나갔다. 강시는 음산한 소리를 내며 다시 달려들었고, 강시가 쥔 녹슨 검은 장진덕의 가슴을 향해 찔러왔다.


장진덕은 검을 피하며 술독으로 강시를 내리쳤다. 술 항아리와 함께 강시의 머리도 박살이 났다. 독한 술 냄새와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싸움을 구경하던 서영은 지금이 기회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바닥에 꽂아둔 횃불을 들어 강시를 향해 던졌다.


독주에 젖은 강시의 몸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불덩어리가 된 강시는 서영에게 달려들었다.


서영은 고가검을 뽑아 순식간에 강시의 팔다리를 모두 베어버렸다. 땅에 떨어진 강시의 몸은 불에 타면서도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 불타던 강시는 곧 재로 변했다.


장진덕은 서영의 검술에 감탄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


“쥐새끼가 있었군! 어서 나오지 못해!”


서영이 주위를 둘러보니 저 멀리서 혈시마가 절뚝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장진덕은 도망가는 혈시마를 보며 투덜거렸다.


“독주가 확실히 독하긴 하군. 취하지만 않았어도 저 쥐새끼를 잡는 건데.”


서영은 취해 비틀거리는 장진덕을 부축하며 달랬다.


“저자는 혈시마라는 자예요. 나중에 내가 죽일 생각이니 대협은 신경 쓰지 마세요.”

“낭자가 왜 그를 죽여?”

“그자에게 갚아야 할 채무가 있어요.”

“그래? 빚이 있으면 당연히 갚아야지.”


***


새벽이 다 되어서야 천막에 돌아와 보니 곽극달을 만나러 나간 마대위와 소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서영은 자호를 불렀다.


“어제 낮에 고진항에 가서 곽극달을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닌지 걱정이야.”

“마대협님은 무공이 높은데 별일이야 있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


서영이 계속 걱정하는 걸 본 모광은 마대위를 찾기 위해 고진항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진덕이 마대위의 천막을 찾아왔다. 소년 표사 소오가 물었다.


“누구세요? 여기엔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꼬마야, 비켜라.”

“전 꼬마가 아녜요. 용건이나 말하세요.”

“얘야, 난 한낭자를 만나러 왔다. 지금 어디에 있지?”


소오가 그를 서영의 천막으로 안내했지만, 그는 고맙단 말도 하나 없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서영은 붓을 꺼내 동굴 속의 훼손된 글자를 추측하며 몇 구절을 적고 있었다. 장진덕은 서영을 보자 기뻐하며 소리쳤다.


“한낭자. 술친구가 찾아왔네.”


서영도 반가워하며 그를 상석으로 안내했다.


장진덕은 그녀가 쓴 글을 들어 올리며 탄복했다.


“글을 참 잘 쓰는군. 재주가 많아.”


그러나 종이에 쓰여진 글을 보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뭘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치에 맞지 않으니 여기 쓴 글들은 모두 엉터리 야.”


그는 글이 적힌 종이를 옆으로 치우고 새 종이를 펼치며 말했다.


“술을 함께 마실까 해서 왔는데 붓을 보다 보니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오늘은 천하절색 한낭자를 그려 볼까?”

“사람을 앞에 두고 놀리지 마세요.”


장진덕은 웃으며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물었다.


“합비로 간다면서?”

“네.”

“위험해. 가지 마.”

“뭐가 위험한데요?”

“동마교의 광명우사로 있는 맹조덕이 녹림군을 이끌고 태산과 합비를 쓸어 버리겠다고 난리야. 작년에 안휘성을 피바다로 만들고도 부족했나 봐.”

“그래도 저는 계약 때문에 가야 해요.”

“내 의형이 그 일 때문에 공백규를 찾아갔어.”


서영은 장진덕의 의형이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유헌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사천의 변괴에 관해 듣고 싶었기에 당유헌과 만나고 싶었다.


“당 가주님이 멀리 가셨으니 그분과는 만나지 못하겠군요.”

“응. 당분간은 그럴 거야.”

“혹시 사천의 변괴에 대해 아세요?”


장진덕은 잠시 서영의 얼굴을 보다가 다시 그림을 그려 나갔다.


“난, 얼마 전에 그분을 만나 의형제를 맺었어. 그때 사천의 일을 듣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 일은 내 형님에게 직접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고진국은 어떻게 아세요?”

“내 아우이자 친구야. 형님을 모시고 떠났는데 마대협이 그를 찾는다는 말이 있어서 돌아오라고 전서구를 보냈어."

”그럼, 곧 돌아오겠군요.“

”이미 도착했을 거야.“


장진덕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부하들에게도 이렇게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나요?”

“감히 내 앞에서 움직이는 부하는 없지.”

“술은 매일 마셔요?”

“말이 참 많구나. 지금 네 입을 그리는 중이야.”


잠시 후 그가 붓을 놓았다. 그 앞에는 서영보다 더 예쁜 여인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


장진덕이 돌아간 후 소이가 혼자 돌아왔다. 소이는 어깨가 축 처져 힘이 없어 보였고, 그녀를 보자 그간의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곽극달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가 슬픈 소식을 전해 왔어요.”

“무슨 소식인데?”

“일전에 마대협님 부인께서 크게 아픈 후 돌아가셨데요. 마대협님은 크게 상심하던 차에 고진국이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았어요.”


서영은 마대위가 너무 걱정되었다. 그래도 고진국을 만나 봤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고진국이 아들이 맞지?”

“네. 막내아들이라고 하더군요. 10년 전에 전사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대요.”

“그래도 아들을 찾게 되어서 다행이야. 고진국도 우리와 함께 떠나면 되겠네.”


소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왜? 같이 못 가겠데?”

“그게 아니라, 마대협님과 고진국이 크게 싸웠어요. 고진국은 자기 형님들이 죽은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라면서 화를 많이 냈어요. 저는 부자 상봉 자리에서 칼부림이 나는 거 아닐까 생각했어요.”


서영은 그 말을 듣고서야 10년이 지나도록 고진국이 집에 연락을 안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모친이 돌아가셨고 이제 그에게는 부친밖에 없었다. 부자간에 화해하지 않으면 고진국은 분명 두고두고 후회할 거다. 더군다나 홀로 남은 마대위도 더 빨리 늙어가겠지.


“이러라고 서로 만나 보라고 한 건 아닌데···.”

“그러게요. 하지만, 고진국도 모친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나 봐요. 당장이라도 양평으로 떠나야겠다고 했어요. 무덤이라도 보겠다고 하면서요.”


“마대협은 지금 어디 계셔? 어디서 혼자 울고 계신 거 아냐?”

“아뇨. 배편을 알아보셨는데, 내일 정오에 출발하기로 계약했어요.”

“그 와중에 배편을 알아봤다고?”

“빨리 제갈세가에 표물을 전하고 고당으로 오시겠대요. 이젠 평생을 아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하셨어요.”


서영은 소이에게 속삭였다.


“내가 곽극달에게 물어 본건 어떻게 되었어?”

“산적 마전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해요.”

“그것 말고 내가 은밀히 전하라던 서신은 전해줬어?”

“그가 그걸 보고 막 찢으면서 누이보고 직접 찾아오래요.”


서영은 실망하며 탄식했다.


“그 인간이 나를 살인범으로 몰려고 아예 작정했구나. 내 그럴 줄 알았어. 가서 애들에게 출발 시간을 알려줘.”


소이가 서영의 말을 듣고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자, 서영은 말했다.


“왜?”

“사대악인이 모두 고진항에 모여들고 있어요. 이대로 있으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언제쯤 도착할 것 같아?”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도착할 것 같아요. 최악의 경우 그자들이 우리와 같은 배에 타게되면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격이 되겠죠.”


소이는 말을 하다가 장진덕이 그린 그림을 보고 감탄했다.


“정말 잘 그렸네요. 누이와 똑같아요. 이젠 그림도 그려요?”

“무슨 소리야. 장대협이 그린 거야.”

“장대협이 그림도 그려요?”

“그러고 보니 장대협과 너는 어딘가 많이 닮았네?”

“여태까지 겪은 그분을 보면 하나도 안 닮은 것 같은데요?”

“겉보기와 다른 사람도 많아.”


소이는 잠시 서영을 보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하긴, 누이도 겉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긴 하죠.”

“내가 겉과 속이 다르다고?”


소이가 자기 팔뚝을 들어 올려 알통을 만들어 보였다.


“아뇨. 힘이요. 힘. 괴력.”

“그건 타고난 거지.”


소이가 밖으로 나가자 서영은 초상화를 곱게 말아 그녀의 봇짐에 넣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장진덕이 왜 자신에게 초상화를 그려 줬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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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4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 강시와 싸우다 24.08.04 28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7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9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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