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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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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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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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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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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결의 (4)

DUMMY


몇 개의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그러자 동년배들끼리 각자 모여서 추위를 달래며 불의 온기를 즐겼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노팔룡, 모광, 황대칠, 소소구 등은 마대위와 서영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불을 쬐면서 추위에 언 몸을 녹이며 근처로 사냥 간 자호와 소일, 소오를 기다렸고, 아이들은 모닥불에 솥을 올려놓고 물과 죽을 끓였다.


노팔룡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황대칠과 소소구에게 명령을 내렸다.


“황씨는 저쪽에 앉아 있는 소이와 오장을 불러오고, 소씨는 저기 서 있는 각중삼을 데려와라. 세 사람 다 얼굴이 말이 아니네.”


잠시 후 소이와 오장은 금방 왔지만 어쩐 일인지 소소구는 돌아오지 않고 각중삼의 옆에 앉아 있었다. 노팔룡이 황대칠에게 말했다.


“소씨가 설득하러 갔다가 설득당한 모양이야. 네가 가서 데려오는 게 좋겠어.”


잠시 후 황대칠이 소소구와 함께 각중삼을 억지로 끌고 온 후 말했다.


“이제 황소뿔이 다 모였소.”


그러자 소소구가 말했다.


“황소뿔이 아니라 노황소뿔이지.”


소이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 그 뜻을 묻자 소소구가 대답했다.


“노팔룡, 황대칠, 소소구, 각중삼이 모였으니 노황소뿔이 모인 거지. 각중삼의 각(角)은 뿔이니까. 물론, 팔칠구삼이라 불러도 좋아. 내가 각중삼에게 나이를 물어봤더니 우리 네 명이 모두 나이가 똑같더군. 그래서 우린 동갑내기 친구가 된 거지.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 1일 차야. 비록 1일 차라도 남들이 말하는 절친 사이지.”


소소구는 황대칠과 노팔룡에게 말했다.


“우리 셋은 이미 함께 살고 함께 죽는 사이라고 생각해. 나는 각중삼과 같은 사이가 되었으니 우리 넷은 이제 공동운명체가 된 거지.”


황대칠이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팔룡이 작심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동년에 태어난 우리 네 명은 이제 친구 1일 차를 기념하여 동년 동월 동일에 죽기를 희망하노라.”


각중삼은 갑작스러운 괴상한 선언에 웃음이 터졌다. 소소구가 각중삼을 보며 말했다.


“자네도 웃을 줄 아나?”

“나도 어릴 때는 치기 어린 소리를 많이 했었지.”

“우리는 진심이라고. 치기 어린 소리가 아니라는 걸 자네도 곧 알게 될 걸세.”


그때 황대칠이 오장에게 물었다.


“다들 오장이라고 하던데 당신 성이 오씨요?”


그러자 오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흑산적 병졸로 있을 때 오장 직을 맡다 보니 그렇게 부르게 된 것뿐이오. 내 원래 이름은 손오청(孫五淸)이라 하오.”

“이름에도 오(五)자가 있네! 그러면 ‘팔칠구삼오’라고 해야 하나?”


소소구가 황대칠을 말리며 오장을 향해 말했다.


“오장은 나이가 어떻게 되오?”

“올해로 나이가 서른둘이오.”

“이런! 우리보다 나이가 많네!”


소소구는 오장의 나이가 많은 것이 불만인 듯했으나 황대칠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뭐가 문제야? 순서를 바꿔서 ‘오팔칠구삼’으로 하면 되지. 아무래도 난 천재인가 봐.”


각중삼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왜 나는 항상 맨 뒤가 되는 거요?”


이에 소소구가 대답했다.


“우리랑 합류가 제일 늦었으니까 그게 당연하지.”

“순서는 무공수위로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니오?”


이에 황대칠이 말을 받아쳤다.


“그깟 무공수위가 뭔 대수라고! 잘 모르나 본데 여기 이 사람이 대부신룡 노팔룡 대협, 나는 황대칠 대협, 그리고 이 옆이 소소구 대협이야. 명성으로 따져도 자네가 가장 막내가 될 수밖에 없잖은가?”


소소구가 오장을 가리키며 말을 받았다.


“이분은 오장 손오청 대협이야. 천하의 대부신룡도 오장 뒤에 있으니 너무 불만 품지 마시게.”


그러자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그날 이후부터 그들은 오장을 오장 손오청 대협이라 불렀다.


소이는 자기 상관이었던 오장이 존중받는 게 맘에 들었다.


“오장 손대협님! 오장님과 몇 달이나 같이 지냈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진짜 이름을 알게 되었네요.”


오장이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대협은 무슨 얼어 죽을 대협이야? 나는 평범한 아저씨에 불과한데···.”


그러자 황대칠이 말했다.


“우리 동갑내기 중에는 대부신룡도 있고 북명석호도 있지. 예로부터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손대협도 비범하다고 봐야지.”

“동갑은 무슨. 내 나이가 얼마인데···.”


황대칠이 얼른 그의 말을 가로채 말했다.


“서른둘이지. 설마 자네만 의리 없게 늙은이 노릇 하려는 건 아니겠지?”


노팔룡이 옆에서 대답했다.


“설마 그러겠어? 친구 사이에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어? 오늘 이 순간부터 우리 다섯은 동갑이야. 오장 손대협은 오늘부터 우리랑 같이 서른 살이 된 거네. 오장의 오(伍)는 다섯이 한 조가 된다면서? 마침 우리도 다섯이니 오장을 우리 오(伍)의 대장으로 추대하지. 이 존귀한 대부신룡의 말이니 모두 수긍하리라 믿어.”


잠자코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서영이 느닷없이 한마디 했다.


“의형제 결의가 아니라 절친결의(切親結義)가 되었네요.”


이제야 이들의 나이를 알게 된 소이가 중얼거렸다.


“노대협은 연세가 사십이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서른 살이었구나···. 비밀이 하나씩 풀리고 있어.”


그 말을 들은 노팔룡이 소이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겨우 삼십? 흥! 내가 너보다 밥을 몇 그릇이나 더 먹었는지 알아?”


소소구가 웃었다.


“아니. 밥 대신 술만 마시던 사람이 무슨 소리야. 소이가 밥을 얼마나 먹는지 알기나 해? 아마 소이가 먹은 밥그릇이 더 많을걸?”


노팔룡은 소소구의 반론에 대꾸하지 않고 소이에게 말했다.


“내가 절친결의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오늘 천기누설하고 말았어. 벽에도 귀가 있는 법이니 너는 앞으로 어디에서도 내 나이를 밝히지 마라.”


이때 사냥을 마치고 자호와 소일, 소오가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그들은 토끼 두 마리와 스라소니, 꿩 세 마리를 잡아 왔다. 잡아 온 사냥감들을 살펴본 서영이 빈정댔다.


“쥐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만 잡아 온 거야? 이걸 누구 코에 붙이지?”



***


서영은 평원 땅을 향해 마차를 몰며 옆에 앉은 모광에게 물었다.


“아직도 왕소선을 생각해요? 올라갈 나무를 쳐다보셔야죠!”

“언제부터 알았어?”

“물론 왕소선이 예쁘지만···. 모사형! 그러다 여봉수에게 맞아 죽어요.”


“사람을 이상하게 모네? 나는 왕소선을 좋아서 생각한 게 아니라 그녀의 능력이 궁금한 거야.”

“무슨 능력?”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은 누구나 그녀에게 홀렸거든. 사실 나는 그 능력이 부러워.”


“그런 능력은 가져서 뭐 하려고?”

“뭐하긴? 그 능력이 있다면 세상 여인들이 모두 나를 좋아할 게 아니겠어?”

“모사형은 불가능해요. 우선 바탕이 매우 부족해요. 그것도 엄청 많이···.”

“무슨 말이야?”


서영은 모광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굴이 부족하단 말이에요.”

“나? 이 정도만 괜찮지 않아?”

“아니요. 전혀 동의가 안 되네요.”

“날 못생겼다는 말은 처음 듣네.”

“자호와 비교하면 어때요?”


모광은 끝까지 인정하기 싫어 말했다.


“자호는 예쁜 얼굴인 거지. 보통의 여인들은 나를 보고 잘생겼다고 해. 인가에 도착하면 증명하겠네.”


서영은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했으면 미혼술이 필요할 일이 없잖아요. 어차피 최면 걸리듯 다 넘어갔을 텐데.”


모광이 서영에게 말했다.


“장문인. 내 얼굴을 똑바로 봐.”


모광의 말대로 서영이 그를 바라보자 그가 중얼거렸다.


“장문인은 나에게 빠져든다. 나에게 빠져든다. 빠져든다···.”


서영은 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모광을 쳐다보았다.


“그렇지! 잘한다. 넌 나에게 빠져···.”


모광은 말도 다 마치지 못한 채 마차에서 떨어졌다.


“이런. 인정사정없이 발로 차네.”


마침 곁을 지나던 노팔룡이 웃으며 모광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광을 자신이 탄 말에 끌어 올려주며 노팔룡이 말했다.


“내가 선녀님 곁에 앉을 테니 자넨 이 말이나 몰게.”


노팔룡은 순식간에 서영의 마차 위로 뛰어 올라가서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선녀님, 안녕!”


서영은 그런 노팔룡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노팔룡이 말했다.


“혹시 자석 알아? 자석. 사람들은 지남철이라고도 하지.”


서영은 여전히 말없이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선녀님, 자석에는 극이 있어. 같은 극끼리는 밀쳐내고 다른 극끼리 만나면 서로 끌어당기지. 자호의 말로는 사람에겐 누구나 몸에 자석이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어떤 이들과는 서로 끌어당기고 어떤 이들과는 서로 밀친다고 했어.”


그제야 서영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노대협이 말하고 싶은 말은 남자와 여자는 서로 끌리고, 같은 동성끼리는 서로 밀친다는 거예요?”


노팔룡은 웃음을 터뜨렸다.


“자호 같은 숙맥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주변머리가 있었어? 내가 자호라면 선녀님께 온갖 달콤한 말로···.”


서영이 갑자기 노팔룡에게 술병을 내밀었다.


“술이에요.”

“뭐? 술? 역시 선녀님이 최고야. 잘 마실게.”


노팔룡은 술병을 입에 대고 마시더니 입가를 훔쳤다.


“무릇 사내라면 큰 포부를 가져야지. 내 말이 틀려?”

“남자들은 좋겠어요. 포부도 가질 수 있고.”


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노팔룡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생각하니 그럼 서영은 여인이라 포부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되는 게 아닌가.


“어? 삐졌어? 괜찮아. 선녀님은 사내들 보다 훨씬···.”

“훨씬 뭐요?”

“훨씬··· 훨씬···”


노팔룡은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처음엔 ‘훨씬 힘이 세다’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술을 들이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술맛 좋네. 선녀님도 한 모금 드시겠소?”


서영은 그가 건넨 술병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노대협, 내가 사내였으면 지금처럼 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그럼. 선녀님은 황제가 되어야 마땅하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부가 아니야. 진심이야.”


서영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러니까 자호가 남녀 간의 일을 자석에 비유해 말했단 말이죠?”


그녀의 말에 노팔룡이 놀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자호는 지남철의 원리만 말했어. 자호 같은 숙맥이 뭘 안다고 남녀 간의 일을 말하겠어. 자호의 머릿속엔 내공 생각밖에 없어.”


서영은 노팔룡의 말을 듣다 깨달았다.


“그렇다면, 자호가 말한 게 내공 심결 해석인 거예요? 어디 말 좀 해봐요.”


노팔룡은 서영의 손에서 술병을 빼앗으며 말했다.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들은 대로 읊어볼게. 기와 기가 충돌하며 서로 밀치는 것이 기본인데 어떤 경우엔 기가 기를 끌어당기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노팔룡이 술을 마시려고 했지만, 술은 몇 방울 남지 않았다.


“술이 떨어졌네? 그렇게 물어도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나는 그저 앵무새지. 앵무새!”


노팔룡은 우스꽝스럽게 두 팔을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더니 말을 이었다.


“꼬꼬댁 꼬꼬··· 봤지? 앵무새! 이제부터 마저 읊을 테니 귀 씻고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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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8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3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7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0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7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8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7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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