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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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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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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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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2)

DUMMY

서영이 새 구덩이를 파라고 한 장소에는 커다란 받침돌이 없는 고인돌이 놓여있었다. 서영은 고인돌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이 아래에도 해골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럼 정말 기분 나빠질 것 같아.”

“몇 천 년이 지난 해골이 지금까지 남아 있겠어? 게다가 돌이 아주 크니까 사람들이 쉽사리 들어 올리지 못할 거야. 네가 바위를 잠깐 들고 있으면 그사이에 내가 땅을 파서 상자를 집어넣을게.”


서영이 웃었다.


“내가 없을 때는 어떻게 꺼낼 건데?”


자호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가 없는데 금괴가 다 무슨 소용이야?”

“좋아. 내가 바위를 들어 올리면 얼른 묻어.”


자호의 말대로 그녀가 돌을 들어 올리자 자호는 그 밑을 파서 상자를 묻었다. 그녀가 다시 돌을 내려놓자 고인돌은 처음부터 움직인 적이 없는 것처럼 티가 나지 않았다.


서영은 봇짐에 금괴를 넣으며 말했다.


“감쪽같네. 나중에 내가 없어도 소소구와 함께라면 꺼내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서영은 평소에도 자신이 죽는다고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그녀가 죽을지 모른다는 말을 두 번이나 언급하자 자호는 마음이 아팠다.


’서영이 약한 소리를 하는 건 귀수 조연이 죽은 후부터야. 빨리 장례를 치르고 한가한 곳으로 가서 내공 심결을 완성해야만 해.‘


동쪽에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서영은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말했다.


“어떤 자가 황금을 숨겨뒀을까?”


그러자 자호가 대답했다.


“마전이 잃어버린 금이란걸 알잖아.”

“어? 알고 있었어?”

“아니. 몰랐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뻔한 일이지. 도여운과 귀수는 도둑이면서 서로 아는 사이였고 요동에도 간 적이 있지. 너는 두 사람과 만나면서 황금의 위치를 알게 되었어. 비록 마전의 금인 걸 입증은 못 하겠지만 그 방법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아.”


서영은 금괴가 들어있는 봇짐을 자호에게 던지며 말했다.


“넌 묘지 자리 좀 정리해 둬. 나는 내려가서 관을 모시고 올게.”


그녀는 자호의 대답도 안 듣고 쏜살같이 뛰어 달려갔다.


자호가 귀수의 관을 묻을 자리를 정리하고 쉬고 있고 있는데 소이가 등에 관을 짊어지고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 뒤로 조령이 따라왔다.


소이가 관을 내려놓자 자호가 물었다.


“서영이는?”

“도소협과 함께 장 보고 오겠다고 했어요.”

“여기를 용케 찾았네?”

“제가 찾았겠어요? 벽력신개가 알려줬어요.”


서영과 도여운이 도착하자, 그들은 관을 묻은 후 슬프게 울고 있는 조령을 위로했다.


장에서 구해 온 술과 음식으로 제사를 지냈다. 서영이 죽은 자를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조령은 겨우 멈췄던 눈물을 다시 흘리며 통곡하였다.


***


그 후 며칠 동안 도여운은 산을 몇 번이나 오르락거렸다.


산에서 다녀온 도여운은 가끔씩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한숨을 내 쉬기도 했다. 조령은 도여운이 자신의 아버지 무덤을 다녀왔다고 생각하며 고마워했다.


반면 서영은 그의 속셈을 꿰뚫고 있었다.


‘백날 산을 올라도 너는 황금을 찾지 못 할 거야.’


서영은 도여운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스승이라는 놈이 죽어가면서도 내게 거짓말했군. 도둑놈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그녀는 그의 말을 들은 후에야 그가 황금을 포기했다고 확신했다.


***


귀수 조연의 장례를 치른 지도 5일이 지났다. 마대위가 이끄는 소년 표사들은 천막을 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표사들은 모두 천진난만한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은 구김살이 없었다. 하지만 걸친 옷이 남루하고 더러우며 대부분 아이들은 추워서 벌벌 떨었고, 이를 보게 된 서영은 한숨을 쉬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서는 각중삼과 모광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영은 두 사람을 내보냈고 혼자가 되었다.


그녀는 봇짐 속에서 금괴 하나를 꺼내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이걸 어떻게 쪼개지?”


그녀는 고가검을 뽑았으나 검날이 상할 것이 걱정되어 도로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황금을 반으로 쪼개보았다. 그러나 황금은 깨끗하게 절단 되지 않았다.


다시 고가검을 꺼내 황금을 슬쩍 잘라 보니 깨끗하게 잘린다. 그녀는 마대위가 준 고가검에 감탄하며 황금을 쪼개기 시작했다.


그녀는 금괴를 100개의 조각으로 나누고 그 중의 절반을 봇짐에 다시 집어넣고 나머지 절반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후 그 위를 천으로 덮어 가렸다. 그리고는 오팔칠구삼과 조령을 불렀다.


“날씨가 추운데 표사들이 아직 어린데 너무 춥게 입고 있어서 병에 날까 걱정이 되네요.”


각중삼이 말했다.


“그럼 우리가 뭘 하면 좋겠소? 곡식이라도 조금 팔아 애들 옷이라도 마련해주면 어떻겠소?”


소소구가 반대했다.


“무턱대고 식량을 팔다간 나중에 우리가 먹을 음식도 없게 될 거야. 차라리 관가의 창고를 터는 건 어떨까?”


모광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안될 말일세. 관가를 지키는 전양국의 무공은 조기룡 대협과 쌍벽을 이룬다고 들었네. 만일 발각이라도 된다면 뼈도 추리지 못할 거야.”


서영이 탁자에 덮어둔 천을 젖혀버렸다. 탁자 위의 황금 조각들을 본 사람들은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거 황금 맞소?”

“설마 진짜 금이겠어?”

“아니야. 금이 맞는 것 같아.”

“금이 원래 이렇게 빛났나?”


황대칠이 실실 웃으며 서영에게 물었다.


“선녀님, 이런 좋은걸 어디서 훔쳤어? 어딘지 말해주면 내가 소소구를 데려가서 싹 쓸어 올게.”


서영이 말했다.


“알려고 하지 마세요.”

“왜?”

“내가 그동안 모은 거니까요. 여기 있는 남자들은 사내아이들을 데려가 깨끗하게 씻기고 밥도 먹이고 새 옷도 사 입혀 주세요. 조령 낭자는 나와 함께 여자아이들을 챙기기로 하죠.”


그들을 내보낸 후 서영은 소이를 불러 함께 마대위를 찾아갔다.


“할아버지, 곽극달 현위가 고진항에 있어요. 그를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마대위가 말렸다.


“그를 만나 좋을 게 하나도 없을 듯하구나. 나야 공손가에게 보고할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그를 만나야 하지만, 너와 자호는 현상범인데 그와 부딪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구나.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가 슬쩍 알아봐 주마.”


“그럼 산적 마전을 사로잡았는지만 확인 좀 해주세요.”


마대위의 천막에서 나온 서영은 조령과 함께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마을로 출발했다.


여자아이들은 모두 세 명이었고 나이가 매우 어렸다. 서영과 조령은 마을의 객잔에서 아이들의 몸을 씻겨주고 새 옷을 구해와 입혀주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둘은 마음이 흐뭇했다. 이때 각중삼이 말끔해진 모습으로 새 옷을 입은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객잔으로 들어왔다. 각중삼과 아이들은 서영의 일행을 알아보고 그녀의 옆 탁자로 가서 앉았다. 각중삼의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음식을 주문한 후 각중삼이 서영에게 말했다.


“장문인께서 애들을 모두 돌봐 주시오. 나는 잠시 할 일이 있소.”


서영은 각중삼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만큼 그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무슨 일 있어요?”


각중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음식이 나왔는데도 젓가락을 든 채 멍하니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답답해진 서영은 그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어디 아파요? 혹시 배탈이라도 난 거예요?”

“배탈은 무슨.”

“근데 왜 못 먹고 있어요?”

“오늘 밤, 꼭 해치워야 할 자가 있소.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생각 중이라 그렇소.”

“버거운 상대예요?”

“아마도. 실은 처음 상대해 보는 자요.”


각중삼은 정의단에서도 호법이 될 정도로 무공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걱정할 정도의 상대라면 보통의 적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영은 말했다.


“원한? 치정?”

“그자에게 개인적인 원한 따위는 없소. 다만, 그자가 밤마다 사람을 헤친다는 말을 들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소.”

“별일 아니었네.”


서영이 가볍게 여기자 각중삼이 말했다.


“무차별로 사람을 죽이는 자요. 그런 놈을 어찌 그대로 둔단 말이오?”


서영은 그가 정의단의 살수로 있으면서도 악행을 저지른 노예군을 없앴던 일이 생각났다.


‘각중삼도 자호처럼 정의감만 넘치는군. 이런 식으로 살다간 언제 비명횡사 당해도 이상하지 않겠어.’


서영은 종업원을 불러 술을 한 병 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술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각중삼과 술 한잔 나누고 싶어졌다.


술이 나오자 서영은 각중삼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그자를 봤어요?”

“아니.”

“보지도 않은 자를 어떻게 알고 상대하겠다는 거예요?”

“저잣거리에서 애들 옷을 고르다가 강시가 출몰했다는 소문을 들었소. 북쪽 언덕 근방의 묘지 부근에서 밤마다 사람을 무차별로 죽이고 있다고 하더군.”

“강시라고요?”


서영은 술을 한잔 들이키며 말했다.


“갑자기 혈시마가 생각나네요. 그자가 강시를 만든다고 했는데···.”


각중삼이 말했다.


“장문인, 강시는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다고 하오. 결코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오."


갑자기 거구의 사내가 급히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그 사내는 뜻밖에도 장진덕이었다.


그는 서영을 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술친구가 여기 있다고 해서 뛰어왔네. 내게도 한 잔 주게나.“


서영은 반가워하며 소리쳤다.


”장대협이시군요. 어쩌죠? 지금 작은 잔밖에 없는데.“

”지금은 큰 잔으로 마시면 곤란해. 강시 따위가 사람을 헤치고 있다는 소식에 당장 없애러 나섰다가 어여쁜 낭자가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지. 난, 내 술친구라고 확신하고 온 걸세.“


그는 자신의 술잔이 없자, 술병을 들고 순식간에 입안에 쏟았다. 한 병을 모두 비운 그가 종업원을 불렀다.


”가장 독한 독주로 술 항아리 하나만 내오게. 당장 강시를 없애러 가야겠어.“


종업원이 당황하여 장진덕을 말렸다.


”힘이 세시다는 건 알지만, 술에 취한 상태로 강시와 싸우시면 큰일 납니다.“


장진덕은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진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 항아리 채 술 마시고 강시와 싸우시는 게 걱정되어서요···.“


종업원이 쩔쩔 매며 변명하자 장진덕이 호탕하게 웃으며 탁자에 은자를 던졌다.


”내가 그 술을 마시고 싸우겠다고 했나? 난 강시를 없애고 이 술친구와 함께 마시려고 한 걸세. 가서 항아리나 내놓게나.“


종업원이 항아리를 낑낑거리며 끌고 오자 장진덕이 벌떡 일어나 항아리를 가볍게 어깨에 올리고 서영에게 말했다.


”일어나시오. 함께 갑시다.“

”제가 왜요?“

”한밤중에 공동묘지에서 술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해보시오. 낭만적이지 않소?“


대체 왜 한밤중에 무덤에서 술을 마시는 게 무슨 낭만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서영은 그래도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각중삼에게 말했다.


”각대협의 적수는 우리에게 양보하시고 애들을 지켜 주세요.“


그녀의 말은 ’너는 애나 보라‘는 뜻처럼 들려, 각중삼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무슨 소리요! 강시는 내가 잡을 거요.“


장진덕이 서영에게 물었다.


”누구요?“

”동문 사형인데, 이름은 각중삼이라고 해요.“


각중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장문인, 나는 아직 상산파에 입문도 하지 않았소.“

”입문 축하해요. 오늘부터 1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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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8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3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7 0 12쪽
»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7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8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7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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