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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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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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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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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

DUMMY

다음 날 새벽, 요동표국의 일행은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고당항으로 출발했다. 아침부터 흐렸던 하늘은 항구에 도착할 무렵에는 검은 구름이 잔뜩 껴서 눈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햇빛이 없으니 세상은 당장 어두워져 밤이 될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데 기상이 너무 좋지 않자 소이가 발을 구르며 걱정했다.


“날씨 때문에 배가 출발 못하면 어떡하죠?”


소칠도 매서운 바람을 피하려고 몸을 움츠렸다.


“항해 도중에 기상 악화로 전복될 가능성도 있어.”


그러나 서영은 날씨보다 사대악인을 걱정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으니 재수 없는 말은 삼가 해. 지금은 사대악인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아. 뱃사공을 위협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린 빨리 출발해야만 해.”


소이는 그중에서 제일 큰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대협이 저 배와 계약했어요. 저기로 가요.”


그들이 배 앞에 도착하자 마대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의 선장은 궂은 날씨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선원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화만 내고 있던 선장은 항구에서 기다리는 서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를 본 선원이 투덜거렸다.


“선장은 저기 있는 미녀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건가? 대체 왜 저러신대.”


배에서 땅으로 가교가 세워지자 마차들은 차례로 선상으로 올라갔다. 서영의 마차가 마지막으로 올라가자 배는 출발했다.


서영과 소이는 고물에 서서 항구를 내려다 보았다. 항구의 한쪽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벌어졌다. 소이는 손가락으로 항구에서 고함 지르는 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대악인이에요.”


서영은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그들을 비웃었다.


“멍청하긴. 배가 떠나기 전에 왔어야지.”


사대악인은 손에 쥔 무기를 흔들며 차마 들을 수 없는 욕을 퍼붓고 있었다. 그 욕을 들은 자호는 서영에게 다가오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귀를 막아주었다.


“저런 소리는 들을 가치도 없어. 날씨가 추우니까 선실로 들어가자.”

“네 손이 더 차갑거든.”


서영은 자기 귀를 막고 있는 자호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러면서 있는 대로 사대악인을 향해 조롱하는 야유를 퍼부었다.


자호가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


“저자들은 왜 우리를 잡아먹지 못해 여기까지 온 거지?”

“불안하고 초조해서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뭔가 중요한 걸 잃었으니까.”


“중요한 거라니? 혹시 우리가 찾은 금 때문인가?”

“저자들이 땅속에 있던 금을 어떻게 알겠어? 저들은 아마도 죽간 때문에 우리를 쫓아 온 걸 거야.”

“도여운이 갖고 있던 그거?”

“응. 너도 봤잖아. 혹시 내용을 기억해?”


자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읽지도 못하는 전서체로 쓰여 있었는데 그걸 무슨 수로 기억해?”

“그래도 최대한 기억하려고 노력해 봐. 나중에 내가 기억하는 것과 비교해 보자.”

“넌 그걸 기억하고 있어?”

“조금은. 글자를 모르니 그림으로 외웠어.”


서영은 자호에게 조금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죽간 전체를 그림으로 외우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잊을까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했다.


“너 글자는 몰라도 기억할 수는 있지?”

“글쎄. 반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

“넌 머리가 좋잖아.”

“그게 그렇게 중요해?”

“아마도.”

“그럼 도여운한테 다시 빌려 볼까?”

“안 보여 줄 걸.”

“정말 중요한 물건인가 보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눈보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멀어져 가는 항구의 모습이 눈보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력이 뛰어난 소이가 가리키며 소리쳤다.


“보세요. 저자들이 배를 타고 우리를 쫓고 있어요.”


서영과 자호는 소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빠른 속도로 작은 배가 쫓아오고 있었다. 소이가 말했다.


“사대악인이 저 배를 타고 우리를 쫓고 있어요. 우리 배도 빨리 움직여야겠어요.”


하지만 서영이 탄 배는 작은 배에 비하면 훨씬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속도를 더 내기는 어려웠다.


소이는 바람 부는 방향을 감안하여 작은 배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뱃전은 풍랑에 흔들리고 강풍으로 인해 두 번이나 빗나갔지만, 소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소이는 바람의 방향을 생각하며 조준을 미세하게 바꾸고 화살을 다시 쏘았다.


마침내 화살이 혈마의 어깨에 적중되자 소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봤죠? 혈마가 맞았어요!”


의기양양해진 소이는 다시 힘을 내서 활 시위를 당겼다. 소이는 혈귀마가 혈마를 도와 화살을 뽑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곧이어 화살이 날아갔으나 아쉽게도 혈귀마의 뺨을 스치며 빗나갔다.


소이가 쏘는 화살이 두려워 작은 배는 더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거리를 둔 채 쫓아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서영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우리 배가 똑바로 나가지 못하고 빙글 빙글 돌며 표류하고 있어. 어떻게 된 거야?”


서영의 말을 듣자마자 자호가 선수로 뛰어갔다. 선수에 있던 마대위가 자호한테 말했다.


“사대악인이 우리 배를 쫓기 시작하니 선장과 선원들이 모두 겁이 나 숨어 버렸어. 키를 잡을 사람이 없어 큰일이야. 누구라도 좋으니 키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자호는 물론이고 마대위도 배를 몰아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키를 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에 자호는 선실로 급히 뛰어 들어가 선장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배는 방향을 잃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침 선장은 겁에 질린 선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었다. 배가 표류하고 있다는 자호의 말에 선장은 놀라며 배 위로 달려 나왔다. 그는 바람에 넘실거리는 강물을 보면서 소리쳤다.


“큰일 났소. 이미 급류에 휘말렸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정말 방도가 없나요?”

“무리하게 키를 움직이려 하다간 키가 부러지고 말 거요. 물살이 약한 하류까지 무사히 당도하기만 바랄 수밖에 없소.”

“그게 무슨 말이죠? 무사히 당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된다는 거예요?”

“저 앞에 보이는 암초만 피한다면 어찌해보겠지만, 강풍과 급류 때문에 우리가 방향을 바꿀 방법은 없소.”


선장의 말을 들은 마대위가 주변을 살펴보니 전방에는 하얀 물살이 부서지고 있었다. 선장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저게 바로··· 내가 말한 배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암초입니다. 저기에 걸리면 배는 좌초되고 급류로 전복되어 모두 죽게 될 거요.”


선장은 겁에 질려 몸을 떨며 천지신명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자호와 마대위는 선장을 잡아 흔들며 외쳤다.


“정말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작정이오? 뭐든 해 봐야 하지 않겠소?”


쿵-.


갑자기 크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선장이 소리쳤다.


“배가 전복되면 모두 죽을 거요. 겨울 강물에 빠지면 심장이 놀라 멈추고 말 거요.”


그때 선실에 숨었던 선원들이 우르르 갑판 위로 올라오면서 울부짖었다.


“암초에 걸렸나 봐. 어쩌면 좋지?”

“삿대로 암초를 밀어 봐!”


선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한 선원이 소리쳤다.


“사람이 빠졌다. 사람이 빠졌어!”

“아까 부딪힐 때 충격으로 떨어진 것 같아.”


자호와 마대위가 그 소리를 듣고 놀라서 강물을 내려다보니 물속으로 빨려가고 있는 서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선장이 절망했다.


“운이 좋아 여기서 살아남더라도 ,나는 장진덕에게 맞아 죽겠구나.”


***


큰 충격음과 함께 배가 기울어지자 서영은 활을 쏘느라 정신이 없는 소이에게 소리쳤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갑자기 배가 기울어지고 있어.”


활을 겨냥하는 소이의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서영은 기울어진 배의 옆구리로 달려갔다. 그리고 물속에서 삐쭉 나오는 검은 바위를 보았다.


'배가 암초에 걸렸어. 이대로 내버리면 배가 전복 될 거야.'


그녀는 배를 살리고 사람을 구할 방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다.


'우물쭈물하기엔 시간이 없어. 이 일은 나밖에 할 사람이 없어. 추후의 일은 벽력신개를 믿어보자.'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밧줄을 발견했다. 밧줄을 허리에 감은 그녀는 소이에게 전음을 날렸다.


- 벽력신개에게 나를 찾으라고 해.


그리고는 그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몸은 소용돌이치는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영은 수영이 서툴렀다. 더군다나 물살이 너무 빨라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급류의 강한 물살에 의해 서영의 몸이 들어 올려졌다 바위가 있는 쪽으로 내던져졌다.


이대로 몸이 바위에 부딪히게 되면 그녀는 그 충격으로 죽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시야가 흐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검은 형체를 보며 그것이 물속에 뛰어들기 전에 보았던 암초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센 물살 속에서 내가 저 암초를 깰 수 있을까?’


그녀는 있는 힘껏 주먹으로 암초를 내리쳤다.


쾅-.


물속에서 내려친 거라 충분한 힘이 전해지지 않았다. 손이 헤지고 피가 흘러 나왔으나 그녀는 또 다시 암초를 내리쳤다.


그녀는 자신의 한계까지 암초를 깨려 했다. 그 순간 거센 물살에 밀려 그녀는 바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서영은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갔다. 발버둥 치며 빠져나오려 했지만 거센 파도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차가운 물의 온도가 그녀의 체온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대로 나는 죽는 걸까?’


그녀는 곧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심장이 멈췄다.


***


서영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온몸이 쓰라리고 아팠다. 그래도 따뜻한 담요가 덮여있어 얼어 죽을 것 같았던 몸은 한결 나았다.


원기.

그녀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원기가 있어 목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일로 그녀의 원기가 너무 많이 상했다. 그녀의 몸 속에 있는 원기가 바닥나면 그녀도 죽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이제 알았어. 원기가 떨어지면 내공법도 깨닫기도 전에 죽을 거야.’


그때 일행 중 가장 어린 막내 사십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깼어요?”

“여기가 어디야?”

“선실이에요. 자호 오빠가 언니를 여기로 데려와서 담요도 덮어 주고 갔어요. 나보고 언니를 돌보래요.”


서영의 두 손은 하얀 천으로 싸여 있었다. 암초를 내리치느라 다친 손을 누군가가 치료해준 것 같다.


서영은 힘없이 말했다.


“소이가 구해줬어?”

“네. 소이 오빠가 줄로 언니를 끌어 올렸어요. 그런데 자호 오빠가 비밀로 하라고 했어요.”

“소이가 구한 게 무슨 비밀이야?”

“언니가 숨을 안 쉬어서 자호 오빠가 수십 번이나 언니한테 입도 맞추고 두 손으로 가슴도 때리고 문질렀어요. 비밀이니까 남한테 말하면 안 돼요.”

“뭐?”

“자호 오빠가 그랬어요. 비밀이 알려지면 언니가 부끄러워서 또 죽을지도 모른대요.”


서영은 사십구의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비밀이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응. 언니도 말하면 안 돼요.”


서영은 선실을 둘러보며 물었다.


“다들 어디 갔어? 갑판에 있나?”

“배에 구멍이 뚫렸다면서 몰려갔어요.”


갑자기 답답해져 서영이 담요를 옆으로 치우자 자신이 속옷 차림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설마 자호가 이랬어?”


그러자 사십구가 고개를 저었다.


“언니 옷은 내가 벗겼어요. 자호 오빠가 나가면서 부탁했어요.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몸이 차가워 죽을 수도 있대요. 이것도 비밀이라고 했어요.”


서영은 옆에 있던 자기 옷을 입다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이것도 원기가 부족해서일까?’


그녀는 걱정되었지만, 사십구에게 애써 웃어 보였다.


“자호랑 비밀이 많아졌구나.”

“난 나중에 크면 자호 오빠에게 시집갈 거예요.”

“전에는 소이랑 혼인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젠 아니에요. 자호 오빠가 훨씬 잘생기고 친절한걸요.”

“그래. 이 언니가 팍팍 밀어줄게.”


그녀는 흔들리는 배의 계단을 밟으며 간신히 갑판 위로 올라왔다. 배에 물이 찼는지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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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8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3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7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0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7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0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8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7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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