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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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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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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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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수 조연의 죽음 (3)

DUMMY

서영과 오장은 술에 취해 잠든 당헌화를 객실에 눕히고 아래 층으로 내려 올 때 익숙한 얼굴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곽극달? 요동에 있어야 할 그가 왜 이곳에 온 걸까?’


서영은 곽극달과 그를 호위하는 네 명의 무사를 보고 본능적으로 몸을 숨긴 채 오장에게 말했다.


“저 사람··· 오장도 만난 적 있죠? 혈복마와 싸움이 끝났을 떄···.”

“곽극달이 아닌가? 요동의 관리가 여기에 왜 있는 거지?”

“저와 자호를 잡으러 온 것 같아요.”


오장이 당황하자 서영은 급히 그의 소매를 잡아 얼굴을 가리며 객잔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귀에 곽극달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헛것을 봤나? 좀 전 처자의 뒷모습이 한서영 같았는데···.”


그러자 수행원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현위님께서 취하셨군요. 한서영 따위가 감히 현위님을 무시하고 지나 갈 리가 있겠습니까?”


***


객잔에서 나온 서영은 오장과 함께 선착장으로 갔다.


오장은 서영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곽극달인가 뭔가 하는 인간을 피하려면 낭자 먼저 강을 건너야 하지 않겠어?”

“그까짓 인간이야 나 혼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지금은 애들이 건널 배편을 알아봐야 일정을 잡을 수 있어요.”


배편을 알아보니 마대위의 말과 마차를 모두 승선할 정도의 배는 단 한 척만 있었고 미리 선금을 내야 출항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보다 작은 배들은 말과 무거운 마차를 같이 싣기 어려워 여러 척으로 나눠 타야만 한다. 그러다 한 척이라도 바람이나 조류를 잘 못 타게 된다면 그 배에 탄 사람들은 일행들과 헤어지게 될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일행 중 아이들이 많기에 더더욱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마대위가 돌아오지 않는 한 그녀 혼자서 요동표국의 배편을 정할 수는 없었다.


오장은 실망한 서영을 달래며 말했다.


“항구가 작아서 쓸만한 배가 거의 없어. 그래도 큰 배가 있다는 게 어딘가?”


서영은 마대위가 고진국을 만나야만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마대위와 상의가 먼저였다.


그들이 항구를 빠져나와 저잣거리를 지날 때 이상하게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었고, 그 가운데 여인 하나가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오장, 무슨 일이 있나 봐요.”

“가 봅시다.”


서영과 오장이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다가가는데,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매우 수상해 보이는 청년 하나가 다급하게 그곳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서영은 그의 얼굴을 보고 태산에서 고당으로 배를 타고 올 때 같이 탔던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사람들은 모여들고 있는데, 저 인간만 급하게 빠져나가는게 매우 수상해 보이는 걸?’


서영과 오장이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다다갈 수록 우는 여인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그녀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소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중년인을 껴안고 울고 있었다. 뜻밖에도 그 소녀와 중년인은 창정항의 객잔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도둑이었다. 그때 그들은 서영이 혈귀마를 쓰러뜨리자 서영에게 고마워하며 말과 마차를 훔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서영은 쓰러진 중년인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보니 기혈이 들끓고 전해혈이 파괴되어 살아날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


서영을 알아본 중년인은 간신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은인··· 내··· 딸을···. 지도와··· 부탁···.”


중년인은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서영이 가만 귀를 기울여보니 아직은 숨을 쉬고 있었다.


서영은 오장에게 중년인을 업으라고 하고는 울고 있는 소녀를 일으켜 챙긴 후, 사람들에게 물어 의원을 찾아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놀란 의원이 뛰어나왔다. 서영은 중년인이 더 이상 숨을 쉬고 있지 않은 걸 알고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의원은 중년인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한숨 쉬며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미 늦었소. 그는 죽었소.”


의원의 말에 소녀는 주저 앉으며 통곡했다.


서영은 오장의 도움을 받아 중년인을 염할 수 있는 장의사를 찾아갔다.


장의사가 관을 준비하러 들어가자 서영은 오장에게 마대위 일행에게 돌아가서 소이를 이 곳으로 보내라고 부탁했다.


오장이 떠나자마자 서영은 죽은 중년인의 품속에서 물건을 뒤졌으나 특별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는 꺼낸 물건들을 나중에 소녀가 볼 수 있도록 구석에 정리하며 속으로 얼굴에 흉터가 있는 자를 욕했다.


‘그 수상한 녀석이 이미 지도를 훔쳤어.’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졌다.


울다가 지친 소녀를 위로해 주고 있으려니 자호와 소이가 도착했다.


서영은 있었던 일을 두 사람에게 간략하게 설명하며 덧붙여 말했다.


“죽은 사람은 귀수 조연이라 하고 이 아가씨는 그의 딸인 조령(躁玲)이야. 고당항의 저잣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 청의를 입은 자가 느닷없이 일장을 날려 그의 부친을 쓰러트렸다고 조령에게 들었어.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이 아가씨는 그자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었고,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드는 사이에 사라졌다고 하더군.”


서영은 지도가 없어졌다는 말은 하지 않고 소이에게 부탁했다.


“이 근처를 계속 배회하거나 우리를 숨어서 보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 줘.”


소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물로 얼룩진 조령의 얼굴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부친의 죽음으로 우느라 지친 기진맥진한 그녀를 보며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서영은 가슴이 답답해져 소이를 조령에게 맡기고 장의사의 집 밖으로 나왔다. 자호가 뒤쫓아 나오며 말했다.


“죽은 자가 창려의 산적 마전이 말했던 도둑 귀수(鬼手) 조연(躁淵)이 맞지?”

“누구라고?”


서영이 시치미를 떼자 자호가 다시 물었다.


“창려 객잔에서 살해당한 중년인 혹시 기억 안 나?”

“당연히 기억하지. 그것 때문에 네가 감옥에 갇혔었잖아.”

“그때 네가 죽은 사람이 조연이라고 했었어.”


서영은 그때 말했던 거짓말이 들통났지만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말했다.


“곽극달이 그렇게 말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나?”


하지만 자호는 그때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마전은 부자 노인을 죽인 후 상당량의 황금을 챙긴 보따리를 귀수에게 도둑맞았다고 했었다. 객잔에서 귀수가 죽었고 자신이 옥에 갇힌 사이에 곽극달이 그 보따리를 챙겨 집으로 가져갔고 서영이 말했었다.


‘서영이는 결코 황금을 가볍게 보지 않아. 그녀라면 이번 일을 그냥 넘길 리가 없어.'


자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영에게 다시 물었다.


“곽극달이 보따리를 챙겼다는 말도 거짓말이었어?”


자호가 의심하는 것 같자 서영은 변명했다.


“그때 마전과 너에게 나는 아는 사실을 다 말했어. 곽현위가 보따리를 챙긴 것도 사실이고. 단지 그날 죽은 사람이 조연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거야.”


서영은 머리를 굴리며 황금의 행방을 추측했다.


‘지도를 갖고 있었던 조연이 황금도 같이 가지고 있었을 거야. 몇 달 동안 다 썼을 리는 없어···. 조연이 죽었지만, 그 딸이라면 그 행방을 알 거야. 아직 어려서 어리숙할 테니까 잘 구슬려 보면 뭔가 말할지도 몰라.’


자호는 짜증이 날 정도로 집요하게 말했다.


“전에 네가 말을 이상하게 했어.”

“뭘 이상하게 했는데?”

“마전이 보따리를 언급할 때 네가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잖아. 그때 마전이 보따리 색을 말할 때 네가 말을 바꿨던 게 기억나."


서영은 속으로 기억력이 좋은 자호를 상대로 거짓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녀는 애써 내색하지 않은 채 대꾸했다.


“그날 복도가 어두워서 헷갈린 것 같아.”

“넌 그때도 그렇게 말했지. 아무래도 나는 너와 같이 있어야 되겠어.”

“날 못 믿는 거야?”

“아니, 믿어.”

“그런데 왜?”

“넌 불쌍한 조령을 도와줄 테니까. 나도 도움이 될 거야.”


서영은 자호가 자기를 믿지 않는 걸 느끼고 있었다.


’어쩌지? 지금은 사천당가 측에서도 자호를 탐내고 있어. 자호가 나를 믿지 않게 된다면 그는 정말 제 갈 길로 갈지도 몰라. 지금은 어직 의심하는 단계니까 적당히 풀어 주는 게 먼저야.’


그녀는 자호의 귀에 속삭였다.


“지금 곽현위가 고당항에 와 있어. 곽현위는 마전이 갖고 있던 황금이 든 보따리를 챙긴 사람인데, 그자가 여기에 나타나니까 그 보따리를 훔친 조연이 살해당했어. 이상하지 않아?”

“···?”

“조연은 죽을 때 나를 알아보고 내게 조령을 부탁하며 ‘지도’에 대해 언급했어.”

“지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 딸을 부탁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지도’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자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지도는 나중에 조령에게 물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되겠지.”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지. 문제는 조연이 죽을 때 그의 품에는 지도 같은 게 없었다는 거야.”


자호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조령한테도 없으면 조연을 죽인 자가 가져갔겠지.”


서영은 자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창려현의 산적 두목인 마전이 홍건적 시절의 동료들과 모의해서 맹조덕의 아버지를 죽인 후 재물을 나눠 가졌었지. 포졸의 추격을 피하려고 요동 창려현까지 도망쳤어. 객잔에 숨을 때까지도 그는 재물을 보따리에 보관하고 있었지."


서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마전은 보따리를 잃고 나서야 소매치기로 유명한 귀수가 같은 객잔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어. 귀수가 재물을 훔쳤다는 건 사실일까? 어찌 보면 증거 하나 없는 마전의 주장일 뿐인데,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면 객잔에서 죽은 중년인은 누구고, 곽극달이 들고 갔다던 보따리는 또 뭐야?”


서영은 자호가 자기가 거짓말한 보따리에 자꾸 집착하자 짜증이 났으나 감정을 감추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점을 한번 생각해 봐. 마전은 보따리를 잃고 난 후에야 산적 노릇을 했어. 두목 행세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겠지. 객잔에서 중년인이 죽은 건 최소 서너 달 이후일 거야.”


자호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멍청했어. 보따리에 현혹되서 올바른 판단을 못 내린 것 같아.”

“귀수가 몇 달이나 객잔에 있었다면 마전이 귀수를 죽였겠지.”

“중년인은 귀수가 아니니까 곽극달이 가져간 보따리는 마전과는 상관이 없었던 거야.”

“정말 귀수 조연이 마전의 황금을 훔쳤다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야. 그런데 조연은 죽으면서도 지도를 이야기했어. 그렇다는 건···.”


자호는 서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아마도 서영은 그 지도가 황금을 숨긴 지도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자호는 서영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결국 재물을 탐내서 조령을 돕겠다는 거잖아? 하지만, 황금이나 지도와 상관없이 불쌍한 사람을 도와야 하지 않겠어?’


자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서영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 말했다.


“우리가 평생 일해도 벌 수 없는 막대한 황금 지도가 있어. 그래서 말인데 네가 할 일이 있어.”


자호는 그녀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서영이 말했다.


“조령 낭자가 무척 예쁜 것 같지 않아?”

“난 못 해!”

“뭔 줄 알고 못 한다는 거야? 불쌍한 조령을 돕는 일이야.”

“내가 뭘 하면 되는데?”

“당연히 미남계지. 너의 잘생긴 얼굴이면 조령도 넘어갈 거야.”


자호는 펄쩍 뛰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날 위해 해주면 안돼?”

“이야기가 왜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거지?”

“네가 조령을 꼬셔주면 좋겠어.”


자호는 정색하며 말했다.


“너 제정신이 아니구나!“

“네가 너무 고지식하기 때문에 소이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소이가 아직 어리잖아. 그래서 너밖에 없어. 그렇다고 오장이나 노팔룡은 얼굴이 안되고···.”


자호가 기가 막혀 말이 없자 서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좋은 일이니까 좀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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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4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8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8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9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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