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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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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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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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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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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적과의 싸움 (3)

DUMMY

염자단은 돈을 벌기 위해 황실호위직도 포기한 자였다. 그런 그가 돈을 싫어 할 리가 없다. 그는 서영의 질문에 대답을 찾지 못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마교 교주가 내게 그런 돈을 줄 리가 없소.”

“그래도 만일이란 게 있잖아요?”

“낭자는 잔인한 사람이군. 내겐 대답해야 할 의무가 없소.”

“그땐, 나를 찾아오세요. 내가 마교 교주보다 일 푼을 더 얹어 고용하겠어요.”


염자단은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가 뭔데? 돈도 없으면서.”

“돈을 버는 건 어렵지 않아요.”

“어떻게?”

“예를 들면··· 소칠의 몸값을 더 많이 받으면 되죠.”

“경고하겠소. 내 주공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시오. 앞으론 그분을 공자님이라고 깎듯이 부르시오.”


서영은 염자단의 이런 모습이 맘에 들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권했다.


“소칠이가 시킨 대로 연왕을 염탐 하세요. 언제 염왕에게 돌아 갈 거예요?”


그녀의 말이 맞다. 소칠의 수하가 되기로 했다면 다시 연왕을 염탐하고 그 정보를 소칠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염자단은 두 사람에게 포권하며 작별 인사했다.


“좋소. 이제부터는 다시 첩자 노릇이나 해야겠소. 다음에 봅시다.”


그는 말 위에 올라타고는 한마디 더 했다.


“알고 있겠지만, 이 근처는 홍건적 잔당의 소굴이오. 그들을 조심하시오.”

“알아요. 당신의 ‘공자님’께서 애들 상대로 놀이하며 대비하고 있어요.”


염자단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멀어지는 그를 보던 자호는 서영이 여기에 온 이유가 궁금했다.


“언제 뒤를 따라왔어?”

“무작정 네가 뛰쳐나갔으니까···. 집 나간 아이가 가출을 언제 포기하는지 궁금했거든.”

“가출이라니··· 그저 바람 쑀을뿐이야.”

“암요. 그랬겠지.”

“포기하지도 않았어.”

“과연?”


***


마대위는 죽은 부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기와 가까이 하는 걸 꺼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자갈을 움직이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뭔 짓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다행이다.’


서영과 자호가 나타나자 마대위는 요동표국 표사들에게 출발을 명했다.


그들이 가는 길의 한쪽에는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지만, 대부분 탁 트인 들판이었다. 서영은 지형을 보다가 소이를 불렀다.


“여기가 홍건적 잔당이 출몰하는 곳이래. 벽력신개에게 부탁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보게 되면 내게 알려줘.”


그녀의 말을 들은 소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걱정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 들판이군요. 이런 곳에서 홍건적이 나타나면 큰일이에요. 숨을 장소도 없고 무거운 짐을 실은 마차로 도망칠 수도 없겠네요.”


그 이후로 소이는 매 시진이 바뀔 때마다 벽력신개에게 사람이 모여 있는지 물어보았다.


소이가 수시로 보이지도 않는 홍건적의 위치를 물어보자 벽력신개는 깐족거렸다.


[사람 수가 오십이 넘으면 경고해 달라고 했지? 그래서 나는 경고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야.]


“무슨 말씀이세요?”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도 오십이 넘지만 않으면 경고하지 않아도 되는 거렸다?]


“뭐···. 그렇다고 봐야죠.”


[그래? 만약 앞쪽에 사십 명, 뒤쪽에 사십 명이 있어도 말할 필요가 없겠네.]


소이는 놀라서 반문했다.


“뭐라고요? 우리가 앞뒤로 포위 당했어요?”


[만약이라고 했잖아. 만약 말이야.]


“장난하지 좀 마세요. 전 심각하다고요.”


[끌끌···. 난 입이나 다물어야 하겠군.]


그 이후 소이가 몇 번 물을 때마다 벽력신개의 말은 항상 같았다.


[끌끌끌···. 난 입이나 다물어야 하겠군.]


마침내 소이는 분통이 터졌다.


“차라리 말을 하세요. 왜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사람 복장 터지게 하는 거예요?”


[나는 네가 하라는 대로 충실히 하고 있다.]


“내가 또 언제 그렇게 시켰다고. 자꾸 깐족거리시니까 신경에 쓰이잖아요.”


[깐족? 어르신한테 ‘깐족’거린다는 말버릇은 대체 어디서 배웠냐? 어린 게 말버릇하고는. 쯧쯧.]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깐족거린다고 하는 거예요.”


[깐족! 깐족!]


“미치겠네.”


[한 번 더 깐족거려 볼까?]


“제가 말한 상황이 오면 그때 말해주세요.”


[깐조···옥?]


소이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묵묵히 전후방을 주시했다.


[것 참! 재미없게시리. 심심해 죽겠네.]


“···.”


[간단한 산수 문제를 내주마. 20 곱하기 8이면 몇이냐?]


소이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5 곱하기 32, 10 곱하기 16, 그리고 20 곱하기 8, 그다음엔 40 곱하기 4. 이 모든 게 뜻하는 것은?]


소이가 계속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벽력신개가 빈정댔다.


[멍청하긴! 160이다. 모두 160을 가리키고 있잖아. 이렇게 쉬운 것도 계산 못하냐?]


소이는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산수 문제라고 했잖아?]


“혹시 흩어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말이에요?”


[아주 멍청이는 아닌가 보군. 모여드는 속도가 제법 빠른데.]


“빠르다고요? 그 말씀은··· 그들이 말을 타고 있다는 뜻인가요?”


[말을 탔는지 소를 탔는지는 모르지. 대충 15리 전방에 있는 무리는 꼼짝하지 않고 있어.]


소이는 벽력신개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 15리 밖에서 160명의 도적이 모이고 있다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제야 선두 마차를 향해 멈추라고 소리쳤다.


마대위가 그 이유를 묻자 소이가 설명했다.


“벽력신개 말로는 15리 앞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고 하는데 심상치 않아 보인대요. 모두 백육십 명 정도가 속도가 빠르다고 하는 것을 보니 기마병일지도 모르겠어요.”


마대위는 그 말을 듣자 선두를 향해 멈추라고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자호와 소일을 향해 말했다.


“전방에 홍건적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싸움이 불가피해 보여.”


소일이 반문했다.


“관군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관군이라면 처음부터 모여서 이동했을 테지.”


소일이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먼저 달려 나가 홍건적인지 관군인지 확인하고 홍건적이면 섬멸해 버립시다. 그래봤자 도적들에 불과하니 죽어라 싸운다면 우리가 못 이길 이유도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자호가 말했다.


“어떤 군사들이 흩어졌다가 한 곳에 집결하겠어요? 저들은 홍건적이 맞아요. 여기는 들판이라 싸움이 불리해요.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요. 저들과 싸우게 되면 우리도 사상자가 많이 나올 거예요.”


그러나 소일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뒤로 돌아 도망가더라도 마차의 속도가 느려서 따라 잡히고 말 겁니다. 싸워서 뚫고 나가야 해요.”


이때 옆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던 오장이 말했다.


“도망가도 안되고 앞으로 나가도 안된다면 이 자리에서 홍건적을 맞을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적들은 모두 기마병이라 빠른 속도로 여길 덮칠 겁니다. 지금 말다툼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장은 말을 타고 서영의 마차에 가서 말을 전한 후 선두로 달려 나갔다.


서영은 마차에서 급히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모습을 본 노팔룡이 서영에게 다가가 의논했다.


이렇게 급할 때 서영이 노팔룡과 대화에 빠져 있자 자호는 답답했다. 그는 잠시 생각해 보고 계책을 냈다.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맨 앞에 세워 적들과 맞서 싸우게 해보죠. 적들은 여기 오느라 지쳐 있을 테니 적장을 먼저 죽이면 우왕좌왕할 거예요.”


소일도 자호의 의견에 찬성하자 마대위가 말했다.


“서영과 어린 소오까지 합해 우리에겐 적들과 맞설 수 있는 사람들 모두 열세 명뿐이다. 적은 우리보다 열 배도 더 넘으니 싸움을 시작하면 애들을 지킬 사람이 없어.”


세 사람이 의논하는 사이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오장이 소칠과 함께 말을 타고 모광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아이들이 마차의 위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서영은 노팔룡의 도끼를 빌리고는 마차의 선두로 나갔다. 그녀의 곁에는 잣나무들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잣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푸른 나무여서 잎이 무성했다.


서영이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잣나무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노팔룡은 서영보다 앞서 뛰어다니며 서영에게 벨 나무를 가리켰다.


이때 오장과 소칠이 마대위를 향해 달려왔다. 소칠에게 계책이 있기를 바라며 마대위가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소칠이 대답했다.


“이런 일을 대비하여 아이들에게 진법을 가르쳐놨어요. 공격은 어렵지만, 진법으로 방어는 가능할 겁니다. 다만 우리 마차의 수가 부족해 진법을 제대로 펼치는 게 불가능하니 안타깝네요.”

“진법은 훈련받은 병사들도 어지간하면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하던데, 아이들이 해 낼 수 있겠어?”


오장이 대신 대답했다.


“쉬는 시간마다 애들에게 수십 번을 설명했습니다. 각자 맡은 부분과 자기를 지킬 수 있는 움직임과 적을 맞서는 방법도 모두 숙지시켰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마대위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오장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를 본 소칠이 대신 설명했다.


“오장님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하고 보통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있어요. 아이들이 마치 놀이처럼 진법을 익히더군요.”

“그동안 너희는 놀고 있던 게 아니었구나.”


오장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제가 마대협님과 함께 한 날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저를 따르니 기뻤습니다. 아이들이 마대협님께서 갑자기 기력이 빠져 보인다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능력이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오장은 아이들을 도와 진식을 펼치고 있는 칠구삼과 모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소칠이가 진식을 설계하고 저들이 힘을 합쳐 적들을 맞서겠다는 용기에 저도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소칠의 말에 따르면 진식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기에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놀이로 바꿨습니다.”


그때 소칠이 오장의 말을 거들었다.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장님은 제 설명을 듣고 바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셨죠. 저기 보세요. 저 아이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마대위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부인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절망감이 이 위기를 자초했을지도 모른다는 양심의 가책도 느껴졌다.


소이가 물었다.


“노팔룡과 서영 누이는 뭐 하고 있어요?”


마침 아이들을 지휘하던 모광이 달려왔다가 소이의 질문을 듣고 대신 대답했다.


“노팔룡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세워서 모른척하는 중이야.”


아이들이 서영의 괴력을 말했지만, 직접 본 적이 없는 모광은 아직 서영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소이는 서영이 허튼일은 하지 않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소이가 물었다.


“그 말도 안 된다는 계획이 뭐죠?”

“노팔룡은 선녀님이 강림하여 통나무나 바위로 방어벽을 세우고 적의 상당수를 궤멸시키겠다고 장담했어.”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모광은 놀라서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서영이 커다란 잣나무를 베어 먼 곳으로 던지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장문인? 아니··· 선녀님···?”


오장도 서영의 괴력은 처음 봤다. 그는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모두가 경외의 눈으로 서영을 보고 있는데 소칠이 오장을 향해 말했다.


“이 진법은 저의 조상님이신 제갈무후께서 만들었다는 팔진도(八陣圖)라고 해요. 오장님은 서영 낭자에게 요청해 통나무를 더 쌓아 진법을 보강해 주세요.”


오장이 노팔룡과 함께 의논했다. 잠시 후 오장과 노팔룡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서영에게 통나무를 쌓는 위치를 가리켰다.


이 모습을 본 소이는 손으로 이마를 치며 감탄했다.


“말로만 듣던 전설의 팔진도가 세상에 나왔군요. 제갈 공자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예요.”


소칠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서영이가 진짜지. 저것 좀 봐. 오장과 노팔룡이 가리키는 곳마다 팔진법대로 나무를 던져 쌓고 있잖아. 세상에 서영이 빼고 누가 저런 일을 해낼 수 있겠어?”


충격을 받은 모광은 여전히 얼이 빠진 채 중얼거렸다.


“진짜 하늘이 낸 분이시다. 진정으로 선녀님이라고 안 할 수가 없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선녀 타령하던 노팔룡을 비웃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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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5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2 0 12쪽
132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4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1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3 0 12쪽
126 하선 24.08.06 19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7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3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7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7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8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7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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