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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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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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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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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짜 대부신룡 (2)

DUMMY

덩치가 큰 건달이 대답하기도 전에 빼빼 마른 녀석이 거들먹거리며 대답했다.


“술값이 대수인가? 우리 이름만 대면 여기 술은 모두 공짜로 먹을 수 있지.”


덩치 큰 자는 도여운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 주제 파악도 못 하는 이 못난이가 미인을 둘 씩이나 차지하고 있단 말이지?”


덩치 큰 자가 모른 척 팔을 뻗어 서영의 어깨에 걸치려고 하자 서영은 슬쩍 몸을 피했다.


“오라버니가 화내면 무서워요. 그냥 술이나 마셔요.”


덩치 큰 자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제까짓 게 화를 내 봤자야. 우리 쌍괴의 뒷배가 누군지 안다면 놀라 자빠질 거야.”

“뒷배라니요?”

“우리 옷에 새겨진 이름을 보게나.”


서영은 그들의 옷에 새겨진 ‘대부신룡’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죠. 잘 알아요. 우스운 사람이죠.”


그녀의 말에 쌍괴가 동시에 외쳤다.


“우습다고? 요즘 강호의 대세가 누군지 모르나? 그건 바로 대부신룡이셔. 구패검 여봉수도 아니고 남삼객 묵황도 아니야. 우린 그렇게 대단한 대부신룡님의 왼팔과 오른팔이라고.”


서영이 물었다.


“왼팔과 오른팔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해요?”


그러자 마른 자가 말했다.


“당연히 왼팔이지. 흔히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왼쪽 오른쪽이라고 말하잖아? 대부분 사람은 중요한 쪽부터 먼저 말하는 법이지.”


그 말에 덩치 큰 자가 반박했다.


“아니지, 아니야.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밥도 먹고 검도 사용하기 때문에 오른쪽이 더 중요한 법이야. 그러니까 오른팔이 훨씬 더 중요한 게 맞아.”


쌍괴가 서로 말다툼하자 조령이 서영에게 귓속말했다.


“언니, 난 저 두 사람이 끔찍하게 싫어요. 그러니 이제라도 여기서 나가요.”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자.”

“전 저들이 노대협의 부하라는 말도 못 믿겠어요.”


순진한 조령의 말에 서영은 크게 웃었다.


쌍괴는 왼팔과 오른팔 중 어디가 더 중요한지를 놓고 말씨름하다가 웃는 서영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왜 웃는 거지?”


서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이 다투는 모습이 우스워서요.”


그 말에 쌍괴가 벌컥 화를 냈다.


“네가 감히 우리를 비웃어?”

“아니면 대부신룡의 똘마니라고 불러드릴까요?”


덩치 큰 자가 벌떡 일어나며 서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죽고 싶어?!”


이 와중에도 마른 자는 조령의 환심을 살 궁리만 하고 있었기에 덩치를 말렸다.


“대형, 못 마땅한 게 있다면··· 오늘 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에 따져도 늦지 않소.”


마른 자가 조령을 껴안으려 하자 서영은 그를 잡아채어 도여운에게 던지며 말했다.


“도소협, 이 말라깽이는 왼쪽을 중히 여기고 있어. 부탁이니 그의 왼쪽은 괴롭히지 말아 줘.”


그동안 도여운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 서영 때문에 꾹 참고 있었던 그는 마른 자의 왼팔을 잡아 비틀고 다른 손으로는 덩치의 귀를 잡아 당기며 주루의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서영은 도여운이 두 사람을 주루 밖으로 끌고 가가는 이유는 조령 앞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도여운이 조령 앞에서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쌍괴의 어처구니 없는 무례함을 참았다. 그래서 도여운이 조령을 피해 밖으로 나가는 게 아쉬워 그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도소협! 굳이 밖에 나갈 필요가 있어? 그리고 말 좀 하는 게 어때?”


도여운은 조령 앞에서 여전히 쑥스러워 말을 할 자신이 없어 서영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주루 밖으로 나온 도여운은 쌍괴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뒷짐을 지었다.


“어디 아까처럼 함부로 입을 계속 놀려보시지.”


덩치 큰 자가 벌떡 일어나며 손가락질했다.


“말할 줄 알면서 여태 우리를 속였군!”


마른 자도 일어나며 도여운 앞에 섰다.


“넌 이제 죽은 목숨이야!”


순간 마른 자의 눈에서 불꽃이 번쩍였다.


짝-.


마른 자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 또다시 자기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짝짝-.


마른 자 오른쪽 뺨만이 아니었다. 덩치 큰 자도 왼쪽 뺨이 부풀어 올랐다.


그들은 놀라며 도여운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뒷짐을 진 모습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순식간에 마른 자와 덩치 큰 자는 수십 번이나 뺨을 맞았지만, 두 사람은 도여운이 언제 뒷짐을 풀었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도여운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그들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이제야 쌍괴가 쌍귀처럼 보이는군. 특별히 신경 써서 멋지게 바꿔 줬으니, 마음에 안들면 나를 찾아와.”


쌍괴는 수치심 보다는 겁에 질렸다. 도여운의 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기에 자기들이 잘 모르는 은둔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눈치 보며 뒷걸음질치다 거리가 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냅다 도망치며 큰소리쳤다.


“곧 대부신룡 대협을 모셔 올 테니 네 녀석은 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그래. 조금 있다가 다시 보지.”


쌍괴가 사라졌지만, 도여운은 주루로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 들어가 봤자 서영에게 책망 당할게 뻔했다.


그가 그 자리에서 한숨만 쉬고 있으려니, 급히 주루로 들어가던 삼십 대 초반의 사대부가 도여운의 어깨와 부딪쳤다.


사대부가 황급히 사과하려던 중 도여운을 알아보았다.


“여운이?”

“어? 형님이 여긴 웬일이오?”


***


한편, 주루 안에서는 서영이 답답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렵네. 어려워.”

“어렵다니요?”

“오늘은 도여운의 병을 고쳐 볼까 했는데···.”

“병이라고요? 도소협이 어디 아파요?”

“너 앞에서 말을 못 하는 병.”


조령은 말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어요. 제가 안 보이면 말도 잘하는 것 같던데···.”


서영은 둘 사이의 어색함은 관심 없었다. 하지만 친화력이 좋은 노팔룡조차도 도여운과 조령이 함께 있는 자리에는 늘 어색한 분위기라 끼려고 하지 않았다.


서영은 도여운과 조령을 모두 동료로 삼고 싶었다. 이 상태로는 두 사람이 서영의 일행과 동화되기는 어려워 보여 난감했다.


서영이 속상해하고 있을 때, 주루의 문이 열리고 도여운과 사대부가 들어왔다. 도여운은 조령을 보고는 멈칫하더니 서영의 식탁과 가장 먼 자리로 사대부를 이끌었다.


사대부가 서영을 등진 자리에 앉으려 하자 도여운이 그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았다. 사대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도여운의 앞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여긴 너무 구석이잖아. 난 저쪽의 두 미인이 있는 옆자리가 마음에 드는데.”

“내 성격을 잘 알면서 왜 그래요.”

“너는 원래 음침하긴 하지.”

“내가 언제 음침했다고 그래요. 어이가 없네.”


사대부가 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낭자가 맘에 들어?”

“아니요.”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라. 넌 어릴 때부터 마음 든 여인을 보면 아무 말도 못 했지. 그 병은 여전하구나.”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겠어요.”

“조금 전에도 넌 저 낭자를 등져 앉으려고 내 자리를 빼앗았잖아?”


도여운은 소리를 죽여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옆의 작은 낭자.”


사대부는 비로소 조령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완전 도둑놈이구나? 저 애는 잘 봐줘도 열여섯쯤 됐겠다. 너 나이가 몇인데 어려도 너무 어리지.”


그가 크게 웃자 주루 안의 모든 사람이 그를 쳐다보았다. 사대부는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오. 내 목소리가 너무 컸소. 몇 년 만에 동네 아우를 만나 반가워서 그랬으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오.”


서영에게도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나는 최근에 제갈세가의 집사가 된 진원룡(陳元龍)이라고 하오. 나중에라도 함께 술이나 한잔합시다.”


그의 인사를 들은 서영은 소칠을 떠올렸다. 서영도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반갑군요. 나중에 귀한 선물을 챙겨 제갈세가를 방문하겠어요.”


선물이라는 게 소칠임을 알 리가 없는 진원룡이 싱글벙글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처음 보는 내게 선물까지 준다니 고맙소.”

“아쉽게도 집사님 선물이 아니에요. 집사님은 그저 돈만 준비하시면 돼요.”


진원룡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무슨 선물인지 기대해 보리다. 그런데, 조금 전에 쌍괴를 만났소. 그자들이 대부신룡을 데려와 누군가에게 복수한다고 하더군요.”


대부신룡이라는 말에 술집이 시끄러워졌다. 한 손님이 말했다.


“대부신룡은 쌍괴의 의형이요. 본성이 포악하고 여색을 밝히는 자이니 두 낭자는 어서 피하는 게 좋겠소.”


서영은 웃어넘기며 말했다.


“대부신룡은 대협의 면모가 있다고 들었어요. 아무렴 파렴치한 쌍귀와 같겠어요?”


서영은 여전히 쌍괴를 쌍귀라고 불렀다. 몇몇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 웃었다.


진원룡은 진지한 얼굴로 서영에게 권했다.


“난 대부신룡이 뭐 하는 자인지는 모르겠소. 하지만 요즘 강호에서는 그 이름이 시끌벅적하더군요. 손자병법에 부전이승(不戰而勝)이라고 했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니 피하는 게 어떻겠소?”


그가 문자를 쓰자 서영도 문자로 대답했다.


“맹자는 화적위우, 화원위열(化敵為友, 化怨為悅)이라고 말했어요. 적을 친구로 만들고 원수를 기쁨으로 만들라고요.”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소?”

“대부신룡은 이미 우리 편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쌍귀에겐 복수해서 즐거움을 만끽해 볼 생각이에요.”


서영의 말을 들은 진원룡은 한바탕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원위열은 덕으로 원수와 화해하라는 의미인데 서영은 복수해서 즐거워진다는 의미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졌소. 그럼, 대부신룡이 낭자의 편이 맞기를 바라겠소.”


진원룡은 자리에 앉아 점소이를 불러 술을 주문했다.


잠시 후 주루 밖에서 쌍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부신룡께서 오셨다. 당장 나와라!”


도여운과 서영은 벌떡 일어났다. 서영이 도여운에게 말했다.


“도소협, 가서 해치워 버립시다.”


서영이 앞장서자 주루에 있던 사람들도 싸움을 구경하려고 모두 나왔다.


쌍괴 앞에는 8척 거구가 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그가 든 도끼는 노팔룡이 애용하던 도끼와 크기가 비슷했다. 서영은 거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체격은 비슷하지만, 이자를 보니 노팔룡은 미남이었구나!”


그의 뒤에 서 있는 쌍괴는 각자 얼굴을 반쪽씩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거구의 뒤에 서서 의기양양해 있었다.


쌍괴가 도여운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부신룡 두목님! 바로 저자가 우리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저자를 잡아 주시면 우리가 그를 없애겠습니다.”


거구의 사내는 도여운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쌍괴에게 말했다.


“내 아우들이 어쩌다 저런 자에게 당했단 말인가?”

“저자는 사악한 자입니다. 내공을 없애는 미혼약을 술에 탄 후 우리 얼굴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알았다. 나만 믿어라.”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그 거구의 눈은 서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처자는 누구인가?”


쌍괴가 도여운을 가리켰다.


“저놈의 여인입니다. 이 기회에 두목님께서 거두십시오.”


그 말을 들은 거구가 만족했다.


“역시 나를 잘 아는구나. 내 아우들다워.”


그 거구는 헛기침한 후에 서영을 향해 말했다.


“나는 천하를 떨치는 대부신룡이다. 내가 은혜를 베풀어 너를 거두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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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서영의 위기 (1) 24.08.15 24 0 13쪽
134 백호검을 얻다 24.08.14 26 0 13쪽
133 가짜 대부신룡 (3) 24.08.13 23 0 12쪽
» 가짜 대부신룡 (2) 24.08.12 25 0 12쪽
131 가짜 대부신룡 (1) 24.08.11 19 0 11쪽
130 홍건적과의 싸움 (4) 24.08.10 25 0 11쪽
129 홍건적과의 싸움 (3) 24.08.09 19 0 13쪽
128 홍건적과의 싸움 (2) 24.08.08 22 0 13쪽
127 홍건적과의 싸움 (1) 24.08.07 24 0 12쪽
126 하선 24.08.06 20 0 12쪽
125 구사일생 24.08.05 28 0 12쪽
124 강시와 싸우다 24.08.04 28 0 12쪽
123 황금 (2) 24.08.03 21 0 12쪽
122 황금 (1) 24.08.02 21 0 13쪽
121 황금과 보물지도 (3) 24.08.01 21 0 13쪽
120 황금과 보물지도 (2) 24.07.31 22 0 13쪽
119 황금과 보물지도 (1) 24.07.30 24 0 13쪽
118 귀수 조연의 죽음 (4) 24.07.29 18 0 13쪽
117 귀수 조연의 죽음 (3) 24.07.28 18 0 12쪽
116 귀수 조연의 죽음 (2) 24.07.27 17 0 12쪽
115 귀수 조연의 죽음 (1) 24.07.26 29 0 12쪽
114 절친결의 (4) 24.07.25 21 0 11쪽
113 절친결의 (3) 24.07.24 28 0 12쪽
112 절친결의 (2) 24.07.23 19 0 12쪽
111 절친결의 (1) 24.07.22 18 0 12쪽
110 천하제일미녀 (4) 24.07.21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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