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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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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42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09 00:32
조회
255
추천
3
글자
9쪽

상단

DUMMY

울타리의 문이 열리고, 이 작은 마을에 도대체 왜 찾아오는지 모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무리가 들어왔다. 상단주는 디에고의 인사를 받으며 무언가 대화를 나눴고, 나머지 상단의 사람들은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마을 안에 텐트를 쳤다.

마을 주민들끼리만 지내기엔 상당히 크던 마을의 빈자리는 그들이 들어오자 계산한 것처럼 딱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마을 안에 순식간에 시장이 형성되는 걸 보고 있는데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머리, 검은 눈을 가진 여성이 보였다. 예쁘지도 못나지도 않은 얼굴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장식되어 희미한 존재감을 뽐냈다. 빈말이 아니라, 너무 특징이 없어서 오히려 그것이 특징이 되었다.

그녀는 잠시간 우리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텐트를 치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나탈리 또한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 나의 소매를 끌었다.


“한스, 가자!”

“어? 응.”


나탈리는 나를 이끌고 이제 막 들어서고 있는 시장 어딘가로 향했다. 그런데 곡예단이 붙어있는 상단이라니. 내가 알던 상단이랑 좀 달랐다.


“대장, 원래 상단은 이런 거야?”

“음, 이 상단이 원래 좀 특이해.”

“그래?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야?”

“단골집. 기대해도 좋아.”


씩 웃으며 내 소매를 끄는 나탈리. 그런 그녀의 손을 보며 손을 잡을지 말지 고민하는 와중에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나탈리의 발이 멈췄다.


“클레르! 오랜만이에요.”

“오? 나탈리아냐?”


상당히 친한 듯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너도 좋을 때구나.”


옆에 있던 날 보며 짓궂게 웃는 클레르. 나탈리는 살짝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좋은 고기는 남았어요?”


적어도 부정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마침 좋은 부위가 남았지.”


그러면서 능숙하게 화로에 꼬치를 굽는 클레르. 기름기를 쫙 빼고 바삭하게 구워진 꼬치 두 개를 나탈리가 값을 치르고 받았다.


“자! 먹어봐.”


나탈리에게 받은 꼬치를 받아 한입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꼬치. 풀어진 내 표정을 본 나탈리는 만족스런 미소를 띠며 나를 다른 가게로 데려갔다.

평소 나탈리가 극찬을 하던 디저트는 아니었지만 약간 불량식품 같은 군것질거리를 나눠 먹으며 시장을 돌았다. 그렇게 돌다 보니 어느새 시장의 끝자락이었다.

텐트가 세워진 바로 옆에 있던 노점상엔 아까 봤던 무미건조한 여성이 있었다. 가판대 안쪽에 세워진 검집에 새겨진 상당히 화려한 문양이 눈에 띄었다.

여성과 나탈리의 눈이 마주쳤다.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보던 나탈리는 이내 내 소매를 다시 잡고 끌었다.


“가자, 한스.”


나는 잠자코 나탈리에게 끌려갔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걷던 우리 둘 앞을 디에고가 가로막았다.


“안녕하십니까, 디에고.”

“.......촌장님.”

“방해해서 미안하군. 나탈리, 할 얘기가 있으니 잠시 따라오겠나?”


무표정하게 디에고를 쳐다보던 나탈리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조용히 디에고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다시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장으로 들어가려는데 텐트에서 피에르가 나왔다.


“안녕, 한스.”

“안녕, 피에르.”


가볍게 인사를 한 피에르는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 방향이 디에고가 가던 방향과 같은건 우연일까.

잠시 피에르를 바라보다 다시 시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텐트 옆에 세워진 가판대가 눈에 밟혔다.

모두가 호객 행위를 하려 목에 핏줄을 세울 때, 눈앞의 여성만은 침묵을 지켰다.

가판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구경하는 척 가판대 주인을 구경하려고 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검은 눈동자.

잠시 그 눈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시선 끄트머리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정처 없이 시장을 돌아다니다 마르코와 마주쳤다.


“뭐야? 한스, 꼬마는?”

“헤어졌어요.”

“차인 거야?”


어깨를 으쓱이자 불쌍하다는 눈으로 어깨동무를 하는 마르코. 놀리니 재밌습니까?


“마르코는 뭐 하고 있었어요?”

“아내 줄 선물 고르고 있었지. 너도 가볼래? 거기 액세서리가 예뻐.”


마르코를 따라간 가게 앞엔 폴이 있었다.


“폴~.”

“어? 마르코 아저씨, 한스 아저씨. 안녕!”

“너도 선물 고르는 거야?”

“으, 응.”


최근 열심히 헬레나와 대화를 나누더니 드디어 결심을 한 모양이다. 녀석.

우리가 물건에 관심을 보이니 열심히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는 주인. 어딘가의 영웅이 큰 전쟁에 나서기 전에 그의 반려에게 청혼할 때 썼던 반지라느니, 요정이 축복을 내린 목걸이라느니. 이런 물건이 의례 그렇듯,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 주는 게 예의였다.


“한스, 뭘 고르면 될까? 난 이런 덴 조예가 없단 말이지.”


문득 플로라의 손에 반지하나 없던 걸 떠올렸다.


“반지는 어때요?”

“반지? 흠.......”

“분위기 잡고 방금 들었던 얘기처럼 청혼이라도 한 번 해봐요.”

“뭐? 이 나이에 무슨.”


그러면서도 마르코는 여태 잘 간직해온 비상금을 털어 그 반지를 구입했다. 참 솔직하지 못한 아저씨야.

폴 또한 꽃문양이 새겨진 목걸이를 샀다.


“아저씨는 뭐 안 사요?”

“글쎄.”


멍하니 가판대에 놓인 물건들을 둘러보다 무심코 하나를 쥐었다. 초승달 모양의 머리핀. 어쩐지 그날의 은은하게 빛나던 달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사버렸다.

구매를 마치고 마르코와 함께 곡예단 구경을 하러 갔다. 오늘은 상단 호위병이 마을을 지켜준다는 말과 함께 술을 마시는 마르코. 나도 가볍게 술잔을 기울였다.

보고 있자면 감탄이 흘러나올법한 곡예를 보고 난 뒤 마르코와 헤어졌다. 말은 그래도 저녁에 이벤트 하나 해주려나 보다.

어느새 노을이 진 하늘을 감상하며 걸었다. 그러자 디에고와 상단주로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디에고 뒤에는 마수 가죽과 곡식들이 있었다.


“한스!”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뒤에서 나탈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자 나탈리가 뒤로 손을 모은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짠! 선물!”


그러면서 손을 앞으로 내미는 나탈리. 나탈리의 손에 쥐어진 건 강철 건틀렛이었다.


“날 이긴 상이야.”


이겼다고 하기엔 아직도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웃으며 건틀렛을 받았다.


“고마워, 대장.”


팔꿈치까지 오는 강철 건틀렛. 매끄럽게 휘어진 건틀렛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있자니 어딘가 예술품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한번 써 봐.”

“아, 그전에 나도 줄 게 있어.”

“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나탈리에게 주머니에서 머리핀을 꺼내 건넸다.


“.......고마워.”


잠시 멍해 있던 나탈리는 이내 활짝 웃으며 머리핀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바로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에 머리핀을 꽂았다.


“어때? 어울려?”


뒤에서 쏟아지는 노을빛을 받은 머리는 붉게 빛났고, 머리핀은 은은한 달빛을 내뿜었다.


“응, 무척.”

“헤헤.”


수줍은지 살짝 웃는 나탈리. 그런 그녀를 보며 나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


* * *


기분이 무척 좋아진 나탈리와 함께 여관에 왔다. 여관 안은 상단 사람들로 북적였다. 텐트에서 자는 사람도 있지만 여관에서 묵는 사람도 많았다. 상단 안에서 좀 고위층인지 다들 고풍스러워 보였다.

잠시 멈칫하던 나탈리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술을 한가득 시켰다.

그렇게 늘 듣던 나탈리의 무용담을 듣고 있는데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가득 부풀던 마음이 한순간에 줄어들며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벌써 세 번째 보는 현상. 한숨을 쉬며 정보나 얻을 목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 말한 자는 상단 사람이었다.


“최근 도적떼가 늘었다.”


[<정보 : 도적떼의 증가>를 획득하셨습니다.]


도적이라. 흘끗 나탈리를 봤다. 오러 유저인 그녀만 있다면 도적이 무서울 리가 없겠지. 정보는 그게 끝이었고, 여관 안은 다시 소리로 가득 찼다.


“? 무슨 일 있어, 한스?”

“아무것도 아냐.”

“어쨌든 말이지.......”


다시 이어진 나탈리의 무용담을 들으며 술을 머금었다. 살짝 불안해진 마음은 한구석에 밀어놓으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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