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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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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43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05 23:30
조회
414
추천
5
글자
8쪽

정보

DUMMY

스벤을 따라가 도착한 곳은 촌장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자신을 디에고라고 소개했다.


“자네가 소피를 도와줬다고?”

“그렇습니다. 어르신”


디에고는 하얗게 센 머리와 눈썹을 가졌고, 그의 허리는 굽어서 그는 한쪽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녹색 눈동자에서 보이는 총기는 그가 왜 이 마을의 촌장인지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갈 곳이 없다니 스벤의 집에 머물도록 하게. 괜찮겠나, 스벤?”

“예. 괜찮습니다.”

“그럼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 주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디에고의 등 뒤에 놓인 탁자에는 문서가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아마 저것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았다.

축객령을 내린 디에고의 말을 따라 스벤과 나는 디에고의 집에서 나왔다. 이윽고 스벤은 마을 바깥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갑니까?”

“농경지는 마을 바깥쪽에 있네. 필요한 장비는 그곳에 있으니 따라오게.”


아무래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 * *


“끄응.”

“괜찮아요?”


아니요. 죽을 것 같아요.

스벤을 따라간 곳에 있던 건 농경지였다. 그것도 커다란. 거기서 열심히 밭을 일구고 있는 장정들이 보였다. 가을이었는데 하필이면 삼포작이었다. 그렇게 밭 일구다가 하루가 다 가버렸다.


“젊은데 많이 허약하군.”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스벤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농경 시대의 사람들은 내 예상 이상으로 터프했다. 혹시 소피도 나보다 힘이 더 센 거 아닐까?


“그렇게 누워있지만 말고 빨리 일어나 봐요.”

“무슨 일 있나요, 소피?”

“한스 환영식을 해야죠!”


들어보니 마을 사람들이 적다 보니 이들은 생활하기 위한 기반들과 노동력을 공유해야 했고, 따라서 마을 주민들끼리 굉장히 친밀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새로 온 입주민은 꼭 환영식을 해준다고.

소피와 스벤이 안내해준 곳은 여관이었다. 상단 사람들이 머물 때만 쓰고 평소에는 지금처럼 마을의 경사를 축하하거나, 아니면 하루의 일과가 끝난 뒤 술집 같은 역할을 해준단다.

여관의 문을 열자 음식 냄새와 함께 소음이 흘러들었다. 하지만 그 소음은 내가 들어가자 서서히 줄어 이내 여관 안이 고요해졌다.


“여러분, 이쪽이 한스에요.”


때맞춰 소개해준 소피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마을에서 같이 살게 된 한스라고 합니다.”


한스라는 말을 듣자 구석에 앉아있던 꼬마 둘이 입을 가렸다. 그뿐만 아니라 나머지 사람들도 입가에 미세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한스, 너 유명하구나?


“반갑습니다. 한스 씨. 제가 이 마을의 요리사인 리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요리사 리노는 이런 경사가 있을 때의 요리나 집에 보급할 빵, 그리고 상단이 찾아올 때의 여관관리를 한다고 했다.


“안녕. 이 마을의 경비대장인 나탈리야. 잘 부탁해.”


빨간 단발에 녹색 눈을 가진 나탈리. 그녀의 말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당당함이 녹아있었다. 듣는 사람도 힘을 얻는 느낌이랄까.

나탈리를 시작으로 경비대원들이 인사했다.

낮에 보았던 마르코.

짙은 갈색의 눈과 머리를 가졌으며 날렵해 보이는 카를로.

연갈색의 머리와 눈을 가진 에밀.

그 뒤로 다른 사람들의 소개가 이어졌지만, 솔직히 기억하질 못했다. 한순간에 얼추 50명쯤 돼 보이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대는데 기억할 리가 없었다.


“한스. 이 마을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하네.”


그렇게 기나긴 소개가 끝나고 디에고의 한마디를 듣고는 적당히 자리에 앉아 맥주와 여러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맥주는 시원하지도 않고 내가 알던 맥주 맛과는 사뭇 달랐지만 의외로 맛있었다.


“그래서 말야, 내가 라트라한테 습격받았는데 그때 한스가 막.......”


옆에 같이 앉은 소피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무슨 멋들어진 기사와 괴물의 싸움으로 둔갑시켰다. 분명 내가 다가가도 비명만을 질렀었는데. 이것도 보상의 효과일까,

그렇게 왁자지껄하던 와중에 갑자기 실컷 얘기하고 있던 소피도, 그걸 흥미롭게 듣던 나탈리도, 옆에 앉아 아내의 잔소리에 대해 푸념하던 마르코도.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마르코?”


무슨 일인가 싶어 마르코의 얼굴을 쳐다본 순간 깨달았다. 그때와 똑같다. 초점이 풀린 동공. 공허한 눈동자. 빌어먹을.


“마르코? 정신 차려봐요! 마르코!”


마르코의 양어깨를 흔들어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전원이 끊긴 기계처럼, 그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제기랄. 소피?”


소피도 매한가지였다. 소피뿐만 아니라 나탈리도, 스벤도, 디에고까지.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여관 안을 지배한 기분 나쁜 고요에 소름이 돋았다. 젠장.


“마르코는 아내 몰래 비상금을 감시탑 안쪽에 숨겨두었다.”


정적을 깬 사람은 디에고였다. 디에고는 그의 중후하던 목소리가 아닌, 그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보 : 마르코의 비상금’을 획득하셨습니다.]


그와 함께 눈앞에 뜨는 반투명한 창.


“마르코는 아내 몰래 비상금을 감시탑 안쪽에 숨겨두었다.”


낮의 소피처럼 디에고는 그저 그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마을 울타리에 부실한 부분이 있다.”


[‘정보 : 울타리의 부실함’을 획득하셨습니다.]


나탈리도 이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폴은 헬레나를 짝사랑한다.”


[‘정보 : 폴의 짝사랑’을 획득하셨습니다.]


폴이 누구지? 기억을 되짚어보다 폴이 내 이름을 듣고 입을 가렸던 꼬마 둘 중 남자 쪽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헬레나는 여자아이였다. 근데 폴 당사자가 저 말을 하다니....... 힘내라.

마지막 폴 덕분에 공포감은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저 세 사람 말고는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고, 세 사람도 한동안 같은 말만을 반복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러더니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술 한 잔 마시는 것도 뭐라 한다니까? 듣고 있어, 한스?”

“네, 네. 듣고 있습니다. 마르코.”


적당히 마르코의 푸념에 맞장구치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고민했다. 게임에서 주어지는 정보가 아닐까 생각은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주다니 참으로 고마웠다.

우선 사실 확인부터. 어느새 볼이 붉어지고 혀가 살짝 꼬이기 시작하는 마르코에게 비상금에 대해 물어보려는 찰나, 나탈리가 끼어들었다.


“한스, 라트라를 잡았다며?”

“네. 우연히.”

“어떻게 잡았는지 말해줄 수 있어?”

“아~! 나탈리! 방금 저한테 다 들었잖아요!”


잔뜩 취한 목소리의 소피가 중얼거렸다. 술이 약하구나.

나탈리에게 오전에 있었던 일을 대강 말해주자, 나탈리는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음, 용기 있고, 힘은 약해도 훈련시키면 되고, 다른 일은 어차피 기술이 없어 못 할 테고.......”


이것저것 손으로 셈을 하던 나탈리는 이내 결심한 듯 나에게 권유했다.


“한스, 경비대 일 해보지 않을래?”

“경비대요?”

“그래, 사람이 모자라서 골치 아프던 참이었어.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일을 하느라 일손이 없었거든. 어때?”

“많이 위험합니까?”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아. 훈련도 시켜줄게.”


저 말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슬며시 스벤을 쳐다보았다. 일단 오늘 밭을 일궜으니까 농경팀에 속했을 테고, 스벤은 그 팀의 리더였다.


“경비대 일을 하는 게 어떤가? 우리 일은 자네가 없어도 괜찮네.”


어째 내가 더럽게 일을 못 한다는 말로 들렸다.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냉정하게 날 쳐내는 스벤의 말에 약간 상처를 받으며 나탈리에게 답했다.


“그럼 하겠습니다, 나탈리.”

“정말? 흐흐흐. 좋아!”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나탈리는 연거푸 나에게 맥주를 권했고, 이제 상사가 된 그녀의 제안을 나는 계속 받아들였다. 신입을 위한 기념주라나 뭐라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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