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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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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518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05 23:55
조회
335
추천
4
글자
8쪽

경비대

DUMMY

그날 밤. 술기운에 외지인이라는 낯선 존재는 조금은 마을의 일원이 되었다. 모두 기다렸다는 듯 취중 진담을 나에게 쏟아부었고, 나는 하루 만에 이들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소피는 약학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숲으로 외출해 캐오는 약초들로 마을의 회복약을 제작했다. 그런 귀중한 기술자가 직접 약초를 캔다니 의아했지만, 비슷한 풀이 많은데다가 평소엔 마수가 출몰하지 않는 곳만 갔다고 했다. 여담으로 술 취한 그녀는 무지 짓궂었다.

마르코는 무엇이 그리도 불만인지 꾸준히 그의 아내 플로라에 대한 불평을 늘어놨다. 하지만 모든 불평이 결국 자랑으로 귀결되는 놀라운 언변을 뽐냈는데, 알고 보니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였다. 결국 만취할 때쯤엔 “플로라는 너무 사랑스러워”라는 말만을 중얼거리다 플로라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스벤은 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화에 소홀한 듯한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의 침묵은 무시보단 중후함이 느껴졌고, 가끔 하는 대꾸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멋진 중년 신사가 눈앞에 있었다.

스벤이 중후한 카리스마가 있었다면, 나탈리는 호쾌한 돌격대장이었다. 그녀의 소리는 사람을 휘어잡는 기력이 담겨있었다. 타고난 리더라고 해야 하나? 그런 그녀에게도 단점이 존재했는데, 키가 작았다.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키를 가지고 놀리다가 예술적인 어퍼컷에 한 대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녀의 키를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야기에 나오는 영웅들처럼 말술이었다. 그녀와 대작을 하다가 결국 내가 먼저 흰 티를 던졌고, 쓰러질 때 난 그녀에게 경의를 담아 대장이라고 불렀다.


* * *


타오르는 갈증과 함께 눈을 떴다. 스벤의 집엔 어째서인지 방이 세 개 있었고, 나도 내 몫의 방과 침대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탁자에 보이는 물건에서 약간의 짐작을 할 순 있었지만, 그 이상은 파고들지 않았다.


“괜찮나?”


갈증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스벤이 물 한잔을 건넸다. 석회질 물이 아닌 맑은 물은 아마 어제 목욕탕에서 본 마법 도구와 연관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화덕은 마법 도구가 없는 불균형한 발전에 의문을 품으며 물을 마셨다.


“고마워요. 스벤 아저씨.”

“정신 차렸으면 리노에게 가서 빵 좀 받아오게. 나는 아침 준비를 할 테니.”


어제 술자리에서 나는 몇몇 사람과 말을 편하게 놓기로 했고, 스벤의 호칭은 뭐로 할까 하다 가볍게 아저씨라고 불렀다. 스벤 또한 그렇게 부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여전히 갈증이 났지만 정신을 차리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의자에 앉은 소피가 보였다. 그녀는 반은 숙취에, 반은 졸음에 차서 열심히 헤드뱅잉을 하고 있었다.


“안녕, 소피.”

“안녕, 한스. 너도 안녕, 한스.”


소피 옆에 한스가 있던 걸로 보아 이미 인사를 했을 텐데 굳이 다시 하는 저의가 뭐야? 우리가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던 스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여관에 화덕이 있으니 여관으로 가면 되네.”


그렇게 전한 스벤은 밖에 있던 냄비에 이것저것 넣으며 요리를 시작했다. 상당히 능숙한 솜씨. 한 두 번 한 솜씨가 아니었다.

그의 모습을 보다가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에는 어제의 일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치우는 꼬마 둘.


“아, 한스 아저씨! 안녕!”

“안녕하세요. 한스 아저씨.”

“그래, 안녕.”


분명 얘들이랑 같이 대화를 나누던 잘생긴 사람한텐 형이라든가 오빠라고 불렀던 거 같은데. 얼추 얘기를 들어보니 그와 나의 나이 차는 많이 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한번 형이나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살며시 권했지만, 그들은 말도 안 된다며 아저씨로 호칭을 고정했다. 그래, 중세니까 내 나이면 아저씨겠지. 그렇게 자위할 수밖에 없었다.

제법 무거워 보이는데도 가뿐히 치우는 둘을 보며 여관 안쪽에 있는 화덕으로 향했다.


“리노 씨!”


내가 아저씨를 거부하듯 리노도 아저씨란 호칭을 거부했다. 그도 아직 미혼이었다.


“아, 한스. 빵 가지러 왔어?”

“네. 바쁘시네요.”

“뭐, 늘 그렇지. 세 명이었지? 오늘은 첫날이니까 특별히 2개 더 줄게. 가져가.”


그 말을 끝으로 리노는 다시 빵 굽는 일에 열중했다. 원래 규정은 인당 하나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그래.”


빵 5개를 소쿠리에 담고는 여관을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잘생긴 사내를 발견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으며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의 피에르. 그도 빵을 받으러 가는 길일까.


“안녕. 한스.”

“안녕. 피에르. 빵 받으러 가는 거야?”

“아니, 오늘은 일이 좀 바빠서 서둘러야 할 거 같아.”

“그래? 그럼 이거 하나 받아가. 마침 더 받았거든.”


말과 함께 빵 하나를 건네자 피에르는 감사를 표하며 어딘가로 뛰어갔다.

피에르는 무슨 연구를 한다고 했는데, 연구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이 마을로 왔다고 했다. 실제로 촌장에게 매달 거주비를 주는 모양이었다.

그대로 스벤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어느새 차려져 있는 음식들로 함께 식사했다.


* * *


소소한 얘기를 하며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한스, 있어?”


밝은 목소리. 나탈리였다. 나탈리는 경비대 소집 시간이라며 나를 끌고 갔다.


“다녀오세요~. 다녀와~.”

“다녀올게.”


소피의 마중 소리를 들으며 스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스벤은 농경지로 향했고, 나는 나탈리에게 끌려갔다. 소피는 약초를 제조한다나.


“무슨 일을 하는 거야, 나탈리?”

“대장.”

“뭐?”

“대장이라고 불러.”


어제 술자리에서 장난으로 불렀던 호칭이 굉장히 맘에 든 듯했다.


“알았어. 대장.”

“음~”


대장이란 단어가 감미롭게 들렸는지 잠시 서서 되뇌던 나탈리는 내 손목을 끌고 한 건물로 향했다.


“여기가 우리 기지야.”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 바닥. 한쪽에 놓여있는 연습용 무구들. 다른 쪽에 마련된 휴게실. 상당히 그럴싸했다. 안에는 미리 와있던 마르코, 카를로, 에밀이 보였다. 우선 인사부터 하자.


“안녕하세요, 마르코.”

“좋은 아침!”

“안녕, 카를로.”

“안녕.”

“안녕, 에밀.”

“.......”


에밀만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끄덕였다. 술자리에서도 첫인사 말고는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던 그녀였다. 심지어 그 첫 인사도 자기 이름 한마디였다.


“그래서 대장, 무슨 일을 하면 돼?”


대장이란 단어에 경비대원들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뭐랄까, 못 들을 걸 들은 표정?


“이봐, 한스. 그거 설마 우리 꼬마 부르는 거야?”

“꼬마라고 하지 마요!”


꼬마라는 말에 발끈하는 나탈리. 마르코와 아침부터 한바탕하려는 걸 무시하며 카를로가 말을 걸었다.


“한스. 근데 왜 나탈리한테 대장이라 부르는 거야?”


대답을 뭐라 해야 할까. 반은 장난이었고 반은 누나라고 부르기 싫어서였다. 누나라는 단어는 아직도 어색했다.


“그냥.”


그 대답에 카를로의 눈빛이 더 이상해졌다. 그 눈빛을 피해 에밀을 쳐다보니 에밀은 어느새 책을 읽고 있었다. 말을 걸까? 음, 아직은 어색했다.


“아무튼! 한스, 무기 다뤄본 적은 있어?”


다툼을 멈춘 건지 나탈리가 다가와 물었다. 무기라....... 하지만 현대인은 보통 무기와는 연이 없는 삶을 살았다.


“없어.”

“그래? 음, 그럼 일단 실력 좀 볼까?”

“어?”


그렇게 갑작스레 대련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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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생활 18.05.06 29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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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대 18.05.05 336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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