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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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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48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06 23:55
조회
290
추천
3
글자
9쪽

생활

DUMMY

어느덧 이 마을에서 생활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아침엔 나탈리와 대련을 하며 실력을 기른다. 나탈리는 작은 키를 커버할 수 있을 만한 기동성을 지녔고, 그녀의 전투 방식은 마치 흉포한 맹수를 보는 듯했다. 작은 몸집으로 재빨리 움직이는 그녀를 나는 따라잡지 못했고, 대련은 항상 그녀의 승리로 끝난다.

가끔은 카를로가 내 대련 상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카를로는 남자가 지니기 힘든 유연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그런 유연함을 이용한 변칙 공격을 즐겨 사용했다. 카를로 또한 내가 이기기엔 벅찬 상대였다.

그 뒤의 일과는 별거 없었다. 숲의 정찰은 항상 카를로와 에밀이 나섰고, 마르코는 감시탑에 있었다.

나탈리는 경비대장이라는 요직에 걸맞지 않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녀 말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나?

덕분에 나탈리랑 돌아다닌 시간이 늘었다. 마을 순찰을 돌아다니며 알아낸 것 중 하나는 나탈리가 사탕을 좋아한다는 점. 리노에게 매일 들려 사탕을 받아간다고. 하나 얻어 먹어봤는데 달콤했다.

그게 끝이었다. 그날 있었던 기현상은 적어도 아직까진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무슨 조건이라도 있는 건지.

오늘도 나탈리와의 대련을 끝마치고 마을 순찰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 이런 걸 먹어봤는데 말야.......”


나탈리는 그렇게 나와 순찰을 돌면 과거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잘 모르겠지만 고급스러운 디저트의 맛에 대해서 품평하거나, 아니면 전쟁놀이에서 3대 1로 싸워서 이겨봤다거나.

오늘도 그런 미식가 나탈리의 디저트 철학을 들으며 순찰을 하다가 어딘가로 가고 있는 피에르와 마주쳤다.


“안녕, 나탈리. 한스.”

“안녕, 피에르.”

“.......안녕하세요.”


마을 주민들 모두와 허물없이 지내는 나탈리였지만 피에르와 디에고만은 예외였다. 피에르는 어째서인지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했고, 디에고는 피에르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가깝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둘을 마주칠 때는 드물게 나탈리의 경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 나탈리를 보며 쓴웃음 짓던 피에르는 다시 제 할 일을 하러 떠났다.


“한스, 가자.”

“알았어, 대장.”


다시 순찰을 하던 우리 둘 앞에 폴이 보였다. 오늘이 폴의 휴일이었나?


“폴. 안녕.”

“아, 한스 아저씨! 나탈리 누나! 안녕~.”


그러니까 왜 나보다 나이 많은 나탈리가 누나고 나는 아저씬데. 그냥 한스라고 부르라고도 해봤는데 한스는 절친인 개의 이름이라 안된단다. 망할 놈.

폴을 보니 문득 생각난 건데 정보창에 변화가 있었다.


[<정보 : 폴의 짝사랑>]


나머지가 사라졌었다. 어쩌면 해결한 사건은 사라지는 구조, 즉 퀘스트의 일종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폴의 문제도 해결해준다면 새로운 정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대장.”

“왜?”

“경비대는 주민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역할이지?”

“음, 관리는 몰라도 보호는 해야지. 왜?”

“그럼 주민의 고민도 해결해줘야 하지 않을까?”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지.”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들에게 잡일을 해주기도 했다. 경비대가 아니라 잡일꾼 같았지만.


“마침 곤란한 사람이 있어. 따라 와봐.”


나탈리를 끌고 지나가려던 폴을 붙잡았다.


“폴.”

“한스 아저씨? 왜 그래?”

“요새 고민 있지?”

“고민? 없는데?”


없기는 개뿔이. 한 달 동안 마을을 순찰한 건 폼이 아니다. 폴이 헬레나랑 단둘이 되면 쑥스러워하는 걸 여러 번 목격했었다.

솔직하지 않은 녀석한텐 팩트폭격이지. 폴의 귓가에 대고 직접 속삭여주었다.


“헬레나. 좋아하잖아?”

“윽!”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는 폴. 좋아, 이 반응을 원했다.


“뭐야? 뭔데?”


궁금한지 닦달하는 나탈리.


“허심탄회하게 한번 얘기해봐. 내가 도와줄게.”

“그, 그.......”


* * *


우물쭈물하던 폴은 결국 주섬주섬 얘기를 꺼냈다. 폴이 이 마을에 온 지는 1년. 보통 부모님을 따라 농사를 할 텐데, 마침 리노가 주방보조를 구한다고 해서 지원을 했단다. 그때 같이 지원했던 헬레나랑 자연스레 가까워졌고, 어느 순간 자꾸 헬레나가 떠오르고 헬레나만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사랑이라.......”

“대장은 경험 있어?”

“난 없는데. 넌?”

“나도.”


그 얘기를 듣자 폴의 눈이 차게 식었다. 그래, 경험도 없는 놈이 도와준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겠지. 하지만 해결해야 한다. 사실은 그저 심심했을 뿐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탈리가 얘기했다.


“음, 잘 모르겠지만 좋아한다면 그냥 상대방한테 고백하면 어때?”

“그, 그게....... 고백했다가 차이면 사이가 멀어질까 봐 무서워.”


세상에. 어른이구나, 폴.

우선 하나씩 물어보자.


“헬레나가 뭘 좋아하는진 알아?”

“고기류는 다 좋아했던 것 같아. 아! 사탕도 좋아하던데.”


아무래도 여관에서만 많이 마주쳐서 그런지 아는 게 음식 쪽으로 치우쳐있었다.


“그런 거 말고. 취미는 뭔데?”

“어, 몰라. 요리 아닐까?”

“평소에 대화 많이 하잖아. 무슨 얘길 하는데?”

“고기 다지는 법이라던가, 빵 발효 시간이라던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너 좋아하는 거 맞냐? 폴의 마음속 저울에선 요리와 헬레나가 평행을 이루지 않을까?


“대장, 좋은 방법 없어?”

“편지는 어때? 나도 어릴 때 존경하는 사람한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어.”

“나 글 쓸 줄 몰라.”


묘하게 쓸데없는 부분에서 현실적이었다.


“우선 요리 말고도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눠봐. 그 뒤에 좋아하는 걸 알아내서 선물을 하는 거야. 상단도 온다며?”

“알았어. 한 번 해볼게.”


폴은 내 조언을 곱씹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눈이다. 폴.


“끝났어? 가자.”

“응, 대장.”


얘기하던 중간중간 나탈리를 봤었지만 크게 흥미는 없어보였다. 우리는 마저 마을을 순찰했다.


* * *


그날 저녁, 늘 먹듯이 경비대원들과 여관에 와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나탈리는 기분이 좋을 때 종종 술을 먹었는데, 오늘 나탈리는 술을 마셨다.


“기분 좋은 일 있어, 대장?”

“응? 딱히?”

“그래?”

“그보다 너도 마셔! 자!”


나탈리가 주는 잔을 받으며 나도 한잔 마셨다. 항상 생각하지만, 기분 좋을 때의 나탈리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걸 보고 있자면 나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오늘은 카를로가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주었다.


“내가 데쿠스 왕국에 있는 유적에 들어가서 이걸 손에 넣었지.”


그러면서 품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는 카를로.


“오? 뭔데?”

“유물. 마석을 좀 잡아먹긴 하는데, 멋진 폭발을 먹여줄 수 있지.”


마석이 마수를 잡다보면 희귀하게 나오는 거라고 했던가.

카를로는 이걸 얻은 경위를 설명해주었다.

이 대륙엔 흔히 말하는 마나, 아니면 오러, 기라고 말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며, 그걸 다루는 자를 오러 유저, 마나 유저라고 부른다. 그들은 굉장히 희귀하며 그들 중 일정 수준을 뛰어넘은 자에겐 경의를 담아서 초인이라는 명칭을 붙여준다고.

그들을 통합해서 부르는 명칭이 초인일 뿐, 세부적인 명칭은 조금 다르다. 초인이 된 자에겐 의례 그렇듯 수식언이 붙는다.

물론 사람에 따라 부르는 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단순히 마법사라고 하거나, 초인이면 마도사라고 하거나. 오러 유저의 경우, 마스터라고 부른다거나.

그러한 마도사는 자신만의 공방을 만든다. 그 공방 중에서 오래된 것을 은어로 유적이라 부른단다. 또한, 거기서 나온 물건은 유물로 부른다.

유적에는 온갖 방위시설이 있기 때문에 카를로도 반지하나 빼내는데 애 좀 먹었다고.

즐겁게 얘기하다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설마?

예상은 현실이 되었고, 여관을 침묵이 지배했다. 이번에 입을 연 자는 에밀이었다.


“마을 뒤 숲속에 무언가가 있다.”


[<정보 : 숲속의 무언가>을 획득하셨습니다.]


숲속의 무언가라. 짐작이 안 가는데. 그나저나 말을 거의 안 해서 몰랐는데 에밀의 목소리가 참 예뻤다. 비록 무미건조하긴 했어도.

사람들의 텅 빈 동공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불쾌함을 에밀의 목소리로 달랬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은 다시 나사가 꼽혔다.


“대장”


적당히 얘기를 나누다가 나탈리에게 말을 걸었다.


“왜?”

“내일 숲 정찰에 나도 껴도 될까?”

“왜, 궁금해?”

“응. 안돼?”

“알았어, 그럼.”


허락을 받은 뒤 다시 술을 한 모금 삼켰다.


“나만 믿고 따라와, 한스.”

“그래, 잘 부탁해. 카를로.”


이런 시시덕거림에서 오는 잔잔한 행복을 만끽하며 그날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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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달밤에 18.05.07 208 2 9쪽
8 숲 정찰 18.05.07 234 5 9쪽
» 생활 18.05.06 291 3 9쪽
6 정보 확인 18.05.06 263 3 7쪽
5 대련 18.05.06 271 5 5쪽
4 경비대 18.05.05 335 4 8쪽
3 정보 18.05.05 415 5 8쪽
2 마을로 18.05.05 521 8 6쪽
1 프롤로그 +2 18.05.04 990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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