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67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07 23:30
조회
234
추천
5
글자
9쪽

숲 정찰

DUMMY

경비대로 일한 지 한 달이 되던 날, 나탈리한테서 월급을 받았다. 그리고 아침은 여전히 스벤의 집에서 먹고 있었기에, 난 월급의 반을 숙박비의 의미로 스벤에게 주었다.

오늘은 세 명이서 밥을 먹고 난 뒤, 특이하게도 다 같이 집에서 나왔다.


“소피, 조심해.”

“걱정 마, 한스가 지켜줄 거야.”

“멍!”


그 사건 이후 한스의 다리가 다 나을 때까지 스벤은 소피에게 숲으로의 외출을 금지했다. 그리고 오늘은 다 나은 한스와 소피가 다시 약초를 캐러 가는 날이었다.


“오늘은 나도 숲으로 가니까, 위험하면 소리 질러.”

“알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럼 스벤 아저씨, 다녀올게요. 다녀와, 소피.”


인사를 하고 기지로 향했다. 기지에는 이미 다들 도착해있었다. 상당히 빨리 온단 말이지. 적당히 인사를 나누자 나탈리가 오늘 할 일을 말해줬다.


“숲을 그냥 대충 돌고 오면 돼. 마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잘 못 다뤄도 무기는 꼭 가져가고.”


말과 함께 단검을 건네는 나탈리. 그걸 받아서 허리춤에 찼다. 약간 묵직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카를로랑 에밀이 도와줄 거야.”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들.”


꾸벅 허리를 숙이자 피식 웃는 카를로. 에밀은 무표정이었다.


“그럼 갔다 와.”

“대장은 같이 안가?”

“난 순찰해야지. 왜, 벌써부터 내가 그리워?”

“응.”


아무래도 한 달 동안 붙어 다니다 보니 없으면 허전했다. 근데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장난스럽게 웃으며 농을 던지던 나탈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오~. 뭐야, 한스. 그런 거야?”

“그런 거죠.”

“그런 거야?”


실실 웃는 마르코와 카를로. 기분 탓인지 나탈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도 같았다.


“아무튼 빨리 가!”

“예이. 예이.”


날선 나탈리의 눈빛을 받으며 기지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카를로와 에밀과 함께 숲까지 걸어갔다.


“그나저나, 선배님. 뭘 하면 됩니까?”

“그거 아직도 해? 일단 숲을 따라서 돌면서 마수의 흔적을 살피고, 중간중간 덫도 깔고, 마수가 보이면 사냥도 해야지.”


내가 안 하고 있던 경비대의 일이 이쪽에 다 몰려있었다. 살짝 양심이 찔리는데.

카를로는 평소에는 도대체 어떻게 다녔을지 모를 정도로 나와 대화를 나눴다. 어쩌면 평소에 에밀과 다니던 반동으로 더 신나게 말하는 걸지도.


“그냥 이렇게 걸어도 되는 거야?”

“말하면서도 다 보고 있어. 걱정하지 마.”


실제로 유심히 보니 카를로의 눈만은 날카롭게 숲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도적 직업을 할 만한 카를로답다고 해야 할까. 게다가 에밀도 무심한듯하지만 숲속을 관찰하고 있었다. 과연.

걷다 보니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였다. 그제야 나는 숲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알 수 있었다. 그곳엔 묘비가 있었다. 그리고 여러 묘비 중에 한 곳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소피도.

그걸 본 카를로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마침 이 근처에 마수용 덫이 있어. 난 그걸 손보고 있을 테니까 갔다 와.”

“......고마워. 카를로. 에밀.”


친구들의 배려에 감사를 느끼며 조용히 소피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말을 걸기엔 망설여졌다. 그녀는 평온한 듯, 하지만 어딘가 서글픈 표정으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멍!”


말을 걸기엔 꺼려지는 그 모습에 망설이고 있던 나를 한스가 반갑게 여겨주었다. 그 소리를 듣고 소피 또한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어, 안녕?”

“풉, 그래, 안녕.”


어색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고민하던 동안 나를 보던 소피는 이내 다시 묘비로 눈을 돌렸다.


“엄마셔.”

“그렇구나.”


잠시 침묵하던 소피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엄마는 꽤 뛰어난 약사셨어. 나도 그런 엄마 밑에서 약학을 배웠고.”

“엄마가 좀 멀쩡하실 때 어디선가 개를 주워오셨어. 맞아. 그 개가 바로 한스야. 우리에게 남겨진 선물.”

“네가 쓰고 있는 방이 바로 엄마 방이었어.”

“엄마는 병이 있으셨어. 예전에도 아빤 말이 적으셨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론 말이 더 적어지셨어.”

“아빤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도 엄마 물건은 남겨놨어. 그 상태 그대로,”


두서없는 그녀의 말. 소피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소피의 말을 들어주었다. 하나 둘 얘기하던 소피는 이내 진정된 듯 차분히 말했다.


“고마워, 한스.”

“아니야.”

“경비대 일이 아직 남아있지? 난 좀 더 있다가 약초 캐러 갈게. 먼저 가봐. 바쁘겠다.”


둘러 표현한 축객령에 나는 고개를 한번 숙이고 무덤을 빠져나왔다. 나올 때 소피 앞의 묘비에 새겨진 이름이 눈에 띄었다.

리제.


* * *


살며시 무덤에서 빠져나오자 에밀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늘 읽던 책을 읽고 있었다.


“에밀, 카를로는?”

“.......덫.”


아직 덫을 손보고 있단 의미이리라. 한 달 동안 에밀과 소통해본 결과, 에밀은 긴 문장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에밀이 읽고 있는 책은 많이 읽었는지 꽤나 닳아 있었다.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자 에밀이 책에서 눈을 떼진 않고 말했다.


“볼래?”

“어?”


상당히 놀랬다. 여태 한 번도 그런 얘긴 한 적이 없는데.

조심스레 다가가 에밀의 옆에 앉았다. 내가 옆에 앉자 에밀은 내 쪽으로 살짝 책을 밀어줬다.

책은 반은 그림이고 반은 글자로 되어있었다. 이곳으로 오고 나서 이유는 몰라도 소통은 물론 글자 또한 읽고 쓰는 게 가능했는데, 에밀의 책은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림을 보며 대충 유추해보려 노력했다. 내용은 동화 같았다. 여러 영웅이 모여서 마왕을 무찌르는 이야기. 특이한 점은 영웅의 모습이었다. 사람 모습에 동물의 귀와 꼬리가 붙은 수인도 있었고, 동물이 사람처럼 서있는 모습의 수인도 있었다. 그 외엔 오크로 추정되는 아인이나, 엘프로 추정되는 아인, 드워프 또한 있었다. 물론 인간도 한 명 있었다. 흥미롭네.


“재밌네.”


그 말에 에밀이 날 쳐다봤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 하지만 약간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머니.”


책을 가리키며 말하는 에밀. 어머니가 줬다는 뜻일까.


“어머니한테 받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에밀.

에밀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것 같아서 내심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에밀이 책을 덮고 등의 활을 들고는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덕분에 절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시위를 최대한 당기고, 호흡을 잠깐 멈추는 에밀. 그리고 어딘가로 화살을 쏘았다. 물 흐르듯 이어진 부드러운 발사였다.


“마수.”


화살이 쏘아진 방향을 가리키며 말하는 에밀. 가끔 정찰 나갔다 잡아오는 마수도 이렇게 잡아내는 걸까.

에밀이 가리킨 방향으로 가보니 미간 정중앙에 화살이 꽂힌 라트라가 있었다. 어째 이 녀석밖에 못 본 느낌인데.

그녀의 솜씨에 감탄하며 라트라를 들고 에밀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자 어느새 카를로가 돌아와 있었다.


“한스. 어딜 갔....... 에밀, 그새 잡은 거야?”


내 손에 들린 라트라를 보며 물어보는 카를로. 에밀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주었다.


“음, 이제 일은 대강 끝났어. 이제 그냥 둘러보기만 하면 돼. 라트라 줘봐.”


카를로는 내게서 라트라를 받더니 몸에 상처를 내 나무에 묶어서 피를 빼냈다. 쓰일 때가 있을 것 같아 유심히 봐두었다.


“마저 돌고 마을갈 때 들고 가자.”

“그래.”


그 뒤 적당히 대화를 나누며 숲을 돌았다. 별일 없이 숲을 한 바퀴 돌아본 우리는 피 빠진 라트라를 들고 마을로 돌아왔다.

라트라는 리노에게 넘겨주었다. 마수는 손질해서 가죽은 팔고, 고기는 요리에 사용하거나 주민들에게 배급한다. 마석이 나오면 상단에 판다. 독성이 없는 라트라라서 가능하단다.

기지로 돌아와 문을 열려고 했는데 문이 알아서 열렸다.


“안녕, 피에르.”

“안녕, 한스.”


피에르는 싱긋 웃더니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안쪽을 보니 무표정한 나탈리가 보였다. 저런 표정의 나탈리는 좀... 뭐랄까. 거리감이 느껴졌다.


“대장, 돌아왔어.”

“어서 와.”


안에 들어와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좀 쉬고 있자니 나탈리가 다가왔다. 평소의 살짝 미소 지은 표정으로. 역시 이 표정일 때가 좋네.


“어땠어, 한스?”

“음, 별거 없었어.”

“그래? 아, 조만간 상단이 올 거 같아.”

“상단?”

“그래. 볼만 할 거야.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고. 곡예단이 항상 같이 오거든.”


곡예단이 이 작은 마을에 와서 무슨 돈을 벌 수 있을까. 역시 게임이라서 그런 걸까.


“그래? 그럼 같이 놀면 되겠네.”

“어? 어, 그렇지.”


저녁에 나탈리가 연거푸 술은 권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나탈리는 정말 술꾼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족쇄를 벗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이별 18.05.13 205 2 12쪽
14 후회 18.05.12 199 2 14쪽
13 평화로운 일상 18.05.10 187 3 7쪽
12 떠나보내는 이 18.05.09 224 2 8쪽
11 떠나는 이 18.05.09 195 2 8쪽
10 상단 18.05.09 256 3 9쪽
9 달밤에 18.05.07 208 2 9쪽
» 숲 정찰 18.05.07 235 5 9쪽
7 생활 18.05.06 291 3 9쪽
6 정보 확인 18.05.06 263 3 7쪽
5 대련 18.05.06 271 5 5쪽
4 경비대 18.05.05 335 4 8쪽
3 정보 18.05.05 415 5 8쪽
2 마을로 18.05.05 521 8 6쪽
1 프롤로그 +2 18.05.04 991 9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