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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님의 서재입니다.

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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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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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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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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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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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9화. 야구 보급 계획

DUMMY

“오우- 오랜만이네요. 한진 씨, 영준 씨!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길례태 씨 안녕하세요. 못 본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되게 오랜만인 것 같네요. 신입 단원 테스트도 못 보실 정도로 바쁘셨나 봐요?”


“하하하. 한진 씨랑 영준 씨가 오고부터 할 일이 많아진걸요? 두 분의 지분도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입 단원은 테스트도 하셨다고요? 좀 어떻던가요?”


나는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선발투수 자리는 문제없습니다. 길례태 씨도 나중에 한 번 공 받아보시면 아실 겁니다.”


길례태는 그 말을 듣고 싱긋 웃어 보인다. 그건 그렇고 길례태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저 물건들은 대체 뭐지?


“길례태 씨, 그나저나 들고 오신 그 물건들은 뭡니까?”


“오우- 이건 말이죠. 저번에 우리 계획 세웠던 그거 있지 않습니까. 야구 전파 계획. 그걸 위한 도구들입니다. 제이손 씨, 같이 펼쳐주시죠.”


말을 꺼냄과 동시에 들고 있던 물건들을 마룻바닥에 펼치는 길례태와 제이손이었다. 응? 이것들은?


“야구방망이, 글러브, 그리고 웬 종이들이 이렇게 많습니까?”


“하하하. 진지하게 야구를 보급하려면 야구의 규칙과 용어, 그리고 야구의 기본기를 설명할 야구 교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써보려고 가져왔습니다. 마침 영준 씨와 한진 씨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잘됐네요! 오늘은 이 작업으로 하루를 보내 봅시다!”


길례태 씨는 확실히 배운 사람이다. 그래. 어디 동네야구나 하려는 거면 모를까, 진지하게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만들려면 통일된 규격이 필요하다. 이 동네에서는 이 규칙, 저 동네에서는 저 규칙을 적용하면 동네별로 변질할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각자 동네에서만 즐기는 거면 모를까, 우리 계획대로라면 각 동네 팀이 붙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텐데, 그럴 때 규칙이 다르면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허송세월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얘기를 듣더니 가만히 있던 한진이 말을 꺼냈다.


“그런 거라면 저도 환영입니다.”


한진까지 가세한 야구의 용어, 규칙, 이론을 총망라한 야구 교본을 만드는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물론 마냥 순탄한 건 아니었다. 우선 지금은 야구의 태동기, 조선 땅이야 당연하고 메이저리그마저도 데드볼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 야구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야구를 할 때였다.


데드볼 시대는 라이브볼 이전의 시대를 말하며, 쉽게 말해 장타가 실종된 극심한 투고타저의 시대였다. 메이저리그의 통산 500승, 통산 7000이닝, 통산 700완투, 한 시즌 400이닝 등의 괴이한 기록들은 웬만하면 전부 이 시대에 쓰인 거로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이런 미친 투고타저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반발력이 매우 떨어지는 야구공의 사용이 있었다. 그나마 지금 시기는 슬슬 데드볼 시대에서 라이브볼 시대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야구공의 표준화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지, 예전에는 공의 중량과 크기도 중구난방이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길례태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에, 미국에서 가져온 공이 나름 반발력이 강한 공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팀 기준으로 한진이나 (공을 맞혔다는 가정의)현정훈 정도의 파워가 아니면 홈런을 만들어 낼 선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장타가 어느 정도 생산되어야 관중들의 환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길례태에게 앞으로는 반발력이 강한 공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너무 타격전이 된다면 마운드의 높이를 높인다거나 스트라이크 존을 조정한다는 식의 밸런스 조정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다음 문제는 규칙 문제이다. 길례태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아웃이 되기 위한 스트라이크 개수나 볼로 출루하는 데 필요한 개수 등도 지금과 달랐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삼진이나 볼넷 등, 기본적인 룰은 상당히 정립되었다.


나와 한진은 세부적인 룰에 대해 상당한 조정을 가하기로 했다. 지금은 투수와 타자의 밸런스를 해칠만한 허점을 가진 룰이 한둘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야구공의 교체만 해도 굉장히 조건이 까다로웠다. 이는 당시 고가에 속했던 야구공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룰로 보였다. 문제는 비용을 아끼는 건 좋은데 이를 악용해, 공에 흠집을 만들어 던지는 스핏볼이라고 불리는 부정투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타자가 타격준비를 하기도 전에 투수가 공을 던지는 퀵피치라는 얍삽이 또한 존재한다고 한다. 오늘날이었으면 당연히 보크가 선언될 부분이었다.


또 우리가 고려한 사항은 경기 시간의 단축이었다. 오늘날에도 긴 경기 시간으로 인해 젊은 관중의 유입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1분 1초라도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온몸을 비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근원적인 문제 때문에 이를 고려했다.


바로 조명이 없다는 점. 물론 이 시기에도 조명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미 몇십 년 전에 궁궐에 무려 그 ‘에디슨’이 발명한 전등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아직은 상징적인 면이 컸던 거지, 실용성 면에서는 상용화는 말이 안 됐다.


깜깜한 밤에도 야구장을 대낮처럼 환히 밝힐만한 기술력도 없거니와 설령 그 정도가 가능하더라도 한양 내의 모든 전기를 끌어 써야 할 텐데 그럴 비용을 감당해 낼 수가 있겠는가?


한 가지 더 고려할 사항이 나중에는 몰라도 당장 몇 년 내에는 야구 경기장이라고 할만한 건 우리가 계획 중인 동대문 야구장뿐이라는 점이다. 그 말인즉 슨, 이 경기장에서 하루에 두 탕씩 뛰어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


오전 타임 경기는 여유 있겠지만 오후 타임은 경기가 질질 끌리는 와중에 해가 저문다면 똥 누다가 끊긴 것 마냥, 찝찝하게 경기를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관중들에게 김빠지는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나와 한진은 길례태에게 이런저런 규칙의 조정 및 추가에 대해 설득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희는 여러 규칙을 추가하고 기존 규칙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특히나 우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한다는 관점에서 놓고 보면 더더욱 필요한 사항이라는 데에 저 역시 큰 공감을 합니다. 아예 이러한 부분들은 미국까지는 몰라도 일본 쪽 야구인들과도 대화를 나눠 적어도 우리가 하는 경기에 한해서는 룰의 개정을 끌어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크··· 역시 길례태 씨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길례태의 시원시원한 응답으로 야구 규칙을 현대의 기준에 맞게 정립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놀라웠던 것은 한진이었다. 야구를 보다 보면 기본적으로 숙지하게 되는 규칙을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거의 야구 규정집을 줄줄 꿰차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수비 상황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가 페어지역 안에 있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이나 경기장의 구획선 규정부터 장비의 크기 같은 규정까지도 술술 나오는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왜 이렇게까지 규정을 하나하나 외웠냐고 물으니 그 대답은 간단했다.


“왜 외웠냐고? 규정을 몰랐을 시에 나에게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르는 거고, 또 알고 있으면 나에게 유리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잖아? 규정을 몰라서 아웃 되는 걸 보고 있으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싶기도 하고···.”


분명 옳은 말인데 한진아··· 보통은 너 정도까지는 안 해, 아니 못 해···. 진짜 이 녀석은 야구에 미친 놈이기도 하지만 뭘 해도 잘했을 놈이다. 그게 외우려고 한다고 외워지겠냐! 머리가 되니 외우는 거지.


어쨌든 한진이 덕분에 야구 규정집은 성공적으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분량이 분량인 만큼 3일 정도 소요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길례태가 오늘은 이쯤 하자는 말을 안 했다면, 하루 만에 완성도 가능했을 것이다. 한진이 녀석의 불타는 눈동자를 봤다면 공감할 것이다.


그다음은 야구 용어 모음집이었다. 이 또한 한진의 도움이 컸지만 여기서는 나도 꽤나 많은 공헌을 했다. 혜림과 카페에서 나눴던 야구 용어에 관한 얘기들을 다 풀어냈다. 길례태 또한 혜림처럼 너무 일본어식 표현이 많다는 지적을 해왔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그를 설득했다.


그럼에도 한글을 사랑하는 길례태 때문에 새로운 용어를 만드느니 마느니 하면서 이 작업 또한 이틀이 소요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야구 교본을 편찬하는 일이었다. 이것 또한 한진의 몫. 이 시대에서는 한진만한 야구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투수는 선발투수부터 마무리투수까지, 야수는 포수부터 외야수까지 모든 포지션의 맡은 역할과 수비 자세부터 타격 이론과 피칭 이론 등등 모든 것을 정리해 놓았다. 과장 좀 보태서, 몸만 따라 준다면 이거 하나만 봐도 프로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작 한진은 너무 정석적인 이론만을 담아놓은 것 같다면서 사람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이론을 수록해 놓아야 한다며 열의를 불태웠으나, 오바 좀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고 마무리시켰다. 한진의 열정을 꺾어서 이 역시 3일 만에 끝낼 수 있었다.


도합 열흘 정도의 기간 만에 야구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서적을 편찬할 수 있었다.


“자, 책의 저자를 써야겠죠? 우한진, 채준영, 길례태.”


음··· 나도 책을 쓰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한 건 맞지만 막상 내 이름이 들어가니 좀 쑥스러웠다. 사실상 한진이가 거의 다 쓴 거나 다름없었고, 나는 그저 현대의 지식을 조금 읊었을 뿐인데 이런 책에 저자로 내 이름 석 자가 적혀있다니···. 오묘한 기분이었다.


책은 다 써졌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다. 이론만으로 통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개나 소나 프로선수 했을 것 아니겠는가? 이를 몸소 보여줄 사람이 필요했다. 한진이나 길례태라면 가능하겠지만 이들의 몸뚱아리는 하나다.


함께 역할 분담을 해줄 코치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코치 역할을 맡게 될 사람을 선발했는데, 사실상 주전 멤버 전원이었다. 우리는 2인 1조로 조를 짜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파견을 나가기로 했다.


한진과 김영복, 나와 현정훈, 김산과 김만복, 김훈과 허영수, 길례태와 제이손의 조합으로 총 5조가 편성되었다. 나의 경우, 정훈 씨와는 처음으로 엮이는 거기도 했고, 정확성 F라는 충격적인 스탯이 아직도 아른거려서 야알못인 내가 잘 커버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김훈과 영수가 묶인 것은 또 뭘까···. 길례태 씨 노린 겁니까? 이론상으로는 한진과 길례태가 있는 조를 제외하면 투수와 포수라는 환상의 조합으로 제일 야구 잘 아는 조합처럼 보이는데 저 둘의 시너지는 과연···.


“아니, 내가 왜 이런 애송이와 같은 조를 짜야 한단 말이오? 누구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뭣도 모르는 이 애송이까지 챙기란 말이오? 난 못하겠소. 난 한진 양반과 같은 조를 하고 싶단 말이오.”


“흥, 누군 나이를 헛먹은 식충이 양반과 같이 가고 싶은 줄 아시오? 보아하니 한진 형님과 가면 한진 형님만 죽어라 가르치고 그쪽은 탱자탱자 놀다가 밥이나 축내려는 거 같은데 누가 그 속셈 모르는 줄 아시오?”


캬! 영수야 제대로 알아봤구나. 내가 봐도 김훈 저 양반은 너무 의도가 불순하다. 그러니 네가 짝을 이루는 게 맞는 것 같구나. 고생 좀 해다오.


조는 짜졌지만, 아직 파견을 갈 수는 없다. 쉽게 말해 내 코가 석 자인 상태니 말이다. 우리도 한진과 길례태를 제외하면 실전은커녕 이론도 모자란 상태이니 말이다.


한진과 길례태도 당연히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이는 한진의 폭풍 선언으로 이어졌다.


“자,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야구 전파를 나설 수 있도록 내일부터 지옥의 합숙 훈련에 들어가도록 합시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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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0화. 위기탈출 채영준 +1 23.06.06 156 5 13쪽
30 029화. 죽을 고비를 넘기다 +2 23.06.05 150 4 13쪽
29 028화. 기방에서 얻은 기연 +6 23.06.04 166 7 13쪽
28 027화. 기생 혜월과의 재회 23.06.03 161 5 14쪽
27 026화. 성남구락부 탐색전 +2 23.06.02 168 5 14쪽
26 025화. 혜림의 든든한 빽, 고종 황제 +6 23.06.01 174 6 14쪽
25 024화. 합숙 훈련의 성과 +2 23.05.31 178 7 14쪽
24 023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完) 23.05.30 165 4 14쪽
23 022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3) 23.05.29 167 4 14쪽
22 021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2) +2 23.05.28 187 4 16쪽
21 020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1) +2 23.05.27 194 5 12쪽
» 019화. 야구 보급 계획 +4 23.05.26 196 6 12쪽
19 018화. 말괄량이 선발투수 길들이기 +2 23.05.25 199 5 12쪽
18 017화. 밥 좀 사달라는 선발투수 23.05.24 213 6 12쪽
17 016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4 23.05.23 225 6 12쪽
16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5 23.05.22 270 7 12쪽
15 014화. 먹거리 구상, 국밥의 민족 +2 23.05.21 223 6 12쪽
14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2 23.05.20 232 6 12쪽
13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3 23.05.19 247 7 12쪽
12 011화. 손탁호텔 스캔들 +3 23.05.18 237 8 12쪽
11 010화.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리고 설렘 +2 23.05.17 237 6 12쪽
10 009화. 스카우터 레벨업! +5 23.05.16 245 7 12쪽
9 008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完) +6 23.05.15 261 7 12쪽
8 007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2) +6 23.05.14 253 8 12쪽
7 006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1) +4 23.05.13 285 9 13쪽
6 005화. 1루 자리, 재능의 차이 +2 23.05.12 311 7 12쪽
5 004화. YMCA 대면식 +3 23.05.11 359 7 13쪽
4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2 23.05.10 420 9 12쪽
3 002화. 1억 번째 관중 +2 23.05.10 452 9 13쪽
2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23.05.10 548 10 12쪽
1 000화. 우리는 황성 YMCA 야구단 +3 23.05.10 650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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