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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님의 서재입니다.

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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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4.01.08 13:23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13,911
추천수 :
416
글자수 :
656,786

작성
23.05.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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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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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DUMMY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정체불명의 물건을 바라보면서 든 생각은 이랬다.


‘아오, 또 괴한이야?‘


한진의 외침이 아니었으면 이번에는 진짜 뚝배기가 날아갈 뻔했다. 한진을 보니, 이번에도 날아온 건 돌멩이였나보다. 돌을 잡아내고 한진은 곧바로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꽤 먼 곳에서 날아온 돌이었기 때문에 역시나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암살 시도를 하는 거지? 나 진짜 여기 와서는 원한을 산 게 없는데 억울해!


“한진 씨 고맙습니다. 덕분에 뚝배기를 보전했네요. 이번에는 뭐 확인하신 거 있습니까?”


“안 다치셨다니 다행이군요. 그냥 키가 좀 큰 편이었다는 것 외에는 확인을 못 했네요. 처음에는 그냥 저를 시험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사람이 다칠 뻔하다 보니 상당히 불쾌하군요.”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한진이었지만, 이번에는 불쾌함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나를 위해 화를 내주다니 나 조금 감동했을지도···? 그런 한진이 기특해서라도 빨리 보여줘야겠다.


“뭐 일단은 안 다쳤으면 됐죠. 그보다 한진 씨 빨리 집으로 가서 이걸 한 번 드셔보시죠.”


“그게 무엇입니까?”


“좋~은 겁니다! 흐흐흐···. 저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빨리 가보시죠!”


집에 도착해서 혹시 모르니 땀에 젖어있는 한진에게 씻고 오라고 하고, 소환단을 복용시킬 준비를 했다. 소환단의 냄새는 약간 구릿했지만, 한진은 익숙하다는 듯이 삼켜 넘겼다.


“윽, 냄새가 구린데 어떻게 참으시는 겁니까?”


한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는 몸에 좋다는 것은 별걸 다 먹어봤거든요. 그때 먹었던 것에 비해서는 이 정도는 그냥 구수한 냄새 정도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저런 몸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겠지.


“아··· 그러시구나··· 근데 약은 좀 어떠십니까? 효과가 느껴지시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몸 안에서 전에 느껴본 적 없던 기운이 퍼진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습니다.”


음···. 역시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곧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한진은 얼굴을 잠시 찡그리더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단전에 손을 모은 명상 자세를 취하고는 그대로 한 시간가량을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한 시간 뒤에 한진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식은땀을 주룩 흘리더니 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효과가 나타난 것인가? 나도 한번 보자. 스카우터 on.



<이름: 우한진>

소속: 황성 YMCA 야구단, 나이: 26세

키 : 187cm, 몸무게: 97kg 좌투좌타

[타자]

정확도: B (A+), 힘: B (A+), 선구안: B (A), 주루: C+ (B)

수비: A (A+), 번트: B (A), 정신력: S (S+)

1루적성: A (A+), 외야적성: A- (A)

포구: A (A+), 송구: D+ (S), 어깨: D (S+), 반응속도: A+ (A+)

[투수] 비활성화

[코치] 타자: C+ (A), 투수: B (A+), 수비: B(A+)



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전에 비해 어깨와 송구, 힘 등 주로 어깨 부상과 관련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능력치들이 약간 올라갔다.


“한진 씨, 어떻게 효과가 좀 있는 것 같습니까?”


이곳에 와서는 항상 침울함만이 감돌았던 한진이, 오랜만에 기운찬 표정으로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어깨가 꽤 편해진 느낌이 있습니다. 아직 투구를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바늘로 찌르는 듯 어깨를 괴롭히던 통증이 유의미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어깨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라니, 따로 말을 안 해서 그런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제 고통은 끝났다! 한진아,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너무 뿌듯하다. 야신이시여! 기연이라는 게 정말 있었군요! 믿습니다! 찬양합니다!


그래도 완치까지는 멀었다.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된다.


“한진 씨 기쁘다는 건 알겠지만 아시죠? 절대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상태가 더욱 호전될 수 있게 제가 노력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부디 몸 관리 잘하세요.”


“네, 몸이 좀 회복되니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군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푹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영준 씨··· 정말 고맙습니다.”


뭐??? 캬··· 한진에게 감사 인사를 받다니 나 성불해도 되나? 이런 게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진아 기다려라. 그 감사 인사 계속 받을 거다!


그렇게 한껏 기분이 좋아진 채로, 우리는 잠에 들었다.



···

···

···



눈을 뜨니 오늘은 해가 떠 있다. 맨날 스윙 소리에 눈을 뜨면 어두컴컴했는데 말이지.


그렇다는 건 즉 슨, 한진이 지금까지 누워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 진짜 몸과 마음이 좀 편안해졌나 보다. 그런데 이런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바로 눈을 뜨는 한진. 살짝 뻘쭘해지네.


“한진 씨, 잘 주무셨나요? 오늘은 푹 주무셨네요?”


“준영 씨도 잘 주무셨습니까? 정말 오랜만에 푹 잔 것 같네요. 컨디션이 굉장히 좋습니다.”


“편히 주무셨다니 제가 다 기쁘네요 하하하. 오늘 따로 훈련도 없다는데 저랑 서울 구경이나 하실까요?”


내가 해준 게 얼만데 오늘은 설마··· 아니겠지?


“음··· 딱히 훈련을 안 한다고 훈련을 못 할 건 없습니다만, 훈련만큼 휴식도 중요한 것이니 그러도록 할까요?”


예스!! 아니, 무슨 데이트 신청 성공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기뻐해야 할 일인가?


“그럼 식사하고 바로 출발하시죠. 들를 곳이 좀 있습니다.”


오늘은 저잣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고 그동안 안 가봤던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 볼 예정이다. 이유야 당연히 야구단 인재를 탐색해 스카우트하려는 것.


손탁호텔에서의 일 때문에 고마웠는지 오늘은 아침부터 소고기 반찬이 올라와 있다 허허.


식사 후 혜림에게 인사나 해볼까 했는데 매일 보이던 그녀가 오늘은 보이지를 않는다. 듣자 하니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는데, 아마 나와 나눈 비즈니스 이야기를 실천하려고 하는 것 같다.


좋았어. 하나씩 해나가는 거다!



나는 한진과 만나 일단 YMCA로 향했다.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우리를 위한 특별 도우미 김산이 그 주인공이었다.


“아이고~ 형님들 식사는 잘 잡수셨습니까? 또 한양하면 제가 빠삭하죠, 하하하. 어떻게 이건 좀 가져오셨습니까?”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게 돈 좀 있냐 이 소리 하는 거지? 근데 어째 첫인상이랑 너무 다른데? 그새 우리한테 내적 친밀감이라도 쌓였나. 뭐 이리 친근하게 굴어 부담스럽게.


어쨌든 김산이 없으면 까막눈이니 맞춰 주는 수밖에. 원래는 길례태 씨가 시간이 난다면 대신 왔을 텐데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으신 양반이다 보니 김산을 부득이하게 보낸다고 했다.


하긴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았던데다가 이제 야구 용어 전파와 야구 보급 등 해야 할 것이 태산일 테니 이해가 간다.



일단 우리의 목적지는 남대문 저잣거리였다. 저번 시합에 연을 맺었던 포목상 집 막내아들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그의 도움을 받아 여러 물품의 시세 파악도 좀 하고 말이다.


쉬지 않고 주절주절하는 김산의 수다를 들으며 천천히 내려가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저기 저 서양식 종교 건물은 설마 명동 성당인가?


김산에게 물으니 맞았다고 했다. 교과서에서나 봤었는데 이걸 과거로 와서야 실제로 보네. 그럼 이곳이 그 이름만 듣던 명동 쪽인가 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 와중에 갑자기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몽둥이와 방패로 무장한 비장한 기운이 감도는 패거리가 보였다. 각 무리의 뒤편에는 돌이 조금 쌓여있었고 그 주변에 돌을 잡고 던질 준비를 하는 듯한 사내들이 있었다.


“산아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중인 거냐?”


그쪽에서 먼저 친한 척했으니 반말 정도는 괜찮겠지?


“아~ 저 사람들이요? 에휴,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석전이나 하는 석전 패거리죠. 할 거면 도성 밖에서나 하지 왜 여기서 이런담? 빨리 지나가는 게 좋을 겁니다. 저자들은 일단 석전이 시작되면 주변이 안 보이거든요.”


석전? 직역하면 돌 싸움인가? 잠깐 돌로 싸우는 거면 돌을 던진다는 거 아닌가? 투수 하나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아··· 근데 맨손으로 돌을 던지려는 사람은 별로 없네···. 대부분이 무슨 줄에 돌을 끼워 넣고 있다.


-와아!


함성과 함께 석전이 시작되었다.


아까 봤던 대로 직접 돌을 던지는 사람보다는 투석구나 새총 등의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몇몇은 맨손으로 던지고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지. 스카우트 on!


음···. 역시나 눈에 띄는 스탯의 선수가 별로 없다. 도구라는 건 쓰면 편리하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하는 인간은 퇴화하기 마련이다. 지금이 딱 그런 모양새다.


기대감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는데, 아니... 한 명 있다!!!



<이름: 김훈>

소속: 없음, 나이: 30세

키 : 177cm, 몸무게: 84kg 우투우타

[타자]

정확도: D- (C+), 힘: C+ (B), 선구안: C (B-), 주루: C (C+)

수비: D (C+), 번트: F (D+), 정신력: C+ (B)

외야적성: D- (C+)

포구: D (B+), 송구: B+ (A+), 어깨: B+ (A+), 반응속도: B (B+)

[투수]

체력: B+ (A), 구속: B (B+), 구위: B (B+), 제구: B+ (A), 변화: F (C), 수비: D+ (C+), 정신력: A (A)


뭐야 이 사람? 그래, 그러고 보니 몇 안 되는 맨손으로 던지는 사람 중에 저 사람이 유독 눈에 띈다.


단순히 돌을 빠른 속도로 던지는 것만이 아니다. 제구가 미쳤다. 저자가 돌을 한 번 던질 때마다 한 사람씩 다리나 옆구리 등을 맞고 고꾸라졌다. 저 정도면 머리를 노릴 만도 한데 의도적으로 덜 위험한 곳에 던지는 느낌?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저 정도의 위력이니 맨손으로 던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도구를 쓰면 아무리 숙련자라도 시전하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저 김훈이라는 자는 던지는 타이밍이 두 배는 빨랐다.


그뿐만 아니라 임기응변 능력이 대단했다. 몸이 자유롭다 보니 한 곳에서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돌이 덜 날아오는 곳이나 방패를 든 자가 위치한 곳으로 재빨리 몸을 피했다. 석전에도 프로가 있다면 이 사람이 아닐까 생각됐다.


“산아, 혹시 저쪽에 유난히 잘 던지고 잘 피하는 저 사람이 누군지 아냐?”



“아~ 저 양반이요? 알다마다요. 마지막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망나니가 되어버린 김훈이라는 자로 이 근방에서는 유명합니다.


머리도 꽤나 좋았던 양반으로 알려졌는데, 그래 봤자 유교 경전만 읽던 양반이 신문물에 대해 어찌 알겠소? 과거제가 폐지되고는 그대로 도태되어 기생방이나 들락거리고 전문 석전꾼이 되어서 지방까지 원정을 가며 그걸로 밥벌이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


시대가 낳은 비운의 한량이라고나 할까요. 뭐, 나름 안타까운 면이 있는 양반이긴 합니다. 근데 저 나이 먹도록 저러고 있다니··· 나이 좀 더 자시면 이제 저 짓도 못 할 텐데 말이오.”


그러고 보니 나이가 꽤 많은 점이 조금 아쉽네. 현대를 기준으로도 슬슬 에이징 커브를 주의해야 할 나이니 말이다. 그래도 즉시 전력감으로는 이만한 선수가 없을 것 같은데, 석전이 끝나면 합류 제안이라도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옆을 바라보니 한진이 매서운 표정으로 김훈이라는 자를 주시했다. 그러다 지금까지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던 한진은 김산에게 이것저것 무언가를 물어봤다.


그러더니 어디서 가져온 건지 얼굴에 탈을 쓰고 글러브를 낀 채 김훈이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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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0화. 위기탈출 채영준 +1 23.06.06 156 5 13쪽
30 029화. 죽을 고비를 넘기다 +2 23.06.05 151 4 13쪽
29 028화. 기방에서 얻은 기연 +6 23.06.04 167 7 13쪽
28 027화. 기생 혜월과의 재회 23.06.03 161 5 14쪽
27 026화. 성남구락부 탐색전 +2 23.06.02 169 5 14쪽
26 025화. 혜림의 든든한 빽, 고종 황제 +6 23.06.01 174 6 14쪽
25 024화. 합숙 훈련의 성과 +2 23.05.31 179 7 14쪽
24 023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完) 23.05.30 165 4 14쪽
23 022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3) 23.05.29 167 4 14쪽
22 021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2) +2 23.05.28 187 4 16쪽
21 020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1) +2 23.05.27 194 5 12쪽
20 019화. 야구 보급 계획 +4 23.05.26 196 6 12쪽
19 018화. 말괄량이 선발투수 길들이기 +2 23.05.25 199 5 12쪽
18 017화. 밥 좀 사달라는 선발투수 23.05.24 213 6 12쪽
17 016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4 23.05.23 225 6 12쪽
16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5 23.05.22 270 7 12쪽
15 014화. 먹거리 구상, 국밥의 민족 +2 23.05.21 223 6 12쪽
14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2 23.05.20 233 6 12쪽
»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3 23.05.19 248 7 12쪽
12 011화. 손탁호텔 스캔들 +3 23.05.18 237 8 12쪽
11 010화.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리고 설렘 +2 23.05.17 237 6 12쪽
10 009화. 스카우터 레벨업! +5 23.05.16 245 7 12쪽
9 008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完) +6 23.05.15 261 7 12쪽
8 007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2) +6 23.05.14 253 8 12쪽
7 006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1) +4 23.05.13 285 9 13쪽
6 005화. 1루 자리, 재능의 차이 +2 23.05.12 311 7 12쪽
5 004화. YMCA 대면식 +3 23.05.11 359 7 13쪽
4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2 23.05.10 420 9 12쪽
3 002화. 1억 번째 관중 +2 23.05.10 452 9 13쪽
2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23.05.10 548 10 12쪽
1 000화. 우리는 황성 YMCA 야구단 +3 23.05.10 650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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