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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님의 서재입니다.

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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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4.01.08 13:23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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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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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글자수 :
656,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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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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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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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DUMMY

“한진 씨, 거기가 어디라고 가시는 겁니까. 위험해요! 아니, 야! 우한진! 안 들리냐? 거기서 이 자식아!”


은근슬쩍 반말까지 써가면서 간절하게 외쳤음에도, 한진은 전혀 듣지 않고 있는지, 돌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근데 신기하게도 한진이 다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 그 있지 않은가. 삼국지에서 관도대전 때, 관우가 수많은 적군을 뒤로한 채 적진 한가운데에 있는 적장 안량을 말을 타고 가서 그대로 베어낸 후 돌아왔다는 소설 같은 내용이 무려 정사에 쓰여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지금 한진의 포스가 딱 그러했다. 전장을 빠르게 오고 가는 돌들이 한진의 주위에서는 슬로우 모션으로 빗겨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김훈을 향해 가는 그의 걸음을 막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한진은 관우라도 빙의한 듯이 그렇게 김훈이라는 자의 앞까지 다가갔고, 그와 실랑이를 벌였다.

둘은 잠깐의 몸싸움을 벌이는 듯했으나, 김훈은 한진에게 간단히 제압당했고 한진은 저항하는 그를 그대로 잡아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니, 그 침착함의 대명사인 한진이 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보는 내가 다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한진과 대화를 나눴던 김산에게 물었다.


“산아 너 대체 한진과 뭔 얘기를 나눴길래 한진이 저러는 거냐?”


“저도 영문을 모르겠어요. 석전이 언제 끝나냐고 물어보셔서, 보통 한나절은(6시간) 걸리고 빨라도 반나절은(3시간) 걸린다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고 중얼거리시며 저렇게 달려가신 겁니다.”




다시 돌아온 한진의 몸에는 돌이 스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대를 잘 타고났다면 한진은 분명 역사서에 기록될 장군감이었을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유라도 좀 알자.


“아니 한진 씨, 분명 무리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 돌이 빗발치는 곳에 왜 굳이 들어가신 겁니까? 이 사람은 왜 끌고 온 거고요?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진이 저럴 정도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한진의 모든 행동을 전부 긍정해주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단 이유라도 들어보자.


“우선 설명도 없이 돌발 행동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영준 씨, 집에 오는 길에 두 번 돌에 맞을 뻔했던 거, 기억하고 있으시죠?”


그게 기억이 안 날 리가 없지. 이곳에 온 이래로 처음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순간이 아닌가? 잠깐 돌? 설마?


“바로 이 자가 그 돌을 던진 자입니다. 김산 씨에게 물어보니, 지금이 아니면 언제 만날지도 모르고 끝나고 마주하려면 도주의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되어, 급하게 이 자를 잡아 온 것입니다.”


뭐라고? 하긴 생각을 해보면 합리적인 추론이다. 내 머리 옆을 정확히 스쳐 가던 제구력, 명확한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의 속도, 덩치가 있는 편이었다는 한진의 증언까지, 김훈이라는 자와 일치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김훈 씨 맞으시죠? 거, 말 좀 해보시지요. 정황상 당신이 분명한 것 같은데, 대체 왜 그런 일을 하셨던 거요? 난 그대와 처음 보는 사이고 원한을 살 일도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말이오.”


처음에 조금 깽판을 부리던 김훈은 다시금 한진에게 제압당한 뒤,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부러웠소.”


응? 부럽다니 대체 뭐가 그렇게 부러워서 남의 뚝배기를 깨버리려던 거란 말인가?


“부럽다니? 무엇이 그렇게 부러웠단 말이오?”


“그대들이 하는 그 베이스볼인가 하는 그거 말이오. 동대문에서 하던 그 공놀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웬 맹탕들이 공을 던진답시고 소꿉놀이나 하며 노는 게 아니꼬웠소이다.”


음··· 너무 솔직한데? 스카우터를 통해 김훈의 실력을 대강 알고 있던 나였기에,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태클은 못 걸겠다.


“근데 왜 하필 나에게 돌을 던진 거요?”


김훈은 나를 비웃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끌끌끌··· 내가 그대에게 돌을 던져? 난 애초에 그대는 보지도 않았소. 내가 돌을 던진 표적은 저기 나를 끌고 다닌 저 덩치 큰 양반이었지. 이것도 못 받으면 볼일 없다고 생각하고 던진 거요.”


나는 들러리인 건가? 하긴 정확히 글러브에 꽂힌 것을 보면 한진이 표적이었던 게 맞는 것 같다.


“근데 볼일 없다고요? 왜 한진 씨를 시험한 거요?”


김훈은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헹, 딱 봐도 이 양반이 제일 공놀이 잘하지 않소. 그런 자라면, 내가 던진 돌을 한번 받아본다면, 어떻게든 나를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니 말이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라니···. 뭐지, 이 자의식과잉은? 기웅을 내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문제아야? 아오, 이러면 영입하기 힘들어지는데···. 하나가 나가니 하나가 또 보이고 이게 무슨 일이냐.


솔직히 이런 타입을 상대하는 건 자신이 없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이 겪어봤을 한진에게 물어봤다.


“한진 씨, 김훈이라는 사람 어떻게 보시나요? 능력은 확실한 것 같지만, 성격이 영 아닌 거 같은데···. 야구는 팀 스포츠니 아무래도 영입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이에 대한 한진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저는 이 정도는 상관없다고 봅니다. 제 입으로 하기는 좀 그런 말인데, 원래 투수는 자존심 강하고 예민한 성격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마운드의 지배자가 되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상대에게 쫄지 않는 성격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기웅과 달리 팀원을 무시는 할지언정 괴롭히지는 않을 성격 같군요. 사실 다른 팀원보다 포수와의 관계가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자의 실력은 남다르다는 생각이니까요.

무엇보다 피해를 입을 뻔한 당사자인 영준 씨가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일단 데려가 보시죠.”


흠··· 이게 맞는 판단일까? 그래 이 정도로 괜찮은 스탯이면 한진의 말을 믿고 한번 써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보시오. 이제 일어나시오. 오늘은 어차피 우리에게 훈련 계획이 없으니, 석전 하던 거나 마저 마무리하시고 내일 황성 YMCA 건물로 찾아오시오. 입단 테스트를 준비해놓을 테니 잘 준비해 오시오.”


그때 일을 마무리하고 떠나려던 우리를 다시금 당혹스럽게 만드는 한 마디가 들렸다.


“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지금 뭐라고 하셨소?”


“귀가 먹었나. 돈 말이요 돈. 그대들 때문에 오늘 석전으로 벌어들일 돈이 줄었잖소. 그리고 앞으로 내가 그 베이스볼인가 하는 공놀이 시합을 이기게 해줄 텐데 돈을 내야 할 거 아니요.”


어이가 없네. 이거 기웅보다 더한 놈인 거 아니야? 한진아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아무리 봐도 폭탄 하나 추가인데?


“석전에 대한 비용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근데 야구는 그대가 하고 싶어서 오겠다는 거 아니요?

우리가 아무런 지원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취미로 하는 공놀이 즐기러 온 사람에게 어찌 돈을 지불하라는 말이오? 그런 생각이라면 그냥 오지 마시오. 우리는 아쉬울 것 없소.”


이대로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강하게 나갔다. 놓치게 된다면 매우 아쉽지만,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한진의 코칭 능력을 믿고, 다른 선수를 알아봐야지. 저 포도는 신포도다···.


그렇게 돌아서려던 그때, 김훈이 외치는 한마디가 들려왔다.


“2원.”


오호라? 너도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 이거지? 그래 끝까지 한번 가보자.


“1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뜻이 맞는 팀원을 구하는 것이지, 자신의 능력을 볼모로 협박질이나 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게 아니오. 그나마도 잘 쳐 준 거니 싫으면 그만두시오.”


1원은 현대로 치면 5만원 정도의 가치라고 한다. 배트 하나가 1원 50전이라고 했으니, 배트값도 안 나오는 가격에 이만한 투수를 영입한다면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기웅과 같은 사례를 다시는 만들기 싫어서 벌이는 일종의 기싸움이다.


“1원 50전. 이 이상은 나도 안되오. 나 이래 봬도 석전 판에서는 꽤 알아주는 몸이오. 잘나갈 때는 한번 나갈 때마다 쌀 두 섬씩도 받아오던 몸이오. 나도 자존심이 있지, 이 이상은 양보 못 하오.”


음··· 이쯤에서 양보할까? 아니다. 한 번만 더 떠보자.


“나도 금액적으로는 양보 못 하겠소. 하지만 대신 다른 제안을 해보겠소. 향후 만들어질 YMCA 야구단의 단체복을 공짜로 해주겠소. 여기에 더해 가죽 글러브를 최우선으로 제작하여 주겠소. 이만하면 괜찮지 않소?”


사실 유니폼이나 글러브 모두 돈이 벌리는 대로 모든 선수에게 빠르게 보급할 예정이었다. 지금 내건 조건은 일종의 조삼모사, 생색내기 같은 거였다.


“조건이 뭐 나쁜 것 같지는 않다만, 조금 부족한데 뭐 더 없소?”


김훈은 손가락을 비비적거리며 뭔가를 더 달라는 어필을 하였다. 석전 판이라는 만만치 않은 곳에서 10년을 구르던 양반이라 그런지 까다롭네.


“훈련 및 시합 전후로 식대 제공. 이제 더 할 말은 없소.”


“좋소이다.”


식대 제공이라는 말에 귀신같이 수락하는 김훈이였다. 아니 쌀먹충이었어? 이럴 거면 진작에 밥부터 얘기했지. 괜히 이것저것 간 봤네.


어쨌든 든든한 선발투수를 확보해냈다!


물론 보이는 스탯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니, 테스트를 통해 확실한 검증을 해야겠지만 사실 단편적으로 본 제구나 구속만으로도 최소 중박은 확실한 것 같다.


캬~ 진짜 이게 웬 떡이냐.


김훈을 다시 석전으로 돌려보내고, 우리는 기분 좋게 원래 목적지인 남대문 저잣거리로 향했다.




[1906년 3월 17일 남대문 저잣거리]



여기가 말로만 듣던 남대문 시장의 원조 격인 곳인가? 사극 드라마 등에서 보았던 풍경과 유사한 스타일의 시장이 펼쳐졌다.


나 같은 경우 현대에도 시장 근처에서 살다 보니, 시장이라는 장소에 익숙한데 그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있을 건 다 있다는 느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사부터 하고 싶었지만 일단 포목상 집 막내아들 민수네부터 들러보기로 했다.


걷다 보니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확 들어오는 꽤 커다란 규모의 포목상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한민수 씨라고 계십니까?”


“우리 막내아들인데 무슨 일로 찾으시오?”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베이스볼 경기에서 덕어학교와 시합했던 황성 YMCA 소속 선수들입니다. 좋은 시합을 해서 민수 군과 통성명을 했는데 한번 오라고 초대를 받아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 공놀이 하는 그거 말입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얘 민수야 손님 오셨다 나와봐라.”


가게 뒤편에서 한민수가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이야~ 형님들 오랜만입니다. 시합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그런 느낌이 드는군요. 하하하. 어머니~ 저 이분들과 마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네가 언제는 말하고 다녀왔냐! 알아서 다녀와라.”


민수는 막내아들다운 자유분방함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는 잘 계시려나··· 다시 못 돌아갈 수 있으니, 혹시라도 내가 증발하면 하드디스크 좀 물에 담가 달라고 진작에 말씀드려놨어야 했는데···.



민수는 가게를 나오더니 기가 살아서 텐션이 잔뜩 올라갔다.


“해방이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전부 여러분 덕분입니다. 대신 여기는 제가 꽉 잡고 있으니, 오늘은 제가 제대로 안내하겠습니다!”


철없는 막내아들답다 싶다가도, 여기가 자기 나와바리라고 하니, 이럴 때는 또 든든해지네.


그래. 장사의 기본은 시장조사다! 오늘의 목표는 대한제국의 시장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가는 것이다! 남대문 저잣거리 다 뒤졌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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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0화. 위기탈출 채영준 +1 23.06.06 156 5 13쪽
30 029화. 죽을 고비를 넘기다 +2 23.06.05 151 4 13쪽
29 028화. 기방에서 얻은 기연 +6 23.06.04 166 7 13쪽
28 027화. 기생 혜월과의 재회 23.06.03 161 5 14쪽
27 026화. 성남구락부 탐색전 +2 23.06.02 169 5 14쪽
26 025화. 혜림의 든든한 빽, 고종 황제 +6 23.06.01 174 6 14쪽
25 024화. 합숙 훈련의 성과 +2 23.05.31 179 7 14쪽
24 023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完) 23.05.30 165 4 14쪽
23 022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3) 23.05.29 167 4 14쪽
22 021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2) +2 23.05.28 187 4 16쪽
21 020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1) +2 23.05.27 194 5 12쪽
20 019화. 야구 보급 계획 +4 23.05.26 196 6 12쪽
19 018화. 말괄량이 선발투수 길들이기 +2 23.05.25 199 5 12쪽
18 017화. 밥 좀 사달라는 선발투수 23.05.24 213 6 12쪽
17 016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4 23.05.23 225 6 12쪽
16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5 23.05.22 270 7 12쪽
15 014화. 먹거리 구상, 국밥의 민족 +2 23.05.21 223 6 12쪽
»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2 23.05.20 233 6 12쪽
13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3 23.05.19 247 7 12쪽
12 011화. 손탁호텔 스캔들 +3 23.05.18 237 8 12쪽
11 010화.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리고 설렘 +2 23.05.17 237 6 12쪽
10 009화. 스카우터 레벨업! +5 23.05.16 245 7 12쪽
9 008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完) +6 23.05.15 261 7 12쪽
8 007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2) +6 23.05.14 253 8 12쪽
7 006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1) +4 23.05.13 285 9 13쪽
6 005화. 1루 자리, 재능의 차이 +2 23.05.12 311 7 12쪽
5 004화. YMCA 대면식 +3 23.05.11 359 7 13쪽
4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2 23.05.10 420 9 12쪽
3 002화. 1억 번째 관중 +2 23.05.10 452 9 13쪽
2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23.05.10 548 10 12쪽
1 000화. 우리는 황성 YMCA 야구단 +3 23.05.10 650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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