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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님의 서재입니다.

국보급투수로 YMCA 우승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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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섹분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5
최근연재일 :
2024.01.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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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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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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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글자수 :
656,786

작성
23.05.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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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DUMMY

지조 있다고 할지, 순진하다고 할지, 위선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내 인생에 있어 꼭 지키고자 하는 몇 가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성이 아니라면 깊은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나 돈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는 나와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이런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하다니, 김산 너 실수하는 거야 인마.


“아직 나란 사람을 잘 몰라서 나온 실언이었다고 생각할 테니 다음에는 그러지 마시오. 여기 있는 한진 씨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오.”



정확히는 한진은 최영 장군의 말씀처럼 정말로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한다. 최고의 선수이자 외적으로도 훌륭한 편인 그이기에 여성 팬들 역시 끊임없이 붙었는데, 그는 항상 팬서비스용 미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지어주지 않았다.


각종 연예신문사에서도 끊임없이 한진의 뒤를 캤지만, 항상 찍히는 건 집-헬스장-야구장만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뿐이었다.


간혹가다가 연예인들과의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전부 어떻게든 한진을 통해 이슈화되는 것을 노렸던 여성 쪽 기획사의 언론플레이였다.


항간에는 야구선수를 넘어 인간적으로도 그토록 완벽한 그인 만큼 그곳 크기만은 작을 테니 그런 이유로 여자를 못 만나는 거 아니냐는 치기 어린 시선도 존재했다.


어쨌든 나나 한진이나 원치 않는 일이니 술도 거하게 들어갔겠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채비할 찰나 김산이 다시금 치근덕댔다.


“아유 크크크. 준영이 형님 진짜 잘 모르시나 보네. 뭐 형님이 말씀하신 게 완전히 틀린 건 아니올시다. 하지만 내가 그런 저급한 곳으로 모실 줄 알았소? 절대 오입질이나 하려는 곳이 아니니 나만 믿고 일단 따라와 보시오.”


응? 그런 게 아니라고? 이 자식 기생집으로 데려가려는 거 아니었나?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데 밑져야 본전이지 한 번 따라가 보기로 했다.


김산을 따라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둠이 내리깔리기 시작한 풍경과 어울리는 은은한 빛이 안에서 새어 나오는 건물이었다.


건물 앞에서 김산은 나이는 들어 보이지만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여인과 익숙하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더니 우리에게 들어오라며 손짓하였다.


음··· 근데 여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아는 그런 곳이 맞는 것 같은데···?


“산아 아무리 봐도 여기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맞는 것 같은데 네 손모가지를 걸 수 있겠느냐?”



김산은 뜨끔하다는 표정을 잠깐 짓더니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곳은 기방이라는 곳으로 형님이 생각하는 그런 곳이 다수인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찌 함부로 형님들에게 그런 여인들을 소개하겠습니까? 이곳은 좀 다른 곳입니다. 하하하.


형님이 오해하신 그런 여인들은 삼패기생 혹은 더벅머리로 불리는 창기(娼妓)입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모시고 가는 곳은 예술을 하는 이패기생, 그중에서도 이곳에서 제일가는 유명한 여인입니다.


저니까 이렇게 불쑥 찾아가도 볼 수 있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구경도 못 했을 겁니다.”



이걸 믿어 말어?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지.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우린 김산을 따라 기방으로 입장했다. 일렬로 차려진 자리에 앉자, 상에 간단한 안줏거리와 술이 나오고 우리의 앞에는 작은 무대 같은 공간이 있었다.


곧 사극이나 소설에서만 보던 기생과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니 본능적으로 몸이 조금은 떨려온다.


김산은 옆에서 곧 나올 기생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을 읊어주는 중이다.


“오늘 만나게 될 아이는 혜월이라고 하며 이패기생이지만 일패기생과 견주어도 어느 분야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단골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는 거죠.


아, 그리고 주의하셔야 할 게 있는데, 기방에는 불문율이 5가지 있습니다. 그중에 형님들과 상관없는 것을 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기생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개인적으로는 혜월이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못 믿을 사람이라고 생각해 놓는 것이 속 편할 겁니다.”


난 애초에 사람을 잘 못 믿는 인간불신 성향이 있는 편이라 이것은 ok.



“두 번째는 절대로 그녀에게 꽃을 건네거나 꽃과 같다는 표현을 쓰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기생의 별칭 중 하나가 해어화(解語花), 말하는 꽃이라는 게 있는데, 그 때문인지 꽃을 주거나 꽃에 빗대는 것은 그녀를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받아들여지므로 주의 부탁드립니다.”


오호, 이건 좀 위험했을지도? 아름다운 사람을 칭찬할 때 나는 꽃이라는 단어 말고는 뭐라고 해야 할지 표현법을 몰랐다.


“그리고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지 말 것. 형님의 편견과 달리 그녀들은 상당한 수준의 교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부로 얕은 지식을 뽐냈다가는 개망신을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이 시대에 자랑할 만한 교양이랄게 난 전혀 없는데··· 어쨌든 이것도 ok.


“자, 그러면 마음의 준비들 하셨습니까? 아마 조금 있으면 나올 겁니다.”



잠시 후 무대 뒤의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를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한 사람씩 익숙하게 미소를 띠어 보내더니 무대 시작을 알렸다.


“우선 노래부터 한 곡 올리겠사옵니다.”


그 말과 동시에 가야금 줄을 튕기더니 이윽고 구슬픈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잔뜩 경계하고 있던 나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악기 연주에 이어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는 그녀, 곡도 가사도 모르지만, 심금을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어느새 내 마음이 함락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어버렸다.


이런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노래를 마치고 다시 한번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시옵니까. 전 혜월이라 하옵니다. 오늘 나리들을 모시겠습니다.”


이런 그녀가 익숙하다는 듯이 김산이 말을 걸었다.


“에이~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격식을 차리나~. 편하게 하시오. 편하게~.”


“호호호. 그래도 산 나리 말고는 다들 처음 뵙는 분들인데 어찌 그럴 수 있나요. 예의를 차려야죠. 그래서 오늘 같이 오신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지요? 풍채를 보아하니 요즘 산 나리가 빠져있다는 베이스볼을 같이 하는 분들이신가요?”


그래, 기왕 온 거 한번 말이나 섞어보자.


“그렇소. 우리 모두 베이스볼을 하는 이들이오. 소저의 목소리가 매우 아름답던데 한 곡 더 해주실 수 있소? 이번에는 신명 나는 거로요.”


“호호호. 물론이고 말고요.”


아까의 심금을 울리던 구슬픈 목소리는 어디 가고 이번에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지저귀며 우리의 귀를 간지럽혔다.


짝짝짝짝


절로 박수가 나왔다. 혜월의 가무를 감상하고 이후 그녀와 대화를 나눠보니 확실히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그녀는 일종의 음지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춤과 노래는 물론 악기 연주에도 능했으며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교양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현대의 아이돌은 대다수가 학업을 포기하고 춤과 노래에 올인하는 것에 반해 그녀는 김산의 어려운 물음이나 내 서양문물에 대한 질문에도 척척 대답할 정도로 높은 학식을 뽐냈다.


괜히 콧대 높은 유생들이 기생 한 명에게 쩔쩔맸다는 일화들이 전해 내려왔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


김산과 한민수는 이미 혜월에게 푹 빠져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있는 대로 마시며 취해갔고, 나 역시 그 분위기를 따라 취해 갈려던 찰나.


잠깐, 나도 참 맛이 간 녀석인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내 머릿속을 번뜩이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음지의 아이돌? 그래, 그녀들의 재주를 뽐낼 만한 좋은 곳이 있지 않은가? 바로 야구장이다! 치어리더!


나는 전에도 야구장에 관련된 사업 중 응원단에 대해 떠올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서구화가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이곳은 유교의 나라. 쉽게 그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


응원 단장은 하다못해 김산 이놈을 두들겨서라도 역할을 맡기면 되겠지만, 치어리더 역할을 맡길 여성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혜림이 아무리 서구문물을 접했다지만 사회적 위치가 있는지라 차마 말을 못 꺼냈다. 그래서 은근히 신경이 쓰이던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해결책이 나타나다니!


그녀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회 통념상 그녀들이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면 관중들 역시 그러려니 할 것이다. 솔직히 앞에서는 손가락질하면서도 뒤돌아서면서 곁눈질은 멈추질 못하겠지.


치어리더 역할을 통해 그녀들의 위상을 음지에서 어느 정도는 양지로 끌어 올리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니 기생에게도 솔깃한 제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떠오른 것이 있는데 바로 막걸리 걸이다.


우리나라 야구장보다는 일본 쪽 야구장에서 보편화 된 직업 중 하나가 야구장에서 맥주를 즉석에서 판매하는 여성인 비어 걸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 맥주 판매원의 존재로 쏠쏠한 매출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조선은 아직 맥주가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를 막걸리로 대체하여 판매하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탄산이나 거품에 신경 써야 하는 맥주는 있어도 판매가 힘들었을 것이니 막걸리는 좋은 대체품이 될 것 같다.


어쨌든 막걸리를 팔아서 올리는 매상에 따라 인센티브까지 챙겨가게 한다면 어깨가 빠져라 막걸리통을 지고 다니지 않을까?


그리고 비어 걸이 SNS 등을 통해 이슈화되면서 야구장의 명물이 되어 연예계에 데뷔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조선에 SNS는 없지만, 입소문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막걸리 걸이라는 입소문 역시 그녀들에게 부수적인 소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망상들도 결국은 그녀들이 수락하는지에 따라 갈리는 것 아니겠는가? 일단 물어나 보자.


“혜월 소저, 혹시 야구와 관련하여 당신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한번 들어주시겠소?”


“야구요? 전 아직 구경도 안 해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려나···. 일단 한번 들어볼까요?”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만, 훗날 우리는 야구 경기장을 건립할 것이오. 그리고 저기 먼 미국 땅에서는 야구장에서 야구 경기의 흥미를 돋워 줄 치어리딩이라는 개념이 있소.


어려운 것이 아니오. 사실상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해주면 되오. 바로 노래와 춤, 그것을 우리가 아닌 관중들에게 보여주어 그들을 일어서게 하는 것이오.”


그 말에 한진을 제외한 모두가 띠용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채형,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것이오? 이거 괜찮은 것 같소만. 사실 혜월 소저의 무대는 나만 보기 아까운 재주였소.”


“혜월아, 채형 말 들어라. 채형 말만 들으면 너 뜰 수 있다. 팔자 펼 수 있다!”


술도 들어갔겠다. 흥이 올라가 있던 민수와 김산은 흥분하며 혜월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반면 혜월은 살짝 상기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나리께서 해주신 제안은 정말 감사하옵니다만, 저는 이곳 기방에 묶여있는 몸이 옵니다. 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제안이기는 했답니다. 호호호.”


역시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건 안 되고 높으신 분과 대화를 해야 하는 건가? 하긴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다. 어차피 치어리더는 여러 명이 필요하니까 기방을 통째로 움직여야 했을 것이다.


“혜월 소저가 개인적으로 마다 할 이유는 없다는 거죠?”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많은 사람 앞에서 제 재주를 펼치는 것이 꿈이었기에 오히려 좋사옵니다. 호호호.”


관종끼를 타고났다는 얘기인가? 이러면 너무 얘기가 편해지지. 좋았어! 치어리더 1호는 혜월로 낙점이다.


이제 다음 파트로 넘어가야지, 기생 행수를 설득하러 가야겠다. 근데 우··· 우욱······.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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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0화. 위기탈출 채영준 +1 23.06.06 156 5 13쪽
30 029화. 죽을 고비를 넘기다 +2 23.06.05 151 4 13쪽
29 028화. 기방에서 얻은 기연 +6 23.06.04 167 7 13쪽
28 027화. 기생 혜월과의 재회 23.06.03 161 5 14쪽
27 026화. 성남구락부 탐색전 +2 23.06.02 169 5 14쪽
26 025화. 혜림의 든든한 빽, 고종 황제 +6 23.06.01 175 6 14쪽
25 024화. 합숙 훈련의 성과 +2 23.05.31 180 7 14쪽
24 023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完) 23.05.30 166 4 14쪽
23 022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3) 23.05.29 167 4 14쪽
22 021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2) +2 23.05.28 188 4 16쪽
21 020화. 지옥 합숙 훈련, 그리고 먹방 (1) +2 23.05.27 194 5 12쪽
20 019화. 야구 보급 계획 +4 23.05.26 196 6 12쪽
19 018화. 말괄량이 선발투수 길들이기 +2 23.05.25 200 5 12쪽
18 017화. 밥 좀 사달라는 선발투수 23.05.24 214 6 12쪽
17 016화. 술 마신 다음 날, 숙취 +4 23.05.23 225 6 12쪽
» 015화. 음지의 아이돌, 기생 +5 23.05.22 272 7 12쪽
15 014화. 먹거리 구상, 국밥의 민족 +2 23.05.21 223 6 12쪽
14 013화. 원조 에이스, 석전꾼 +2 23.05.20 233 6 12쪽
13 012화. 기연, 그리고 악연 +3 23.05.19 248 7 12쪽
12 011화. 손탁호텔 스캔들 +3 23.05.18 237 8 12쪽
11 010화. 베이스볼 비즈니스, 그리고 설렘 +2 23.05.17 238 6 12쪽
10 009화. 스카우터 레벨업! +5 23.05.16 247 7 12쪽
9 008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完) +6 23.05.15 262 7 12쪽
8 007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2) +6 23.05.14 253 8 12쪽
7 006화. 조선팀 최초의 야구시합 (1) +4 23.05.13 287 9 13쪽
6 005화. 1루 자리, 재능의 차이 +2 23.05.12 312 7 12쪽
5 004화. YMCA 대면식 +3 23.05.11 360 7 13쪽
4 003화. 야구의 신과 스카우터 +2 23.05.10 421 9 12쪽
3 002화. 1억 번째 관중 +2 23.05.10 453 9 13쪽
2 001화. 방구석 야구전문가와 국보급 투수 23.05.10 548 10 12쪽
1 000화. 우리는 황성 YMCA 야구단 +3 23.05.10 652 1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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