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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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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화
작품등록일 :
2023.05.11 23:06
최근연재일 :
2023.06.25 13: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32
추천수 :
4
글자수 :
78,389

작성
23.06.25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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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마음에 안 들어.

DUMMY

핸드폰으로 촬영 중이었는지 플레쉬가 켜져 있었다. 쓰러져 울고 있는 아이의 옷은 거의 다 찢겨져 있었고 여기저기에 난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야 뭐야! 문 안 지켰어? XX, 빨리 잡아!”


덩치 큰 아이가 소리쳤다. 다른 아이들이 달려와 나를 붙잡으려했다.


“건드리지 마!”


잔잔하지만 분노가 담긴 내 한 마디에 아이들이 움찔 멈춰 섰다.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기세에 아이들이 경직되어 뒷걸음질 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이 벌인 일들이 하나하나 그들 위로 드러났다. 머리가 차가워졌다.


어린 악의도 어른 못지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잔인한 성향에 한기가 들었다.


한없이 냉정해지는 내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퍼졌다.


“쓰레기들.”


“뭐래. 이···.”


대장 노릇을 하는 덩치 큰 아이가 잠시 움찔하다 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하찮은 것을 흩는 시선으로 아이를 노려보았다.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심장을 찌르는 차가운 냉기가 심장 속으로 쏟아졌다. 갑자기 나타난 긴 머리 아이는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던 오미주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쌓였고 몸은 얼어붙듯 굳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몸을 감싸며 눈을 내리 깔았다.


가차 없는 아영의 비난이 칼날처럼 오미주에게 퍼부어졌다.


“주동자가 너구나.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더러운 삼류 양아치보다 더 지저분하고 비열한 마인드를 가졌구나. 이대로 어른 되면 안 되겠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던 친구들이 오미주를 힐끗거리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마치 아영에게 오미주의 잘못을 이르는 것처럼.


오미주는 자신 안에 무언가가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에게 찍힐까, 전전긍긍하던 것들이 새로운 강자에게 갈아타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다.


“미, 미쳤어? 야 저, 년 안, 잡아?”


발악하듯 권위와 자존심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에 억지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두려움에 싸인 친구들은 더 이상 그녀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무너진 오미주는 더 목에 힘을 주어 외치려 했다. 그러나


“아니야, 시끄러워. 이제 조용히 해.”


아이가 제게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한 마디 날리는 순간 오미주는 숨이 막혔다. 절로 다리에 힘이 풀려 헐떡이다, 스르륵 주저앉았다.


아이는 오미주에게 맞아 엉망진창이 된 강하라에게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강하라의 겉옷을 집어 그녀의 어깨에 덮었다. 그리고 그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는 피해 입은 아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서웠지? 정말 억울하고 화나겠다. 저 애들은 모두 벌 받을 거야. 절대 너 혼자만 고통 받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나쁜 생각은 하지 마. 너의 미래엔 좋은 날이 많아, 이 고통을 이겨내면 너는 더 단단해 질 거고 더 멀리 보는 사람이 될 거야. 넌 강한 사람이야. 잘 이겨 낼 수 있지?”


나와 눈을 맞추던 강하라는 악몽에서 깨어나듯 현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스며드는 내 위로에 눈물을 글썽이다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이제 드디어 끝났어! 난 살 수 있어! 날 구해 주는 사람이 있었어! 살았어. 다행이야.’


절망에서 겨우 기어 올라온 강하라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 간절하고 불안했던 기운이 그녀의 울부짖음이었다는 걸 깨달은 나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간절하게 도움을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도 느껴지는구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저만큼 물러난 네 명의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재밌었냐? 그런 거 올려서 조회 수 나오고 댓글 달리니까 너희가 뭐라도 된 거 같지? 세상이 너희에게 관심 갖는 거 같아 신났니?”


동영상을 올려 희롱하고 어린 친구들의 삶을 진창에 처박고 낄낄거리던 아이들.


오늘 같은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을 협박해 성매매를 시키고 동영상을 찍어 괴롭히는 것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나는 정말 상대하기 싫은 그들을 혐오스럽게 노려봤다.


“이 쓰레기들아! 너희들이 상처 낸 아이들만큼 아프고 힘들어봐야 깨닫겠니?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살게 될지 생각은 해 봤어? 너희들은 살인자야.”


분노한 내 눈빛에 엉킨 아이들이 하얗게 질려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처럼 급박해보였다. 나는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오미주와 눈을 맞추자 그녀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넌, 큰 벌 받을 거야. 그래도 넌 억울하다며··· 반성하지 않겠지만, 그 삐뚤어진 마음이 널 지옥으로 처박을 거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억울한 듯 눈에 힘을 주고 두려움을 버티려하는 오미주가 딱 그런 성향의 사람이었다.


나는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녀에 뇌리에 새겨지길 바랐다.


“네가 웃을 때마다 너 때문에 울었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거고, 잠을 자면 그들의 비명이 널 괴롭힐 거야. 난 네가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리길 원해. 네가 죄를 저질렀던 모든 순간이 오랫동안 부끄러움으로 너의 머릿속에 각인 될 거야!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창피한 과거가 될 거야! 평생 반성 해.”


오미주는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굳어 버렸다.


안다. 내가 오미주에게 퍼부은 말은 저주 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오미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죄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제동을 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덜덜 떨고 있는 오미주를 남겨두고 몸을 돌린 나는 모여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잘못을 지적해 죄책감을 불어 넣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한마디, 한마디 힘을 주어 아이들의 가슴에 새겨지도록 신경 썼다.


아이들은 호흡이 꼬인 것처럼 더더욱 하얗게 질려갔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눈빛도 멍하게 흐려졌다.


나는 이제 막 이 무리에 합류했던 어리벙벙한 아이들을 쳐다봤다.


부모에게 반항하려고 나쁜 무리에 어설프게 끼었던 두 아이는 오미주 무리의 악행에 질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벗어나려 해도 오미주의 보복이 무서워 벗어나지도 못하고 끌려 다니던 중이었다.


“너희 둘에게는 기회를 줄 게. 넌 내려가서 선생님들을 불러 와. 너는 이 아이가 입을 수 있는 옷을 구해 와. 너희들이 신고자와 증인이 되는 거야. 그럼 아직 기회는 있어.”


아이들이 삐걱거리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눈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훑었다. 아이들의 미래가 바뀌고 있었다.


내 말에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을 깨달았다. 느낄 수 있었다, 내 말이 아이들에게 깊숙이 배어들었다는 걸.


“나는 여기 없었어. 모두 나를 기억하지 마.”


마지막으로 나는 아이들 기억에서 나를 지웠다. 이 사건에 내가 관여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도 될까? 의심이 들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너희 둘은 이제 내려가.”


내게 신고를 지시받은 겁먹고 멍한 표정의 아이들이 슬금슬금 옥상을 내려갔다.


나도 그들의 뒤를 이어 철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남겨진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핸드폰 불빛도 꺼진 어둠 속 아이들은 최면에 걸린 듯 넋이 나가 있었다.


모든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니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거 같았다. 나는 오늘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묘하게 흥분이 일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막혔던 곳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미열도 사라졌는지 머릿속도 개운했다.


머리와 가슴 배를 더듬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교실은 자율학습이 끝나 하교 준비로 분주했다. 나는 조용히 휘린의 곁에 앉았다.


멍한 표정으로 가방을 챙기던 휘린이 여상한 표정으로 바뀌며 나를 돌아보았다.


“뭐해? 집에 가야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이다. 그녀는 정말 나의 부재를 모르고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신기한 눈으로 교실을 훑었다. 감독하던 선생님은 이미 교실을 떠났고 아이들도 대부분 교실을 벗어나고 있었다.


내 힘을 깨달을수록 기분이 묘해졌다. 어쩜 나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며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가 학교 현관을 벗어 날 때 쯤 경찰차와 구급차가 학교 안에 도착했다.


“또 무슨 일 터졌나 봐!”


“이 학교는 무슨 사고가 이렇게 많이 터져.”


박수미의 사고를 기억하는 아이들이 웅성웅성 모여 구경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휘린은 과하게 긴장 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녀도 수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이기심과 싸우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꼭 그러쥔 내가 동요 없이 교문으로 발길을 잡자 그녀는 그제야 배시시 웃으며 내 곁에 꼭 붙어 걸었다.


그러나 어둠에 가려진 내 표정은 복잡했다.






보육원으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원장실로 향했다.


서류 작업을 하고 있던 원장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내 방문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환하게 웃었다,


“고생했어, 우리 딸. 공부 열심히 하고 왔어?”


“어머니, 상담이요.”


그녀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내 상담 신청이 신기 했는지 그녀가 눈을 빛내며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불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은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머니, 처음부터 저에 대해서 알고 있었죠? 제가 이상한 아이라는 거.”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그녀의 눈이 커졌다.


“저 받을 때, 불안하지 않으셨어요?”


눈이 커다래졌던 어머니는 이어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 불안하지? 너는 어른들 보호가 필요한 어린 아이일 뿐인데?”


나는 그녀에게 보였던 과거를 떠올렸다.


“전 보육원 원장님이 안 좋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도 안 불안하셨어요?”


나는 진실을 듣기 위해 그녀의 과거를 들여다봤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고개를 푹 숙여 그녀의 얼굴을 피했다. 두려움과 불쾌함이 섞인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과거를 읽히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원해서 보든 갑자기 보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람들이 무당을 꺼려하는 이유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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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안 들어. 23.06.25 9 0 10쪽
15 다 이유가 있다. 23.06.21 10 0 11쪽
14 어리광 부리다. 23.06.19 13 0 10쪽
13 이런, 들켰다! 23.06.18 13 0 12쪽
12 갑작스런 손님 23.05.25 16 0 12쪽
11 아직 너무 어리다. 23.05.24 16 0 11쪽
10 과거는 굴레가 되어선 안 된다. 23.05.22 18 0 12쪽
9 내 마음대로 23.05.21 20 0 11쪽
8 사람이 아니야. 23.05.18 20 0 11쪽
7 이런 거구나! 23.05.17 19 0 11쪽
6 내 안에 강한 것 23.05.14 20 0 11쪽
5 친구가 되어볼까? 23.05.13 19 0 9쪽
4 이런 거, 낯설다. 23.05.13 19 0 11쪽
3 세상을 왕따 시키려 했는데. +1 23.05.12 24 1 11쪽
2 어린 외톨이 떠돌이 23.05.12 31 1 10쪽
1 내 이름은 아영이에요. 23.05.11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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