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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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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화
작품등록일 :
2023.05.11 23:06
최근연재일 :
2023.06.25 13: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37
추천수 :
4
글자수 :
78,389

작성
23.05.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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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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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친구가 되어볼까?

DUMMY

예상대로 휘린은 말이 많은 아이였다. 수업 시간에도 휘린의 필담은 멈추지 않았다.


[나 무당이다. 너도 무당이지?]


[너랑 같이 있으니까. 신이 안 느껴져. 엄청 시끄러웠는데 사라졌어.]


[내가 보통 사람이 된 거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아. 너무 신기해. 태어나서 처음이야.]


[나랑 친구하자. 쭉 나랑 다니자? 응? 응? 응?]


내가 대답이 없자 휘린이 간절한 표정으로 내 팔에 매달렸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예쁜 애는 저런 표정도 잘 어울리는구나!


“그래.”


“와아!”


나의 대답에 휘린이 환호성을 질렀다.


칠판에 문제 풀이를 하던 수학선생님이 그런 휘린을 노려보았다. 아이들의 날 선 눈빛도 배경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창피해 넙죽 엎드리듯 고개를 숙였던 휘린이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행복해 보였다.


‘정말 재미있는 애네.’


주인이 자리 잡지 못한 깨끗한 그릇 때문인지, 시도 때도 없이 잡귀에 접신이 되어 의도하지 않은 말을 떠들었다.


때문에 악의적인 아이들에게 더 괴롭힘을 당했던 한휘린은 잡귀를 차단하는 내 기운을 즐기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휘린은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도 신기했지만 구겨지지도 탁해지지도 않은 그녀의 상처 난 영혼이 더 신기했다.


갑자기 이렇게 흥미로운 사람들과 만나게 되다니 보육원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이번에 바뀐 새로운 환경은··· 꽤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뒷문으로 드나들던 아이들이 나와 마주 칠 때마다 흠칫 굳었다. 그러다 종례 시간이 되었을 즘에는 뒷문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크흠, 아영이는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떨까?”


종례시간 담임이 헛기침을 하며 슬쩍 내 의견을 물었다.


“네. 그럼 휘린이랑 저기 창가 뒷자리에 앉을게요.”


“어, 그, 그래. ···휘린이랑. 크흠.”


담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등교 후, 바뀐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각까지 10여분 남은 시간이었다.


휘린은 아직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건물 그늘진 구석에 한휘린을 몰아놓고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휘린은 익숙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한 아이가 손대기도 찜찜하다는 듯 볼펜을 쥐고 휘린의 머리를 콕콕 찔렀다.


“내가 나대지 말라고 했지. 무당년은 눈치도 없고 지능도 없어? 아직 살만하지.”


옆의 아이들도 한 마디씩 쌍욕을 거들며 휘린을 압박하기 위해 인상을 구겼다.


“아직 소문이 덜 나서 그래. 나 같으면 자퇴했다.”


“내가 다 알려 줘? 네가 얼마나 더럽고 싸구려고 헤픈지? 초등학교 때부터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다 말할까? 이 XX야.”


기세등등하게 협박하는 모양새가 한두 번 해본 폼이 아니다. 그 다음은 폭력이 이어질 차례였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래 알려 줘라. 뭔데? 뭘 가지고 이렇게 당당한데? 얘가 너희한테 빚졌냐?”


휘린을 밀치며 욕을 뱉던 아이는 내 목소리에 움찔했다.


“휘린이 무당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아! 네가 아침에 엄마 지갑에 손 댄 거랑, 커튼 머리 남자친구한테 꼬리친 거 들킬까봐 무섭구나?”


나는 아이의 앞에 다가가 그 옆에 서 있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아이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커튼머리 아이에게 보이는 대로 고자질했다.


“얘가 니 남자친구에게 맞팔 했어. 노래방 같이 가자고도 했고, 둘이 뽀뽀도 했다.”


입을 벙긋거리던 두 아이는 서로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그리고 야. 너도 왕따야. 얘들 너 모르게 단톡한다.”


나는 또 다른 아이를 짚으며 말했다. 아이의 눈이 커다래져서 친구들을 훑었다.


“음 그리고···, 아! 얘, 넌 집에 가면 혼날 거야. 학원 제낀 거 뽀롱났어. 제 엄마가 마트에서 다 말했거든. 제가 자기 엄마한테 떠들었어.”


나는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가리키며 이간질하듯 발설했다. 그리고 저 먼 곳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 학주다. 선생님! 여기요. 얘네 전자 담배 펴요.”


나는 등교 지도를 마치고 교문에서 올라오던 학생주임 선생님을 신나게 불렀다.


긴 지휘봉을 휘두르며 걸어가던 그는 내 부름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아이들은 입만 뻐끔거리며 새하얗게 질려갔다.





다섯 아이들을 주임 선생님에게 맡기고 교실로 향하는데 휘린이 내 팔에 감기듯 매달려 왔다. 손끝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위로를 할 줄 모르는 나는 그 말 한마디를 겨우 뱉었다.


“우와~ 너 정말 세다. 나였으면 벌써 머리 채 잡혔을 텐데. 너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네. 멋있다. 꼭 마블 같아. 초능력 히어로.”


휘린은 습관처럼 미소를 끌어올리며 명랑하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잠시 응시하다가 잔잔하게 입을 열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말에 움찔하던 휘린의 씰룩이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울음을 참는 것도 익숙해 보였다. 그녀는 숨을 한번 크게 내쉬더니 먹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아.”


잠시 침묵이 이어졌지만 교실이 가까워질 즘 휘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들 중 한명은 나를 대신해 왕따가 될 거야.”


자기들끼리 싸우다 찢어지길 바랐지만 아이들은 또 왕따를 만들어 저들끼리 또 뭉칠 것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음, 머리채 뜯으라고 골고루 발설했데, 부족했나? 상관있어? 알아서 하겠지.”


널 그렇게 괴롭혔는데 신경 쓸 필요 있냐는 뜻으로 물었다. 휘린은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괴롭힘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는 휘린은 비록 저를 괴롭히던 아이라도 걱정이 되었나보다.


“일이 커지면, 내가 막아 볼 게.”


“··· ···.”


“네 잘못 아니야.”


휘린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교실로 돌아와 수업이 시작 되고 끝날 때까지 휘린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조용한 휘린이라니, 어제 내 옆에서 재잘거리던 그녀의 수다스러움을 생각하니 조용한 휘린은 무척이나 불안했다.


휘린을 괴롭히던 아이들이 돌아와 우리를 힐끔거리는 걸 느꼈지만 굳게 다물어진 휘린의 입을 신경을 쓰느라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대로 헤어지면 휘린은 내일까지 우울할 것이다.


“저기, 오늘 우리 집 갈래?”


정말 충동적으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 집? 보육원을 우리 집이라고 말해도 되려나?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휘린의 눈이 거짓말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너희 집? 정말? 오늘?”


아, 괜한 말을 한 거 아닐까? 나는 벌써부터 피곤함을 느꼈다.





***





“까! 너무 예뻐! 이 세상 귀여움이 아니야.”


휘린은 자신의 뒤를 졸졸졸 따라 다니는 보육원 꼬맹이들을 쓰다듬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4살부터 7살까지 여섯 명의 유치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인형처럼 예쁜 휘린이 신기해 처음 보육원에 도착한 날, 내 뒤를 쫓았던 것처럼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휘린은 제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껴안으며 이 세상 것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외쳤다.


그녀의 탄성이 이해되지 않은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말해? 얘들 살아 있는데? 죽은 사람 아니야.”


휘린이 뭔 헛소리냐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나의 오해를 이해했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귀신같다는 말이 아니라. 천사, 요정, 뭐··· 그런 거처럼 초월적으로 사랑스럽고 예쁘다는 말이야. 아기들이 너무 예뻐. 너무 착해.”


그런가? 나는 휘린이 움직이는 대로 병아리처럼 쫓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주억거렸다.


“그러네. 정말 인간 같지 않네.”


아주 하찮고 나약한 것이, 그리고··· 귀엽네.





휘린이 돌아간 후, 나는 다섯 유치부 아이들을 내 무릎 앞에 줄느런히 앉혀놓고 휘린이 선물로 사온 빵을 한 조각씩 뜯어 입 안에 넣어주었다.


아기 새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받아먹는 모양새가 제법 앙증스러웠다.


‘정말 인간 같지 않고, 음··· 아기 새 같네.’


원장 어머니가 우리들을 발견하곤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무척 기쁜 표정이었다.


“아영아, 아기들 간식 주는 거야?”


아기들 여섯은 어머니를 마주보며 방긋 웃었다.


그러나 잠시 아는 체를 한 후 끝이었다. 아이들은 계속 입을 벌리며 나를 재촉했다. 이 놀이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는 서둘러 빵을 뜯으며 뿌듯하게 원장 어머니께 대답했다.


“네. 다들 인간 같지 않죠?”


“응?”


내 말을 이해 못한 어머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 어머니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나처럼 알아듣지 못하는 그녀의 오해를 깨달은 나는 빠르게 뒷말을 이었다.


“초월적으로 귀여워요. 이 세상 것이 아니에요.”


"··· ···."


한참 후에 어머니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다섯 아이들도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어머니를 따라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퍽 듣기 좋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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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람이 아니야. 23.05.18 20 0 11쪽
7 이런 거구나! 23.05.17 19 0 11쪽
6 내 안에 강한 것 23.05.14 20 0 11쪽
» 친구가 되어볼까? 23.05.13 20 0 9쪽
4 이런 거, 낯설다. 23.05.13 20 0 11쪽
3 세상을 왕따 시키려 했는데. +1 23.05.12 24 1 11쪽
2 어린 외톨이 떠돌이 23.05.12 31 1 10쪽
1 내 이름은 아영이에요. 23.05.11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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