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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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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화
작품등록일 :
2023.05.11 23:06
최근연재일 :
2023.06.25 13: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27
추천수 :
4
글자수 :
78,389

작성
23.05.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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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사람이 아니야.

DUMMY

둘 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체격이 어디에 세워나도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존재감을 뿜어내지만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다.


강변의 찬바람조차 영향을 받지 않아 행동은 땅 위를 걷듯 자연스럽다. 그러나 둘 사이에 오가는 분위기는 풀어질 기미 없이 냉랭하다.


미르가 힐끗 뫼의 눈치를 본다. 여전히 제 잘못을 모르겠다는 듯 얼굴 표정이 천연스럽다.


뫼 혼자 쌓인 것을 풀지 못해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느라 끙끙거린다. 참아 넘기려 해도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얼굴이 울긋불긋하다.


반성 없는 미르의 표정이 다시 눈에 들어오자 결국 발끈한 목소리가 폭포수처럼 잔소리를 쏟아냈다.


“너는 할 일을 앞에 두고 뭐가 그렇게 공사다망해! 번번이 이게 몇 번째냐고? 내가 공무 중에는 딴대로 새지 말라도 했어 안 했어?”


“하지만 형님, 제가 명색이 물의 후손인데 그걸 어떻게 그냥 둬요? 봤으면 바로 바로 응징해야지! 순간을 놓치면 강물이 백 년은 고생하는 거잖아요. 아휴, 내 손으로 처단하지 못 하는 게 아쉬워. 그런 개념 없는 인간들은 생으로 강물을 퍼먹어 봐야 돼. 지들이 버린 건더기까지 걸쭉하게 마셔 봐야 정신 차리지!”


미르가 그림처럼 잘생긴 눈썹을 꿈틀거리면 거만하게 으르렁거린다. 20대의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물이 꽉 찬 미모가 얄궂은 표정 안에서도 반짝거린다.


‘으이그, 생긴 것과 성실함이 비례하면 얼마나 좋을까? 날라리 한량은 절대 고칠 수 없는 건가?’


뫼는 조금의 반성도 비취지 않고 뺀질거리는 그의 잘생긴 얼굴이 오늘 따라 더욱 얄미워 미치겠다.


“그래도 일 할 때는 눈길을 주면 안 되지. 수호령이 찾아낸 악귀는 무조건 수호령 책임인 거 몰라? 빙의 된 악귀가 사람을 해치면 그 불똥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튄다고. 우리가 왜 낮밤 안 가리고 이 고생을 하는지 제발 파악을 하라고. 이 짓도 거의 40여년인데, 이제 똥오줌은 구별 할 수 있잖아?”


내려다보는 시선만으로도 모든 것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은 뫼의 압도적인 포스가 무겁게 미르를 내리눌렀다.


같은 20대의 모습이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뫼의 외모와 강인한 체격에 비교하면 미르의 보기 좋은 몸은 왜소하고 어리게만 보인다.


“느껴지는 걸 어떡해요! 능력이 죄야?”


“일 안할 때 해! 하나만 하라고. 하나만. 내가 언제까지 네 기저귀 갈아줘야 하는데?”


뫼의 말투가 투정, 시비가 섞여들어 거의 징징거림이 되었다. 확 집어 강물에 던져 버리고 싶은 표정이다.


악귀를 파악하는 미르의 민감함이 조금만 약했어도 미련 없이 버렸을 텐데.


“그런 큰 공장에서 몰래 버리는 폐수는 여러 생명을 위협하는 건데, 따지면 그게 더 큰일이지! 나는 옳은 일을 한 거라고요. 후회하지 않아요.”


미르의 반박으로 버리고 싶다는 마음의 추가 한층 더 기울어졌다.


태평한 미르의 표정에 열이 오른 뫼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머릿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아미타불···’


나름 불만이 많았는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정당한지 알리려 노력하는 미르. 뭘 모른다는 듯 손까지 흔들며 열변하는 태도가 도리어 위풍당당하다.


‘어차피 차에 실린 악귀의 흐름만 파악하면 그 움직임이야 손바닥 안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신지 몰라?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유난히 까칠하시네! 갱년긴가?’


미르에게 뫼의 투정은 노인네의 까다로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길고긴 삶에서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안달인지 미르로서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왜 소심하게 신고만 해? 신고했으면 끝이지, 왜 버티고 앉아서 확인까지 해? 그냥 공장에 쳐들어가서 깽판을 쳐! 속 시원하게 엎어 버려! 한두 놈한테는 난장 잘하잖아?”


“으으음, 큰 건 큰 거끼리 붙이는 거예요. 내가 회사에 가서 설치면 일이 얼마나 복잡해지겠어요. 나도 낄낄빠빠는 안다고요. 화제성 있는 일은 한 발짝 물러나 조용히 딱! 제대로 처리하나 지켜보는 건 기본이지. ···개인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별개고···.”


어쮸, 건방진 태도로 손가락까지 튕긴다. 오늘 새벽부터 이어진 실속 없는 신경전에 뫼는 그예 분통이 터져버렸다.


“물 관리? 그건 네 아버지 일이야! 왜 네가 설치는데? 너, 아들 보기 안 부끄럽냐? 아들이 보고 배울 건 만들어야지! 여의는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는데 자기 일도 못하는 아빠 모습 보여서야 쓰겠어? 그러다 무시당해! 아직 용서도 못 받았지?”


20대의 외모로 아들 타령을 하는 둘의 대화가 생뚱맞다. 미르도 뜬금없이 아들 여의의 이야기를 물고 들어오는 뫼의 공격에 뚱해져 버렸다.


“여의도 아빠가 정의 실현에 노력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태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태가 잘 말해 줄 거야. 여의는 착해서 다 이해할거고.”


“내 아들이 네 아들 보모냐? 이 부자가 쌍으로 우리 부자를 우려먹으려 들어. 양심도 없냐? 태한테 안 미안해? 나한테는 안 미안해?”


순간 움찔 했지만 미르는 이내 특유의 애교로 능글능글 이 순간도 얼버무린다.


“고맙고 사랑하고 언젠가 큰 기쁨으로 보답해야죠!”


사랑의 총알을 날리며 잘생긴 얼굴을 이용해 윙크까지 쏟아내는 미르.


‘저 얄미운 주둥이, 아이고 속 터져! 아이고 피 말라!’


게으르고 산만한 미르는 한 번에 집중해서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 법이 없었다. 항상 몇 번씩 악귀를 놓칠 뻔 했고 지금도 놓친 악귀의 흐름을 겨우 파악해 대기 중이었다.


뫼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보답은 고사하고 달아난 악귀는 어떻게 수습할 건데? 간단하게 한 번에 잡을 수 있었던걸, 여기까지 쫓아와 보초를 서야겠냐? 정말 이리로 지나가는 건···.”


“어! 악귀다. 저 밑에 차!”


난간 위에서 미르가 직선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말하던 중간에 당황한 뫼가 눈을 키우며 버둥거리다 뒤늦게 미르를 따라 움직였다.


공중을 날아 빠르게 달리는 트럭 안으로 두 령이 파고들었다.






#






이영자가 운전 하는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중에 주아영의 성장 과정을 들었다. 이영자는 조곤조곤 상처가 되지 않을 말을 골라 질문했다.


아영은 이영자의 질문에 빼는 법 없이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떠돌다 지금 보육원에 위탁 되었고 휘린이를 만났어요.”


“그러셨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인연이 이어져 기쁩니다.”


이영자는 룸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아영을 넘겨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생은 누구나 다 해요. 만났던 사람 중에 고생 없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어!”


감정을 담지 않은 말투로 대답하던 아영이 먼 곳을 봐라보다 갑자기 외마디를 질렀다.


“왜 그러십니까? 큰 보살님?”


깜짝 놀란 이영자가 그녀를 넘겨보며 반응했다. 조수석에 앉은 한휘린은 몸까지 꺾어 아영을 돌아보았다.


“저기 위에 빛이, 아니, 빛을 입은 사람이 있어요.”


아영이 멀리 보이는 다리 위 철탑을 가리키자 이영자의 눈도 휘둥그레져 그 곳으로 향했다.


“어디? 어디?”


휘린도 아영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리의 웅장한 아치 위를 봐라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침착함을 되찾은 이영자가 휘린에게 물었다.


“너도 보이니?”


“음, 뭔가 보이는 거 같아. 뿌옇게 빛 무리가 일렁이고 있어. 모를 수 있을 정도인데···, 자세히 보니까 어렴풋이 보이네.”


“아니야. 사람인데, 검은 사람. 붉은빛 푸른빛의···.”


아영은 자신이 보는 것과 다른 말을 하는 휘린에게 반응하다 깨달았다.


“사람이 아니구나!”


대답은 이영자에게서 흘러나왔다.


“네, 그렇습니다. 큰 보살님. 그것이 큰 보살님과 쇤네들의 차이입니다. 저들은 영혼도 신도 아닌 특별한 존재이십니다. 역시 저희 같은 평범한 중생들은 만나는 거조차 어려운 분들이시지요.”


두 개의 붉고 푸른빛은 더 가까워지기도 전에 떨어지듯 공중을 날아 멀어졌다.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창밖으로 즐겨보던 빛 무리의 실체를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빛으로만 보였던 그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휘린과 그녀의 어머니가 정원 형식의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잘 정돈 된 정원은 기괴한 모양의 바위와 나무들로 신비롭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곳의 이질적으로 엉킨 기운들이 기분 나빠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영자가 그런 나를 돌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듣기 위해 준비 된 사람처럼.


“식당이 장사가 안 되겠네요.”


“네, 잘 보셨습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태도였다. 그래서 부담 없이 보이는 대로 대답할 수 있었다.


“뭔가 많네요. 잡다하고 맑지 않은 것이. 꼭 들어가야 하나요?”


“어찌하고 싶으십니까?”


“어머님은 이 가게를 돕고 싶으신 거죠?”


“저희에게 식사를 베풀겠다고 했으니 밥값은 해주는 것도 좋겠지요.”


“그럼 오늘 식사는 제가 대접하는 거네요. 아주 비싼 밥을 먹어야겠어요.”


이영자는 즐겁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휘린은 마음에 안 드는 듯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뀌었다. 제 엄마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가게 안으로 들어선 나는 내게서 밀려나는 기운들을 따라 시선을 보네다가 정원의 중앙을 멋스럽게 장식한 커다란 바위로 다가가 그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그 안에 뭉쳐있던 검은 기운이 내 손길을 피하듯 꿈틀거리다가 흩어졌다.


음산하고 답답하던 정원이 거짓말처럼 청아하고 화사한 기운으로 바뀌었다.


휘린도 그것을 느끼고 커다란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큰 보살님이 복을 내리셨으니 복 값을 받으셔야지요. 가게 주인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맛있는 밥이면 돼요. 제일 맛있는 걸로 달라고 해주세요. 이집 아주 유명해 질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바로 복 값을 치르라 하겠습니다.”


어머님은 내게 깊게 고개를 조아린 후에 가게 주인에게로 걸어갔다.


뚱한 표정으로 제 엄마를 바라보던 휘린이 나에게 몸을 기대며 속삭였다.


“돈을 달라고 해야지. 이 정도 규모면 상당히 부자일 텐데.”


“바위에 붙어 있던 음기만 털어냈을 뿐인데?”


휘린이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이 나무도 저 바위도 있어야 할 곳에서 억지로 움직인 거잖아. 과한 욕심으로 동티가 났는데 누굴 탓해.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지.”


“그런 거야?”


휘린의 설명에 그제야 내 능력이 신기하게 느껴진 나는 손을 꼼질거리며 까딱까딱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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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는 굴레가 되어선 안 된다. 23.05.22 18 0 12쪽
9 내 마음대로 23.05.21 20 0 11쪽
» 사람이 아니야. 23.05.18 20 0 11쪽
7 이런 거구나! 23.05.17 18 0 11쪽
6 내 안에 강한 것 23.05.14 20 0 11쪽
5 친구가 되어볼까? 23.05.13 19 0 9쪽
4 이런 거, 낯설다. 23.05.13 19 0 11쪽
3 세상을 왕따 시키려 했는데. +1 23.05.12 24 1 11쪽
2 어린 외톨이 떠돌이 23.05.12 30 1 10쪽
1 내 이름은 아영이에요. 23.05.11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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