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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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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화
작품등록일 :
2023.05.11 23:06
최근연재일 :
2023.06.25 13: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28
추천수 :
4
글자수 :
78,389

작성
23.06.21 20:47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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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다 이유가 있다.

DUMMY

이상하게 자꾸만 화가 났다. 느낀 적 없는 감정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쓸모없게 느껴졌다.


예민해진 나는 자꾸만 짜증을 냈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 느낌이 싫었다.


나를 다독이던 휘린이이 그 마음을 죄책감이라고 했다.


“나도 그래. 못 본 척 하는 거, 쉽지 않아. 마치, 내가 그 사람을 해친 거 같지.”


휘린이 그동안 괴로워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거 같았다.


“넌 내가 원해서 눈을 감은 거야. 그냥, 나 때문이라고 탓해. 그리고 잊자, 제발.”


이제 휘린은 이타적인 마음보다 지금의 평온함을 원했다. 평범함의 단맛을 알아 버렸다.


“조금만 더 조용히 살자. 모두 다 도울 수 없으면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지 않아? 우리도 생각 해야지. 엄마가 나부터 아끼고 위하라고 했어. 그래야 남도 돕는다고. 모든 사람의 불행에 죄책감을 가질 수는 없잖아.”


아이들의 괴롭힘을 죄인이 된 마음으로 감내했던 휘린의 호소는 절실하게 들렸다.


“그래···. 미안.”


나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겨울방학이 시작 된 후, 나는 앓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미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가벼운 감기인 거 같다했지만 처방한 약들은 효과가 없어 미열은 계속 그대로였다.


원장 어머니는 큰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자고 했지만 버틸만한 아픔이라 고집스럽게 거절했다. 보육원을 또 소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일상적인 미열이 계속 되자, 내 생활도 그 온도에 익숙해진 거 같았다.


그러나 기분 나쁘게 예민한 신경은 어쩔 수 없었다. 불편함을 참는 나는 갈수록 말수가 줄었다.


모두들 내 눈치를 보고 걱정 했지만 불쾌함에 휩싸인 난 그것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싸우는 중이었다. 뭐라 정의 할 수 없는 나의 무언가와.


한 밤중에 40도 고열에 시달렸다, 원하지 않게 보육원은 발칵 뒤집혔고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갔다. 애써 고통을 참았던 보람도 없게.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3일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겨우 정신이 들었을 때 눈물범벅이 된 휘린과 그녀의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하듯 웅얼거리고 있었다.


“큰 보살님 참지 마십시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가슴에 쌓지 마십시오. 겁내지 마십시오. 큰 보살님은 그래도 됩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미안해 잘못했어. 미안해 아영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벌 받을 게. 내 탓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


이영자는 내게 일어난 발열을 신앓이와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무속인이 신을 받아드리기 위한 신병을 앓는 것과는 다르게 내가 내 마음을 묶고 억눌렀기에 화가 일어 몸에 무리가 왔다고 했다.


이영자의 설명을 듣던 나는 어이없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럼 화병이라는 건가?


이영자는 조곤조곤 신의 반응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설명을 정리하자면 내 안에 있는 신의 열기가 터져 나왔다는 소리였다. 그럼 신의 화병인가?


조금 억울해졌다. 왜 지가 화를 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도 남들처럼 살고 싶었을 뿐인데···.


‘당신 때문에 나는 이상한 시간만 살았다고. 잠시라도 당신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목 터지게 따지고 대들고 싶었다. 내 몸에서 나가라고 외치고 싶었다.


생각에 잠기 사이에도 두 사람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열에 잠긴 내 귀에는 물 속 울림처럼 아득하게 들렸지만.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잠에서 깨었을 땐 주변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나는 도로록 눈을 굴려 어둑한 병실 안을 훑었다.


보호자용 간이침대 위에는 원장 어머니가 불편하게 몸을 구부린 채 잠들어있었다.


나는 눈을 멀리 돌려 어둠에 잠기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붉고 파랗고 노랗고 푸른빛들이 간간이 스쳐 보였다. 여전히 인간이 아닌 자들은 빠르고 바빴다. 나만 볼 수 있는 세상.


나는 멍하게 머리 사라지는 빛을 쫓으며 생각했다.


‘난 어떻게 살고 싶지? 내가 원하는 건···.’






2학년이 되었다. 나는 기운을 다스리는 걸 포기했다. 날이 선 기운이 내 주변에서 일렁거렸다.


주위 사람들이 전보다 더 나를 두려워하고 멀리 하는 걸 알았지만 그건 이제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 주변을 기웃거리지 마라.


나는 나를 억누르는 대신 어릴 적 방법 선택했다. 대신 더욱 이기적이 되기로 했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만 신경 쓴다.


휘린이 내 눈치를 보며 절절맸지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녀가 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세상에 살면,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이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것도 나에게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떨쳐내자 마음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렇게 모든 것을 덮어 버리고 아무 문제도 없을 거 같았다.






새로운 반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친절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주아영의 기운에 눌려있었다. 그녀에게서 풍겨 나오는 폭풍 전 고요 같은 기운이 주변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는 아영은 모르는 거 같았다.


휘린은 아영을 힐끗거리며 숨을 삼켰다.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걸까? 나 때문에?


그러나 자신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아영은 자신에게 만큼은 그대로였다. 자신은 특혜를 받는 것이 분명했다.


열병에 시달리는 아영의 병실에서 사과하고 억누르지 말라고 말했지만 휘린의 온전한 진심은 아니었다.


엄마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훈계하고 아영의 신앓이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아직은 지금의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걸 읽어 내는 아영이 제 속마음을 못 읽었을 리 없었다,


‘아영이는 내 진심을 알아 본 거야. 그래서 주위를 밀어 내는 거야. 나를 위해서.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아영의 배려에 가슴이 뭉클했다.


‘아영아 사랑해. 나에겐 네가 전부야.’






매일이 평범했다. 나는 그저 변화 없는 하루가 다행이었다.


휘린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내 곁에서 침묵했다. 그녀는 나에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저녁 자율학습 시간.


자습을 하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당황했다. 찬 서리를 만난 듯 소름이 돋았다.


늘 미열을 달고 살던 나는 그 서늘한 느낌을 더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5월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카디건을 어깨 위로 추스르며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술렁거렸다. 갑자기 그 기운이 시작 된 곳으로 가야 할 거 같은 조바심이 일었다.


호기심과 불안함이 자꾸만 마음을 부추겼다. 이런 느낌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도저히 흘려보낼 수 없는.


주변을 거부 한 뒤로 나는 여전히 예민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더 저조하게 떨어졌다.


이 순간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면 분명 엄청나게 화를 내고 감정을 조절 하지 못할 거 같았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감독하는 선생님도, 휘린 조차도 화장에 열중 할 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문을 열고나서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만든 건가? 당황스러웠지만 확인 할 생각은 못했다. 그저 발길이 이끄는 대로 무작정 걸었다.


자율학습 중인 학교는 다른 날보다 유난히 더 고요했다. 마치 나로 인해 학교 전체가 숨을 죽인 것 같았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그 끝이 보였다. 불길한 기운이 나를 부른 곳은 학교 옥상이었다.


평소 잠겨 있던 곳인데 웬일인지 비스듬히 열려있었다. 무거운 철문을 밀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기가 막혔다.


여기저기 담배꽁초와 핏자국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피 묻은 각목, ···어둠을 등에 짊어진 음산한 어깨들. 희미한 불빛 아래 한 아이를 둘러싼 여섯 명의 어깨가 내 신경을 불편하게 건드렸다.






“이 X년이 누굴 엿 먹여! 야! 야! 안 들려? 귀가 막혔냐? 네 주둥이로 대답을 해 봐! 사는 게 지겹지? 죽고 싶냐?”


“미, 미안해.”


“이제야 꼬리 마는 꼬라지 봐라. 무섭냐? 그러게 잘 하라고 했잖아. 눈도 못 맞추는 주제에 왜 반항 질인데? 또 도망쳐 봐! 쥐새끼처럼.”


쏟아 붓는 욕설의 농도가 점점 짙어졌다.


찢긴 교복을 추스르며 두려움에 떠는 동급생의 반응이 우습다는 듯 낄낄거리며 핸드폰으로 촬영도 한다.


다들 돌아가며 한 소리씩 하고 비웃었다.


“그러게 나오랄 때 나왔어야지. 그 아저씨가 얼마나 지랄했는지 알아? 하마터면 내가 모텔로 끌려갈 뻔했잖아. 왜 애먼 사람한테 민폐를 끼쳐?”


“그러게, 그 아저씨 소개해준 우리 오빠는 또 뭐가 되냐고 내가 얼마나 쪽팔렸는지 알아?”


빈정빈정 말로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무릎을 꿇은 아이를 위협하는 또래아이들의 표정이 파충류처럼 번들거렸다.


겁먹은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며 마지막 반항을 하듯 외쳤다.


“내가 왜? 그 반지, 너희들이 일부러 망가트린 거잖아! ···억지로 내 손에 쥐어놓고 내 머리에 벌레를 던져서 놀라 떨어트리게 한 거잖아. ···이미 백만 원도 넘게 갖다 바쳤어. 그 반지가 그렇게 비싸?”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네까짓 게 뭔데 토를 달아? 아직 부족하니까, 갚으라는 거잖아! 돈 없으면, 몸이라도 팔라고, 자리까지 만들어 줬잖아.”


덩치 큰 아이가 무릎 꿇은 아이의 머리를 후려치며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었다.


코와 입으로 피를 쏟으며 퉁퉁 부어오르는 머리를 감싸 안은 여자애가 차라리 죽이라며 애원했다.


“아악 차라리 죽여!”


‘죽고 싶어. 여기서 뛰어 내릴까? ···제발 누구라도 좋아, 제발 도와줘.’


“야! 이년 죽고 싶단다. 그냥 패 죽여. 아니다! 홀딱 벗겨. 야! 흔들리지 않게 잘 찍어.”


반항할 힘도 없어진 아이가 절망한 얼굴로 몸을 웅크렸다. 살려줘. 살려줘! 아이는 살고 싶었다. 죽고 싶다 말했지만 너무나 살고 싶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몇 일째 바빠서 얼굴도 못 본 아빠가 이 순간 너무나 절실했다.


“여기서 뭐해?”


내리꽂히듯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아이들이 놀라 돌아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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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는 굴레가 되어선 안 된다. 23.05.22 18 0 12쪽
9 내 마음대로 23.05.21 20 0 11쪽
8 사람이 아니야. 23.05.18 20 0 11쪽
7 이런 거구나! 23.05.17 18 0 11쪽
6 내 안에 강한 것 23.05.14 20 0 11쪽
5 친구가 되어볼까? 23.05.13 19 0 9쪽
4 이런 거, 낯설다. 23.05.13 19 0 11쪽
3 세상을 왕따 시키려 했는데. +1 23.05.12 24 1 11쪽
2 어린 외톨이 떠돌이 23.05.12 30 1 10쪽
1 내 이름은 아영이에요. 23.05.11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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