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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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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화
작품등록일 :
2023.05.11 23:06
최근연재일 :
2023.06.25 13: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26
추천수 :
4
글자수 :
78,389

작성
23.06.18 12:19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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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이런, 들켰다!

DUMMY

“잠깐만요. 기다려 봐요.”


딱딱한 내 목소리에 그들이 흠칫하며 뒤돌아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본능적으로 어깨를 떨었다. 전형적인 나쁜 사람들이다.


“내가 불편하죠? 그건 당신들이 나쁜 선택을 해서 그래요. 알죠? 당신들이 나쁘다는 거. 쪽팔리면 하지 마요.”


대답 못하는 입을 벌린 채, 눈동자만 굴리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하니 불쾌함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들은 반성 따윈 조금도 않고 두려워만 하고 있었다.


복장이 터질 듯 답답해진 나는 짜증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고 싶은 말이 한 무더기였다.


“자식 앞에서 거짓말하면 안 창피해요? 자랑 할 게 없으면 만들어 봐요. 애들한테 뻥으로 어깨에 힘주면 안 부끄러워요? 그래놓고 양심 없이 어른 말 잘 들어라, 말 하고 싶어요? 허참, 어른들 말에 어떻게 토를 달아? 그런 말은 어디서 지어낸 거예요? 하하,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여자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남자는 셔츠의 목둘레를 잡아당기며 헛기침을 했다.


“애들 억눌러서 간판으로 만들 생각이면 일찌감치 포기해요. 아줌마 아저씨처럼 키우면 애들은 반듯하게 못 커요. 고학력 범죄자 만들고 싶어요?”


어린 것이 까마득한 어른들에게 막말을 하는데도 두 사람은 화조차 낼 수 없었다. 눈치가 보이고 대책 없이 쪼그라드는 심장을 그들도 이해 할 수 없었다.


“아저씨, 늙어서 구박 받기 싫으면, 어린 아들 우습게보지 말아요. 폭력으로 자식 다스리면 늙어서 부메랑 되는 거 몰라요?”


남자의 이마에 힘줄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입이 붙은 듯 반박할 수 없었다.


“아줌마, 그렇게 살다 감옥가면 자식 얼굴 다시는 못 봐요. 그럼 아줌마는 생면부지, 세상에 혼자 남는 거예요.”


여자의 얼굴이 정말 터질 거 같았다. 남자의 눈빛에 의심이 고였다. 당신 작은 아버지가 국토부 차관이라며? 거짓말이야? 라는 질문을 눈빛으로 전했다.


여자가 부인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주고받는 눈빛에는 할 말이 많았다.


“두 분 문제는 둘이서 잘 해결하세요. 일 켜지기 전에 멈춘 거니까, 좋게 좋게 끝내요. 자식들이 친군데.”


아줌마 사업계획, 다 물 건너갔어. 어차피 반은 사기잖아. 나는 여자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파탄 날 거 막아줘서 고맙지 하는 표정으로.


“그리고 부모라도 친구 사귀는 거 간섭하는 거 아니에요. 아이들 여기 자주 놀러 올 거예요. 말리지 마요. 절대 혼내지 말라고요. 아셨어요?”


허리에 손을 얹고 내지르는 내 당부에 두 사람의 고개가 억지스럽게 끄덕여졌다.


“그럼 두 분 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부디 오늘 제 무례는 모두 용서하시고요.”


할 말 다한 나는 뒤늦게 사과하듯 고개를 꾸벅 숙여 그들을 배웅했다.


쭈뼛거리던 두 사람은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쫓기듯 도망쳤다.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어딜 남의 집에 쳐들어와 소란이야 소란이.


나는 콧숨을 내쉬며 뒤돌아서다 흠칫 얼어붙었다. 이런 들켰다!


원장 어머니가 조금 슬픈 듯, 걱정스러운 듯, 울 거 같은 표정으로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당황한 나는 뒷걸음치다 달아날 곳이 없다는 걸 깨닫고 굳은 채 멈춰 섰다.


그녀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오며 팔을 벌렸다.


이 사람은 참 스킨십을 좋아한다. 나는 꼼짝 못하고 그녀의 팔에 안겼다.


그녀의 안에서 여러 가지를 읽을 수 있었다. 원장 어머니는 이미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많았다.


[무속의 신기가 있는 것으로 의심 됨.

속을 알 수 없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돌발적이 말을 함. 모두들 불편해 하는 편.

아무도 곁에 두지 않고 말 수가 지나치게 적음.

사회성이 떨어지고 공감 능력이 부족함.

공격적인 성향은 보이지 않으나 항상 호전적인 편. ···]


나에 대해 평가한 서류에 적힌 말들이었다. 전에 지내던 보육원 원장 아버지도 나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왜 나를 받아드리고 큰 딸이라 부르는 걸까? 정말 내가 부담스럽지 않나? 분명 나를 들이면서 많이 고민 했을 텐데···.’


그녀에게 보이는 것을 읽으며 절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녀에게 충고라며 떠든 사람들의 나를 향한 비난에 자꾸만 몸이 뻣뻣하게 굳어갔다.


그러자 그녀가 더 나를 꼭 끌어안았다.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를 보듬었다. 토닥토닥 그녀의 품이 따뜻했다. 그녀 안에는 나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정말 내가 무당인 걸 들킨 거지? 나 여기 떠나기 싫어.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되는 거였나?’


그러나 내 걱정이 무색하게 어머니는 아무 질문 없이 밥을 먹자며 나를 식당으로 이끌었다.


“밥 먹자! 모두 모여라!”


평소와 다름없이 외치며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어머니의 밝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다섯 명의 아이들 중, 두 명의 부모만 쫓아온 거라 했다.


비교적 부유 하지만 아이들에게 다정하지 않았던 그들은 사회적인 체면에 먹칠을 하는 자식들을 수거 한다는 마음으로 쳐들어온 거였다.


나머지 세 아이의 부모는 연락이 되지 않거나 마음대로 하라는 대답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아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견디는 것이 분명한 무감한 표정은 일찍 철든 애늙은이의 것이었다.


하지만 늦게까지 장난치다 한 방에서 엉켜 잠든 모습은 딱 8살 또래의 모습이었다.


원장어머니는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며 돌아섰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머리를 박박 문질렀다. 이게 아닌데 싶고, 왠지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나는 다음날 준영이의 생일 파티를 끝내고 원장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의 집을 방문했다.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진 바쁜 주말이었다.






번잡하던 주말이 지나 학교에서 휘린을 만난 나는 내가 겪고 느꼈던 일들을 떠들었다.


내가 느낀 점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휘린이 외에는 없었다.


“···내가 말 할 때는 분명 받아드리는 거 같았어. 반성하는 표정도 지었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부모를 보며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런데 돌아오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거야. 이 사람들 다시 같은 짓을 하겠구나.”


“왜 그렇게 생각했어?”


휘린의 말에 나도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러게 왤까?


“그냥, 내 말이 그들에게는 새겨지지 않는 거 같아. 그들의 달라진 미래가 보이지도 않았고, 파도처럼 부딪히자마자 흩어져 사라지는 그런 거, 흡수 되지 않을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어. 내 앞이라 잠시 수긍은 하지만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릴 거 같았어.”


휘린이 당연하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사람들이 그래. 우리 집 오는 사람들도 엄마 말을 따를 것처럼 하지만 돌아가서는 하지 말라는 짓만 해. 그러고서는 다시 찾아와 징징거리지.”


“그럼 어떡해?”


“어떡하긴 어떡해. 혼꾸멍내고 다시 수습해주지. 그래도 고마운 줄 몰라. 사람들은 다 똑같아. 자기 편하게 생각하고 행동해. 그러고는 남 탓만 하지.”


“원래 다 그래?”


“대부분.”


그렇구나. 나는 맥이 좀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럼 도와줘도 소용없는 건가? 좀 어렵다. 그러다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이들을.


“그럼 그 사람들도 변하지 않았겠네.”


“응? 뭐? 누구?”


허탈하게 내뱉은 혼잣말에 휘린이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난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가만히 여섯 살 이전에 머물렀던 보육원 원장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의 악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겠지? 그럼 아이들은···.


함께 지냈던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자 목안이 따끔거리고 입맛이 썼다.






***






“휘린아, 큰 보살님 아직도 누워 계시냐? 식사를 하셔야 할 텐데 큰일이다.”


“단단히 뿔났어. 그러게 마음대로 하라는 소리는 왜 해가지고, 내가 일 터질 거라고 했지? 어쩔 거야? 엄마가 책임져!”


방 문 앞에서 휘린과 이영자가 전전긍긍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반응하기 싫어서 이불을 더욱 푹 뒤집어썼다.


나는 결국 보육원에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내 경솔한 행동이 가까운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준영의 친구 부모들에게 막말을 쏟아냈고 명령하듯 생각을 바꾸려했던 행동은 그예 일을 키우고 말았다.


나에게 당한 어른들은 생각을 곱씹고 되새기다가 뒤늦게 화가 나, 뒷북치듯 성질을 부렸다.


그러나 그들은 보육원으로 직접 쳐들어 와 나에게 따지지 못하고, 분풀이 신고로 애먼 원장 어머니를 힘들게 만들었었다.


위생과 시설이 불량하다는 신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보육하는 아이들을 세뇌하고 학대하고, 평범한 아이와 부모 사이를 이간질 해 분란을 만들었다는 고소장이 날아왔다.


불법 후원금 착복과 서류 조작으로 국가 지원금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누명도 씌웠다.


거기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전국각지에서 무당과 치성을 드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안하무인인 그들을 피해 휘린의 집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피난하듯 보육원을 떠난 지 며칠이 흘렀다.


죄책감으로 가슴 위에 돌을 얹은 거 같았다. 너무 답답해서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어리석은 나에게 화가 나고 아끼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 그들에게 화가나 잠도 오지 않았다.


방법이 보이지 않아 혼자 끙끙거리던 나는 참지 못하고 휘린의 어머니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나는 그래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건방지고 주제넘었다는 것은 알아요. 그건 제가 벌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잘못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었잖아요. 저는 어떡해요. 미안해서 어떡해요. 이제 가족들 얼굴을 어떻게 봐요.”


이영자가 송구한 표정으로 연신 합장을 했다. 그리고 다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큰 보살님. 모두 잘 될 겁니다. 큰 보살님이 하신 일이 잘 못 될 리 없습니다. 지금은 바로 잡혀가는 과정일 뿐, 멀리 보시면 그른 것이 조금도 없습니다. 마음을 진정하시고 모두를 믿고 기다리십시오. 큰 보살님은 옳으십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믿고 까불다가 큰 코가 깨져 버려서, 모든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속상한 마음이 들끓어서 눈물을 글썽거리던 나는 그예 소리를 높여 엉엉 울고 말았다. 갓난아기 때도 울지 않던 내가 두렵고 서러워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옆에서 쩔쩔매던 휘린이 나를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다.


“아이씨, 아영이 울잖아. 엄마가 책임져. 엄마 때문이니까. 엄마가 어떻게 해봐. 얼른. 아영아, 울지 마. 엄마가 알아서 하게 둬. 엄마가 다 해결 할 거야.”


이영자가 낯빛이 하얘진 체 안절부절 산만하게 동동거렸다.


“아이고 왜 너까지 우니? 큰 보살님, 진정하세요. 정말 괜찮습니다, 큰 보살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고정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괜찮다니까요.”


이영자가 손수건을 건네며 내 등을 토닥였다. 그녀는 정말 별 일 없을 거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는 괜찮을 수 없었다. 겨우 가족이 된 그들이 나를 원망할까, 두려웠다. 예전처럼 그들 속의 내 자리가 의미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들에게 용서 받을 수 있다면 다시는 제멋대로 나서지 않겠다는 기도를 하고 또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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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직 너무 어리다. 23.05.24 16 0 11쪽
10 과거는 굴레가 되어선 안 된다. 23.05.22 18 0 12쪽
9 내 마음대로 23.05.21 20 0 11쪽
8 사람이 아니야. 23.05.18 19 0 11쪽
7 이런 거구나! 23.05.17 18 0 11쪽
6 내 안에 강한 것 23.05.14 20 0 11쪽
5 친구가 되어볼까? 23.05.13 19 0 9쪽
4 이런 거, 낯설다. 23.05.13 19 0 11쪽
3 세상을 왕따 시키려 했는데. +1 23.05.12 24 1 11쪽
2 어린 외톨이 떠돌이 23.05.12 30 1 10쪽
1 내 이름은 아영이에요. 23.05.11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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