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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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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승화
작품등록일 :
2023.05.11 23:06
최근연재일 :
2023.06.25 13:0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31
추천수 :
4
글자수 :
78,389

작성
23.05.12 12:53
조회
30
추천
1
글자
10쪽

어린 외톨이 떠돌이

DUMMY

“원장님 주아영 받아주겠다는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 빨리 정리해서 보내. 아주 꼴 보기 싫어 죽겠어.”


영아원 원장은 귀찮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아무렇게나 손을 휘저었다.


그래도 한번은 찾아오겠거니, 약속을 지키겠거니···, 그래도 사회적 체면이 있는데···, 믿었고 그 수모를 삭히며 기다리는 보람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김복희에게는 1년이 지나도록 연락 한 번 오지 않았다.


원장은 이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주아영을 볼 때 마다 숨통이 막혀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기는 편견을 갖고 돌보아서는 안 된다, 위생에 더 신경 써야하고 인력을 더 늘리고···, 따위의 같잖은 말로 저를 가르치려 들었던 김복희의 잔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떠도는 거 같았다.


더군다나 자신을 볼 때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평가하는 듯 바라보는 주아영의 눈빛도 거슬렸다.


김복희의 연락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자존심 상해 짜증이 솟구쳤다.


원장은 오늘도 두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싸매고 누웠다.


‘제깟 것들이 감히, 나를···. 흥 도도하게 굴더니 꼴좋다. 사람 우습게보니까 그렇게 팔자가 더럽지. 천박한 것들.’


그래도 김복희에게 닥친 불행이 통쾌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언제 데리러 온데? 오늘 김선생이 직접 데려다준다고 그래. 어? 전화 다시 해봐!”





김복희가 거액의 후원을 약속하고 돌아간 3일 후, 뉴스에 그녀의 이름이 언급 되었다.


[원장님, 김복희 회장 아들이 갑자기 죽었데요. 생일 날 저녁에···. 어쩜 좋아. 그 학생 얘기 맞죠?]


[어머나! 가족이라곤 아들 하나 달랑이라던데···. 그럼 나중에 그 재산은 누가 상속 받는 거예요? 아영이가 입양 됐으면 저것이 상속녀가 되는 거였잖아!]





***





두 돌이 지난 나는 오늘도 어두운 창밖을 멍하니 봐라보았다.


보육교사들은 얌전히 창밖만 내다보는 나를 상관하지 않았다. 전 영아원에서 특이한 아이라고 이미 언질을 받아두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별난 아이야. 말도 없고 울지도 웃지도 않아. 귀찮게 안 해서 편하기는 한데, 좀 꺼림칙하지 않아?”


“어! 자기도? 나도 나도. 좀 마주보기 불편해. 왜 막 움찔하는 그런 거. 막 그런 느낌 생기고···. 아기가 무섭다고 생각 드는 건 무슨 경우야?”


“죄 많은 경우?”


“야! 내가 뭘? 죽을래?”


그녀들이 자기들끼리 떠들다 까르르 웃는 소리를 귓가로 흘리며 나는 까만 하늘 위로 그려지는 색색의 빛들을 따라 또로록 눈동자를 굴렸다.


빛으로 보이는 무언가, 바삐 하늘을 날아 움직이고 어둠을 삼키는 그것들이 요즘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갖는 대상들이었다.


“아영아 뭘 그렇게 봐?”


호기심을 품은 보육교사가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방짝.”


나는 손을 들어 휙휙 날아가는 그것을 가리켰다. 그녀는 내 작달만한 손가락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반짝? 별? 오늘은 흐려서 별도 안 보이는데. 네 눈에는 보이니?”


“쑹쑹.”


“쑹쑹? 그래 벌레가 쑹쑹이다. 어! 원장님 나간다. 또 도박하러 가는 거겠지?”


“저러다 수갑 찬다, 조만간. 도박은 중독이라니까.”


나는 이젠 내 눈 앞에서도 사라진 그것들에게서 시선을 옮겨 자동차에 올라타는 영아원 원장을 내려다보았다.


원장의 도박 중독을 빈정거리는 그녀들의 말처럼 그는 경찰들에게 붙잡힐 것이다.


“옹눌.”


오늘 그가 잡혀 들어갈 거라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그녀들이 응? 하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또 저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주고받는 질 낮은 농담에 까르르 요란한 웃음소리가 터진다.





원장이 도박으로 구속 된 후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웠다.


지나치게 살집이 많은 중년의 남자는 기름기가 흐르는 얼굴로 아이들의 방을 대충 훑어보며 보육교사에게 영아원 시설과 현황을 설명 듣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피곤해 보이는 원장이 시들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 했다.


“어, 우선 점심들이나 먹지.”


아직 11시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점심이라니. 원장의 뜬금없는 소리에 주변을 따르던 영아원 직원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보신탕 잘하는 집이 있다며? 먹고 마저 하지.”


영아원과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보신탕집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왔던 터라 원장의 머릿속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먼저 맛집 탐방부터 하고, 지금쯤이면 오픈 했을 거야.’


그때 그의 다리 밑에서 역겨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헛구역질을 하는 작은 울림까지.


“우웩, 지그러.”


주위의 모든 시선도 황당한 표정과 함께 그의 다리 아래로 향했다.


“웩, 드러버.”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듯 원장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소리의 대상을 확인했다.


이제 겨우 걸음마을 할 정도의 작은 아기가 전봇대에 매달리듯 자신의 다리에 기대어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너 뭐냐?”


아기는 그의 다리가 더러운 것인 듯 진저리를 치며 떨어진 후 그렁그렁해진 제 눈가를 훔쳤다. 그리고는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원장을 올려 보았다.


원장의 눈매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의 머릿속에 황당함, 어이없음, 불쾌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아기의 커다랗고 맑은 눈과 마주하고 있으니 불현듯 부끄러움 같은 것도 밀려왔다.


원장은 저도 모르게 주춤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피, ···의웩. 동물들···. 으엑! ···윽 그르다 죽느다. 저리가 드러.”


아기는 토하다 지쳤는지 기진맥진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주변의 어른들은 어쩔 줄 몰라 서로 눈치만 살폈다.


원장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 쳤다. 몸에 좋다는 건 가리지 않고 먹어댔던 원장은 오늘 처음으로 자신의 취향이 역겹다는 자각을 했다.


살아 있는 동물의 목에 빨대를 꽂고 피를 마시던 자신의 모습이 제 삼자를 바라보듯 머릿속에 그려졌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보신여행을 즐기던 자랑스러웠던 과거가 말 할 수 없이 추하고 더럽게 느껴졌다.


점점 얼굴이 붉어진 원장은 어느새 잰 걸음으로 원장실로 도망치고 있었다. 이유를 몰라 당황한 직원이 그의 뒤를 졸졸 따라 붙었다.


“쟤 누구야?”


원장의 질문에 직원의 대답이 즉각적으로 따라 붙었다.


“3세반 주아영입니다.”


“다른 시설로 보낼 수 있는지 알아 봐. 빨리.”


원장은 그 말만을 남기고 원장실로 들어가 문을 꽝 닫아버렸다.


문 앞에 남겨진 직원들이 쭈뼛거리다가 원장의 지시를 시행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





주아영, 다섯 살. 나는 오늘도 썰렁한 방의 한 구석에 인형처럼 앉아 있다.


낯선 이곳은 올해 들어 3번째로 옮겨진 보육원이다. 이 보육원은 몇 개월짜리일까?


알고 있다, 어른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걸. 말을 하기 시작한 후부터 원장들은 나를 더욱 불편해했다.


내가 그들에게 보이는 것을 떠들면 그들은 기겁을 했다. 그러게 잘 좀 살지. 보이는 걸 말 한 게 죄야?


내가 부담스러워하던 원장들은 기회만 생기면 나를 다른 보육원으로 떠넘겼다.


나는 정해진 규정도 형식도 없이, 제대로 기록도 남지 않은 채, 처리하기 어려운 물건처럼 작은 보육원들을 떠돌았다.


‘흥! 벌이나 받아라! 나도 싫다. 그런 나쁜 인간들과 사는 거.’


원장 중에는 여자원생들에게 못된 짓을 하는 변태도 있었고 아이들을 나쁜 일에 이용하는 쓰레기도 있었다.


후원금과 운영비를 자신의 사유재산처럼 사용하는 일은 너무나 흔해서 이젠 당연하게 생각 될 정도다.


나에게는 그런 나쁜 짓이 다 보였다. 그러나 내가 원에 있는 동안에는 그들은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나와 눈이 마주치면 고개부터 돌렸다. 목에 추가 달린 듯 머리가 늘어졌다.


원장들이 알아서 나를 피했다. 그리고 뒤에서는 나를 다른 원으로 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누구도 나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않았다. 단지 모두들 나와 마주하길 싫어했다.


무시할 수도 꺾을 수도 없는 아이, 원장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바라보듯 그렇게 나를 대했다.


어느 곳으로 옮겨져도 같은 취급이었다.


그렇게 흐르고 흐르다 한 달 전, 산골 깊숙이 숨은 듯 자리한 이 작은 보육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단답 외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바로 전 보육원을 떠나면서 나름 다짐한 것이 있었다.


‘답답해도 말하지 말아야지. 어른들은 내가 말하는 거 싫어하니까.’


사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나도 떠도는 것에 꽤 지쳐 있었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서는 잘 버텨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낡고 음침한 보육원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50여명의 아이들이 머무는 시설에 돌보는 보육교사는 세 명뿐이라 음식과 위생상태는 엉망이었다.


서로 의지하며 알아서 자라는 것이 분명한 아이들의 표정은 모두 어두웠다.


우울한 느낌의 아이들은 화사하고 깔끔한 나의 이질적인 모습을 힐끗 거릴 뿐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건 어디서나 그랬지만.


교사들은 나에게 음식을 내놓으며 눈치를 보았다. 어이없는 상태의 식판을 받아들고 가만히 들여다보았을 뿐인데 그들은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인지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지금 음식은 훨씬 양호해진 편이긴 했다. 더럽게 맛없는 건 여전하지만···.


“주아영, 원장 아버지께서 부르신다.”


아이들과 떨어져 앉아있던 나를 보육교사가 호출했다.


함께 원장실로 걸어가며 교사가 나의 눈치를 봤다.


그러나 나는 모르는 척 표정 없이 얌전하게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침 넘기는 소리가 유난스럽게 크게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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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는 굴레가 되어선 안 된다. 23.05.22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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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 안에 강한 것 23.05.14 20 0 11쪽
5 친구가 되어볼까? 23.05.13 19 0 9쪽
4 이런 거, 낯설다. 23.05.13 19 0 11쪽
3 세상을 왕따 시키려 했는데. +1 23.05.12 24 1 11쪽
» 어린 외톨이 떠돌이 23.05.12 31 1 10쪽
1 내 이름은 아영이에요. 23.05.11 6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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