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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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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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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DUMMY

“뭐라고? 이 개새끼가!!!”

남자가 폭발했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로 손에서 불꽃이 넘실거린다!

“흠, 들렸나?”

‘다 들리게 말해놓고.’

진해솔은 혀를 내둘렀다.

“어쩌려고 그래요?”

“걱정할 필요 없다.”

“죽어!”

남자가 달려든다!

그 순간 흑색 가면을 쓴 가드가 끼어들어서 불꽃을 막았다.

-파악!

불씨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백색 가면을 쓴 가드가 남자의 뒤에서 나이프로 목을 겨눴다.

“거기까지입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큭. 무슨···!”

“규칙을 어겼으니, 자격을 박탈하겠습니다.”

“내가 무슨 규칙을 어겼다는 거야···!”

“장내에서 무력 사용은 금지입니다.”

백색 가면은 나이프를 바짝 들이댔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자격 박탈이면 지금 진행 중인 경매는 어떻게 되지?”

이현은 백색 가면에게 말을 걸었다.

“무효입니다.”

“이미 완료된 건은?”

“마찬가지로 무효입니다. 물론, 귀책 사유는 이분에게 있는 만큼 책임을 지셔야겠죠. 정중하게 모셔.”

가드들이 남자를 연행한다.

“불편을 겪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경매가 곧 재개될 예정이니, 자리에 착석해 주시길.”

“잠깐.”

이현은 백색 가면을 멈춰 세웠다.

“낙찰 무효가 된 그림, 내가 사지.”

“죄송하지만 경매로 나온 물건은 개인 판매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경매를 이용해 주시길.”

“그래? 가짜를 또 경매에 내놓을 생각인가.”

-뚝.

백색 가면의 움직임이 멈췄다.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요?”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지만, 가면 뒤에 감춰진 눈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가짜라고.”

“···말을 조심해서 하는 법을 배우는 게 좋겠군요.”

검은 가면이 뒤로 스윽 다가와 섰다.

일촉즉발의 상황.

“증거가 있다면?”

백색 가면이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떤 증거?”

백색 가면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여기서 말해도 되겠나?”

반면 이현은 태연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경매장에 있는 모든 참가자가 흥미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 백색 가면은 등을 돌렸다.

“따라오시길.”

그 뒤를 따른다.

“생각이 있는 것 같아서 잠자코 있었는데, 뭘 어쩌려고 그래요?!”

금방 뒤따라 붙은 진해솔이 숨죽여 말했다. 뒤를 보자, 검은 가면이 마치 감시하듯 따라온다.

“놈에게 시비 걸면 반드시 덤벼들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일부러 들리게 말했군요?”

“맞다. 경매장에는 가드들이 배치되어 있으니까, 놈이 달려들어도 현장에서 처벌받을 뿐. 내 생각대로 놈은 쫓겨났고 경매는 무효가 됐다.”

“하아, 그러니까 결국은 그 그림 때문에 벌인 일이네요.”

“비록 가짜라고 해도 놈에게 주긴 아까운 물건이지. 알아볼 것도 있고.”

“그런 건 미리 상의해달라구요.”

“미안하군. 즉흥적으로 든 생각이라서.”

“아무튼, 다음 계획은 뭔데요. 지금 이 사람들 일부러 빙빙 돌고 있는 거 알아요? 어디로 데려가려고 이러는지.”

진해솔은 불안한 듯 주변을 힐끔거린다.

“그 뒤는 생각한 적이 없어서. 이들을 따라가면 알겠지.”

“따라간 끝에 이상한 곳이면 어쩌려고요?”

“글쎄. 다만, 내 예상이 맞는다면 곧 블랙마켓의 대표를 만나볼 수 있을 거다.”

“부디 맞기를 바라야겠네요.”

“다 왔습니다.”

백색 가면이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따라서 들어가자, 집무실과 서재를 반반씩 섞은 분위기가 풍기는 공간이 나타났다.

“반갑네.”

고급 원목으로 만든 중역용 책상에 앉은 남자가 일행을 반겼다.

“나는 허생도라고 하는 사람일세.”

본인을 허생도라 소개한 남자는 제법 단단한 풍채와 구레나루와 턱수염이 이어진 중년의 호인이었다.

“얘기는 들었네.”

‘이들의 시간 끌기는 정보 전달을 위한 시간벌기였군.’

“그래···.”

손으로 턱을 받친 허상도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마치 바위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자네가 경매에 내놓은 물건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허상도의 눈가가 씰룩인다.

이현의 태도에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이놈 좀 하네? 라는 흥미에 가까운 눈빛이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대답하게. 말은 가벼우나, 그 책임은 무거운 법이니까.”

“가짜를 가짜라고 했을 뿐인데, 문제라도?”

이현은 거침없었다. 도리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진해솔이 살 떨릴 지경이었다.

‘계획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그럴 거야···! 하지만 아까 아무 계획도 없다고 했잖아?! 이러다 진짜, 붙잡혀서 해체라도 당하는 거 아니야?!’

“그림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주지.”

허상도가 눈짓하자, 검은 가면이 그림을 가져왔다.

“설명해보게. 만약 나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자네는 오늘 큰 실수를 저지른 걸세.”

“고작 그 정도 가지고 큰 실수라고 할 것까지야.”

이현은 그림을 받아들었다.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하지.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괜한 시간 끌기라면 관두는 게 좋을 걸세.”

“성미가 급하군. 좋은 관람객은 되지 못하겠어.”

이쯤 되자, 이현을 별종 보듯 흥미를 나타낸 허상도도 슬슬 짜증이 났다.

“그래서?”

짜증이 묻어난 허상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진해솔은 수술대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아아, 점점 수술대가 가까워지는데. 바이바이, 내 예쁜 각막아.’

“이 그림을 봐. 확실히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는 초상화지만 기법이 다르다. 고흐의 보이는 대로 즉석에서 그리는 걸 선호했지. 하지만 여기 눈 밑에 명암을 보면 이상하지. 그림에서 지켜온 빛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지.”

“단순한 우연 아닌가?”

“우연? 아니. 이건 눈 밑을 어둡게 해서 퇴폐미를 강조한 흔적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원본을 보고 그린 사람의 주관이 들어갔기 때문이지.”

“흠. 일리는 있지만 그거 하나로 가짜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증거는 더 있다. 고흐는 역동적인 색채로 강렬한 색감을 나타내는 걸 선호했지.”

“그 말대로 아닌가?”

“인물은 그렇지. 배경을 봐. 구석이나, 별로 중요치 않은 부분은 색이 무겁고 지루하다.”

“어째서 그런 거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 방심해서겠지. 방심했으니까 주관이 묻어나온 거고. 그뿐 아니다. 고흐는 선명한 붓 자국만큼 물감을 두껍게 발라 썼다. 그러나 턱선과 코 부분을 봐라.”

“···물감이 흐리고 선이 불분명하군.”

“아마 이걸 그린 화가는 특정 부위를 흐리게 그려서 자신이 생각한 포인트를 강조하는 걸 선호하는 것 같군.”

빤히 그림을 바라보던 허상도는 백색 가면을 불렀다.

“출품자와 연락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고가의 물품을 경매로 내놓고 경매 당일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

“더 확인할 게 있나?”

“아직 그쪽 말이 확실한 건 아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허상도가 이를 드러내면서 위협했다.

“괜한 시간 낭비일 텐데.”

그러나 이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건 이쪽이 판단한다. 하지만 왜 그림이 가짜인 걸 알면서 구매하려고 하지?”

“그걸 말해줘야 할 이유가 있나?”

“없지. 좋아. 이렇게 하지. 그림은 그냥 내주겠다. 대신 간단한 의뢰를 맡기고 싶다.”

“피해보상으로 그냥 내줘도 모자라는데, 의뢰까지 맡아달라?”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닐 거다. 어차피 그쪽이 그림을 원하는 이유도 그 그림을 그린 화가 때문이 아닌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게 아니라면 굳이 비싼 돈 주고 가짜를 구입할 이유가 없지.”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고.”

허상도는 마치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한 것처럼 두, 세 번 반복하고 다시 본론을 꺼냈다.

“이쪽도 확실하게 하려면 화가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인력이 원래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돼서 공백이 생기지. 그 공백을 그쪽한테 의뢰하고 싶네.”

“의뢰 내용은?”

“간단하네. 마석을 모아주게. 최대한 많이. 물론 의뢰비와 별개로 마석값은 따로 쳐주겠네.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화가는?”

“찾으면 소개해 주지. 단, 이건 그림이 가짜인 게 확실해질 경우에 적용되는 조건이라는 걸 명심하게.”

“마음대로 해. 어차피 가짜일 테니까.”

“그 말은 딜을 받아들인다고 봐도 되겠지?”

“그래 딜이다.”

“자자, 그러면 계약의 세부 내용을 논의해 볼까요?”

계약이 거론될 때부터 슬슬 정신을 차린 진해솔은 앞으로 나섰다.

“그쪽은?”

“여기 헌터가 속한 소속사의 사장이죠.”

“호오.”

허상도는 흥미롭다는 눈길로 진해솔을 바라봤다.

“의뢰비는 어떻게?”

“던전의 등급, 소요된 시간을 평균가로 계산해 주게. 그 두 배를 지불하지. 그리고 마석 역시 평균 가격에 5퍼센트씩 얹어주겠네.”

“까, 깔끔하네요.”

최대한 뜯어낼 생각이었으나, 상대가 먼저 양보하고 들어오니 할 게 없다.

“던전은 이쪽이 소개해 주지. 마침 적당한 던전을 알고 있다.”

“알았어요.”

“그러면 얘기는 끝인가?”

“일단은. 의뢰가 끝나면 연락하게. 이쪽도 화가를 알아내면 연락하지.”

“알았다.”

나가려던 이현은 갑자기 멈칫하고 검은 가면을 응시했다.

“다음부턴 진짜 대표와 대화하고 싶군.”

그 말을 남긴 이현을 밖으로 나갔다.

“···눈치챈 걸까요?”

허상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런 것 같군.”

문이 뚫어져라. 응시하던 검은 가면이 말했다.

“저자의 정체가 뭐라고?”

“이현. f급 헌터입니다.”

공손하게 대답한 허상도의 얼굴이 빨개졌다.

“f급이라. 정보 수집이 잘못된 것 같군.”

“죄, 죄송합니다!”

-쾅!

허상도가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용서를 구했다.

“다시 조사해.”

“넷!”

“그리고.”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백색 가면이 부복했다.

“그림을 출품한 놈하고, 감정한 놈을 잡아 와. 아, 화가는 상처 없이 데려오고.”

“알겠습니다.”

“이현이라. 생각보다 재밌는 인물이군.”


“진짜 대표와 대화하고 싶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밖으로 나온 진해솔은 이현에게 물었다.

“허상도는 진짜 대표가 아니다. 검은 가면을 쓴 쪽이 진짜지.”

“전혀 몰랐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허상도 본인도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검은 가면 쪽을 의식하더군.”

“와, 전혀 몰랐는데.”

-부우웅.

“아, 바로 연락이 왔네요. 던전은 d급 던전. 위치는 멀지 않네요. 어떻게 할래요?”

“바로 가지.”




“그러면 범수 병문안 가볼게요. 끝나면 연락해요.”

던전에 이현을 내려준 진해솔은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는 범수의 병문안 가기 위해서 먼저 떠났다.

던전 입구라고 글귀가 적힌 안내문을 따라가자, 많은 텐트가 그 주변으로 진을 치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는 해결을 촉구하는 정중한(?) 글이 눈에 띄었다.

“저들은 다 뭐지?”

“아, 이번 던전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이죠.”

혹시나 있을 돌발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파견된 협회 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도 있고, 삶의 터전을 잃을 예정인 사람도 있죠.”

“잃을 예정이라는 건 무슨 뜻이지?”

“아직 던전을 보존할지, 말지 확정은 안 났지만, 던전이란 거 점점 확장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 전에 던전을 공략해 달라고 시위하는 거죠. 가족을 잃어서 복수를 원하는 사람도 있겠고요.”

“그렇군.”

“아,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님을 앞두고 말이 길었네요.”

“괜찮다.”

협회 직원을 일별한 이현은 던전으로 입장했다.

풍경이 급변하면서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보인다.

“게이트가 열린 지 이틀째라고 했나.”

그래서 그런지 건물에 사람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쇠냄새가 나는군.”

잔뜩 달궈진 쇠가 풍기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고철 고블린의 둥지, 난이도는 d급. 때마침 놈들이 오는군.”

잔뜩 녹이 슬고 구겨진 양푼 같은 걸 투구로 쓰고 조악하지만, 쇠로된 날붙이로 무장한 고블린이다.

건물을 탐색하고 있던 놈들인지 건물에서 나오는 고철 고블린과 마주쳤다.

이현을 발견한 놈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밤이나 새벽에 오겠다는 게 오늘이 아니라 어제였는데 글이 안써져서 자꾸 밀리네요.


수요일 하루 쉬고 충전해서 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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