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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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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7,723

작성
23.06.29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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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1화

DUMMY

“부 불이···!”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번지면서 부스를 집어삼킨다!

대부분의 행사 부스는 가벼운 종이 소재로 된 벽을 사용한다.

어차피 단기간 사용하고 폐기 처리하기 때문에 내구성에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종이 재질이 가벼우므로 설치와 철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이는 화재에 취약하다.

‘이대로 두면 다 타겠어!’

홍혜원은 급하게 불을 향해 지팡이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아쿠아 크리에이트!”

허공에 몽글몽글 모이기 시작한 주먹만 한 물방울이 불 위로 쏟아진다!

-촤악!

정확하게 불길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지만, 그녀의 능력으로는 번지기 시작한 불길을 잡기에는 무리였다!

‘하, 한 번 더···!’

“아쿠아ㅡ.”

“이익! 너는 뭐야?! 방해하지 말고 꺼져!”

윤승철은 땅에 떨어진 가위를 집어서 불을 끄려고 하는 홍혜원을 향해서 휘둘렀다!

“꺄악?!”

놀란 홍혜원은 지팡이를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비, 비켜 주세요! 지금 끄지 않으면 전부 타버릴 거에요!”

그녀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호소했다.

“바보냐? 그게 내가 원하는 건데, 왜 비켜줘?”

실랑이하는 사이, 불길이 눈에 띄게 거세졌다. 제법 떨어져 있는데도 따끔한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아, 안 돼. 내 능력으로는 끌 수 없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던 홍혜원은 지팡이를 꽉 붙잡았다.

‘아니, 포기하지 마!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스스로를 다잡은 홍혜원은 두 손을 모아 지팡이를 쥐고 집중했다.

“분명 방해 말라고 했는데··· 니가 자초한 일이다!”

윤승철이 스산하게 눈빛을 빛내면서 다가온다.

홍혜원은 노골적인 위협을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눈앞에 남자보다 불을 끄는 게 우선이다.

‘괜찮아, 겁먹지 마! 상대는 일반인이야. 일반인이 휘두르는 가위에 맞으면 아프겠지만··· 죽진 않아!’

그녀는 자기 육체를 믿기로 했다.

집중하기 시작하자, 힘이 모여든다.

모여든 마력은 벽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줄곧 발전을 막고 있던 벽을 무너뜨렸다!

홍혜원은 눈을 번쩍 떴다!

“아쿠아 해머!”

진정한 용기로 벽을 뛰어넘어 도달한 새로운 힘!

허공에 형성된 물이 물의 망치가 되어 불길을 으깨버렸다!

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었다.

“이, 이 년이 내 계획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안 아프다?’

“제법 강단이 있군.”

깜짝 놀라서 눈을 뜨자, 굳건한 등이 보인다.

“덕분에 피해가 커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고맙군.”

“처, 천만에요.”

얼굴이 붉힌 홍혜원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 사람이 갑자기 불을 질렀어요!”

이현은 윤승철을 바라봤다.

속박에 당한 그는 옴짝달싹 못 하고 불안한 얼굴로 눈동자만 요리조리 굴리고 있었다.

‘경매 때부터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느낌은 들었지만, 설마 불을 지를 줄이야.’

방화범이라고 소리친 목소리가 없었다면 큰 피해를 볼 뻔했다.

“왜 그랬지?”

“뭐, 뭐가 말입니까?”

윤승철은 시선을 피하면서 뻔히 보이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런 어설픈 연기로 지금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저능아라고 불러주지.”

“···.”

잠시 침묵한 윤승철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애원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잘못 없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알아듣게 얘기해라.”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네가 하는 부스를 철저하게 짓밟으라고!”

“왜지?”

“모, 몰라! 나는 그냥 지시대로 한 거야! 내 본의가 아니었다고!”

“그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나 볼까?”

“뭐?”

윤승철이 놀라서 고개를 빼자, 언제 몰려왔는지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무슨 일이래?”

“모르겠어. 경매하다 말고 여기는 왜?”

“누군가 있는 거 같은데?”

다행인 점은 이현에게 가려서 사람들에게 모습이 노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승철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들키면 안 돼···!’

대기업 직원이 경쟁 부스에 방화를 시도하다가 잡힌다?

대기업 십 년 차. 과장까지 올라가면서 단맛 쓴맛 다 본 윤승철은 기업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잘라 내겠지.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고, 기업이 보호해 줄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여태까지 많은 이들이 그렇게 갔으니까.

억울하다고, 위에서 시켰다고 호소한다? 그러면 꼬리만 잘릴 걸 목까지 댕강 이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들키면 끝장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왜? 날 감춰주는 거지?’

윤승철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이현을 쳐다봤다.

지금 당장 이현이 반 발짝만 옆으로 움직여도 몰려든 사람들에게 얼굴이 들킨다.

‘내게 원하는 게 있는 거야···!’

상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조금이지만 여유를 회복했다.

‘먼저 얘기를 꺼내면 지는 거다. 협상의 주도권을 내주면 안 돼.’

‘머리를 굴리고 있군. 뭘 생각하는지 다 보인다.’

윤승철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모양이지만, 그래 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저 사람 유성 기업 사람 아니야?”

때마침 진해솔은 전혀 상관없는 제삼자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윤승철의 정체를 폭로했다.

“맞는 거 같은데! 아까 유성 부스에서 직원들에게 화내는 거 본 것 같아!”

‘망했다.’

다급해진 윤승철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크윽, 내게 뭘 원합니까.”

“왜 내가 네게 뭘 원한다고 생각하지?”

“말 돌리지 말고. 이래 봬도 대기업 십 년 차 먹은 눈칫밥만 태산은 못 돼도 뒷동산 정도는 됩니다.”

“그런 놈이 불을 질렀나?”

지적받은 윤승철의 얼굴이 빨개졌다.

방화는 결국 하책 중의 하책이라는 걸 깨달은 거다.

“···너무 조급해서 그런 겁니다.”

안 하느니 못한 변명이었다.

“나와 거래하지.”

윤승철은 딱 잘라 말해서 잔챙이다. 방화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용하는 편이 낫겠지.’

“불을 지른 일은 그냥 넘어가지. 대신 가서 작전은 성공했다고 보고해라.”

“왜, 왜요?”

“그래야 계속 자리를 보존할 거 아닌가?”

윤승철에게 앞으로 시킬 일을 위해선 그는 계속 유성 기업 내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 대가는 뭐죠? 당신이 내 자리를 유지해주는 대가.”

“정보다.”

“알겠군요. 댁은 내게 스파이 짓을 요구하는군요. 제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거로 생각합니까?”

“그 길 외에 살길이 있나?”

태연하게 반문하는데, 윤승철은 뼈라도 맞은 것처럼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맞는 말이다. 그 방법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팩트로 맞는다는 게 이런 느낌이군요.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네가 증인이다.”

“네?”

뭔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훔쳐 들으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넋 놓고 있던 홍혜원은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증인이 됐다.

“거래 성립이군.”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할 겁니까?”

윤승철이 스파이 짓을 하기 위해서는 방화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숨겨야 한다.

“아무리 급하다고. 이런 곳에서 그러면 쓰나.”

“네?”

윤승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책을 요구했더니, 갑자기 무슨 소리란 말인가?

“급했으면 화장실을 가야지. 여기서 노상 방뇨하면 쓰나.”

“뭐야, 저기다 오줌 쌌나 봐.”

“허우대 멀쩡하게 생겨서 왜 그런데?”

‘이 개자식이···!’

윤승철의 이마에 빡하고 힘줄이 돋았다.

이현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는 했다.

‘그래도 그렇지··· 노상 방뇨라니! 방화 사실을 들키는 것보다 차라리 오줌싸개가 낫다지만, 내 체면은?!’

하지만 사회적 체면이 조금 깎이는 게, 도마뱀 꼬리처럼 잘려나가는 것보단 나으리라.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오줌싸개를 받아들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급해서.”

윤승철은 멋쩍게 웃으면서 오줌싸개를 연기했다.

이현은 윤승철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락은 기본적으로 스마트 폰으로 한다. 그리고 다른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 대화 내용 녹음했거든.”

“···명심하죠.”

윤승철이 자리를 떴다.

그는 사라지는 순간까지 노상 방뇨하다 들킨 사람 그 자체였다.

‘나도 할 일을 해볼까.’

“경매는 사정이 생겨서 중단한다.”

이현은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경매 중단을 선언했다.

윤승철이 자리를 부지하려면 방해 공작이 성공했음을 보고해야 하는데, 성황리에 경매가 성공해버리면 앞뒤가 안 맞는다.

“대신 원하면 버프를 걸어주겠다.”

이현은 희망자에 한해서 마력 증폭 버프를 걸어주는 것으로 상황을 수습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현과 윤승철 사이에서 오간 거래를 들은 진해솔은 우려하는 표정이 됐다.

“설마 이런 식으로 공격해올 줄은 몰랐는데 걱정이네요.”

“앞으로 다각도로 신경 쓰는 게 좋겠지. 그보다 오늘 올린 수익은 얼마나 되지?”

“매직 아이템은 못 팔았지만 마석을 다 팔아서 꽤 수익을 올렸어요. 미리 준비해온 마석을 판 금액이 약 2억 정도고, 정제비로만 올린 수익이 3억 정도니까 오늘 총수익이 5억이네요. 거기다가 블랙마켓에 넘긴 마석 그리고 초월체 시체를 처분한 돈까지 합하면 사무실을 옮기고 다른 헌터를 영입할 수 있겠어요!”

“그 헌터 영입 말인데, 그녀는 어떤가.”

이현은 조금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홍혜원을 가리켰다.

따라오라고 해서 따라오긴 했는데, 이현과 진해솔 둘이 중요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눈치껏 떨어진 곳에서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찬성이에요. 그녀 덕에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현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의로운 성격 같은데, 반대할 이유가 없죠.”

“그녀의 의중을 물어봐야겠군.”

‘무슨 얘기를 하려고 오라고 한 걸까.’

홍혜원은 지팡이를 꽉 쥐고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두 사람을 힐끔 훔쳐봤다.

‘기분 탓인가? 이쪽을 쳐다보는 거 같은데.’

“앗.”

이현이 다가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아니에요. 그런데 저한테 하실 말이라도 있나요?”

“우리 소속사로 들어와라.”

갑작스러운 영입 제의에 홍혜원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 소속사요?”

“그래.”

“아니, 그···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그렇게 앞뒤 다 잘라먹고 말하면 어떡해요! 안녕하세요. 얼터의 대표 진해솔이에요.”

“아, 네! 호, 홍혜원입니다.”

홍혜원은 얼떨떨하게 진해솔이 건넨 명함을 받았다.

“홍혜원님은 혹시 지금 속해 있는 소속사가 있나요?”

“아뇨, 없어요.”

소속사를 거론할 때, 잠깐이지만 홍혜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 소속사에서 뭔가 있었던 모양이네.’

소속사와 트러블로 틀어진 경우, 소속사 자체를 의심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다른 소속사와 다르다는 점을 어필해야겠네.’

“우리 얼터로 오세요. 얼터는 헌터에, 헌터에 의한, 헌터를 위한 소속사입니다. 보다 헌터의 인간적인 대우와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 수익보다 발전을 원한다면 함께 하시죠.”

“어, 그··· 조금 생각해봐도 될까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홍혜원은 눈치를 봤다.

“물론입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부담 없이 연락해 주세요.”

“네, 그럼.”

꾸벅 고개를 숙인 그녀는 도망치듯 자리를 뜬다.

“접근 방법이 서툴렀던 걸까요.”

“다시 연락이 올 거다.”

“신기하게 이현이 그렇다고 하면 꼭 그렇게 될 것 같다는 말이죠.”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러네요. 일단 정리하고 철수하죠.”


철수할 준비를 하던 때였다.

“이 아이템들을 구매하고 싶다.”

짐을 정리 중이던 이현은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좌우에 호위로 보이는 이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미안하지만 영업 종료다.”

“아니, 자네는 저걸 내게 팔 수밖에 없을 걸세.”

남자는 매직 아이템을 보면서 확신의 찬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궁금하지만, 말했다시피 영업 종료다.”

“그런가. 하지만 내 이름을 들으면 그 생각을 고쳐먹을 걸세.”

“누군데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군”

“내가 누구냐고?”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내가 바로 한경의 대표, 하석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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