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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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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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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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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8화

DUMMY

“아직이냐!”

흉석파 보스 오형석은 놓친 타깃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를 닦달했다.

“아, 아직입니다.”

바로 그때, 부하의 스마트폰이 울었다.

“받아, 빨리!”

“아, 네.”

부하는 스마트폰을 받았다.

“그래, 잡았다냐?”

부하가 통화를 끊는 것과 동시에 채근했다.

그런데 부하의 표정이 묘하다.

“그게···.”

“됐다. 거 안 들어도 표정만 봐도 알겠다.”

오형석은 괜스레 입맛을 다셨다.

“저기 두목.”

“왜!”

심사가 뒤틀렸는데, 말이 곱게 나갈 리 없다.

큰소리에 곰만 한 덩치를 찔끔한 조폭은 어울리지 않게 떠듬거리면서 말했다.

“현장에 있는 애들 말로는 타깃이 일부러 자신들을 놀리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니기미. 지금까지 도망치기 바쁜 놈이 짱구에 돌 박힌 거 아니고서야 왜?”

“그, 그야 저도 모릅니다. 그냥 애들이 그렇게 말해서···.”

“헛소리지. 사람이라도 바뀌었다면 모를까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있었다.

“애들 쓰는군.”

김레이 대신 그녀의 옷으로 변장한 이현은 주변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 옥상에서 블랙마켓과 흉석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보통 발밑까지는 주의해도 머리 위는 소홀한 법.

“오월동주인가?”

서로 적극적인 협조는 안 하고, 불필요한 접촉도 하지 않는다.

“손을 잡은 모양이군. 하지만 파국을 전제로 한 불편한 동행은 작은 균열에도 쉽게 깨지기 마련이지.”

그리고 그 작은 균열을 위해서라면 몸소 움직이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곧장 수색 중인 조폭 앞으로 뛰어내렸다.

“너···!”

갑자기 타깃이 하늘에서 휙 하고 떨어지자, 놀란 조폭은 상대가 등 돌려 도망갈 때까지 입을 떼지 못했다.

“거, 거기 서라!”

뒤늦게 따라오는 놈이 멈추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서라고 했다고 서는 놈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는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조폭이 따라오는 걸 확인한 이현은 방향을 꺾어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폭의 시야에서 사라진 그 짧은 순간 담을 박차고 뛰어올라 반대쪽 벽을 발판삼아서 밟고 3층 실외기 위에 올라섰다.

동시에 이현의 뒤를 쫓아 달려온 조폭과 반대 골목 어귀에서 나타난 흰 가면이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데, 주변의 움직임을 모조리 파악하고 있던 이현이 인위적으로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도록 한 것이다.

“으앗?”

“뭐야?!”

둘 다 갑자기 나타난 상대방을 경계했다.

“뭐, 뭐야 이 새끼 어디 갔어?! 네놈이 숨겼지!”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튀어나와서 숨기기는 뭘 숨겨?”

“하, 이 시발놈이. 여기로 가는 걸 두 눈 똑똑히 봤는데, 아무도 안 왔다고? 바로 뒤쫓아 왔는데 그러면 어디로 갔냐? 하늘로 솟았냐?”

‘비슷하지.’

이현은 실외기 위에 숨어서 둘을 내려다봤다.

조폭 입장에서는 뒤쫓던 상대가 앗 하는 순간에 사라졌으니, 눈앞에 흰 가면이 의심스러울 거다.

반면에 흰가면 입장에서는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비켜봐!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어딜.”

흰 가면이 조폭을 막아섰다.

“여기는 우리 구역이다.”

“구역? 여기가 뭐, 단군 할아버지 터 잡을 때부터 니네 구역이었냐?”

“계속 이러면 협정을 깨겠다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 그래? 그러면 이건 무슨 행동이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폭이 주먹을 휘둘렀다!

-빠악!

“컥.”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이.”

“잘했다. 생긴 것답게 훌륭한 무식함이군.”

“뭐?!”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란 조폭이 뒤를 돌아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쩍.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조폭의 눈이 풀렸다.

“너···!”

“고맙군.”

점점 흐려지는 시야에 푹 눌러쓴 모자 밑으로 비웃음이 보인다.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그 말을 끝으로 조폭은 의식을 잃었다.

둘 다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이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날숨에 크게 외쳤다.

“배신이다! 상대가 배신했다!!”

누가 먼저 배신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상상의 여지가 있는 편이 더 즐겁지 않겠는가.

현장을 발견한 각 조직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현은 현장이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다.

촬영 씬이 마음에 들지 않은 감독처럼 방향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확인하더니, 쓰러진 이들의 자세를 바꿨다.

“조금 더 드라마틱한 반응을 위해서는 이게 났겠군.”

극적인 반응을 위해서 쓰러진 놈들의 자세를 고친 이현은 그때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형님! 피하십쇼! 블랙마켓 놈들이··· 끄··· 으아아악!

“야! 야!”

불러도 스마트폰 너머에서 대답이 없다.

“옌장!”

스마트폰을 집어던진 오형석은 씩씩거리면서 숨을 골랐다.

‘뭔가 이상해. 블랙마켓이 갑자기 우릴 공격한다고?’

애당초 분쟁이 예견된 임시 협력관계인 두 조직이 갈라서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뒤를 치진 않는다.

칠 이유가 있어야 칠 것 아닌가?

“염병! 토사구팽도 사냥이 끝나야 허지. 누가 사냥감을 몰아오기도 전에 사냥개를 잡아 처먹냐고!”

그러다 문득 부하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현장에 있는 애들 말로는 타깃이 일부러 자신들을 놀리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이게 전부 타깃의 의도라면?’

오형석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놀라운 통찰력이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한 마디를 포착해서 진실에 다다랐다.

“개새끼야!”

바로 그때, 파란 가면이 금방이라도 오형석을 인수분해할 기세로 다가온다.

“진정해! 이건 음모여! 우리가 서로 싸워서 소모하기를ㅡ.”

“개소리! 질 거 같으니까 이런 비겁하게 수를 써? 이래서 양아치 새끼와 손을 잡는 게 아니었는데···!”

“뭐? 양아치? 시벌놈이, 말 다 했냐! 오냐! 회를 쳐주마!”

물론, 쉽게 눈이 돌아가는 성질머리가 통찰력을 다 깎아 먹지만.


“헉··· 허억.”

파란 가면은 비틀비틀 물러나서 한숨을 토했다. 뜨거운 열기가 가면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맴돌면서 얼굴을 뜨겁게 달군다.

“안에 방탄복이라도 입었나 더럽게 끈질기게.”

하지만 이제 아무런 상관없다. 머리에 구멍이 나고도 살아 있을 수 없으니까.

“이 개새끼가. 그러니까 왜··· 억?!”

그 순간 파란 가면이 확 뒤집히면서 거꾸로 공중으로 딸려 올라갔다!

“헉.”

덜컹하고 한 차례 흔들린 파란 가면이 눈을 뜨자, 그토록 쫓았던 타깃이 보인다.

“너! 이···! 어?”

그때야 거꾸로 묶였다는 걸 깨달은 파란 가면이 묶인 채 몸부림쳤다.

“이거 당장 안 풀어?!”

“내가 너라면 몸부림치지 않겠어. 그거 싸구려 밧줄로 만든 거거든.”

“뭐?”

다리를 묶은 밧줄을 쳐다본 파란 가면은 자연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멈칫.

“이제 상황 파악이 좀 되나? 떨어져서 피떡이 되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뭐, 뭐야?!”

“뭐긴 너 납치된 거야.”

이현은 모자를 벗으며 웃었다.

“너! 네가 왜···!”

“나를 알아보나?”

“크윽, 네놈이 한 패였냐?!”

“줄에 매달려 있으니까, 동심으로 돌아갔나? 호기심이 막 치솟아? 뭐든 물어보게?”

“···.”

파란 가면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 좀 대화가 되겠군. 블랙마켓이 왜 초상화를 쫓고 있지?”

“너야말로 동심으로 돌아간ㅡ 큭?!”

이현은 줄을 잡고 흔들었다.

“되갚아 주고 싶은 모양인데, 너와 내 처지가 다르지, 응?”

파란 가면은 이현을 죽일 듯 노려봤다.

“묻는 말에 대답하도록. 아니면 고통을 동반하는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시간을 가져야 대답할 건가?”

“···그림 회수를 위해서다. 블랙마켓이 가짜를 출품했다는 오점을 묻을 필요가 있으니까.”

“증거를 아예 없어서 사건 자체가 없던 일로 치부할 생각인가?”

이현은 파란 가면의 소지품을 뒤져서 스마트폰을 찾았다.

“지문인식이라 오히려 다행이군.”

“뭐, 뭘 할 생각이냐!”

“손이나 내놔.”

“하, 하지 마!”

강제로 잠금을 해제한 이현은 주소록에서 허상도의 이름을 찾았다.

“없군. 허상도의 번호는 어디 있지?”

“그걸 말해줄··· 으아아악?!”

파란 가면을 쥐고 흔들자, 밧줄이 묶인 지지대가 불안한 소리를 낸다.

“개새끼!”

“말 안 하겠다. 이건가.”

“아니, 개새끼라고!”

“할 말은 그게 다인가?”

“아니, 좀! 말을 끝까지 들어! 개새끼로 저장된 게 허상도라고!!”

“진짜 있네.”

주소록에 진짜 개새끼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가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파란 가면은 시선을 피하면서 변명하듯 중얼거린다.

“왜 직장인한테는 흔한 일이잖아? 그 말 하지 말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통화를 눌렀다.

-일은 어떻게 됐지.

허상도 목소리가 맞다.

“오랜만이군.”

-너··· 오해다.

상대로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래, 오해겠지. 그런데 그거 알고 있나? 지금 이 순간에도 오해 때문에 살인이 벌어지고 있을 거다.”

-자체적인 수습을 위해서였다.

“그게 고작 증거인멸인가?”

-너와는 상관없는 얘길 텐데

“이제부터 상관있을 거라.”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바뀌는 건 없다. 우리는 초상화를 회수한다.

“내가 하면 그렇겠지. 하지만 성녀가 말하면 어떨까?”

성녀 운운하자, 허상도의 목소리가 변했다.

-···뭘 원하지.

‘잘 먹히는 건 좋은데, 한설화에게 조금 미안하군.’

그녀는 이현이 본인의 이름을 팔고 다니고 있다고는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

“이 건에서 손 뗄 것. 그리고 물건 판매 시 받는 수수료는 2프로만 받아.”

-너무 적다. 그쪽 물건은 우리가 특별가로 매입하기로 했을 텐데? 그러니까 5프로 이하로는 불가능하다.

“좋아. 그걸로 만족하지. 성공적인 거래 기념으로 정보를 하나 주지.”

-정보?

스마트폰 너머에서 허상도가 기대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이 스마트폰 주인이 너를 개새끼라고 저장했다.”

-뭐?

-뚝.

통화를 끊었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까, 파란 가면이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랬었나?”

“크윽. 빨리 풀어주기나 해!”

“흠.”

옥상으로 파란 가면을 건져 올린 이현은 사시미 던졌다.

“이거면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

“제길.”

사시미로 발에 묶인 밧줄을 끊은 놈은 이현에게 칼을 겨눴다.

“어딜 그냥 가려고? 이쪽은 네 놈 목 정도는 가져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거든?! 죽어!!”

파란 가면이 달려드는 순간, 이현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졌다.

-툭.

아주 짧은 찰나와 다름없는 시간이지만 모자가 파란 가면의 시선을 가렸다!

그 순간.

-퍽.

그림 같은 하이킥이 파란 가면의 관자놀이에 꽂힌다!

“허어억!!”

숨넘어가는 소리를 토한 파란 가면이 칼 쥔 자세로 굳은 채 땅에 쓰러진다.

“그렇게 좋아하니, 주소록을 뒤져서 나머지도 찾아내 볼까?”

“이···!!”

파란 가면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저항했지만, 노려보던 눈빛이 급격하게 흐려지더니, 이윽고 고개가 툭 하고 땅에 떨어졌다.

“기절했나.”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파란 가면의 가슴 위로 던졌다.

“굳이 거기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삭막한 회사생활에서 그 정도 숨 돌림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뭐, 이인자나 다름없는 허상도에게 들킨 순간, 이미 회사생활은 꼬였겠지만.

“뱀파이어는 오지 않았나. 시간상 철수했다고 봐야겠지. 그녀도 이쯤 되면 무사히 빠져나갔을 테고. 그러면 나도 이만 철수 해볼까?”

훌쩍 몸을 날린 이현은 남색 빛으로 물드는 도시를 향해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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