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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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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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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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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4화

DUMMY

“이상하게 으스스하네. 누가 창문이라도 열어놨나.”

창문이 열려있다고 치더라도 으스스할 날씨는 아니었지만, 범수는 어깨를 움츠린 채 복도를 걸었다.

“병원에는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자주 나타난다던데···.”

고요한 복도를 둘러본 범수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각이 나는 게 뇌의 메커니즘이다.

지하 어딘가에 있을 영안실에 안치된 시신이 깨어나 움직이는 것까지 상상했을 때였다.

옆에서 불쑥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우와아아앗?!”

범수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어이쿠, 깜짝이야.”

불쑥 튀어나온 그림자가 기겁하는데, 술 냄새가 진동한다.

잘 보니까 거나하게 취한 취객이다.

“으응? 이 간호사는 왜 이렇게 엉덩이가 딱딱혀.”

그것도 그냥 취객이 아니라, 치한 취객이었다.

병원 내에서는 음주가 금지인데, 어디서 구했는지 한 손에 소주병을 쥐고 거나하게 취한 취객은 범수의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허벅지를 만지작거린다.

“건강한 처자네. 애는 잘 낳겠어.”

“예, 낳을 수 있다면 말이죠. 저리 좀 가요.”

“어이쿠.”

범수가 가볍게 밀자, 취객이 비틀거리면서 밀려난다.

“하아.”

사람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으면 화도 안 나는 법.

“거, 너무 튕기지 말고 한 잔 따라봐.”

한 잔 따르라면서 병을 내미는데, 이 병으로 머리통을 깨 달라는 뜻일까?

“아저씨, 방해하지 말고 좀 가라고요.”

그때였다. 소리가 들렸다.

바퀴벌레가 빠르게 바닥을 기는 듯한 소리였다.

“···뒤로 와요.”

수상함을 느낀 범수는 취객의 앞을 막아섰다.

아무리 치한이라고 해서 살인마에게 죽게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 엉덩이를 만져달라는 겨?”

‘그냥 죽게 놔둘까?’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이 들었으나, 고쳐먹었다.

“만지면 댁 가족한테 이를 거예요. 자식 한둘쯤은 있죠?”

농담 반, 협박 반이 섞인 말을 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리는 나는데? 어디지···!’

-턱.

뒤에서 어깨를 짚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니까 가만히 있어요.”

“타타탁.”

“아니, 좀···!”

참다 못해서 뒤를 돌아본 범수는 경악했다.

취객이 피 흘리는 목을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체 언제?!’

“끄으윽···!”

“괘, 괜찮아요?”

퍼뜩 정신 차린 범수는 급하게 취객을 눕혔다.

그 순간 범수가 흉수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은 순전한 운이었다.

병원 바닥에 흉수의 모습이 희끗하게 비쳤다!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땅에 떨어진 소주병을 쥐고 뒤로 던졌다.

-파삭!

소주병 깨지면서 흉수가 빠르게 거리를 벌린다. 그 때문에 살인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뚝. 뚝.

소주가 살인마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진다.

살인마의 모습은 평범했다. 그냥 길 가다 마주치는 흔한 군상 중 한 명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했다.

“오, 오지 마! 사람을 부를 거야!”

범수는 살인마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소주병 조각을 쥐고 허공에 붕붕 휘둘렀다.

그러나 마치 상대의 그런 모습을 즐기듯 천천히 다가온다.

“으··· 오지 마! 으으, 오지 말라고!”

살인마의 얼굴에 난 점까지 알아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범수는 있는 힘을 다해서 소리 질렀다.

“도, 도와주세요!”

“에이, 색기가 부족하네요. 10점 만점에 5점.”

“나, 나민주 쌤?!”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나민주가 보인다!

“나는 3점.”

“형님까지?!”

빠르게 범수를 지나친 이현은 살인마를 향해 뛰어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칵?!”

살인범은 급히 팔을 교차해 주먹을 막았다.

“음?”

-쾅!

가드를 했음에도 뒤로 튕겨 나간 살인마가 데굴데굴 구르다가 벌떡 일어나서 도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는 안 되지.”

-부욱.

치맛단을 잡아 뜯은 이현은 허벅지 안쪽에서 부메랑 도끼를 꺼냈다!

“아니! 그게 왜 거기서 나와요?!”

“스커트 안에는 우주가 있지! 흐읍.”

투척 자세를 취한 이현은 도망치는 살인마의 등을 향해 도끼를 던졌다!

-콱!

“끅···!”

등에 도끼가 박힌 충격으로 휘청거린 살인마는 용케 쓰러지지 않고 도망간다.

“등짝에 도끼가 박혔으니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잠깐 만요! 저 좀 도와주세요!”

나민주가 취객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제가 할게요. 형님은 놈을···!”

“맡긴다.”

범수한테 취객을 맡긴 이현은 도망친 살인마의 뒤를 쫓았다.


대기 중에 남은 희미한 소주와 피 냄새를 뒤쫓은 끝에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창고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소도구나 방치된 비품으로 가득하다.

“흔적이 이곳으로 이어지는데.”

사람 한 명 숨거나 빠져나갈 공간은 없어 보인다.

“이게 수상하군.”

비품이 비치된 선반을 둘러보다가 옆으로 밀었다.

-그그긁.

“역시.”

선반을 치우자, 벽 너머로 통하는 통로가 보인다.

통로는 지하로 이어진다.

지하로 내려오자, 수로가 보인다.

‘범수를 놓고 오기를 잘했군.’

단 한 점의 빛도 없는 곳에서는 한 치 앞도 보지 못했을 테니까.

수로를 따라 흐르는 지하수 소리에 뒤섞여 작은 것들이 바닥을 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을 지하의 세계 빛이 없는 어둠에 맞춰 진화한 존재에게만 허락된 이질적인 공간.

쾨쾨한 곰팡내 속에 잔향처럼 남은 알콜 냄새를 따라가자, 바닥에 버려진 옷이 보인다.

“옷을 버려두고 도망쳤나.”

이현이 자세를 낮춰 옷을 살피려는 그때.

-스윽.

머리 위 천장에서 기묘한 움직임이 있었다. 옷을 버리고 도망간 줄 알았던 살인마가 천장에 달라붙어 있었다!

눈을 번뜩인 살인마가 이현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이현의 몸이 빙글 돌았다.

“헉?!”

“멍청한 놈이군. 온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하는데 기습이 되겠냐.”

-콰직.

살인마의 안면에 스트레이트를 날린 이현은 그대로 놈의 몸을 잡아채서 지면에 내리꽂았다!

“커헉! 크아아아악!!!”

“시끄럽고 도끼는 어디 있지?”

“크윽··· 버렸다.”

“아깝게 됐군. 도끼값은 네 피로 받아볼까 뱀파이어?”

처음 격돌한 순간 단번에 알았다. 상대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그걸 어떻게?! 설마···!”

눈을 부릅뜬 뱀파이어가 갑자기 거세게 발버둥 친다.

“크으윽! 네놈이 시키는 대로 했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리지?”

뱀파이어가 멈칫한다.

“···날 암살하려고 온 게 아니야?”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설명해라.”

“···.”

“머리 굴리는 소리 들린다. 그래서 잘 돌아가겠냐? 내가 직접 돌려주지.”

머리 붙잡고 360도로 돌릴 버릴 기세라 놀란 뱀파이어가 황급히 운을 뗐다.

“마, 말할게! 이사장이 보낸 암살자인 줄 알았어!”

“이사장?”

“그, 그래! 이 병원 재단의 이사장 말이야.”

“이사장이 왜 네게 암살자를 보내지?”

“내가 이사장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흐음, 그 비밀이 뭐지?”

“내가 그걸 순순히 말해줄 거 같아?”

“아니. 피의 침식.”

-츠즈즈즈즛.

균열이 퍼지기 시작하자, 뱀파이어가 끔찍한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끄아아아아악?!! 말할게! 말할 테니까···! 그만! 으아아악!!”

“좋아.”

이현은 침식을 거뒀다.

“이, 이사장이 뱀파이어야!”

“그자가 뱀파이어면 너는 그자의 자식인가?”

뱀파이어가 피로서 다른 뱀파이어를 만드는 경우 새로 태어난 뱀파이어는 원류가 된 뱀파이어의 자식이 된다.

“아, 아니야! 나는 약을 먹었어!”

“아담을 먹었나.”

“너, 너 진짜 암살자 아니지?”

이현이 뱀파이어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다시 의심병이 도진 모양이다.

“아니다.”

뱀파이어인 이상, 어차피 죽이겠지만 적어도 암살자는 아니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사장이 뱀파이어란 걸 알고도 약을 먹었지? 아니면 먹고 나서 이사장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았나?”

“아니, 미리 알고 있었어. 이사장이 약을 먹으면 본인과 같이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거든. 실패할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도 설명했고.”

“실패?”

“아담을 복용한다고 해서 뱀파아어가 될 확률은 높지 않아. 잘해야 삼 할 정도? 대부분은 데드 페일러가 되지.”

“데드 페일러는 뭐지?”

“뱀파이어가 되는 데 실패한 이들이지. 피를 빨아도 영생하지 못하고 끝임없이 인간 탐하다가 죽을 뿐인 열등한 종자들··· 큭?!”

-꽈악.

이현은 뱀파이어를 붙잡은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남의 생명을 탐하는 쥐새끼가 말은 잘하는군. 말해라, 뱀파이어! 아담을 먹고 헌터 능력이 강화되는 경우를 본 적 있다. 이건 뭐 때문이지?”

“크윽··· 모, 몰라! 내가 만든 약도 아니고 70프로 확률로 사람을 죽이는 미친 약인데 부작용이 한둘이겠어?!”

“그걸 알면서도 처먹었나?”

“영생불사니까···!”

“다시는 태양 빛 아래 설 수 없다고 해도?”

“요즘은 밤에도 할 수 있는 게 많거든.”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뱀파이어가 비릿하게 웃었다.

“없어.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나?”

“이사장의 목적은 뭐지? 왜 너를 뱀파이어로 만들었지?”

“몰라. 높으신 분들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마지막 질문이다. 세이룽이라는 자를 알고 있나?”

“알고는 있는데···.”

뱀파이어의 뒷말은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크게 말해라.”

이현은 뱀파이어의 말을 듣기 위해 몸을 기울였다.

그 순간.

-푸욱!

뱀파이어의 팔이 이현 몸을 꿰뚫었다!

“하하··· 하하하하! 방심했지? 이 병신 새끼야!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칙칙한 수로가 흐르는 어둠 속에서 뱀파이어의 광소가 쩌렁쩌렁 울린다.

“세이룽? 그 미친 새끼를 어떻게 몰라! 그 사냥개 새끼한테 쫓겨서 여기까지 도망 왔는데!”

“그렇군.”

“뭐?!”

뱀파이어는 태연하게 고개를 든 이현을 보면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침식.”

침식은 피의 힘. 그 말은 이현이 흘린 피 전부가 피의 힘에 매개가 된다는 거다.

이현의 피를 뒤집어쓴 뱀파이어의 몸에서 침식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크아아아악!!”

뱀파이어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작열통에 몸을 비틀었다!

“놈에 대해서 말해.”

“놈은··· 놈은··· 이사장이 속한 조직의 히트맨이야···!! 약을 유통하고··· 조직의 적을 숙청하지···! 크으으윽!!! 내가 아는 건 다 말했어! 빨리 이걸 멈춰줘!!!”

고통으로 발작하는 뱀파이어가 애원했다.

“고맙군. 보답으로 영면을 선물해주지. 사실 너무 성실하게 묻는 말에 대답해서 살짝 미안할 뻔했지만, 그쪽이 먼저 손을 썼으니 부담 없이 할 수 있겠어.”

“크아아아악!!! 네놈, 네놈이 인간이냐···!!!”

“글쎄.”

절규하는 뱀파이어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렸다.

“크아아아악!!!”

활처럼 허리를 꺾은 뱀파이어의 몸이 경직되더니, 삽시간에 무너지면서 재가 되어 흩날렸다.

“인간이라.”

뱀파이어에게 꿰뚫린 상처를 살폈다.

벌써 재생이 끝나서, 조금 전까지 꿰뚫린 상처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은 나도 헷갈리는군.”

수북하게 쌓인 잿더미를 응시하던 이현은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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