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빈성 님의 서재입니다.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빈성
작품등록일 :
2023.03.13 22:49
최근연재일 :
2023.10.13 22:30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12,727
추천수 :
144
글자수 :
507,723

작성
23.07.07 22:30
조회
40
추천
1
글자
13쪽

75화

DUMMY

“형님!”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범수는 피투성이가 된 이현을 발견하곤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가···!”

“내 피가 아니다.”

“아, 그래요?”

범수는 머쓱하게 웃다가 정색했다.

“그러면 살인마는···?”

“처리했다.”

범수의 얼굴이 굳었다. 방금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 그렇군요. 일단 이거 입으세요.”

범수는 챙겨온 이현의 코트를 건넸다.

“여기도 대충 넘겼어요. 취객은 혼자 넘어져서 술병에 찔려 다친 걸로 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니까, 이 문제로 병원에서 추궁당하거나 할 일은 없을 거래요.”

“그런가.”

코트를 건네받아 입은 이현은 불현듯 질문을 던졌다.

“이 병원의 이사장은 누구지?”

“이사장이요? 유성 그룹의 회장 아닐까요?”

익숙한 단어를 들은 이현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유성 그룹?”

“이 병원이 유성 재단 소유잖아요. 그래서 이름도 유성 병원이고.”

이현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그 이사장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유성 회장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평생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지 않을까요? 무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회장이라고요. 옛날로 치면 귀족? 아니 왕 정도는 될걸요.”

“···확실히 왕이나, 귀족은 만나기 어렵지.”

“그리고 다들 쉬쉬하지만, 죽었다는 소문도 있어요.”

“죽었다?”

“네. 회장이 공식 석상에 얼굴이 안 보인 지 벌써 5년이 넘어가니까요. 일각에서는 부회장이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회장의 사망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하던데요.”

“아니, 살아 있다.”

‘뱀파이어가 되면 태양 빛 아래 설 수 없으니까, 노예를 내세웠겠군.’

어느 정도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은 뱀파이어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그렇다면 단번에 뱀파이어를 치는 건 무리군.’

예로부터 장수를 쏘려면 말을 노리라고 했다.

뱀파이어가 이륙한 탑을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부수다 보면 기회가 오리라.

‘그래도 아무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권력으로 대변되는 세력이라는 집단에는 뱀파이어도 속해 있다는 게.’

“이만 가야겠군.”

“가시려고요?”

“그래.”

“사장님께 전해주세요. 조만간 퇴원한다고.”

“알았다.”

범수가 더 뭐라고 입을 떼기 전에 이현은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돌아섰다.

“어···.”

영화처럼 멀어지는 이현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범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형님··· 코트 아래는 아직 간호사복인데.”




야심한 시각.

-부아아아앙.

소음공해에 가까운 굉음을 내면서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펼치는 하얀 세단 한 대가 있었다.

차 안에는 남녀 둘씩 총 네 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아무리 잘 쳐줘도 중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세단이 갑자기 중앙선을 넘었다.

-빠아아앙!!!

반대 차선에서 마주 달려오는 차가 놀라서 경적을 울린다!

충돌하기 바로 직전, 중앙선을 침범한 세단은 아슬아슬하게 본래 차선으로 넘어갔다.

빠르게 스쳐지나 멀어지는 차량에서 '이 씨발 새끼야!! 뒈지고 싶냐!!!' 라는 정중한 메시지가 메아리처럼 멀어진다.

계기판에 뜬 숫자가 150을 넘어가는데도 그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더 밟아!”

오히려 속도를 더 높여 중앙선을 넘나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목숨을 도외시한 광란의 질주!

“꺄아아아악!!”

숫제 흥을 주체 못 하고, 한 놈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고래고래 내질러댄다.

속도에 묻혀 흩어지는 소리.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이럴 진가.

속도를 숭상하는 그들의 열의에 성령이 임하시니 기쁨에 겨워 방언을 내지른다.

그때였다.

검은 패딩을 입은 행인 한 명이 아무런 신호가 없는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꺄악!! 앞에! 앞에!!!”

조수석에 앉은 여자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젠장!!”

-끼이이익!!!

무려 150 이상으로 달리던 차량이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쾅!

행인을 친 차량은 스핀을 하다가 멈췄다.

“지, 지금 사람을 친 거야?”

“···나가 보자.”

그들은 차 밖으로 나왔다.

도로 위에 내장 같은 게 굴러다니고 살점과 피가 엉망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우욱···!”

“우웩!”

비위가 약한 여자 멤버들은 주저앉아 방금 먹고 마신 것들을 도로 위로 쏟아냈다.

지독한 혈향과 구토 냄새가 형언할 수 없는 악취를 만들어냈다.

“튀자.”

“시, 신고 안 해도 될까?”

“미쳤어? 그냥 경찰서 가서 자수하라고 하지 그래?”

“그, 그렇지만···.”

“씨발. 진짜. 왜, 어제 그 년 위에 강제로 올라타서 열심히 허리 흔들 때는 양심의 가책이 안 느껴지셨나 봐? 응?”

“그건···!”

“허어, 이런 호로새끼들을 봤나.”

그들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분명 여기에는 그들뿐인데 누구 목소리란 말인가?

“말도 안 돼···!”

분명 죽었어야 할 행인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사지가 꺾여서 뼈가 밖으로 튀어나올진대, 멀쩡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 위치가 반대네.”

하지만 행인은 대수롭지 않게 본인의 머리를 제자리로 돌렸다.

-우드득.

그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마치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염병. 뺑소니 당하기는 뱀파이어 인생 머리털 나고 처음이군. 이걸 어떻게 갚아줄까. 응? 좋아. 정했다. 두 놈은 토막 내서 먹고 계집년들은 회쳐서 먹어 주지.”

날로 처먹는 고상한 취향이라도 있는지 그는 그렇게 선언했다.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지만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도망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누군가가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어딜!”

단숨에 뛰어든 뱀파이어는 관수로 소리친 놈을 내리쳤다.

-촤악.

어깨가 통째로 날아갔다!

“끄아아악!!!”

“시끄럽군.”

뱀파이어는 놈의 머리와 어깨를 쥐고 잡아 뜯었다.

-뚜두두둑.

목이 끊어진 머리가 딸려 나온다.

남은 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굳어버렸다.

맨손으로 사람을 찢어버리다니!?

공포로 굳어버린 사냥감을 사냥하는 건 뱀파이어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아아.”

김혜연은 절망했다.

눈앞에서 모두가 찢겨 나가는 걸 봤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과식은 좋지 않으니까 뒀다 먹어야겠군.”

그 순간.

-끼이익!

“뭐?!”

-텅!!

갑자기 달려온 탑차가 뱀파이어를 들이받았다!

탑차는 김혜연의 코앞에서 멈췄다.

운전석 창문이 열렸다.

“이런, 이런 한밤중에 도로에 서 있으면 쓰나.”

상체만 내민 채 팔을 걸친 남자가 뒤를 향해 말했다.

“저놈 처리해.”

“네.”

화물칸에서 무장한 인원들이 우르르 내렸다.

남자는 뒤늦게 느릿한 태도로 차에서 내렸다.

물이 빠진 잿빛 코트를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넘긴 거구의 남자였다.

“환경미화원들이 고생 좀 하겠군.”

개판이 된 도로 상태를 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놈들 뒈진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챙길 부분은 챙기자고. 그러고 보니 그렉탈이 신장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출처 함구해서 놈한테 보내. 그 인종 차별자 놈이 자신의 배 속에 있는 신장이 동양인 신장이란 걸 알면 어떤 표정을 할지 궁금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년은 어떻게 할까요?”

그의 부하 한 놈이 총구로 김혜연의 머리를 가리켰다.

“정신이 나갔군. 쯧쯧, 요즘 애들은 나약하다니까.”

눈앞에서 사람이 생으로 찢긴 모습을 보고 정신이 나간 게 나약하다면 옛날에는 사람 머리로 비석 치기쯤이라도 했단 말인가?

“험한 세상 헤쳐 나갈 수 있게 내가 좀 도와줘야겠군. 아담 가져와.”

“···저번 그놈처럼 또 입니까? 물량을 낭비가 심하다고 윗분들이 추궁하고 있습니다.”

제지하는 목소리에 못마땅함이 가득했다.

“쩨쩨하게 굴지 말자고. 물량은 더 찍어내면 되잖아?”

남자는 정신이 붕괴된 소녀를 보며 웃었다.

그건 온갖 추악함과 어둠이 뒤섞인 미소였다.

“그러니까 가져와.”

“그거 악취미입니다. 음?”

스마트폰을 확인한 부하가 말했다.

“세이룽, 위에서 지령입니다. 그림 하나를 회수하라고 하는군요.”

“그래?”

세이룽은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잿빛에 잠긴 마천루가 보인다.

“이번엔 어떤 추억함을 보여줄지, 가볼까?”

“철수한다!”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나간 도로.

방금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라고 주장하듯, 텅 빈 동공에 도로 위 참상을 비춘 시체만이 메마른 도시에서 식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재즈가 흐르는 오래된 바.

오래된 축음기는 이름 모를 늙은 재즈 가수의 재즈를 무겁고 음울한 음률로 바꿔 재생하고 있었다.

모서리가 썩어서 부서진 테이블에는 남자 여럿이 카드 게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한편에 놓인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덜컥.

바 문이 열리면서 철사로 꼬아놓은 전등이 좌우로 흔들리자, 카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남자들의 얼굴 위로 기이한 음영이 진다.

필라멘트 전구에 부딪혀 허공에 흩어지는 뿌연 담배 연기.

누가 먼저 폐암에 걸려 뒤지나 내기라도 한 것도 아닐 텐데, 이들은 줄담배를 태우면서 각진 잔에 담긴 조니 워커를 쉼 없이 기울였다.

“여기다.”

막 바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향해서 먼저 자리 잡은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늙은 바텐더는 슬쩍 눈길을 주더니만, 묵묵히 행주로 잔에 남은 물기를 닦는다.

“오늘은 왜 이런 곳에서 보자고 했지?”

이현은 최진태 옆에 앉았다.

“마침 근처에 일이 있어서, 전해줄 소식도 있고.”

“전해줄 소식?”

“일단 한잔하자고. 뭐로 할래?”

“같은 거로.”

“마스터, 여기 늘 마시던 거 두 잔.”

각진 글라스에 금빛 알콜이 담겼다.

“이걸 봐.”

최진태가 찢어진 노트를 건넸다.

핏자국으로 얼룩진 메모가 보인다.

-···후원가 집에 초청··· ···일 줄 알았다. 그 그림을 훔쳐···정신 차렸을 땐 이미 들고 도망···

그림 속 여자는 파멸적... 이건 사람을 유혹··· 홀리는 요물··· 그리고 싶다. 저 그림을 내 손으로···!

“이건?”

“일기야, 화가의.”

“화가는 어딨지?”

“죽었어. 읽어봤으니까 알겠지? 그자는 원본을 훔쳐서 가짜를 그렸어.”

“화가가 죽었다면 원본은 어떻게 됐지.”

“찾지 못했어. 다만, 요즘 묘한 소문이 들고 있어. 사람을 파멸시키는 보물이 있다. 그리고 그건 붉은 여자가 그려진 초상화라고.”

“그게 원본이군.”

“맞아.”

“사본은?”

“집주인이 팔아치운 거였어. 현장을 목격한 집주인은 화가가 그린 가짜를 보고 엄청난 그림이라고 지레짐작한 거지. 솔직히 그림에 대해서 모르는 내가 봐도 대단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집주인은 그걸 전당포에 팔았어. 전당포로 넘어간 그림이 몇 다리 건너서 너한테까지 간 거지.”

최진태는 잔을 기울였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알려줄까? 집주인이 화가를 발견한 날. 자신보다 먼저 화가의 집을 찾은 사람이 있다고 했어.”

“그게 누구지?”

“화가의 아들. 그리고 집주인은 처음 화가를 발견했을 때, 집이 마치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엉망이라고 했지.”

“아들이 아비를 죽이고 그림을 훔친 건가.”

“그 그림이 정말로 사람을 유혹하는 마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그자는?”

“길에서 습격당해 죽었어.”

‘이상하군. 그냥 그림일 텐데?’

제작 과정을 전부 지켜봤기 때문에 안다.

그림 자체는 평범하다.

보고 있으면 간혹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사람을 홀려서 타인을 해치게 하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묘하지?”

“지금 원본은 어딨지?”

“너도 치킨 레이스에 참여하려고?”

“치킨 레이스?”

“그래, 그림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마자, 꽥꽥거리는 닭들이 브레멘 음악대를 결성했거든.”

“브레멘이라기엔 종류가 부족하지 않나?”

“듣자 하니, 늑대도 있고 하이에나도 낀 모양이야. 여기 호랑이도 있군.”

“닭 사이에 맹수라, 참극이 벌어지겠군.”

“피의 브레멘인가. 이걸 가져가.”

최진태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현재 그림의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대략적인 인상착의와 이동 경로 그리고 화가의 집 주소다. 필요할 거다.”

“좋은 정보를 얻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뭐지.”

“댁은 이런 거에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관심이라.”

주위를 둘러봤다.

남자들은 여전히 카드를 치고 있고, 늙은 바텐더는 컵을 닦고 있다.

“만약 이 세상에서 그 그림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 나 외에는 없으니까.”

이현은 바를 나갔다.

“보물에는 주인이 있다인가.”

주인 잃은 잔을 향해 건배한 최진태는 씨익 웃었다.

“잘 해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뱀파이어 헌터, 현대에서 f등급 헌터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4 94화 23.10.13 8 0 12쪽
93 93화 23.10.04 9 0 12쪽
92 92화 +1 23.09.23 16 0 12쪽
91 91화 +1 23.09.18 15 0 12쪽
90 90화 23.09.05 22 0 13쪽
89 89화 23.08.30 21 0 12쪽
88 88화 23.08.26 22 1 11쪽
87 87화 23.08.24 23 1 12쪽
86 86화 23.08.19 24 1 12쪽
85 85화 23.08.16 23 1 11쪽
84 84화 23.08.14 24 1 12쪽
83 83화 23.08.12 25 1 12쪽
82 82화 23.08.09 26 1 12쪽
81 81화 23.08.03 37 2 12쪽
80 80화 +1 23.07.28 40 2 11쪽
79 79화 23.07.25 38 1 12쪽
78 78화 23.07.19 40 1 12쪽
77 77화 23.07.15 43 1 12쪽
76 76화 23.07.13 37 1 12쪽
» 75화 23.07.07 41 1 13쪽
74 74화 23.07.05 41 1 11쪽
73 73화 23.07.03 43 1 12쪽
72 72화 23.07.01 43 1 12쪽
71 71화 23.06.29 46 1 12쪽
70 70화 23.06.26 41 1 12쪽
69 69화 23.06.23 41 2 11쪽
68 68화 23.06.21 46 1 12쪽
67 67화 23.06.19 49 1 11쪽
66 66화 23.06.17 48 1 11쪽
65 65화 23.06.16 52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