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건입니다.
공장 노동자입니다. 일이 빡세네요.
그래도 몸으로 돈을 벌 수 있을 때 견뎌보려고 합니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번엔 출하팀입니다.
어딜가나 출하팀은 원래 힘들죠. 들고 나르고 밀고 쌓고...
주 생산품은 생리대. 여성전용 1회용 위생용품.
남자가 생리대 공장에서 일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건 전혀 없습니다.
어차피 다 ‘제품’인걸... 불법도 아닌데 뭘...
그래도 제품이 무겁진 않을 테니까, 크게 힘들진 않겠구나...싶어서 왔는데,
정말 큰 착각이었습니다.
가벼운 제품은 무거워질 때까지 쌓고 나른다는 것을...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여태껏 먹었던 공장밥이 아까울 만큼요.
그래도 전 알바 찌끄레기라서, 정직원과 다르게 칼퇴를 시킵니다.
정말 신기하더군요. 이게 원래 맞는 건데, 지키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에요.
저보다 더 고생하는 친구들이 매우 많아서
칼퇴근할 땐 2초 정도 양심이 아프답니다.
지난번 생리대 파동에, 유해물질 검출이 안 된 곳 중 하나가 여기라던데,
최근 식약청의 재검사로는 전부 멀쩡하다고 나왔죠?
그래도 물량 안 줄어듭니다. 막 찍어내요. 잘 팔리나 봅니다.
매출이 기록적으로 오른 탓에, 사장님이 매우 신나셨나봐요.
노동자 수와 설비를 단번에 늘리기가 부담스러운지
노동 시간만 늘려서 제품을 무시무시하게 짜내고 있습니다.
다들 죽어가요. 살려주세요. (그래도 전 칼퇴에요. 에헷.)
이럴 때 무리하게 제품 찍어내면 그 후폭풍은 어찌 감당하실런지?
오히려 평소처럼 뽑아내면서 거래처에 배짱 팅기능 게
전략적으로 훨씬 더 나아보이는데 말이죠.
직원들 병들어요. 경력 짧은 젊은 애들은 안 버티고 나가버립니다.
CEO 입장에서야 “잠시만 회사를 위해 참아주세요”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아이고 사장님 ㅋㅋㅋ
회사사정이 어려워져서 근로시간이 늘어난 게 아니잖아요 ㅋㅋㅋ
월급이 올랐나, 성과급을 주기라도 하나...
이 기약없는 연장근로를 어떻게 버티라고... 회사 잘 된다고 막 밀어부치시는지.
생산직에서 가장 비싼 건 노동자입니다.
웬만한 설비는 돈을 들여서 살 수 있지만,
‘그 회사에서 OO년간 근무한 노동자’는, 다치거나 퇴사해버리면
돈을 들여도 다시 구하기가 힘들답니다.
저 같은 하루살이 알바들은 막 짤라도 사실 상관없긴 하죠.
팔다리만 멀쩡하면 할 수 있는, 쉬운 일만 시키니까요.
하지만 그 이상의 수준의 일을 해내는 사람은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 그 사람만큼 클 때까지 버틸 확률은 얼마며,
그동안 들어가는 월급, 그리고 그동안 감당해야 하는 업무 리스크...
돈도 돈이지만, 오직 시간과 경험으로만 만들어지는 노동자는
몸을 써서 일해야 하는 생산직에선 정말 큰 자산입니다.
한국인들이 워낙 머리가 좋고 일을 잘해서
웬만한 생산 현장에선 일 쉽다고 막 뽑아쓰면 된다고들 믿으시는데,
그거 큰 착각입니다. 사람 막 부리다가 나가서 휘청대는 회사를
제 눈으로 몇 군데 봐왔거든요...
그리고, 중소업체에서 분위기 좋다고 노동자 막 굴리면서 제품 막 찍어내다가
치명적인 불량품이라도 하나 발생하고 공론화되면
그동안 쫄려있던 대기업들이 개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을 텐데요.
설비도 곧 늘릴 거라는 소문. 주야2교대로 돌릴 거라는 풍문.
설마 IFRS15를 대비해서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려고 그러나?
온갖 카더라가 난무하지만, 어쨌든 시계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8시까지 비몽사몽 출근. 11시쯤 되면 잠이 좀 깨기 시작하고,
3시쯤 되면 슬슬 몸이 풀려갑니다.
살이 쭉쭉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10장 쓸 때 살이 너무 쪄서
이번엔 정말 적절한 곳에 온 것 같네요.
목표는 10kg 감량. 그리고 허리둘레 4인치 감소.
이대로만 계속 일한다면 올해 안에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하루종일 멍때리기만 하는 반도체 검사 이후론
힘든 일은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하니까 되긴 되네요.
물론, 또 언제 관둘지, 언제 짤릴지는 알 수 없지만요.
11장은 계속 쓰고 있습니다.
사건 구성이 대충 정리가 되서, 꾸역꾸역 쓰고 있습니다.
언제 다 쓸지는 모르겠지만, 다 쓸 때쯤 되면 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다들 수고하세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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