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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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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작품등록일 :
2024.08.10 13:23
최근연재일 :
2024.09.08 23:1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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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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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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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트랙

DUMMY

선수들과 계약, 구단과 계약, 에이전시와 계약 등 크고 작은 계약들은 늘 변수가 따라다닌다.


처음에는 스무스하게 진행되다가도 사소한 이유로 계약이 어그러지는 상황은 자주 일어난다.


그런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기 위해 에이전트들은 각 종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플랜 A, 플랜 B, 플랜 C 등.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수, 차선의 수, 최악의 수까지 모두 가정해서 계획을 세운다.


다시 돌아와서 이번 계약 건은 내 기준에서 매우 쉬운 축에 속한다.


어려운 계약 건은 능력도 안 되는 선수를 K리그1에 남기는 거다.


유럽 리그 이적은 어렵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쉽다.


높은 차원의 리그가 아니라 하위 리그를 바라본다면 입단은 어렵지 않다.


다들 5대 리그만 생각해서 어렵다고 느끼는 거지.


눈을 확 낮추고 문화에 적응할 각오만 있다면 변방 리그에서 시작해도 국내 리그보다 빅 리그 진출의 기회가 열려 있다.


아무튼 선수와 선수 아버지가 에이전트를 고용할 마음이 없었다면 모를까.


두 사람 모두 에이전트를 선호하고 있기에 사용할 가짓수는 많다.


미묘한 부자 관계 문제는 신경 쓰지 말자.


괜히 사생활을 해결하겠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외부인이 나서면 더 꼬이는 법이니까.


내가 할 일은 김용한이 느끼는 압박감을 최대한 덜어주는 것.


아버지의 간섭을 받지 않게 주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이 계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테이블에 앉는 사람은 아버지니 신경 써줘야 한다.


선물 공세보다는 일반인이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을 보여주며 능력을 어필했다.


다행히 김석철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내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능력 하나만 보고 접근을 허락했으니까.


“입증하지 못하면 아웃이지만.”


김석철 공략은 이 정도면 됐다.


무작정 엑셀을 밟기보다는 정속 주행하면서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편이 좋았다.


김용한은 조금 다르다.


아버지와 다르게 아들은 능력보다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도 때도 없이 연락 와서 답장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였지만, 대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보통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본인이 쉴 때만 연락했다.


[형! 내일도 오는 거지?]

[아, 내일은 좀 힘들 듯? 누굴 좀 조지러 가야 해서.]

[김대현 선수?]

[대현이는 걱정 안 해도 돼. 걔는 알아서 잘 하거든. 성실해서.]

[그럼 누군데?]

[안우현이라고. 걔 조지러 인천에 가야 해. 나 몰래 소고기를 먹었다는 정보가 들어왔거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 마. 네 미래니까.]

[와. 나 형이랑 계약하면 육류 금지야? 엄청 빡센데? 혹시 이태건 선수도 그렇게 관리했어?]

[추천해줬는데 반 년 정도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뒀어. 걔도 육류는 못 끊겠다고 하더라.]


며칠 동안 김용한과 DM을 주고받은 결과 말을 놓게 되었다.


연락한 지 이틀 만에 말을 편하게 해도 괜찮다고 하자마자 녀석은 바로 말을 놓아버렸다.


처음에는 좀 황당했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니까.


[형, 규리 누나하고 사귀어?]

[그건 왜 물어보는데?]

[누나가 술 기운에 고백했는데 받아줬다면서 ㅋㅋㅋㅋ 아니야?]


얘는 부끄러움도 없나 미성년자한테도 다 말하고 다니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혈기왕성한 소년의 호기심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


[형! 걱정하지 마.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ㅋㅋㅋㅋㅋ]


나는 화난 이모티콘으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아무튼 우리는 별에 별 이야기를 다 했다.


축구 이야기부터 연애 이야기까지 김용한이 관심을 가질 분야로 대화를 나눴다.


녀석은 이성에 호기심이 많고 연예인 좋아하고 힙합을 좋아했다.


[전지훈련은 어때? 받을만해?]

[아니, 전술도 없고 그냥 모여서 공만 차니까 재미없어.]


하긴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코치진이었으니 배울 점이 없지.


기본기 중시를 버리고 머리로 하는 축구로 가야하는데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냥 걸어가면 공간을 다 열어주는데 안 넣을 수도 없고. 아빠는 잘했다는데 그럴 때마다 현타가 와.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애들이 못한 거거든. 전술도 병신이고.]

[잘 맞물린 거지. 너는 잘하고 애들은 못하고. 전술은 구데기고.]

[그런가?]

[편하게 생각해. 중요한 건 전지훈련이 아니라 네 성장이니까. 거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어.]


영 불안하면 내가 개인 훈련 세션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하자 녀석은 웃기만 했다.


아, 생각해보니 내가 지도자 자격증 취득한 걸 모르는구나.


자격증이 있다고 말하자 녀석은 꽤 놀란 눈치였다.


에이전트가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는 많지 않았으니까.


그걸 노리고 따긴 했지만 말이다.


[하아. 형, 형은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 거 같아?]

[솔직하게 말해줘?]

[응.]

[다 해도 돼. 네가 국내에서 천천히 단계를 밟고 싶다면 그래도 되고. 해외로 가겠다면 네게 적합한 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거든.]


네 실력이 애매하지 않고 뛰어나서 선택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녀석은 뜬금없는 메시지를 보냈다.


[중동으로 바로 가는 건 어때?]

[중동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 네가 커리어를 잘 쌓고 말년에 가면 모를까. 지금 네 커리어로는 별로 못 받아. 설마 돈 필요 하냐?]

[아니, 그건 아니고 궁금해서.]

[별걸 다 궁금해 하네. 아무튼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데 해외 생각하면 빨리 결정해야 할 거야.]

[아, 일주일 후에 겨울 이적 시장 열리지.]

[열리고 나서 움직여도 되는데 선택지가 확 줄어들어서 원하는 구단에서 오퍼가 안 올 수도 있어.]

[그런가.]


이미 해외에서 오퍼가 왔나.


하긴 접근하지 않을 리가 없지.


일반 고교라 이적료도 거의 들지 않고 초특급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나는 더 묻지 않고 네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아, 내일 네 아버지하고 만나는데 뭐, 해줄 말은 없어?]


녀석은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더니 마지막에 덧붙였다.


[축하해! 형하고 함께 하기로 결정하셨어. 조만간 연락하실 거야.]


드디어 넘어왔구나!


간을 그렇게 보다가 이적 시장이 다가오니 급해졌나 보다.


나는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


[고맙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계약하고 어떻게 할지 진득하게 논의해보자.]

[응!]


가볍게 샤워하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내일 사용할 자료를 만들었다.


말로 설득하는 편보다 자료를 토대로 설득하는 편이 효과가 좋다.


선수들보다는 부모님들에게 굉장히 잘 먹혔다.


제시한 비전, 에이전시 능력, 커리어, 편의 사항, 후원사 등.


요즘에는 인터넷에 넘치는 게 정보라 검색하면 다 나온다.


물론 나를 검색하면 첫 페이지부터 부정적인 기사들로 가득하지만 말이다.


아마 위키로 가야 내 커리어가 제대로 나올 거다.


“이 정도면 되겠지.”


김석철이 원하는 건 하나, 아들의 빅 클럽 입성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똥고집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로 이루려는 그 욕망으로 인해 아들 인생이 망가질 수 있었다.


“빅 클럽에서 뛰어야 선수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며칠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느낌을 조금 받긴 했지만, 우선 계약부터 맺고 보자.


아직은 내 고객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영국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세라 핸더슨이었다.


-킴? 정말 킴이에요? 이게 도대체 얼마 만에 연락한 건지. 무려 2년 만이에요! 2년 만! 그동안 뭐하고 다닌 거예요? 그런데 정말 사업 접었어요? 접었으면 다시 돌아오는 게 어때요? 사장님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반가우면 말이 많아지는 건 여전하네.


귀에서 피가 나오기 전에 바로 대가리를 박고 본론을 꺼냈다.


“미안한데 세라, 정말 급한 일이라서 그러는데 프리미어리그 빅6의 최신 자료들을 메일로 보내줄 수 있을까?”


-오랜만에 연락해서 하는 말이 회사 내부 자료를 빼돌려달라고 부탁하는 건가요? 여전히 뻔뻔해서 기쁘다고 해야 할지.


“맨입으로 부탁하는 건 아니야.”


-뭘 줄 건데요?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초특급 유망주에 대한 관리 권한을 일부 양도할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하던 세라는 갑자기 떠올랐는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맙소사! 설마 영한 킴?


한국 최고의 유망주라 알고 있네.


영국 2위 에이전시에서 파악하고 있다면 꽤 긍정적인 신호다.


“맞아. 그 친구.”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선수 아버지가 에이전트를 선호하지 않아서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던데.


나는 뻔뻔하게 말했다.


“걔들은 능력이 없는 거고.”


-와우! 재수 없는 건 여전하네요.


“그래서 받을 거야. 말 거야?”


-이건 제 선에서 감당하기 어려우니 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


“뭐야? 아직 권한 못 받았어? 네 연차에 지닌 능력이라면 제임스가 무조건 줄 텐데?”


-전 킴처럼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충실한 부하 직원이거든요.


하긴 세라 핸더슨은 공격적인 영입보다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케어하는 스타일을 선호했다.


워낙 수비적이라 데리고 다니면서 바꿔주려고 노력했는데 내 첫 사업처럼 실패한 모양이다.


아무튼 통화비가 더 나가기 전에 끊어야겠다.


나는 슬쩍 당근을 제시했다.


“세라, 오늘 안에 제임스에게 허락받으면 한국 여행시켜줄게.”


-정말이에요?


“알잖아. 나는 거짓말하지 않아.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고.”


-좋아요! 딱 한 시간만 주세요. 제임스의 모가지를 베어서라도 원하는 답을 가져올게요!


“괜히 멀쩡한 사람 죽이지 마.”


한국에 꼭 한 번 가고 싶다며 초대해달라고 했던 터라 녀석의 목소리는 무척 들 떠 있었다.


-한국 가면 술 사주는 거죠?


“다 사 줄 테니 몸만 와.”


-킴! 그 말 무르기 없기에요?


괜히 말했나. 왠지 모르게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몰래 숨겨두고 필요할 때 꺼내 먹는 자료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제임스 이 자식, 안 본 사이에 더 음흉해졌잖아? 어떻게 이걸 다 구한 거야?”


나는 세라가 준 방대한 자료를 쭉 훑으며 혀를 내둘렀다.


겨울 이적 시장 영입 기조부터 시작해 각 구단의 이적 예산까지.


심지어 선수 내부 평가와 코치진 평가, 스카우팅 자료도 있었다.


구단 내부 인사가 아니라면 절대 알지 못할 특급 자료들이었다.


이게 밖으로 유출되면 아마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제임스 카터 게이트.


영국이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제임스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자료를 정리했다.


일반인에게 공개해도 되는 자료와 공개해서는 안 될 자료를 분리하고 필요한 것만 골라 옮겼다.


그러다가 수상한 제목을 발견하고 손을 멈췄다.


“이건 태건이 내용이잖아?”


생각지도 못한 자료를 발견한 나는 홀린 듯이 훑었다.


자료 분량은 많지 않았다.


두 페이지 남짓한 분량이었다.


하지만 이 자료에 담긴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다.


“구단에서 태건이를 중동으로 보내려고 계획했을 줄이야.”


6년 동안 뛰며 많은 트로피를 안겨주었던 선수를 사우디에 이적시키려고 했던 계획이었다.


다행히 펩 과르디올라의 강력한 반대로 계획은 무산, 1년 재계약으로 가닥을 잡았다.


씁쓸한 현실이었다.


이태건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35살, 만으로 34살.


축구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이하는 나이였다.


여전히 좋은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언제 노쇠화가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량이 더 내려오기 전에 막대한 이적료를 받고 파는 편이 구단으로서는 큰 이득이었다.


“당연히 에이전트도 마찬가지지.”


이태건은 체이슨 에이전시 소속이었다.


제임스 카터가 직접 관리하는 선수라 맨체스터 시티 구단 관계자와 논의를 했을 거다.


당연히 이태건에게도 이야기가 들어갔을 테고 본인이 고심 끝에 구단에 남기로 결정했을 거다.


막대한 수수료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지만, 제임스는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존중하지 않았다면 중동으로 이적하라고 충동질했을 테니까.


김석철을 설득하려고 자료를 보내달라고 한 건데 이런 게 들어있을 줄이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서 잠시 잊었다.


필요한 자료들이 모두 모이자 빠르게 PPT를 만들었다.


문자들만 나열하면 피로가 몰려올 수 있으니 시각 자료를 왕창 때려 넣었다.


“후 다 만들었다.”


피로해진 눈을 깜빡이며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18분.


약 31분 후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자려고 침대에 누운 순간 진동이 울렸다.


확인하니 이규리였다.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


-선배! 나 지금 문 앞이야. 술하고 안주 사왔는데 문 열어줄래? 아 참! 좋은 소식도 가져왔어!


“기다려. 곧 나갈 테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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