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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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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작품등록일 :
2024.08.10 13:23
최근연재일 :
2024.09.08 23:1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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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8
추천수 :
196
글자수 :
13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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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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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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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예정된 결말

DUMMY

“형! 진우 형! 내 말 안 들려?”


녀석의 외침에 잠깐 외출했던 정신이 빠르게 돌아왔다.


눈을 한 번 깜빡이니 메시지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순간 꿈을 꾼 건가 싶었는데 녀석의 이름과 정보를 떠올리자 다시 예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잠을 잘못 잤나 싶어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메시지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형! 설마 긴장한 거야?”

“그런 거 아니야. 먼저 가 있어. 나 담배 냄새 좀 빼고 올게.”

“어. 다녀와.”


녀석의 등을 두드려준 후 화장실에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안우현과 재계약을 맺으십시오.(현재 남은 계약 기간 86일)]


이게 말로만 듣던 ‘상태창’인가.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기분이 참 묘했다.


아무리 내가 막무가내로 확장하고 업계 사람들을 무시하다가 사업을 말아먹었다지만.


보통 이런 능력을 얻는 주인공들은 무능한 녀석들이었다.


“내가 인성이 썩었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무능력하다는 평가는 받아본 적이 없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활동할 때 ‘리틀 라이올라’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악랄한 에이전트로 유명했다.


선수들에게는 천사, 구단과 팬들에게는 악마로.


물론 미노 라이올라처럼 6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했다.


언론을 구워삶는 스킬은 없었고 거구도 아닌 데다 결정적으로 유럽인도 아니었다.


하지만 협상에서 자신과 고객의 이익을 철저하게 챙기는 기술.


욕을 먹더라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만큼은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협상 마인드 덕분에 몇몇 구단과 관계는 최악을 달렸다.


실제로 라이올라가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자신과 빼닮은 애송이가 나타났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아무튼 별 볼 일 없던 체이슨 에이전시를 영국의 넘버2 에이전시로 만든 사람이 나였다.


하물며 잠시나마 한국 시장을 지배해 본 내게 상태창이 필요할까.


싹수는 없어도 선수 보는 눈은 꽤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던 나였는데 말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던 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나쁘지 않네.”


뭐든지 다다익선, 에이전트는 가진 패가 많을수록 좋았다.


내가 보는 눈이 좋은 편이어도 실패한 케이스도 꽤 많았으니까.


그런데 선수들의 정확한 정보를 내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다고?


100% 확정으로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할 수 있다는 건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축복이다.


선수의 미래 가치를 알고 있다면 활용할 가짓수는 무궁무진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축구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슈퍼 에이전트가 되는 꿈.


예전처럼 막 나가지만 않는다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었다.


흥분을 가라앉힌 나는 시간을 확인한 후 조작법을 익혔다.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녀석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눈앞에 메시지들이 떠올랐으니까.


“가상현실 게임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조작법도 익혔겠다 다시 안우현의 정보를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역시 종합 능력이다.


[종합 능력] 103/146


K리그2에 어울리는 실력이라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수치는 아니다.


자료가 부족했다.


어디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없을까 살펴봤다.


종합 능력 아래에 ‘능력치 보기’를 클릭하니 방대한 양의 정보들이 쏟아졌다.


“생각보다 디테일하네.”


게임처럼 능력이 수치화가 되어 있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대충 훑어보니 20점 만점에 수치가 높을수록 색깔이 변하는 시스템이었다.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안우현의 능력은 나름 괜찮았다.


풀백에게 아주 중요한 능력인 활동량과 지구력은 16과 17.


스로인도 14로 높은 편이었다.


그 외에 눈에 들어오는 능력은 몸싸움과 헤딩으로 13과 14였다.


풀백치고는 좋은 체격을 지닌 덕분인지 피지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듯했다.


다만 패스, 드리블, 크로스 등은6-11을 오가는 수준이었고 주력은 평균 이하였다.


실제로 느린 발이 느려 발이 빠른 윙어들에게 자주 털리곤 했다.


“내려앉는 팀에서는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상관없긴 해.”


나름 민첩한 편이라 좁은 지역에서는 커버가 가능했으니까.


나는 녀석의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특성을 살폈다.


눈에 확 들어오는 특성은 A등급을 받은 [유리몸]


‘쿠크다스’라는 별명을 가진 녀석에게 잘 어울리는 특성이었다.


“잘 다치는 이유가 있었네.”


제거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와 관련된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특성을 확인했다.


*인간 투석기(C)

-다른 선수들보다 좀 더 길게 던질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니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초장거리 스로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로리 델랍이었다.


그 당시 해외 축구를 본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었다.


“참 센세이셔널했었지.”


그런데 녀석이 초장거리 스로인을 할 줄 알았나?


숨겨둔 비장의 무긴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가서 묻기로 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안우현이 K리그2에 어울리는 기량이라는 평가는 나와 같았다.


부상만 아니라면 하위권 팀에서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


다만 잠재력은 동의하지 않았다.


시즌 내내 수술과 재활 훈련을 반복하는데 무슨 유럽 진출이야.


“K리그2도 감지덕지하지.”


나머지는 글자들은 빠르게 훑어보고 상태창을 닫았다.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안우현의 어깨와 팔을 쓱 바라봤다.


신체 구조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어깨가 매우 단단해 보였다.


팔도 길쭉하고 튼튼해서 왠지 공을 잘 던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어깨는 다친 적이 없었지.’


부상 부위도 대게 허리 아래였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협상인데 이거라도 매달려볼까.


나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녀석의 등을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


“우현아, 너 초 장거리 스로인할 줄 아냐?”

“멀리 던지는 거 말하는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볼을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으음.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러냐.”

“뭐, 최근에 사회인 야구 뛰는 친구한테 그 말은 들긴 했다.”

“무슨 말?”


안우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재미로 야구공을 던진 적이 있거든. 걔가 내 공을 몇 번 받아보더니 왜 그 몸으로 축구했냐고 지랄하더라고.”

“꽤 잘 던졌나 보네.”

“어깨가 튼튼해서 구속 하나는 잘 나오는 것 같다더라고.”


물론 메커니즘은 다르겠지만, 던지는 건 같으니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세일즈 포인트를 찾지 못했던 나는 이거라도 써먹어 보기로 했다.


“우현아, 넌 이제부터 장거리 스로인이 되는 유리몸 풀백이다.”

“형, 그게 무슨 개소리야. 해 본 적도 없는데.”

“가능성은 충분하잖아. 맹연습해서 전지훈련 때 보여주면 되지.”


녀석이 슬쩍 관심을 보인다.


무기가 있으면 협상 결과가 변하지 않을까 하는 얼굴이었다.


“야구랑 다른데 될까?”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거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냐. 가자.”


이제 남은 건 인천 FC 운영팀장인 박대근과의 한판 대결이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지.’


박대근은 이런 협상에 도가 튼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싸구려 향수를 뿌리고 안우현과 함께 미팅 장소에 도착했다.


머리가 싹 벗겨진 중년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왠지 모를 승리감에 젖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 팀장님.”


나를 본 박대근 팀장은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김진우 대표님, 소식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한국, 정말 쉽지 않지요?”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나는 예의의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 그는 한결 가벼운 얼굴로 안우현에게 말을 걸었다.


“몸은 좀 어때요?”


그의 입에서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안우현은 굳은 표정을 풀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픈 곳 하나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자, 시간이 없으니 두 분 자리에 앉으시죠.”


엉덩이가 의자에 닿기도 전에 박대근이 입을 열었다.


“김 대표님, 이번에 장태하 감독님이 부임하시는 건 아십니까?”

“네, 소식은 들었습니다.”


새 감독 소식을 먼저 꺼냈다는 말은 우리에게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벌써 살생부에 올렸네.’


처음부터 이렇게 못을 박고 나오니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장 감독님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싶어 하십니다. 물론 뼈대는 남기고 말이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을 바라봤다.


‘역시 아무것도 없어.’


몇 년 동안 나에게 물 먹은 기억이 많아서 그런지 작정하고 나온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박대근은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나를 패보냐는 눈빛이 가득했다.


“아마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코치진부터 선수들까지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 넣겠죠. 뭐, 잡음이 좀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구단이 성장하려면 필요한 일이라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도권을 쥔 박대근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는 미소일 뿐 승리자의 위치에서 나를 떠보는 행동에 불과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대근은 호구가 아니라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뼈도 못 추스르고 짓눌릴 거다.


내가 한국 시장을 먹어 치운 시절에도 박대근은 내 갑질을 잘 견딘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 구단 사정만 듣고 물러날 수 없었다.


에이전트는 선수의 대변인이다.


아무리 결말이 보인다 해도 협상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 준비한 말들을 읊었다.


“안우현 선수는 멀티 플레이어고 체력도 좋고 활동량이 많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입니다. 몸싸움도 잘하는 데다 성격도 밝아 라커룸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습니다.”

“아무렴요. 안우현 선수는 정말 좋은 선수죠. 좋은 선수지만, 부상만 아니었다면 기회가 주어졌을 텐데. 부상. 하아. 부상이 참 아쉬워요. 그런데 이게 예 그렇죠.”


그의 입에서 부상 이야기가 나온 순간 일말의 여지조차 없다.


잦은 부상은 안우현의 세일즈 포인트를 지워버리는 치명적인 무기였으니까.


초장거리 스로인을 주장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다.


‘먹히지 않을 바엔 숨겨야겠어.’


내가 입을 다물자 안우현이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녀석을 안심시켰다.


반격하지 않자 박대근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말했다.


“저희는 안우현 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박 팀장님?”


안우현이 놀라 되묻자 박대근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는 안우현 선수와 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구단의 일방적인 방출 통보에 안우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여유가 없는 구단이 병원과 재활 센터만 들락날락한 선수를 믿고 기다려줄 시간이 없었으니까.


나는 녀석을 위로해 준 후 박대근에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박 팀장님, 저희는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박대근은 흠칫 놀랐으나 빠르게 표정을 풀며 말했다.


“김 대표님, 좋은 소식을 가져오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꼭 좋은 소식만 가져오겠습니다. 진심으로 약속드립니다.”


좋은 소식만 가져오겠다.


앞으로 볼 일 없을 거라고 통보한 것과 다름없었다.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렇게 말해도 언젠가는 볼 일이 생기는 게 이 바닥이었으니까.


“살펴 가십시오.”


우리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는 박대근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우현아.”


녀석을 위로하려던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새로운 미션이 부여되었습니다.]

[‘날개를 펴지 못한 유망주’ 안우현의 새로운 팀 찾기.]

[계약한 팀의 명성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단 재계약 미션을 먼저 성공할 경우 보상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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