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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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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아리
작품등록일 :
2024.08.10 13:23
최근연재일 :
2024.09.08 23:1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401
추천수 :
196
글자수 :
130,534

작성
24.09.0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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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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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화려한 쇼케이스!

DUMMY

이적 절차는 막힘없이 진행됐다.


먼저 원 소속 팀인 빅토리아 플젠은 사카타 소우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내일 잡혀 있는 홈경기가 끝나는 즉시 상호 계약 해지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아돌프 샤덱 회장은 굉장히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빅토르 콜라르를 슬쩍 바라봤다.


녀석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아돌프 샤덱 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아련한 눈빛으로 사카타 소우를 바라봤다.


미련이 많이 남은 얼굴이었다.


‘둘이 뭔가 있었네.’


그도 그럴 것이 사카타 소우의 계약 기간은 2022년 6월 30일.


6개월 정도 남았던 터라 적더라도 이적료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아돌프 샤덱 회장은 쿨하게 풀어주었으니까.


‘빅터 녀석이 뭔가 한 것 같은데.’


대충 느낌은 온다.


자신이 소유한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기 위해 사카타 소우를 내보내는 그림.


물론 소유한 선수는 잠재력이 매우 높은 유망주일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카타 소우를 내게 보내는 수를 두지 않았을 테니까.


체코의 차기 스타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한 밑작업.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외부자의 시선에서 떠올린 의견이니까.


그리고 손해 없는 거래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건 위험한 짓이다.


때론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뜻대로 움직여 줄 필요도 있었으니까.


내심 이적료까지 지불해야 하나 걱정했던 박 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게 물었다.


“대표님, 저희 구단이 사카타 소우를 데려올 수 있겠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설마 사카타 소우를 내가 아니라 빅토르 콜라르의 고객이라고 생각한 건가?


이건 생각지도 못한 정보인데.


사실대로 밝혀야 하나 숨겨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어중간한 대답을 내놓았다.


“뭐, 최선을 다해 봐야죠.”

“회장님께 잘 좀 말해주세요.”

“예, 뭐, 아마 잘 될 겁니다.”


박 부장을 안심시킨 후 사카타 소우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사카타 상, 경기 끝나고 저녁 때 봅시다.”

“네!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사카타 소우가 훈련장으로 떠나자 아돌프 샤덱 회장이 다가와 명함을 건넸다.


“킴, 우리 구단에 관심 있는 선수가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게.”

“알겠습니다.”


내가 명함을 지갑에 넣는 모습을 본 그는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중요한 일정이 잡혀 있어 스타디움 투어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네. 대신 우리 구단의 명예 대표이사인 자비로운 빅터가 성실히 안내해줄 걸세.”


졸지에 투어 가이드로 전락한 빅토르 콜라르는 말없이 어깨만 으쓱거렸다.


아돌프 샤덱 회장이 떠나고 빅토르 콜라르는 조용히 나를 불렀다.


나는 박 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복도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


“킴, 사카타 소우를 네 고객으로 만들었나?”

“어. 계약서까지 작성했어.”

“정말 빠르군. 네 일처리 속도는 다시 봐도 놀라울 정도야.”

“좋은 매물이 있는데 망설일 필요가 있나? 확실하게 낚아채야지.”


빅토르 콜라르는 피식 웃었다.


“역시 자네를 파트너로 고르길 잘했군. 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킴, 가지. 스타디움을 안내해주겠네.”


***


체코에서 보내는 3일 차.


우리는 홈경기가 열리는 슈트론초비 사디 스타디온을 찾았다.


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사와 빅토르 콜라르가 예약한 VIP석에 앉았다.


VIP에서 보는 전경은 훌륭했다.


11700석 규모의 작은 축구 전용 경기장답게 선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경기장 구석구석을 훑던 중 익숙한 얼굴들이 곳곳에 보였다.


“빅터가 일부러 말하지 않았나.”

“네? 문제가 생겼습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유명 클럽의 스카우트 팀장하고 단장급 인사들이 보여서요.”


내 말을 들은 박 부장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설마 사카타 소우를 관찰하려고 온 건 아니겠죠?”

“그럴 수도 있죠.”


3시즌 동안 유럽 리그에서 증명한 일본인 미드필더, 구미가 당기는 매물일 테니까.


“아,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돼요! 사카타 소우가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박 부장님, 우선 협상권은 저희에게 있으니 진정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낯익은 얼굴들이 마음에 걸렸다.


전부 분데스리가 소속 구단에서 온 관계자들이었으니까.


‘조심하자.’


나는 누가 알아볼까 조용히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박 부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알아보면 골치 아파지거든요.”


나는 말없이 저 멀리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데스리가 구단 소속 관계자들을 가리켰다.


내 화려한 전적을 알고 있는 박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남는 시간 동안 선수 정보 좀 공유하면서 계획 좀 짜볼까요?”

“그러시죠.”


우리는 어떻게 계약을 진행할 지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 부장은 내가 대구의 입장에서 사카타 소우를 영입할 거라 생각했는지 가진 패들을 다 공개했다.


연봉 상한선, 옵션, 계약금, 주거 문제, 통역 등.


나는 말없이 이 패들을 그대로 머릿속에 저장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선수들이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맞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아아아아아!”


관중석을 꽉 채운 사람들은 전광판에 선수들의 얼굴이 나오자 환호성을 질러댔다.


[14번 사카타 소우!]


사카타 소우가 호명되자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엎었다.


엄청난 환호를 받은 사카타 소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일 텐데. 팬들은 전혀 모르고 있네요.”


아마 짐작은 할 거다.


계약 종료가 가까워졌음에도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으니까.


물론 빅 리그가 아니라 한국으로 갈 줄은 생각지도 못하겠지만 말이다.


“김 대표님, 누가 이길까요?”

“글쎄요. 체코 경기는 챙겨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나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오늘 FC 빅토리아 플젠의 상대는 AC 슬라비아 프라하.


리그에서 빅토리아 플젠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는 팀으로 체코 명문 클럽 중 하나였다.


이번 시즌 첫 맞대결로 오늘 경기 결과에 따라 리그 선두가 뒤바뀔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삐익!


“우와아아아아!”


힘찬 휘슬과 함께 전반전이 시작됐다.


양 팀은 급하지 않은 듯 천천히 탐색전을 이어나갔다.


홈 팬들은 빅토리아 플젠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


선수들은 긴장했는지 실수가 꽤 자주 나왔다.


극성맞은 팬들은 체코어로 욕지거리를 날렸다.


체코어 회화가 짧아 다 알아듣지 못했으나 다행히 사카타 소우에게 돌아가는 욕은 없었다.


홈 팬들은 쉴 새 없이 중원을 누비며 거친 플레이로 상대 선수들을 압도하는 사카타 소우의 플레이에 환호성으로 보답했다.


박 부장은 사카타 소우가 터프한 태클로 공을 뺏어낼 때마다 감탄사를 터트렸다.


“워우! 엄청나게 저돌적이네요! 이거 영상보다 더 한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카타 소우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폈다.


환상적인 태클로 상대에게서 공을 빼앗아 전방으로 배급하는 플레이는 훌륭했다.


다만 템포가 너무 빨랐던 탓에 패스 미스가 나오고 말았다.


“앗!”


하지만 다시 녀석이 가로막았다.


차분하게 길목만 막으면 상대의 역습을 저지시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녀석은 만회하려고 무리하다가 반칙을 범하며 위험 지역에서 세트피스를 제공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적혀 있던 단점이 나오자 나는 볼을 긁적였다.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네요. 너무 다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다행히 골키퍼의 선방으로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다시 공격 주도권을 쥔 빅토리아 플젠, 아니 사카타 소우.


나는 사카타 소우가 이리저리 날뛰는 모습을 바라봤다.


압박 상황에서 피지컬을 이용해 공을 몰고 전진하는 능력이 탁월했으나 동료에게 패스하는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고칠 부분이 좀 있네.”


동료에게 줘도 줄 곳을 찾지 못하자 뒤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공을 받고 위험한 지역에서 드리블 치다가 다시 동료에게 패스하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탈압박 능력은 훌륭한 툴이나 경기 템포를 다 잡아 먹는 플레이는 좋지 않았다.


나는 수첩에 이 부분을 메모하고 다시 경기장을 바라봤다.


나와 달리 박 부장은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잘 버티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밸런스가 좋은 거죠.”

“그렇다고 봐야겠죠? 몸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한국에서도 잘 할 것 같네요.”


사카타 소우의 피지컬이 좋다 해도 체코 선수들도 밀리지 않았다.


녀석을 무너뜨리려고 강하게 충돌하는 선수도 있었으나 사카타 소우는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


미련한 플레이였으나 본인은 강한 압박에서 풀어 나오는 걸 즐기는지 힘든 기색이 없었다.


흐름을 타니 몸이 가벼워 보였다.


연이은 터프한 플레이에 슬라비아 프라하 선수들이 바닥에 눕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와우!”


역습 상황에서 깔끔한 태클로 끊어주는 플레이는 매우 훌륭했다.


그야 말로 생체 진공청소기였다.


전광판에 상대 선수들이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잡히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전했다.


여전히 경기 템포를 잡아먹는 하마였다.


터프한 플레이를 칭찬하던 박 부장도 이 부분을 매우 아쉬워했다.


“너무 힘이 들어간 걸까요?”

“그럴 수도 있죠.”


나는 시원한 콜라를 흡입하고 눅눅해진 감자튀김을 먹던 중.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사카타 소우의 깔끔한 침투를 보며 살짝 놀랐다.


“어? 어!”


어느새 상대 박스로 침투한 사카타 소우가 스트라이커의 백패스를 받아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골키퍼의 다급한 외침.


하지만 갑작스러운 침투에 상대는 아무것도 못하고 사카타 소우의 슈팅을 얻어맞았다.


“우아아아아아아!”


전반전 24분에 나온 사카타 소우의 선제골에 관중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사카타 소우는 홈 관중석으로 달려가 그대로 안기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나는 흥분한 박 부장을 내버려두고 정보를 불러와 살폈다.


[정보]

*선제골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입니다.

*당신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모든 걸 쏟아내 후회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자 노력합니다.


위험 신호가 3개나 들어왔다.


물론 정보를 보지 않아도 얼굴만 보고도 들어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니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누가 말려줘야 할 것 같은데.’


경기 중요도 때문인지 코치진이며 선수들이며 전부 흥분해 있었다.


사카타 소우는 여기에 휩쓸려 완전히 감정적으로 뛰어다녔다.


나는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드레싱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어느새 전반전도 30분이 흘렀다.


양 팀은 가드를 내리고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음에도 쓰러지지 않고 링 위에 서 있었다.


그야말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양 팀 선수들은 미친 듯이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사카타 소우도 마찬가지였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흥분을 좀 가라앉혀야 하는데 워낙 경기가 거칠고 타이트해서 여유가 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은 드리블하던 상대 선수에게 백태클을 가했다.


“아악!”


다리를 부여잡으며 짤막한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슬라비아 프라하 선수.


가까이에 있던 주심이 강하게 휘슬을 불며 달려왔다.


사카타 소우와 상대 선수 주변으로 선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관중들도 극도로 달아올랐다.


양 팀 선수들은 신경전을 벌였고 주심은 말리기 바빴다.


양쪽 벤치도 서로 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양 팀 주장들이 나서서 말린 후에야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말리느라 진이 빠진 주심은 사카타 소우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당연히 레드카드였다.


“우우우우우우!”

“^#*&!%@!!%!”


여기저기에서 쓰레기가 날아들고 관중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경기장에 난입하려는 팬들과 이를 막으려는 안전요원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박 부장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사카타 선수 괜찮을까요?”


박 부장은 뒤늦게 사카타 소우의 멘탈을 챙겼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본인은 백태클을 한 직후 퇴장당할 거란 걸 짐작한 얼굴이었으니까.


사카타 소우는 주심의 판정에 불만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라고 말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줄이야.


오더가 너무 잘 먹힌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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