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동아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동동아리
작품등록일 :
2024.08.10 13:23
최근연재일 :
2024.09.08 23:1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404
추천수 :
196
글자수 :
130,534

작성
24.08.31 23:15
조회
278
추천
9
글자
13쪽

그의 은밀한 취미

DUMMY

사카타 소우는 고교 시절부터 훌륭한 피지컬을 이용해 저돌적인 플레이로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는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다만 일본인 선수치고는 발밑이 좋은 미드필더는 아니었다.


짧은 패스는 괜찮았으나 조금만 거리가 멀어지거나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 실수가 나왔다.


슈팅도 평균 이하였고 볼 터치도 그리 좋지 않았다.


아주 가끔 흥분하면 불필요한 행동으로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범해 팀에 폐를 끼치기도 했다.


본인도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결국 기본기가 부족하면 프로 구단에서 데려가지 않을 거란 걸.


하지만 가진 툴이 매력적이었기에 명문 대학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대학은 지방에 위치한 별 볼 일 없는 대학 한 곳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처음에는 절망했으나 이내 마음을 잡았다.


안식년이라는 생각으로 기본기를 갈고 닦아 약점을 메우겠다고.


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감각이 몸에 밸 때까지 지독하게 공만 찼다.


혹독한 1년을 보낸 결과.


사카타 소우는 몰라보게 변했다.


터프한 플레이에 패스 정확도, 꽤 부드러운 볼 터치가 장착되자 필드를 날아다녔다.


중원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며 영향력을 떨쳤다.


잊혔던 이름이 다시 대학 무대에 나오자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도 종종 찾아와 경기를 관람했고 에이전트들의 접근도 많아졌다.


물론 팀이 워낙 좋지 않아 패배하는 경기들이 많았으나 사카타 소우는 절망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빠르게 성장하는 자신을 보며 꿋꿋하게 견뎠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멈추지 않고 정진 또 정진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사카타 소우는 에이전트로부터 해외 진출을 권유받았다.


늘 유럽 리그를 꿈꿨던 사카타 소우는 고민하지 않았다.


기회다 싶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아 유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권유했던 에이전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모른 채 유럽 한복판에 뚝 떨어진 사카타 소우는 사기 당했다는 걸 깨닫고 허탈했다.


꿈이 물거품으로 변했으니까.


하지만 유럽에 와서 아무 소득도 없이 일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는 무작정 구단에 찾아갔다.


직원을 붙잡고 입단 테스트를 보고 싶다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지.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동양인이 마구잡이로 입단 테스트를 보겠다고 찾아왔으니까.”


아돌프 샤덱 회장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사카타 소우를 바라봤다.


사카타 소우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는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아무튼 프라하를 연고지로 한 구단들은 테스트를 받아주지 않아 우리 구단을 찾아왔다고 어찌나 애원하던지. 아마 미스터 강이 업무 계약으로 구단을 찾지 않았다면 받아주지 않았을 거야.”


나는 재빨리 말을 받아 물었다.


“미스터 강이라 하시면 혹시 백두 중공업의 대표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네. 마침 미스터 강이 사카타 소우의 처지가 딱해 기회를 줘보자고 내게 부탁했지. 그렇게 해서 테스트를 봤고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네.”

“꽤 좋게 봤나보네요.”


아돌프 샤덱 회장은 담배를 입에 물며 피식 웃었다.


“투쟁심이 마음에 들었지. 동양인이 터프하게 플레이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

“확실히 사카타처럼 들이박는 일본인 선수는 거의 없죠.”


굉장히 유니크한 선수라고 영어로 말하자 사카타 소우는 부끄러운 지 볼을 긁적였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함께할 사이잖아요.”

“하하...그런가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주 천천히 영어로 말했다.


“으음, 빅터, 아, 콜라르 대표가 저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나요? 아시아에서 뛸 팀을 찾아주러 체코까지 왔는데.”

“들었는데 아직 고민 중이에요.”


나는 슬쩍 빠져나가는 사카타 소우의 태도에 피식 웃으며 일본어로 말했다.


“사카타 상, 유럽에서 더 도전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내가 일본어로 묻자 사카타 소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어 할 줄 알아요?”

“유창한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본토 발음에 가까운데.”

“중요한 건 제 발음이 아니라 사카타 상의 마음이 아닐까요?”

“아, 그건 그렇죠.”

“어차피 일본어할 줄 아는 사람 이 방에 저희 둘밖에 없으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내가 작업에 나섰다는 걸 눈치 챈 빅토르 콜라르는 두 사람을 데리고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사카타 소우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보고서에 적힌 정보들을 떠올리며 ‘그 취미’를 물었다.


“한국 걸 그룹 좋아하시죠?”

“네? 킨 상이 그걸 어떻게?”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저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레인식스라던가. 트리플A라던가.”

“아, 그 그룹들은 작년에 해체했어요.”

“그래요?”

“계약 기간 만료로 해체했어요.”


중요한 건 걸 그룹의 근황이 아니니 빠르게 넘어가자.


나는 당황하지 않고 물었다.


“그럼, 요즘엔 누가 잘나가요?”


사카타 소우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걸 그룹들을 줄줄이 읊었다.


판을 깔아주니 살판났네.


사카타 소우는 봇물이 터진 듯 묻지 않아도 각 그룹의 컨셉과 멤버들의 성격을 말하며 누가 귀엽고 예쁜지 쉬지 않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고 절대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제가 원래 귀여운 스타일을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청순한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아이돌이 마음에 들어요! 물론 노래도 전부다 좋죠! 춤도 다 잘 추고요!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은 플루토에요!”


언제 끝나나 기다리던 나는 플루토라는 단어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플루토요?”

“네! 아시나요?”

“알고 있죠. 5인조 신인 걸 그룹이고 올해 6월에 데뷔했고 좀 있으면 2집 싱글 곡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오오오! 이렇게 자세히 아실 줄이야! 혹시 팬이신가요?”

“네, 뭐, 그렇죠.”

“킨 상! 저희는 동류군요! 저는 킨 상을 믿고 있었습니다!”


연예계는 비즈니스로만 알고 있던 내가 플루토를 알고 있는 이유는 별거 없다.


플루토의 멤버 하나가 내 조카였기 때문이다.


조카는 나와 열여섯 살 차이 나는 큰형의 막내딸로 만나면 종종 용돈을 주곤 했다.


아무튼 사카타 소우가 플루토를 좋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삼촌이라고 밝힐까?’


물 만난 물고기처럼 플루토의 TMI를 쉬지 않고 말하는 사카타 소우에 고개만 끄덕이며 빠르게 이해득실을 따져봤다.


“킨 상, 저는 미래짱이 최애에요! 엄청 귀여운데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호감이거든요!”


조카 이름이 나오자마자 밝히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국에서 내 이미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괜히 엮였다가는 피해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쪽으로 유도했다.


“사실 제가 플루토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데 원하시면 앨범 사인 받아드릴까요?”

“오오오! 킨 상! 진짜요?”

“네, 원하신다면 몇 장이든 받아오겠습니다. 뭐, 굿즈도 함께요.”

“맙소사! 굿즈까지! 킨 상은 천사가 분명합니다!”

“뭘 천사까지야.”


사카타는 굳게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킨 상, 저 결심했습니다. 무조건 킨 상과 계약하겠습니다!”

“진심입니까?”

“네! 같이 플루토를 덕질하는 킨 상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덕질이 아니라 조카가 그룹 멤버라 조금 알고 있는 건데.


어이가 없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자.


나는 비즈니스 미소를 지으며 악수했고 계약으로 넘어가려는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투쟁심이 강한 미드필더’ 사카타 소우가 당신을 신뢰합니다.]


사카타 소우의 정보를 불러오자 아까는 보이지 않던 정보가 드러나 있었다.


[정보]

*사카타 소우는 K리그1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기량을 지녔습니다.

*성정이 온순합니다.

*신인 여자 아이돌 ‘플루토’를 덕질합니다. 최애는 미래입니다.

*적응력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심각한 덕질로 궁핍해졌습니다.

*당신의 말이라면 불합리한 상황이어도 담담히 받아들일 겁니다.


사카타 소우의 정보를 확인한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황소처럼 플레이하는 스타일과 다르게 아이돌 덕질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니.


이런 정보가 생성될 정도로 얼마나 굿즈를 사들였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평소에 아이돌 굿즈 많이 사요?”


그러자 사카타 소우는 부끄러운 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하! 좀 많이 삽니다.”

“얼마나요?”

“주, 주급의 4분의 3 정도.”

“...”


플루토뿐만 아니라 다른 걸 그룹의 굿즈도 산다는 말에 뭐라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별의별 고객들을 데리고 있었지만, 사카타 소우처럼 중증 걸 그룹 덕후는 없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일본어 계약서가 있는데 문장이 조금 이상할 수 있으니 감안해서 봐주세요.”

“알겠습니다.”


사카타 소우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었다.


계약서를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킨 상, 수수료가 너무 적은 것 같은데 괜찮아요?”

“대신에 방송 출연이나 광고에서 떼 가는 게 있으니 괜찮습니다.”

“아, 따로 엔터와 연결해서 진행하는 건 아닌가 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 번 망했던 회사니까요.”

“아, 그래도 콜라르 회장님께서 킨 상이 굉장히 잘 나가는 에이전트라고 들었어요. 여기 사인했습니다.”

“과거일 뿐이죠. 감사합니다.”


계약서를 확인한 후 가죽 가방에 넣고 천천히 본론으로 들어갔다.


“사카타 상, 제가 사카타 상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봤는데. 솔직히 제 눈에는 유럽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기량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지만, 사카타 소우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굳이 안정적인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아시아로 가려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돈 때문이죠.”

“아. 돈.”

“네, 현재 주급으로는 덕질하기 부족하거든요! 보관용 창고도 필요하고 그래서 돈을 많이 주는 리그에서 뛰고 싶습니다!”

“...”


나는 이해하지 않기로 생각하고 사카타 소우가 갈 수 있는 리그들을 추천해줬다.


“정말 돈을 많이 받고 싶다면 사우디 리그와 아랍에미리트 리그가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세금 혜택도 볼 수 있고 황혼기를 맞이한 유명 선수들도 있어 배워가는 것도 있을 겁니다.”

“중동은 별로 끌리지 않네요. 중국은 어떤가요?”

“중국도 돈을 많이 주지만, 일본인 용병이 뛰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리그입니다. 차라리 태국이나 말레이시아가 낫죠.”


사카타 소우는 뚱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슬쩍 J리그를 언급했다.


“J리그 입성도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만 사카타 상이 생각하는 연봉은 보장하지 못합니다.”

“J리그는 외국에서 더 경험하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내게 신호를 보냈다.


왜 그 리그는 언급하지 않냐고.


나는 피식 웃으며 가면을 벗었다.


“한국 리그는 어때요?”

“가겠습니다.”


바로 덥석 물어 버리는 사카타.


“사카타 상, 한국은 일본과 가까운 나라지만, 또 다른 나라로 이적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적 차이도 있을 텐데 좀 더 신중하게...”


사카타 소우는 내 말을 부드럽게 잘라내며 나를 설득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 적응하기 쉬울 거예요.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제 가족들이 경기를 보러 자주 방문할 수 있고, 휴가 때 쉽게 귀국할 수 있죠. 또한 K리그 수준도 계속 올라가고 있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잖아요!”


갑자기 똑똑해지는 거 뭐지?


뭔가 역할이 뒤바뀐 느낌이 드는데 내 착각인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연봉은요?”

“제가 알기로는 한국에서 뛰는 용병들은 많이 받는 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그건 그렇죠.”


사카타 소우를 한국으로 데려오려고 준비했던 시간과 노력들이 아깝게 느껴질 줄이야.


K리그의 장점, 고액 연봉, 한국 정착 지원 프로그램, 주거 지원, 일본인 커뮤니티 등 필살기를 여러 개 준비했는데 쓰지 못하고 소각장으로 들어가게 생겼다.


허탈해도 어쩌겠나. 일이 잘 풀렸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사카타 상, 내일 홈경기를 쇼케이스로 생각하시죠.”

“쇼케이스요?”

“네, 인상적인 모습 보여주고 돈을 왕창 뜯어냅시다.”

“오! 알겠어요! 저만 믿으세요!”


우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에이전트가 다 해먹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하려 합니다. +1 24.09.10 46 0 -
공지 매일 밤 11시 15분에 연재됩니다. 24.08.29 191 0 -
22 투 트랙 +4 24.09.08 164 8 13쪽
21 이런 날 저런 날 24.09.07 191 7 13쪽
20 우연은 없다. +1 24.09.06 218 7 14쪽
19 아드님을 제게 주십시오 24.09.05 229 5 14쪽
18 초고교급 유망주 +1 24.09.04 248 7 13쪽
17 원하는 거 있어? +1 24.09.03 252 6 15쪽
16 제 고객입니다만 24.09.02 263 7 13쪽
15 화려한 쇼케이스! 24.09.01 272 7 13쪽
» 그의 은밀한 취미 24.08.31 279 9 13쪽
13 이코노미로 24.08.30 285 8 14쪽
12 대표님이 맞춰주셔야죠. 24.08.29 324 10 13쪽
11 유럽에서 온 메일 +1 24.08.28 345 9 12쪽
10 업보다 업보 24.08.27 357 10 13쪽
9 채운호 대표 24.08.26 362 10 14쪽
8 오퍼가 왔는데요. 24.08.25 373 10 13쪽
7 두 번째 고객 24.08.24 400 11 11쪽
6 원 포인트 레슨 +1 24.08.23 419 11 14쪽
5 시즌 1호 이적 24.08.22 429 11 13쪽
4 이게 왜 돼? 24.08.21 424 10 14쪽
3 새로운 팀 찾기 24.08.20 452 11 13쪽
2 예정된 결말 24.08.20 472 10 12쪽
1 프롤로그 +2 24.08.20 644 1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