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람무희 님의 서재입니다.

파륵오륜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바람무희
작품등록일 :
2009.10.20 17:47
최근연재일 :
2009.10.20 17:47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36,057
추천수 :
240
글자수 :
622,045

작성
09.07.30 16:18
조회
491
추천
3
글자
30쪽

파륵오륜담 2부 탈피 2

DUMMY

밤의 장막이 드리웠다. 검은 사위 속에서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려은은 잠에 취한 채로 몸을 뒤척였다. 그 와중에 가늘게 벌어진 눈 속으로 어둠과 구별되는 어떤 것을 감지하였다. 잠결이라 더 이상 생각지는 못하고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옴가달유이야바아(奄加達遊爾耶婆我), 옴가달…….”

려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등에 콩이 한 열개쯤 배기는 것 같은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시끄러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스르륵 감기는 것이 있었다. 그 감촉에 정신이 확 든 려은이 다시 보자, 검은 천 같은 것이, 정확히는 머리카락 같은 것이 려은의 눈앞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어둠과 별도의,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진 까닭은 미약한 달빛에 광택을 조금 띠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시퍼런 얼굴이 두둥실 떠올랐다. 남자다운 골상을 한 얼굴로, 눈두덩이 두툼하나 위로 째진 눈에 입술이 두껍고, 코가 우뚝하고 콧구멍이 컸다. 눈썹 숱이 꽤 많았고, 수염이 지저분했다.

려은이 숨이 막혀 헉 신음성을 내었다.

그 때였다.

“쿵! 쿵! 쿵!”

반복되는 일정한 간격의 소리에 귀신이라 짐작되는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입가에서 침 대신 죽은 검은 피가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가현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키는 것을 알았다. 소마가 못마땅한 듯이 꼬리로 바닥을 탁탁탁 두드렸다. 려은은 둘의 존재를 인식하자마자, 몸에 힘이 풀리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남자를 본 후부터 가위에 눌리듯 억압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쿵! 쿵! 쿵! 쿵!”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머리만 있는 사내가 휙 돌아 벽의 구멍을 향하더니, 숨 쉴 틈도 없이 세차게 날아가 들어오는 검은 무언가와 부딪쳤다.

“쿠덩텅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붕에서 묵은 흙덩이가 우수수 쏟아졌다. 구척의 키에 다리가 하나인 것이 히얏 콩 서더니 엄청난 저음의 목소리로 외쳤다.

“내 돈을 내놓아라! 김 서방!”

려은은 달을 가리던 엷은 구름이 걷히자, 조금 더 자세히 외다리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눈도 하나, 귀도 하나인 양순하나, 어딘가 야성이 깃들어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 덥수룩한 진갈색 머리칼이 이마를 가리고 있었다.

그러자 사내가 외쳤다.

“옴가달유이야바아! 옴.”

말을 뚝 끊으며 그가 말했다.

“이젠 안 통해! 네겐 뇌조목(雷棗木)도, 금낭(錦囊)도 없고, 그것들을 잡을 손도 없잖아?”

그러자 사내가 비참한 얼굴로 절규했다.

“이 망할 도깨비야! 내 몸을 내놓아라! 나는 네 주인 이잖느냐!”

“흐흐흐, 오늘밤에는 뭘 하고 놀까? 족구?”

그러더니 외다리로 희한하게 절묘한 자세로 뛰어올라 사내의 머리를 쾅 찼다. 그러자 사내의 머리가 길고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사방의 벽을 쳤다. 그 바람에 려은과 가현, 소마는 이리저리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닥에 엎드리며 본 머리의 움직임은 정말 축구공처럼 탄력이 있었다. 허나 주의 깊게 보자, 깜빡깜빡 빛나는 푸른빛으로 둘러싸인 머리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언제나 재미있구나! 오늘은 그 혀를 뽑아 줄까나? 너희들!”

그러자 마치 대답하듯이 파란 불빛들이 도깨비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러면 여기 정렬!”

무슨 체육 선생님처럼 외치는 도깨비 앞에 아이 도깨비들이 섰다. 끔찍하다면 끔찍한, 귀엽다면 귀여운 모습이었다. 사람 아이와 별 다를 바 없는 몸, 맑은 눈에 귀여운 웃음이었다. 다만 눈에 힘을 주어 보면 그들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인간의 팔 하나, 다리 하나 라는 식이라는 걸 빼면.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도깨비가 허리를 숙이고 꼬마 도깨비들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근데, 너희들 어디서 왔냐?”

그러자 꺄르르 하하 호호 꽉 잡고 울리는 트라이앵글의 소리 같이 투명하고 작은 웃음과 함께 여러 가지 말들을 속삭이며 줄을 지어 벽의 구멍으로 빠져나갔다. 그 속에서 몇몇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을 려은은 들었다.

“바보, 바보, 바보.”

려은이 정신을 차렸을 땐 귀신도, 큰 외다리 도깨비도, 꼬마 도깨비들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고요함이 감도는 가운데 가현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직 아침은 멀었어. 더 자.”

려은은 고개를 흔들었다.

‘꿈을 꿨나?’

그러나 가현은 태연히 누웠고, 소마도 몸을 길게 옆으로 누인 채 벌써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결국 려은도 새삼 슬그머니 찾아드는 잠에 항복하고 말았다.

려은이 눈을 떴을 땐 아침 햇빛이 문살 사이 창호지를 통해, 혹은 창호지의 뚫어진 구멍들로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가현은 문 앞에 서 있어서 그 옆모습이 어둡게 보였다.

어깨에 닿는 검은 머리칼은 잠자고 일어난 그대로 엉클어진 채로, 눈은 내려감겨 있었다. 그 모습이 하나의 사진처럼 순간을 품고 정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려은은 처음으로 보았다. 가현의 기(氣)의 색은 은빛 섞인 초록색이었다. 햇빛을 은색으로 반사하며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하고도 기운찬 느낌이었다. 그리고 려은은 자신의 손을 들어 보았다. 햇빛 한점 침범하지 못하는 순수한 어둠. 그것이 자신의 기의 색깔이었다.

“가현?”

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청정하고도 결결한 기운이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기(氣)와는 결코 조화되지 못하고 물속의 기름처럼 려은의 위를 지나 폐가 전체를 덮어갔다. 그리고 려은은 집 전체가 굴절되는 것을 보았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공기가 흔들리는 것처럼 공간이 왜곡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나를 깨우는가?”

귀가 멍멍해지는,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울림이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느낌.

“나다.”

가현이 차갑게 끊어 답했다. 그러자 방의 윗목에서 스르륵 나타난 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랐다.

“버릇없는 아해로다!”

무게감 있는 거구를 가리는 청홍색의 옷, 수염이 무성하고 눈에는 인자한 위엄이 머무르는 얼굴을 보며 려은은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수많은 무당, 영매들이 다녀간 중에서도 나를 깨운 자는 처음이다.”

그래서 봐준다는 듯 가현을 지그시 내려 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정말로 ‘아해’를 대하는 배려인 듯 전혀 거만해 보이지 않았다.

“너는 어째서 여기에 있는가?”

가현의 딱딱한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되물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불러냈단 말이냐.”

“이 집과 동화될 정도로 오랜 귀신이라는 것은 느꼈다.”

그 말에 그의 안색이 확연히 굳었다.

“홍홍홍, 그리 어린 아해의 말에 정색을 하시는가, 성주신(成主神).”

어느새 려은의 곁에 있었는지, 백발의 웃는 모양의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가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소마는 그 할머니가 무척 좋은지 할머니의 하얀 한복 자락에서 떨어지지 않고 고개를 자꾸 들이밀었다.

“산신할머니(産神)?”

려은이 부지불식간에 외쳤다.

“기억하는구나, 나의 동기(同氣)가 네가 태어난 집에도 계셨음이야.”

려은은 자신을 향해 웃는 산신할미를 보고 그 모습이 아닌, 가슴 속의 어떤 깊숙한 곳에서부터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성주신과 산신할머니를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절대로 자신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마음의 기저(基底)에 깔려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야!”

숨을 헐떡거리며 허리를 숙여 뛰어 들어온 이는 온통 황색의 마 옷을 입은 청년이었다. 키는 려은이 지금까지 본 이들 중에 가장 컸다. 육 미터는 될 것 같은 키로, 귀는 축 늘어졌고, 눈은 콩알만 하고, 코는 납작하고 입은 가늘고 납작하여 옆으로 쭉 찢어졌다. 툭 튀어나온 올챙이배에 손은 기형으로 움츠려져 있었다.

“터주신(地神)돈가?”

푸른 색 머리칼을 긁적이며 터주신과 비슷한 또래의 청년이 검푸른 눈을 뜨고 가현과 려은, 소마를 보았다.

“뒷마당에 좌정해야 될 내가 왜 이곳까지 와야 하는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호기심이 생겼는지 눈을 떼지 않고 옆으로 누웠다.

“천룡신(天龍神)은 항상 군소리를 주둥아리에 달고 사는군요.”

새로 나타난 자색이 곱고 날렵한 몸매의 여인이 위로 쭉 찢어진 눈으로 눈웃음을 치며 독설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제가 이런 자리에 와도 될지 모르겠네요, 형님도 계신데 말이죠. 저를 저렇게 멀리 떨어진 측간에 던져두셨잖아요!”

꽃분홍색 옷을 차려 입은 여인의 말과 시선에 성주신이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며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여인이 무언가 쏘아붙이려는 참에 뒤에서 단정한 어조의 말이 들려왔다.

“치귀(廁鬼)를 보는 것은 오랜만이로구만. 그런데…….”

코를 치귀의 몸에 가까이 갖다 대고 냄새를 맡는 척 하더니 한숨과 함께 털어놓았다.

“양념 냄새나 나무 탄내는 나도 참을 만하네만, 분뇨의 냄새는 아무래도 견디기 힘들구먼. 보게나! 남자란 족속은 믿을 것이 못 돼. 나가서 바람을 피우지 않나, 냄새가 조금 난다고 고개를 돌리지 않나. 천룡신! 자네도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누?”

청룡신이 쌕 웃으며 크게 연설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조왕신(竈王神)이 말씀하신 대로지. 내 꼬마 친구인 순진무구한 문간신이 투정부리기를, 치귀에게 갔다 온 이후의 인간은 정말로 방안에 들이기 싫다 하더군.”

치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그걸 보고도 성주신과 조왕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삿일인 듯 태연했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내 얘기 하는 거야?”

문턱에서 졸린 얼굴을 한 아이가 나타났다. 꼬질꼬질한 아이의 색동옷을 보고 조왕신이 얼른 달려가 이를 어째, 이를 어째 하며 마음이 아픈 듯 껴안았다. 엄마와 만난 아이는 곧 그 품안에서 폭 잠들어 버렸다.

“너희에게 물을 일이 있다. 어젯밤 그 소동은 어떻게 된 일이지?”

려은은 가현을 휙 돌아보았다.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이제야 귀신과 도깨비를 만났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만약 이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말씀을 드릴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보답도 해드리겠습니다.”

조왕신의 간곡한 말에 순간 좌중이 조용해졌다.

“어미 마음이 오죽하겄누…….”

산신할미가 중얼거렸다.

조왕신이 동료들을 둘러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렇게 놀림당한 치귀만은 고개를 삐딱하게 돌렸지만.

“제 큰 아들이 탱자나무의 령에 눌려 고통 받아 온지 수년째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라 하여도, 그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주고 싶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뇨?”

려은이 묻자, 성주신이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 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쉽게 헌다. 그 뿐만 아니라, 본시 사람의 염(念)이 뭉쳐 만들어진 것이 우리들이다.”

려은은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당신들은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잖아요!”

산신할미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존재라는 것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지, 암. 누군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죽은 거나 다름없지 않겠나. 그래서 사귐이 있는 것이고, 정이 있는 것이며, 가슴이 있는 것이며, 혼백이 있는 것이 사람일세. 우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야.”

천룡신이 진청색 눈을 가맣게 가라앉힌 채 덧붙였다.

“설사 자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우리는 우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우리는 인간들의 소원, 바람을 들어주려 생겨났지. 잊히고 퇴락해가는 집에서 오랫동안 망설여왔어도 결말은 나지 않았어.”

터주신이 말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했지. 순리라면 우리는 사라져야 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집과 함께 하리라고. 만약에 집착을 가지고 끝까지 자신의 의식을 세상에 붙들어 매려 한다면 그것은 악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이야.”

치귀가 눈물 그렁한 눈을 애써 치켜뜨며 쏘아붙였다.

“그렇게 천한 잡귀가 될 바에는 신(神)으로서 흙과 바람으로 흩어지는 편이 훨씬 나아!”

조왕신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품안의 아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깨끗하게…….”

려은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없어져야만 한다. 려은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가짜 혹은 피상이며, 실은 파천흑룡 파륜이 진실한 영혼의 주인이라는 걸. 게다가 라후라는 자는 파천흑룡 파륜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었다.

려은은 필사적으로 생각의 가지를 벌려 나갔다. 마침내 저 구석에서 찾아낸 희망은 바로 가족, 나아가 어머니였다.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음까지 준 친우도 없었으며, 학교 어느 구석에도 정을 붙인 적 없었다. 그렇게 무감각하게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살아온 자신이 경멸스러웠다. 하지만 남아 있었다.

‘보고 싶어…….’

왜 가족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어느새 그들을 망각하고 있었는지 도저히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려은의 궁금증을 남겨두고,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벌써 몇 십 년도 전의 일이군. 이 집에는 지난 밤중에 나타난 그 귀신이 살고 있었어. 도깨비는 건망증이 심하고 머리가 나빠서 사람의 성씨는 김씨 밖에 모르지. 실은 그는 박씨야. 박씨는 건실한 청년으로 고추랑 벼농사를 짓고 있었어. 수확은 근근이 먹고 살 정도였고, 그는 거기에 만족을 했지. 없는 살림에도 인심은 좋아, 가끔 식량을 찾아 흘러드는 제 3 구역의 사람에게도 잘 대해주었어.”

성주신의 이야기를 끊고 싶진 않았지만, 완전히 처음 듣는 말이 있어 려은은 입을 열어 물었다.

“제 3 구역이라뇨?”

가현과 소마를 제외한 모두가 이상하다는 듯 려은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대재난을 모르는가? 지금도 간간이 일어나고 있는 변괴…….”

려은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천룡신이 대답했다.

“백두산이 지금으로부터 한 삼백년 전 즈음에 폭발해서 뜨겁고 붉은 용암이 흘러내렸고, 화산재 섞인 구름은 이 땅을 반년이 넘도록 뒤덮고 있었지. 게다가 그와 동시에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밀어닥쳤어.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과 동식물들이 죽었다. 풍신(風神)과 운신(雲神)에게 듣기론, 이 땅뿐 아니라, 다른 땅에도 전쟁이나 가뭄, 홍수, 폭염 등이 일어났다고 하더군. 이 땅은 지금도 일부는 솟아나고 일부는 가라앉고 있어, 안전한 곳으로 지정된 곳은 선택받은 자만이 살 수 있지. 그리고 이 마을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제 2 구역에 속해,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제 3 구역에는 버려진 자들이 살아가고 있어. 제 1 구역에 착취당하지 않는 대신, 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지.”

려은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하지만 전과.. 아무 것도 달라지지…….”

가신(家神)들이 서로 마주보더니 산신할미가 망설이다 입을 벌렸다.

“제 2 구역은 대재난이 일어나기 전과 똑같단다. 아해야, 넌…….”

일시적인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려은을 보고 가현이 저도 모르게 차가워진 말투로 재촉했다.

“이야기를.”

조왕신이 얼른 응하였다. 그녀에게는 집 울타리의 입구를 지키는 문간신인 큰 아들의 안위가 달린 일이었으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박씨는 제 3 구역에서부터 온 노인으로부터 묘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노인은 식사를 마친 후 고맙다고 하면서 그 보답이라고 들려주었었죠.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옴가달유이야바아(奄加達遊爾耶婆我)란 주문을 새긴, 뇌조목으로 만들어진 판때기와 비단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가서 옴가달유이야바아를 지성으로 외우길 일주일이면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겁을 내지 않고 들어오라 당당히 명령하면 꼼짝 못하고 도깨비가 금낭에 빨려든다는 것이었고, 그 도깨비와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기 시작하면 집안의 일이 잘 풀리고, 재산이 모인다는 것이었죠. 그 후엔…….”

그녀가 말을 흐리자, 치귀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 후엔 어땠기는 어땠겠어! 마음에 둔 마을 처녀가 제 1 구역의 남자와 눈이 맞아, 아니지, 아니야! 그 부(富)와 제 1 구역에서의 화려한 생활에 마음을 빼앗긴 그년이 바람나 천중도시(天中都市)로 가버리는 바람에 근 일주일을 끙끙 앓고서, 눈이 시뻘개져서 공동묘지에 가 불렀지. 그런데 정말로 나온 거야! 그 도깨비가!”

터주신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 채 어눌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었다.

“그 후로 박씨는 사람이 변했어. 그의 논밭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풍작이었고, 점점 돈을 불려나갔지만, 제 1 구역으로 갈 정도가 될 때까지는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지처럼 살았어. 그리고 꽤나 돈을 많이 모았다 싶었을 때쯤, 박씨의 완벽한 신뢰를 얻은 도깨비가 꼬드기기 시작한 거야. ‘풀어주면 당장 엄청난 돈을 주겠다! 너는 이제 일할 필요도 없는 거야!’ 라고.”

성주신이 나섰다.

“박씨는 당장이고 제 1 구역으로 달려가 자신을 버린 마을 처녀를 붙잡아 모욕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도깨비의 제안에 풀어주면 도망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날 홀린 듯이 금낭의 끈을 완전히 풀어버리고 만 거야. 도깨비는 깊은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곧 박씨의 목뼈를 부러뜨렸지. 그러나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힘든 듯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박씨는 죽어서도 이 집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재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귀신이 되어 어디로든 갈 수 있는데도 떠나지 못하고 지박령이 된 것은 그의 마음이 마을 처녀에 대한 복수심이 아닌 돈에 대한 집착이었다는 거였다.”

산신할미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마음이 순수한 만큼 한 번 빗나가기 시작하자 돌이킬 수 없었던 게야. 그의 처녀에 대한 연정이 깊었던 만큼 다른 마음을 줄 무언가가 그 아이에겐 필요했지 않았겠나. 박씨는 부모를 병으로 잃고 혼자서 꿋꿋하게 살아오며 오로지 그 처녀에 대한 마음을 기둥으로 삼아왔었으니. 하지만 처녀에 대한 복수심 같은 어두운 마음은 그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사실은 미워할 수도 없었겠지.”

천룡신이 한숨과 함께 말했다.

“바보지, 그 녀석은. 그래서 황금의 광채로 자신의 외로움을 지우고, 슬픔을 달랬던 거지. 그런데 그 도깨비가 박씨가 귀신이 되어 이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 날부터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조왕신이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더 중요한 것은 밖으로 나가 사람들의 손때를 묻히며 살아가고 싶어 하는 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 때문에 작은 도깨비들이 나타났고, 탱자나무는 괴물처럼 커져버리고 만 거죠. 박씨는 돈을 묻은 장소를 알아도 도깨비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았고, 몸을 뜯겼어요. 그 장난에 자신들을 꽁꽁 묶어 어두운 땅속에 가둬둔 분노로 꼬마 도깨비들이 가세한 것이죠.”

돌연 터주신이 비명처럼 외쳤다.

“그래서 내 다리가 아파 죽겠어! 게다가 박씨는 지금은 귀신의 몸이라 땅을 팔 수도 없어!”

성주신이 머리를 숙이고 양손을 앞으로 모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재물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자들은 많았지만 하룻밤도 견디는 놈들이 없었지. 게다가 우리를 깨우고 보고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자네들뿐이었네. 인간에게 돈이란 소용되는 것이니, 파내어가지게나. 그러면 곧 탱자나무도 본래대로 돌아올 것이고, 내 아들도 그 억센 뿌리의 얽음에서 풀려날 걸세. 또한 돈이 없어지면 박씨는 저승으로 갈 것이니, 박씨와 도깨비의 지독한 악연도 없어…….”

려은은 ‘삼백년, 삼백년, 삼백년’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삼백년이란 글자가 려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실감 안 되는 세월,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생각하기도 싫은,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이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변하기 전의, 안온했던 세월의 ‘려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제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려은! 돈은 필요한 것인가?”

눈물이 넘칠 듯 말 듯한 상태로 자신을 쳐다보는 려은을 보고서도 냉정한 얼굴을 풀지 않았다. 강한 어조로 거듭 묻는 가현을 향해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상하게도 그 바람에 긴장이 풀렸는지 주저앉아버렸다.

“그럼 파도록 하지.”

되게 뻐기는 듯한 태도였다. 거들먹거리거나 바람 들어간 말투도 아니건만, 기묘하게 거만했다.

“혹시 우리들을 불러낸 건…….”

진땀을 흘리기 시작한 푸른 머리칼의 천룡신을 향해 가현이 까만 눈을 또록또록 무심하게 뜨고서 내뱉었다.

“궁금해서였을 뿐이다. 마침 필요하다는 돈이 있다니 잘 되었군.”

석연치 않은, 혹은 개운치 않은 기분에 머뭇거리는 그들을 향해 가현이 의아해하는 얼굴로 물었다.

“안 가나?”

그 모습을 보고 려은은 입을 딱 벌렸다. 갑자기 삼백년이고 뭐고 다 하찮은 게 되어버리는 듯한 기묘한 낭패감이 그녀를 덮쳤다.


“또 놀라 죽은 시체 치워야 합니꺼, 오늘밤에도 가위 눌릴꺼라예…….”

“마, 썩으면 마을 천지에 진동할 그 냄새를 어떻게 감당헐려구?”

“그래도 아침 먹은 게 아까워서 그러지예…….”

“처음도 아니면서 뭘 그러나! 사내답게, 사내답게!”

중얼중얼 거리던 마을 젊은이와 안씨는 멍석과 삽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들어섰다. 그런데 천둥소리처럼 커다란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천룡신이 가르쳐 준 곳은 탱자나무 뿌리에서 여덟 발자국 정도 북쪽으로 떨어진 곳이었다. 가현이 운선(雲扇)으로 힘을 가하자 폭음과 같은 소리와 함께 땅에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으로 흙을 걷어내자 아침의 비교적 약한 햇빛에도 눈이 부실 정도의 황금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푸시시 하며 흩어지는 하얀 연기를 가현이 훅 불자, 작은 비명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장독에 담아 묻은 것을 다 꺼내자 여섯이 되었다.

“저, 저거 박씨가 숨켰다 하는 금덩어리 아닙니꺼!”

“어디 있나 했더니 저기 있었구마이…….”

잠시 침묵을 지키던 안씨가 옆의 젊은이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내 말 잘 듣거래이. 저거 마을 사람들한테 다 알릴끼가, 아님 우리 둘이 나눠먹을 끼가.”

젊은이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안씨를 보았다.

“저 놈들은 뜨내기인거라. 무당이라케도 팍 죽여뿌갖고 시커먼 땅속에 묻어버리면 그 누가 알겠노? 니랑 내캉만 입 딱 다물고 마을 떠뿌리면 된다. 알아듣게지이, 봉구!”

봉구라 불린 청년이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안씨는 삽을 꼬나 쥐고는 무릎을 굽힌 채로 소리 나지 않게 주의해 가현과 려은의 뒤로 접근했다. 봉구는 아무래도 저 커다란 하얀 개가 걱정스러웠지만, 일단 맘 먹어버린 이상은 해치워버리려 생각하곤 안씨 뒤를 따랐다.

소마가 귀를 까딱였다. 소마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오랫동안 함께한 가현이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주의를 집중했다.

“등이 따가운 것 같애.”

려은은 등을 긁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가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려은을 보았다. 그러자 려은은 자신이 느낀 것이 살기(殺氣)인지도 모르고 태평하게 빤히 그를 마주보았다.

‘저렇게 둔할 수가!’

가현은 전사(戰士)로서의 삶을 살아왔고, 뼛속까지 무인(武人)이었다. 이런 경각심을 일으켜야 할 상황에서 저런 방심과 방만에 가까운 태도는 그에게 있어선 대단한 충격이었다. 물론 그는 자신도 그가 느낀 것과 비슷한 기묘한 낭패감을 려은에게 준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했다.

망설이다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재빨리 려은을 낚아채어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소마와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어? 왜 그러는데?”

정신없이 묻던 려은이 가현의 턱짓에 아래를 보곤 곧 알아채었다. 땅 위의 두 사람은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뜨고선 하늘을 나는 셋을 보다, 정신이 들자 정신없이 황금을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구름에 닿기 전에 안씨가 무릎을 꿇고 황금 덩어리 줍기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의 뒷머리를 삽으로 내리치는 것을 보았다.

“보화(寶貨)는 그것을 이용하는 자들을 위해 있는 것인데, 어떻게 사람 목숨이 그 때문에 죽어나가는 것이지? 아수라도에선 저런 것을 보지 못했다.”

가현의 물음에 려은은 씁쓸한 표정을 하곤 중얼거렸다.

“궁전을 황금으로 지을 정도니까 싸울 일도 없는 거잖아…….”

불만조, 실은 변명조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려은은 못 견디게 창피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들여다보다 가현이 말했다.

“너, 몸이 부실한가보더군. 어젯밤에 기절했었다.”

갑자기 머리에 열이 급속도로 올랐다.

“아, 그으래!”

가현을 보며 려은은 생각했다.

‘어떻게 저렇게 상대방의 감정에 무감각한 거지?’

물론 가현 나름대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간지옥에서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때때로 골이 띵해질 정도로 려은의 인간관계에서의 상식에서 벗어나 있는 가현이었다. 가현에겐 가식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가현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었고 믿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허나, 가끔은 허례라도 맞장구를 쳐주거나, 동조하는 동작을 취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었다.

태양이 구름을 황금빛으로 비추고 있었다. 지상에서보다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햇살에 살갗이 고통을 호소했다.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붉은 기 있는 황색, 아래는 회색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구름들이 종종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었다. 얼굴과 머리카락이 구름 속을 지나면서 차갑게 젖었다.

“에, 에취!”

뜨거운 햇살과 차가운 구름의 이중고에 결국엔 기침이 나와 버렸다.

친절하고 상냥한 소마가 고도를 조정해주어서,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고 려은은 생각했다. 가현이 소마에게 말하는 것을 귓가를 할퀴는 바람소리에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겨우 여유를 부리며 아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려은은 묘한 것을 보았다.

커다란 황금으로 만들어진 배가 날렵한 선체를 자랑하며 하늘에 떠 있었던 것이다. 려은은 눈을 마구 비볐으나, 그건 헛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멀어졌기 때문에 자세히 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아래의 풍경을 보니 과연 삼백년이란 세월을 실감할 만 하였다. 나긋나긋한 능선이 보이고, 그 사이 도시와 시골 마을이 있었던 것이, 이젠 아니었다. 마치 섬처럼 초록색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머지는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 해일이 밀어닥쳐 해골처럼 앙상한 골격만 남은 도시, 지진으로 갈가리 찢긴 토지.

그리고 묘하게도 지상으로부터 높이 기둥들을 세워, 그 끝에 은회색 금속성 마개를 씌운 듯한 거대한 둥근 것이 몇 개 있었다.

초록색의 풋풋한 지역이 제 2구역이라는 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버려진 사람들이 산다는 제 3구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저 곳이 제 1 구역인가?’

제 1 구역이라 하자, 박씨의 사연이 떠올랐다. 려은에겐 겨우 외사랑, 혹은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모호한 감정의 경험뿐이었다.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박씨라는 인간은 마을 처녀가 떠나자, 재물에 취했다. 양쪽 다 없이 살 순 없는 것인가?”

느닷없는 말이었으나, 려은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려은은 소마의 등 위, 가현의 뒤에 앉은 채로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곳이 비어있는 까닭이 아닐까?”

가현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한 눈빛으로 려은을 보았다. 려은이 머쓱하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사실은 나도 잘 몰라.”

가현이 한숨과 함께 진지하게 말했다.

“인간이란 어렵군…….”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난 정말 인간의 피가 섞인 걸까?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아니, 실은 무언가 부족한 게 아닐까.’

잃어버린 기억과 함께 별처럼 아련하게 반짝이던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려은은 침중한 안색이 된 가현을 보고선 고개를 들어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돌아왔지만, 자신을 아는 이는 단 하나도 없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 낯설어진 인간도.

기정사실일 가족의 죽음도 가깝게 느껴지질 않았다. 다만 혼자라는 뼛속까지 사무치는 한기(寒氣)뿐. 무간지옥 이후론 잠잠하지만 또 언제 파천흑룡 파륜이 고개를 쳐들고 자신을 밀어내려 할까.

‘날 잡아줄 이는…….’

려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 조왕신의 큰 아들도 탱자나무에서 풀려났을 거야. 박씨도 무사히 명계로 가고, 재물도 바깥 공기를 쐬고, 햇빛을 받았으니 원한이 풀려 꼬마 도깨비들도 사라지고, 외다리 도깨비도 나쁜 인연 계속 맺지 않게 되니 다행이고. 그래, 좋게 생각하자.’

가신(家神)들이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안씨와 머리를 맞고 쓰러지던 젊은이가 생각이 났지만 려은은 외면하려 애썼다. 려은은 누가 뭐래도 이 세상에 존재하고 싶었다. 그리고 려은 또한 일순이지만 황금의 광채에 홀렸었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는 다 똑같이 탐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일들이었다. 그러나 속이 쓰려왔다.

“배고픈가?”

려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가현이 물었다. 려은은 속에서 뭔가 욱 하고 올라오는 것만 같아 입을 벌리다, 생각나는 게 있어 가현의 표정을 살폈다.

“혹시.. 배가 고픈 거야?”

가현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빨개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륵오륜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파륵오륜담 2부 탈피 5 09.08.09 237 3 10쪽
25 파륵오륜담 2부 탈피 4 09.08.09 239 3 10쪽
24 파륵오륜담 2부 탈피 3 09.08.03 204 3 12쪽
» 파륵오륜담 2부 탈피 2 +2 09.07.30 492 3 30쪽
22 파륵오륜담 2부 탈피 1 +2 09.07.29 342 3 15쪽
21 파륵오륜담(破勒悟輪譚) 2부 탈피(脫皮) - 프롤로그 09.07.29 295 3 2쪽
20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9 +1 09.07.22 341 4 16쪽
19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8 09.07.16 279 3 22쪽
18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7 09.07.07 332 3 8쪽
17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6 09.07.05 273 3 18쪽
16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5 09.06.30 236 3 23쪽
15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4 09.06.27 193 3 18쪽
14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3 09.06.25 363 5 12쪽
13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2 09.06.24 363 3 22쪽
12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1 09.06.23 301 3 11쪽
11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0 09.06.20 344 3 15쪽
10 파륵오륜담 1부 각면 9 09.06.17 791 4 34쪽
9 파륵오륜담 1부 각면 8 +1 09.06.17 406 3 19쪽
8 파륵오륜담 1부 각면 7 +1 09.06.15 470 4 13쪽
7 파륵오륜담 1부 각면 6 +2 09.06.15 546 2 15쪽
6 파륵오륜담 1부 각면 5 +2 09.06.15 633 4 11쪽
5 파륵오륜담 1부 각면 4 +1 09.06.14 869 2 18쪽
4 파륵오륜담 1부 각면 3 +2 09.06.14 1,137 3 13쪽
3 파륵오륜담 1부 각면 2 +1 09.06.14 1,818 3 8쪽
2 파륵오륜담 1부 각면 1 +2 09.06.13 3,516 5 12쪽
1 파륵오륜담(破勒悟輪譚) 1부 각면(覺眠) - 프롤로그 +3 09.06.13 4,811 8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