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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411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7.10 20:24
조회
8,176
추천
128
글자
11쪽

저 방금 전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어요

DUMMY

중부귀족의 병력이 벨로시아 영지에서 제대로 된 전투도 없이 그대로 녹아버렸다는 사실이 왕국 전역에 퍼졌다. 거기에 중부귀족의 호위에 드는 비용까지 식량으로 받아 온 벨로시아 영지는 식량난을 수습할 수 있게 되었고, 동맹을 맺은 오크족에게는 농기구와 식량, 그리고 중부귀족에게 지원받은 씨앗을 내어주며 농사를 지을 수 있게 사람을 파견하여 세력을 꾸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제 무얼 할 생각이냐?”


오랜만에 응접실에서 차를 마시는 공작은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감상하다가 뭐가 불만인지 툴툴거리는 아들을 보며 물었다.


“뭐 이제 중부를 흔들었으니 이쪽을 노리는 것도 시간은 벌었고, 죽으러 오는 오크들은 챠 쿰 라하가 자기 부족이 흡수할 거라고 했으니 동쪽에 신경을 덜 써도 되고... 딱 쉬어야 맞는데...”


그러면서 자기 손을 펴서 공작의 앞에 내밀고는 짜증을 냈다.


“쉬어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요리를 할 줄 정말 몰랐단 말이죠.”


그 말대로 공작은 차를 마시고 있지만 옆에 있는 공작부인은 접시에 올려져 있는 작은 피자를 교양있게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 조금 씩 잘라서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리고 있었다.


“험! 넌 너의 엄마가 저렇게 잘 먹는데 그런 것도 하나 못해주는 것이냐?”

“그런 것도 하나가 아니라 지금 17판째 드시고 계십니다만...?”


그런 둘의 대화를 듣던 공작부인이 짜증을 버럭 낸다.


“그래서 해주는 게 귀찮아서 싫다는 거니?”


훅 들어오는 공작부인의 말에 헤리오스는 바로 수그린다.


“아뇨... 그게 아니라... 그게 음... 많이 드시면 살이 너무 찌개 되니까... 건강에도 좋지 않고...”

“이게 다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이 배 속에 있는 너의 동생이 먹는거라고 얘기 했잖니? 그러니 동생을 위해 만드는 거라 생각하렴.”


그 말에 헤리오스는 공작을 훅 노려보았지만 공작은 헤실헤실 웃으며 공작부인의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험! 그럼그럼! 잘 자라야지. 이제 영지도 슬슬 좋아질 거란다.”


둘의 금슬좋은 모습에 헤리오스는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아이구... 첫째는 산 속에서 눈에 파묻혀 죽을 뻔 했는데 두 분은 정말 사이가 좋으셔서 동생을 만들어 주시고... 에혀...”


역시 투덜대는 헤리오스의 입가에도 웃음기가 있는 것을 본 공작과 공작부인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응접실에서 대화를 마치고 나온 헤리오스가 하는 일은 바로 체력단련이었다.

호리호리한 몸을 단련시키고자 전생에 알았던 지식을 총 동원하여 각종 운동기구를 만들고, 또한 검술과 암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수련장을 따로 배정받아 오후 내내 수련을 하였다.

저녁 식사 전에는 키사와 제이크가 그 동안 수련한 검술을 점검 받았으며, 저녁 식사 이후에는 삼공주와 카밀레아와 함께 간단히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밤이 되면 수면을 취하고 새벽에 일어나 운기조식을 하는 일상이 되었다.

이미 많은 경험을 기억에 담고 있는 터라 오직 단련만으로 헤리오스는 예전 무림에서의 경지를 찾아갔다.


* * *


벨로시아 영지가 안정을 찾아가는 것과는 달리 중부귀족들은 이번 원정에 많은 손해를 보았기에 영주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었다.

영지를 다스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력이다. 그 무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은 바로 돈이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중부는 엄청난 규모의 농업을 발전시키며, 군대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뽑아냈고 그 식량으로 서부와 균형을 맞추며 세력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중부 영지의 동쪽이 오크들에 의해 초토화 되었다. 많은 영지민이 죽었고, 마을은 불탔으며, 식량은 약탈당했고, 남은 식량은 모두 다 타버렸다. 마을을 지키던 군대 역시 모두 사라졌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 돈이 들어간다.

또 이미 사라져 버린 마을에서는 세금이 걷히지 않으니 수입도 없다.

서부에 중앙에서 끌어모은 병력은 이번 원정에서 모두 사라졌다. 잃어버린 그들의 무기와 군량까지 모두 돈이었다.


“어째서 식량을 팔지 않겠다는 거요?”

“없는 식량을 어찌 팔라는 거요?”

“하! 설마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그럼 내가 거짓을 말한다는 거요?”


중부의 어려움은 서부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 돼지새끼들이 식량을 팔지 않으니 이쪽의 물가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식량이 없으니 원래 주던 급여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자유민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서부의 연합회에서도 식량 부족사태로 인해 물가가 급격히 치솟았고, 그로 인해 수공업과 광산, 야채나 과일같은 물건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물건을 팔지 않고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자들이 많아져 물가는 한없이 치솟았다.


“철광석과 소금으로 조절하던 물가가 식량으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만 있다가는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대책을 마련해야...”


서부 역시 많은 자유민들이 상공업을 발전시키며, 많은 사업체와 상인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들였고, 소금광산과 철광석 광산에서 물량을 조절하며 전반적인 물가를 조절하여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식량이 없으니 사람들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배불리 먹지 못하게 되자 많은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왕은 어떤 지원이나 중재도 없는 것인가?”


쟈이네크 후작의 목소리에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떨구거나 좌우로 저었다.


“하아... 속도 더럽게 좁군. 이건 저번 벨로시아 지원에 대한 앙갚음이다.”


국왕령은 넓은 영토에 각종 농업과 어업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였기에 중부와 서부의 식량난에서 떨어져 편안하게 구경을 하는 중이었다.

티가 나지 않게 구경을 한다면 이리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왕은 처음 서부 귀족의 중재요청을 들었을 때


- 그건 자연재해와 같은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그 말만 하고 넘어갔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 혹시 필요하면 말하도록. 나의 땅에서 나는 밀을 시가에 맞춰 팔아주도록 하지.


결국 가격이 뛰면 뛴 가격으로 팔아준다는 소리였다.

서부귀족들은 이를 갈며 물러났고, 왕국 전체의 분위기는 험악하게 변해갔다.


“정말 중부에 식량이 없을까요?”

“없을 리가 없지. 첩보에 의하면 중부영지의 동쪽이 초토화 되었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내년에 걷히는 밀이 최소 3분의 1리 감소한다는 소리지.”

“최소... 3분의 1이면...”

“글세... 이번에 벨로시아 영지에서 병력이 와해되었으니 그 영향까지 있다고 한다면 절반 가까이는 줄지 않을까 싶어.”


쟈이네크 후작이 조심스레 전망을 했고, 서부귀족들은 신음을 흘렸다.


“그럼 내년까지 식량이 부족하다는 소리입니까?”

“아니지... 중부에 사람도 모자라니 그 이상이 될 거야.”

“그럼...”


서부 귀족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상공업이 아무리 발달해도 기초적인 것이 없으니 사람들이 이탈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서부귀족의 상공업도 엉망으로 변한다.


-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식량을 확보하려면 당연히 땅이 필요하다. 중부귀족들이 더 많은 땅을 노리고 벨로시아로 간 것처럼 서부 귀족은 중부귀족의 땅을 눈독들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중부는 동부에 가서 병력을 잃고 왔으니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둘 다 망하고 만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서부 귀족들의 생각이 거의 일치되고 있을 때...


* * *


“헤리오스. 오늘은 그 때 먹었던 매콤한 것이 먹고 싶구나.”

“네... 그런데... 굳이 주방까지 오셔서 말씀하지 않으셔도...”

“어머? 이게 다 너의 동생을 위해서란다.”

“아...네...”


이미 웍에서 볶아지고 있는 야채가 공중을 날다가 다시 웍 안으로 들어가 양념과 기름과 각종 고기들과 함께 다시 흔들림에 맞추어 섞이고, 그리고 손목의 스냅으로 다시 공중으로 오른다.


“그런데 이거 다 드시고 그 매운 닭발을 또 드시겠다고요?”

“아... 그건 나보다 라이비아 공주께서...”

“으드득! 그렇군요...”

“헤리오스... 혹시 화났니?”

“아뇨! 그럴리가요.”

“이를 간 것 같던데...”

“절대요! 아마 오돌뼈를 씹는 소리를 들으신 거겠죠.”


헤리오스는 걱정스런 표정의 공작부인의 얼굴을 보고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을 했다.


“다행이네. 그럼... 계란찜도 같이 부탁해도 되지?”

“...네.”

“싫으니? 하아... 너의 동생이 이리 먹보라니... 이 어미도 참 힘들단다... 생각해보니 넌 저번 생일 때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밖에서 떠돌았었지. 하아... 그 때 집에만 잠시 들렀어도 이리 배가 부르지는...”

“전 꼭 계란찜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계란 요리를 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계란으로 뭘 더 만들어 드릴까요?”


헤리오스는 다시 시작되는 공작부인의 한탄에 빨리 태세를 전환했지만...


“응? 계란으로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는게 또 있니?”

“아... 망할...”

“응?”

“많이 할 수 있다고요...”

“기대하마... 한 다섯 가지 정도 기대해도 될까?”

“...물론이죠.”


한쪽에서 주방의 하인들이 공작부인과 헤리오스의 대화를 듣고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헤리오스가 공작부인에게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그 뒤는 뻔했다.

공작부인이 즐겁게 불러온 배를 안고 자신의 방으로 가자 헤리오스는 짜증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 밖으로 목청 껏 내질렀다.


“가서 계란이란 계란은 다 가져와! 아무리 임신한 엄마지만 하루에 여섯 번을 정찬으로 먹는 건 도대체! 왜! 어째서! 아무렇지 않은 거야? 인간이 그렇게 먹으면 돼? 응? 주방장! 말해 봐! 응? 사람이 곰이야? 아니 사자도 그렇게 안 먹어! 그렇지? 응?”


괜히 죄없이 헤리오스에게 털리는 주방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대답 안해? 응?”


헤리오스는 하얗게 변하는 주방장의 얼굴에 아차 싶어 뒤를 돌아보니 라이비아 공주와 카밀레아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어머... 공자... 저 방금 전 엄청난 이야기를 들었어요.”

“공주님도요? 저도 그런데... 곰도 나오고... 사자도 나와요... 이 성에 곰과 사자라니...”


그냥 하늘이 원망스러운 헤리오스였다.


작가의말

솔직히 능력의 한계가...

스토리가 점점... 하아... 어쩌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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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쥐불놀이 +4 21.07.07 8,337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8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8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3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8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90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4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2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80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2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60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80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9 146 11쪽
45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나서라 +5 21.06.24 9,554 1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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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놀이는 이제 끝이군 +5 21.06.22 9,775 145 9쪽
42 그곳에 다녀오실 용기가 있으십니까 +9 21.06.21 10,154 145 12쪽
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40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6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1 14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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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2 16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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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내가 실수를 했어 +6 21.06.14 11,850 161 9쪽
34 안전장치 +7 21.06.13 12,047 176 9쪽
33 비인부전 +5 21.06.12 12,111 19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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