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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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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6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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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07.0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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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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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똑같은 상황이다

DUMMY

약간의 화상을 입은 병사는 있었지만 놀랍게도 사망한 병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렇게 불이 났었지만 죽은 이가 없다니 정말 신께서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영주들은 운이 좋았다고 기뻐했지만 이어져 들어오는 보고에 얼굴이 바로 찌그러졌다.


“상당수 화살이 불에 탔고, 식량도 3할 가까이는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막도 절반 정도는 다시 사용할 수 없으며, 다친 병사들이 많아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절반 정도입니다.”


3달을 계산하고 가져온 식량의 3할이 불에 타버렸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해진 것을 느낀 영주들은 슬슬 불안감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생기자 이제는 자신들의 안전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오크를 토벌하는데 직접 영주가 이렇게 모두 올 필요가 없다. 하지만 벨로시아 영지를 집어 삼키기 위해 이렇게 몰려온 것이건만 오크의 공격 한번에 이런 상황을 맞으니 이번 토벌에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럴 때 일수록 기세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더 강하게 빨리 적들을 무너뜨리면 됩니다.”


영주 중 누군가 소리쳤다. 자신의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더 크게 소리쳤지만 그의 이야기는 모두의 소망과 일치했기에 누구도 그를 비난하거나 비웃지 않았다.


“갑시다! 단숨에 산에 있는 오크들을 모두 끌어내려 우리가 보는 앞에서 목을 쳐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옳습니다! 이 정도 손해는 영지를 빼앗아 이 땅에서 만회하면 될 일. 갑시다!”


중부귀족들은 더 강하게 몰아붙이기로 각오를 다지고 병력을 이동시켰다.

물론 말도 없이 걸어가는 기사들도 또한 짐을 짊어진 병사들과 다치고 동상으로 부상을 당한 자들과 귀족들의 마차를 말 대신 끌고 있는 병사들까지 모두들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지만 귀족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간간히 야영할 때 창이 날아오고, 오크들의 괴성을 질러댔지만 전면적인 공격은 없었다. 다만...


“이 빌어먹을 오크 새끼들...!”

“이 지옥에 갈 오크 새끼들은 잠도 안자나?”

“아... 나 걸어가면서 졸았다.”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중부귀족들의 병력은 제대로 된 잠을 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영주들이야 마차에서 낮에 이동하면서 잠을 자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말이다.


일주일을 이동하고 도착하여 오크들이 머물고 있다는 산에 도달했다.


“음... 단숨에 끌어내리는 것은... 쉽지 않겠군.”

“작전을 제대로 짠다면... 가능성이 있을 수도...”

“하아... 이런 곳에 올라갈 수는 있는건가?”


그들의 눈에는 초입부터 절벽이 보이는 험하고 더럽게 높아보이는... 그러니까 꼭대기가 구름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그런 산이 웅장하게 솟아 있었다.


“하... 어쩐지 산을 보고 가도가도 산의 초입이 보이지 않더라니...”

“아니... 영지에 이런 산이... 왜 있는 겁니까?”


중부의 귀족들은 이 압도적인 산의 규모에 입에서 나오는대로 중얼거렸지만 귀족들보다 더 기가막혀 하는 것은 기사들과 병사들이었다.


“이...이런 곳을 올라야 하는 건가?”

“하아... 차라리 죽고 말지...”


중부귀족연합의 병력은 기사와 병사들에게는 다행히도 바로 산으로 오르지 않고 산의 초입에 군영을 꾸리고 영주의 명령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초입에 군영을 꾸린 영주들은


“난 오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의 몸이 좀... 무거운 편이라...”

“저는 아직 후계자가 없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영지는...”


뭐 이런 저런 사유들이 있었고, 결론은 영주들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산 위로 오르는 병력을 편성하는 것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절벽 위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이가 있었다.


“챠 쿰 라하. 내가 왜 여기서 저들을 지켜보는지 알아?”

“왜라니? 당연한 것 아닌가? 당연히 우두머리는 가장 앞에서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그럼 내가 왜 가장 앞장 서 싸우다 전사하신 우리 할아버지의 원수인 오크족인 너와 동맹을 맺었을까?”

“그건... 저들과 싸워 이길 힘이 부족해서인가?”

“아냐. 지금이라도 우리 기사단과 병사들이 저들을 공격한다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이고 저들의 땅까지 쳐들어 갈 수 있어.”


헤리오스의 말에 챠 쿰 라하의 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흔들렸다.


“명분이 필요해. 너희는 초원을 부족원들과 떠돌며 다니지만, 인간족은 땅을 지배해야 해.”

“아... 그러니까 땅에서 농사짓는 인간들이 너를 따르게 하는 의미를 말하는 거냐?”

“그렇지.”

“인간족은 전투에 너무 쓸데없는 것을 많이 가져다 붙이는군.”

“맞아.”


절벽 아래에 여전히 진을 치고 움직이지 않는 중부귀족의 군대를 보다가 이제 다 보았다는 듯이 몸을 돌려 저 뒤에 대기하고 있는 키사와 제이크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챠 쿰 라하. 인간이든 오크든 가장 힘들어질 때가 언제인지 아냐?”

“그야... 음...”

“먹고 자는 것을 마음대로 못할 때가 가장 괴로운거야.”


그 날 밤부터였다.

중부귀족의 병영에 괴상한 일이 생긴 것은...


“우메스! 우메스!”


병사 하나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병영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그를 끝까지 찾지 못했는지 결국 투덜거리며 기사가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이 자식 탈영한건가? 불침번 교대나 하고 탈영을 하지... 하아...”


그리고 찾아간 기사의 천막에 기사는 없었다.


“응? 오늘 당직을 서는 기사님이...?”


아무리 기다려도 기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런 사태는 다른 영지의 천막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뭐지...?”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간밤의 일의 전말이 드러났다.


“헉! 저게 뭐야?”

“어? 우메스?”


산이 있는 곳은 산에 가려져 해가 비교적 늦게 비춘다. 그런 해가 떠오르며 대지를 밝힐 때, 마지막 불침번인 병사는 흐릿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광경에 비상종을 치고 말았다.


땡땡땡!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나와 병사가 있는 곳에 풍경을 보고 모두들 입을 다물고 침묵했다.

군영의 저 앞에는 장대에 꽂혀 늘어져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의 시체가 일렬로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이른 아침부터 감히...!”


비상종의 시끄러운 소리에 영주들도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군영의 외곽으로 나와 긴 장대에 몸이 꿰뚫려 늘어진 채 땅에 꽂혀 있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체를 보고는 소리를 질러댔다.


“대체 간밤에 순찰을 어떻게 돌고 있었던 거야?

“이런...젠장!”


급히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중부귀족들은 그 동안 자신의 영지의 병력이 아까워 수색에 내보내기를 꺼려했던 지난 모습을 지우고 서로 앞다투어 기사와 병사를 내놓았고, 그 결과 무려 100명의 기사와 1000명의 병사가 우선 수색에 나서게 되었다.

1명의 기사가 10명의 병사를 이끌고 산의 여기저기를 자세히 탐색하되 100개의 조가 서로 촘촘히 연계하여 산을 훑으며 오르면 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영주들의 생각이었다.


“1조부터 출발!”


기사가 앞장 서고 병사들이 그 뒤를 따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앞장서는 조의 근처를 뒤따라 수색을 시작했다.

1천명이 한꺼번에 산을 훑으며 올라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게다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병사들은 각기 커다란 깃발을 들고 산을 오르니 그 위용은 영주들이 보고 자랑스러워 할만 했다.


“시팔... 산까지 오르는데 이런 깃발을 꽂꽂히 세우고 있으라니...”


욕을 하는 기수를 보고 신경질을 내는 수색병이 소리쳤다.


“새꺄! 그럼 니가 언땅에 창 박던가! 가뜩이나 보급도 없는데 창이라도 부러지면 뒈지는거 몰라?”

“몰라! 인마! 그리고 기수가 창이 어딨어! 이거 들고 있다가 적들 오면 가장 먼저 뒈지는게 우리다. 새꺄!”

“거기 닥치지 못해? 빨리 따라서 올라와!”


막상 산을 오르는 수색대는 사오분열되고 있지만 저 밑에서 보기에는 멋져보였으니까...

물론 이 모습도 저 위에서 지켜보는 헤리오스는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수색이라... 잘 찾아봐라. 정규전은 몰라도 이런 비정규전에서 우리는 세계 최강이었어.”


자부심이 섞인 중얼거림과 함께 헤리오스가 뒤로 손을 흔들어 신호를 주자 귀면탈을 쓰고 있는 오크들이 산 아래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우리 전사들은 강해졌다. 이 싸움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초원이 있는 곳으로 향할 것이다. 그게 처음에 한 말이었으니까.”

“그래. 이대로 훈련을 계속하다가 초원으로 향할 때 미리 알려줘. 그럼 나도 지원을 나가지.”

“그런데... 우리와 동맹을 맺은 것이 정말 명분 뿐인가?”

“듣기 좋은 소리를 원해? 아니면 진실을 원해?”

“전사에게 듣기 좋은 말은 독이다. 진실을 말해주기 바란다.”

“너희 부족은 수가 적어. 그러니 초원에 가더라도 한참 동안은 인간족에게 오지 않겠지. 대신 너희와 싸워서 패배한 수가 많은 부족들은 모두 죽을 때까지 싸운다면서?”

“...그렇군. 넌 우리 부족을 제외한 다른 부족의 수가 줄면 초원에서 인간족의 땅으로 오는 오크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군.”


헤리오스의 생각을 들은 챠 쿰 라하는 별로 기분이 나쁜 기색이 아니었다.


“너희 동족이 죽기를 바라는데 별로 기분이 상한 모습이 아니네?”


그 말에 피식 웃은 챠 쿰 라하가 말했다.

 

“우리가 저 밑에 인간족들을 죽인다면 넌 기분이 나쁜가?”

“아니. 오히려 감사하지.”

“똑같은 상황이다.”

“...그렇군. 나중에 최선을 다해 도우마.”


속일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이 오크 족과의 연합도 계획대로 추진하면 될 일이고, 산 밑에서 개미처럼 기어 올라오는 저 병사들과 기사들도 계획대로 선물을 안겨주면 될 일이다.


“이런 대 병력이 오는대도 도망가지 않는다면 한 번쯤 의심을 해봐야지.”


헤리오스의 말이 끝나는 순간 수색대의 병사들이 오르는 산 위 쪽에서 무언가 크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 쿠쿠쿠쿠쿠

- 우드드드득!

- 쾅! 콰직! 쾅!


헤리오스가 보기에는 너무도 상투적인 그러나 수색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낙석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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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애들은가라
    작성일
    21.07.18 10:08
    No. 1

    건투를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1.11.29 15:38
    No. 2

    잘 보고 갑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아이리쉬밤
    작성일
    21.12.19 16:38
    No. 3

    8/11. 사오분열 ㅡ 사분오열 ㅡ 여러갈래로 나뉘고 찢긴 것을 표현한 의미로 아는데
    사오분열 ㅡ 단어의 의미를 알고 보면 그게 그거일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술에 물을 탄 것과 물에 술을 탄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죠. 이상하다 싶지만 제 자신이 공연히 까다로운가? 싶기도 해서 검색해보니 사오분열도 1개 사용한 기사가 나오긴 하더군요. 무플이길래 댓글로 기자에게 바른언어 사용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댓글이 안써지더군요. 심지어 연예기사도 아니었는데
    말이 길어져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22.03.10 02:05
    No. 4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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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쥐불놀이 +4 21.07.07 8,335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5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5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58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79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8 146 11쪽
45 인정할 수 없다면 지금 나서라 +5 21.06.24 9,553 147 11쪽
44 확인 +6 21.06.23 9,610 140 10쪽
43 놀이는 이제 끝이군 +5 21.06.22 9,773 145 9쪽
42 그곳에 다녀오실 용기가 있으십니까 +9 21.06.21 10,153 145 12쪽
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39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8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0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2 158 10쪽
35 내가 실수를 했어 +6 21.06.14 11,848 161 9쪽
34 안전장치 +7 21.06.13 12,045 176 9쪽
33 비인부전 +5 21.06.12 12,108 191 9쪽
32 네 다리를 올릴까 +8 21.06.11 11,941 206 9쪽
31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0 21.06.10 12,249 182 13쪽
30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46 1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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