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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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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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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07.05 19:4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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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글자
12쪽

적에게 공포를

DUMMY

중부귀족들의 욕심은 생각보다 컸고, 그 욕심을 참아내기에 중부귀족들에게 필요한 땅인 벨로시아 영지는 너무도 탐스러웠다.

또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두 모아 그 수를 헤아려보니 기사만 무려 500에 달했고, 병사들 역시 15000에 이르렀다.

이들은 영지 변경에 이르러 공작가에 서신을 보냈고, 그 서신을 받은 공작은 기사단과 함께 영지의 변경으로 직접 나서게 되어 회담을 가지게 되었으니...


“그대들의 병력이 우리 영지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겠다. 다만... 한 사람당 금화 1개의 비용을 내라.”

“흥! 말도 안되는...! 오히려 오크들을 우리가 토벌해주러 왔으니 우리에게 지원을 해주어야 마땅하지 않소.”


공작과 중부 귀족의 다툼.


“하...! 지금 작위도 낮은 그대가 아주 왕보다 높은 듯이 말하는군.”


말투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발쟈크 공작. 속으로는 무척 부끄러웠지만 헤리오스의 말대로 하기로 이미 약속한 바.


“공작께서 제대로 오크들을 막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중부의 다른 귀족 하나가 소리쳤다.


“흥! 우리가 오크를 막는 동안 잘 살다가 오크가 넘어가니 이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이 헐레벌떡 오셨군.”

“자꾸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실 겁니까?”

“언제 그대들은 우리에게 협조적이었나?”


끝도 없는 회담. 공작령 안으로 막무가내로 병력을 들일 수 없는 노릇. 그렇다고 모인 병력을 가지고 변경에서 막기만 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공작령은 매우 컸고, 또한 그 변경은 5개의 영지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매우 긴 전선을 형성해야 했으니까.


결국 중부의 우두머리 격이라 할 수 있는 슬로안 후작이 나섰다.


“공작께서 어째서 심기가 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른다? 정말 모르는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건가?”

“...”


슬로안 후작은 매섭게 노려보는 공작의 눈빛에 말을 멈추었다.


“흥! 내 아들이 분명히 말을 전했다고 했는데 말이지... 그대들의 성의는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결국 중부의 영주들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국왕의 말대로 지원을 해주기로 했고, 그 지원이 종자 씨앗 조금과 밥만 축내는 영지에서 추방되는 사람들이었다.

역시 제대로 된 지원이 없었기에 벨로시아 영주에게 원한을 사고 말았던 것이다.


“설마... 지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크를 막지 않는 것입니까?”

“지금 뭐라고 했지? 그건 우리 영지가 오크들을 일부러 막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가?”

“...말이 그런 것 같아...”

“하! 이거 정말 어이가 없군.”


공작은 과하게 분노하면서 회담장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이런!”

“어찌...!”


회담이 지지부진 할 무렵 벨로시아 영지 서쪽의 지나 왕국 중부의 어느 산자락에서는 일단의 무리가 정렬해 서 있었다.


“자... 지금은 전사도 기사도 아니다. 단지 굶주리는 이들의 아빠이고, 형이고, 아들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순간 명예는 내려놓고 단지 적의 것을 빼앗아 오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망설일 것 같으면 빠져라.”


헤리오스의 말에 오크 전사들과 기사들은 잠시 멈칫거렸지만 각오를 다졌다.


“저항하지 않는 자는 내버려둬라. 하지만 무기를 들고 반항하는 자는 철저하게 응징해라. 지금 너희는 야수고 괴물이고 저들에게 악마가 되는 것이다. 알겠나?”

“예!”


헤리오스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도시였다. 에스워프 자작령으로 슬로안 후작령 바로 위쪽이고, 내륙으로 길게 뻗은 형태의 영지였다. 그리고 저 작은 도시의 이름은 르미아. 영지에서도 중부쪽에 치우친 거대한 농지를 운영하는 도시다.

침략도 없었고, 수레가 다니기 편하게 길을 만들었다. 지금 있는 곳 역시 작은 숲이지만 주변이 평지로 되어 있어 이 곳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마차와 수레를 이용해 기사단이 상단처럼 꾸미고, 오크들은 짐칸에 숨어 이동을 하여 이 도시까지 오게 된 것이다.


“바로 간다. 모든 이들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저항하는 자는 무조건 죽여라.”


그리고 헤리오스가 귀면탈을 얼굴에 덮어쓰자, 오크 전사들 역시 모두 귀면탈을 얼굴에 썼다.


타타타탁!


함성도 괴성도 기합소리도 없었다. 그저 말없이 달려갈 뿐.

늦은 밤 꾸벅꾸벅 졸고 있던 외곽 초소의 경비병은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는 것이 보이자 눈을 비비고 고개를 흔들었다.


“뭐지...? 꿈인가...?”


하지만


슈우-

푹!


“컥!”


날아온 화살이 그대로 목을 꿰뚫자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하고 초소 꼭대기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옆에서 자고 있던 동료가 떨어지는 그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다시 날아오는 화살은 그의 심장에 박혔다.


“헉!”


몸 안의 피가 돌지 못하자 졸음이 쏟아지며,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 자리에 쓰러지며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간 50명의 넘는 오크의 전사들. 그들을 화살로 초소의 경비를 제거한 헤리오스가 앞장 서서 이끌고 들어가 주변의 횃불을 뽑아 들고 바로 민가의 지붕에 던졌다.


화르르륵!


안에서 타 죽을 사람들과 고통받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졌지만 지금하는 일은 전쟁이었다. 죽이고, 약탈하고, 또 잔인해야 했다.


“시작해!”


오크들에게 있어 토르의 사자인 헤리오스의 말은 매우 신성한 것. 바로 마을에 불을 지르고 무기를 들고 달려오는 인간을 향해 달려가 강력한 도끼로 팔과 머리를 잘라낸다.

기사급의 실력을 지닌 전사들을 병사들이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런 오크들이 무려 50명이나 와 있다.


“초...초록색 피부? 서...설마?”

“오크야?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저...사람... 저게... 오크?”


창을 들고 어쩔 줄 몰라 벌벌 떠는 그들은 도시에 솟구치기 시작한 불길로 주변이 환해지자 도시를 습격한 주체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오크다!”

“기사님들을 불러!”


순식간에 수비측의 사기는 급전직하 했고, 이 기세를 이용하여 헤리오스는 바로 소리쳤다.


“바로 공격!”


이제는 습격을 숨길 필요가 없어졌는지 오크들은 가면속에 있는 입에서 괴성을 토해내며 돌진해갔다.


“우오오오오!”

“우와와와!”


그리고 그 큰 괴성 뒤에는 인간의 비명과 절규가 들려왔다.


“으악!”

“살려줘!”

“안돼!”


화재가 난 도시는 순식간에 오크들이 쳐들어왔다는 소리에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뛰어나와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도망쳐야 해! 일단 몸부터 피해!”

“집안에 숨어 있으면...”

“오크들은 절대 아무것도 살려두지 않아! 소문 못들었어?”


변경에서 있었던 대 학살. 그리고 그 대상이 이제는 자신들의 도시가 되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공포에 빠져 불길이 일기 시작한 곳의 반대편으로 뛰어나갔다.

도망치는 사람을 거스르며 달려오는 기사들.

그러나 그 숫자는 불과 5명.


“아...!”


가면을 쓴 오크라니...!

오크들은 그저 미개하고 죽을 때까지 전투만 하는 생각도 없는 고블린보다 힘이 더 쎈 괴수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다섯 명의 기사들 앞에 서 있는 오크들은 서로의 역할을 나누어 마을의 저항하는 사람을 모두 죽이고, 저항하지 못하는 자들은 광장으로 끌고가며 심하게 구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저들은 공포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왜 지능도 없는 고블린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동안의 생각을 후회하고 있지만 그 후회도 길지 않았다.

무리 중에 가장 호리호리한 마치 인간같은 몸을 가진 가면을 쓴 녀석이 얇은 검으로 자신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다섯의 기사 앞으로 나서는 세명의 오크.


“...셋?”

“우리는 셋으로 충분하다는 거냐?”

“으드득!”


이미 살기를 포기한 기사들은 검집을 버리고 뽑아든 검을 두 손으로 꽉 움켜준 후 앞으로 나선 세 명의 오크들에게 달려갔다.


“우리가 죽더라도 너희는...!”


퍽!

푹!

퍽!


그리고 그 세 명의 오크들이 한 일은 자리에 서서 등에 있는 창을 뽑아 도움닫기도 없이 허리를 돌려 반동으로 창을 던졌다. 그리고 그 창은 화살보다 빠르게 날라가 기사들의 배와 가슴에 꽂혀들어갔다.


“컥!”

“으아아악!”

“읍!”


달려가던 세 명이 그대로 쓰러지고 둘은 같이 죽겠다는 의지로 달려갔지만 세 명의 오크들이 옆으로 몸을 날리고 저 뒤에 있는 네 명의 오크들이 아까의 셋처럼 창을 던지는 것이 보였다.


“아...!”

“젠장...!”


그리고 두 기사 역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창에 가슴이 꿰뚫려 허무하게 생을 마치고 말았다.


“자! 이제... 약탈을 시작한다.”


안그런 척을 하지만 헤리오스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것을 알고 있는 오크 전사들도 헤리오스도 더 이상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처음 작전대로 수레를 찾아 식량과 각종 금속등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털고, 마을에 불을 질렀다.

살아남아 한쪽에 모아둔 사람들.

늙어서 도망치지 못한 자. 어려서 웅크리고 울기만 하는 아이. 오다가 맞아서 기절한 여자. 거의 대부분이 힘이 없어 도망가지 못하고 끌려온 자들이었다.

이미 저들과는 원수가 되었으니 살려두면 후환이 될 것이고, 죽이자니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곳은 법과 질서 따위는 없는 중세랜드.

오직 힘이 있는 자가 법이고, 권위가 된다. 왕도 힘이 없으면 무시를 당하고, 귀족이라도 힘이 있으면 왕보다 더 귀하게 대접을 받는 세상이 바로 이 곳이다.


“모두 죽...”

“토르의 사자시여. 저항을 못하는 자를 죽이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이것이 토르의 가르침에 맞는 것입니까?”


오크의 전사 하나가 물었다. 그들 역시 전사로써 저항을 못하는 자를 죽이는 것에 가책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다. 나중에 초원에서도 이런 어설픈 짓을 할 생각인가?”

“...”


가면 뒤의 오크가 누군지 목소리를 듣고 알아차린 헤리오스는 자신이 더 독하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전에도 말해지만 이건 전쟁이야. 그리고 전쟁은 단순히 창과 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루 비 아크낫. 지금은 감정을 버려라.”

“...”


대답없이 고개를 숙여보인 가면의 오크.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49명의 가면을 쓴 오크들. 그들은 말없이 살아 남은 사람들을 모두 죽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건을 실은 수레가 도시를 떠나자 도시의 모든 건물에 불을 질러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고 숲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숲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영지의 기사들. 적의 피가 튄 상태로 말없이 가면을 쓰고 있는 오크들과 헤리오스를 보며 기사들 역시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 한 일이 기사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될 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 시작될 전쟁에서 상대보다 머릿 수가 월등히 모자란 상황에서 작전회의에서는 적을 이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채택했다.


- 적에게 공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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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똑같은 상황이다 +4 21.07.09 8,031 116 11쪽
58 쥐불놀이 +4 21.07.07 8,335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6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6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58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79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8 1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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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다음 생에 만나면요 +7 21.06.20 10,539 147 12쪽
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8 158 11쪽
37 왕이시니까요 +6 21.06.16 11,220 169 10쪽
36 좀 멋지셨습니다 +8 21.06.15 11,402 15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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