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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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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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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20:16
조회
12,646
추천
189
글자
11쪽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DUMMY

왕성으로 귀족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서부의 귀족들은 왕실의 사람들에게, 중부의 귀족들은 헤리오스에게...

그리고 헤리오스를 찾아온 이는... 아니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삼공주님은 뵈었으니 잘 알지만... 여기 오신 숙녀분은 처음 뵙는군요. 그리고 그 뒤에 계신분과 그 옆에 함께 계신 분도...”

“인기가 많아 좋겠어요?”


삼공주가 살짝 불편한 듯 눈을 찡그리며 말했지만 헤리오스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좋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분들을 제 눈에 담을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 겹치고 또 겹쳐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겠습니까?”

“흥!”


능청스럽고 느끼한 말에 귀족들은 팔에 무언가 쭉 일어나는 것을 느꼈지만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았다.


“들어오시죠.”


헤리오스의 방으로 들어가자 키사가 땀을 뻘뻘흘리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마? 여기사님이 함께 방에...?”


귀족가의 여인 하나가 궁금함에 물어보자 삼공주가 침을 뱉듯 탁 쏘듯 말했다.


“영지에는 전담하인이 아닌 시녀가 있지?”

“세상에...!”

“어머...!”


얼굴이 붉어져 헤리오스와 키사를 번갈아보던 여식들은 이윽고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그런데... 헤리오스 공자는 땀을 전혀 흘리지 않고 계시네요?”

“그야... 저는 땀을 흘릴 일이 없으니까요.”

“그럼 저 기사...”


갑옷 차림에 검까지 차고, 또한 다리와 팔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서도, 이를 악 물고 헤리오스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키사를 보고 있자니 그 전까지 머리 속에 있던 이상하고 묘한 상상히 괴상하고 뭔가 깨림직한 궁금함으로 변해버렸다.


“방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여인들이 물음에 답도 하지 않고 헤리오스는 키사에게 방에서 나갈 것을 명했다.


“그리고 키사경 방에서 혼자 연습해. 확실히 나아지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이를 악물고 나가는 키사를 보며,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보다 이렇게 제 방을 다 찾아와 주셔서 정말 기쁘지만... 이거 어쩌죠? 여기가 제 집이 아니라 뭘 드려야 하는데 드릴 것이 없네요.”


그러면서 헤리오스의 시선이 삼공주에게 향했다. 눈치를 받은 삼공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궁녀에게 눈짓을 했다. 눈짓 한번에 궁녀가 빠른 걸음으로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고, 헤리오스는 사람들을 방 안으로 모두 들였다.

삼공주까지 5명이나 되는 여인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지만 방은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곳은 참 따뜻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저기 보이는 화원에 노란 꽃은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곳은 사실 약간 추워서 저런 꽃이 잘 피지 않거든요.”


헤리오스. 입만 열면 뻥이다. 영지의 가장 높은 산의 한 면을 아주 샛노랗게 물들일 정도로 예쁜 꽃이 가득핀다. 자연미까지 더해져 정말 장관을 이룬다.


“아... 그럼 저 꽃에 물은 언제 주는 건가요?”

“그야 정원사가...”

“에? 정원사가 직접 물을 준다고요? 비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헤리오스가 이토록 놀라자 귀족가의 여인들 네 명중 두 명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리는 것을 헤리오스는 놓치지 않았다.


‘일단 표정관리 못하고, 돈이 많아 보이는군. 철부지 돈 많은 집 딸래미.’


아직까지 경계하고 있는 삼공주와 다른 두 명.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나요?”

“물론이죠. 여기는 왕궁인데 불편한 것이 뭐 있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고 발전된 곳인데...”


그 말에 아까 비웃음을 흘렸던 여자 한 명이 다시 입가가 실룩였고, 다른 한 명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멈추었다.


“그러고보니 우리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군요. 벨로시아 영지의 헤리오스입니다. 헤리오스 벤 레크 벨로시아.”


헤리오스의 인사에 삼공주를 제외한 나머지 여인들이 인사를 했다.


“저는 쥬디 메이안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다이애나 에스워프입니다.”

“반가워요. 죠안나 팔미크에요.”

“카밀레아 사이먼이에요. 저는 공자보다 3살 더 많아요.”


이름을 들은 헤리오스는 파벌에 연결을 시켜보았다. 쥬디와 다이애나는 이왕자 파벌. 죠안나는 중립. 카밀레아는 일왕자쪽이다.

각 파벌에서 이렇게 온 것은 역시 간보기 정도 일 것이다.


‘귀족들이 다 모이는 김에 가족들까지 모두 다 왕성으로 왔나보군. 한국에서 살 때 18살이면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입시 스트레스로 짜증내고, 엄마 몰래 콘서트도 찾아가고, 밤에 몰래 피자먹고 다음 날 부은 거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나이였지. 그런데 여기는 벌써부터 정치를 하는구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황급히 지우고 의자를 권해 여자들을 자리에 앉게 하였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다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크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처음부터 확 들어오는 일왕자 파벌이다.


“카밀레아 양.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께서 오크같이 무섭게 생긴 이종족에 관심을 가지시다니 참 슬픈 일이네요.”

“솔직히 말하죠 제가 이 자리에 온 것은 공자에게 관심이 있어서도 좋은 뜻을 가져서도 아니에요. 왕께 말씀하신 지원에 관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말씀을 하신거죠? 물론 그대의 영지가 오크로 인해 다소 고생을 했다는 것은 알겠어요. 하지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오크라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지 난 모르겠지만 그대들의 영지가 무능해서 벌어진 일을 왜 다른 영지까지 피해를 주며 이리 일을 크게 벌이는 건가요? 정확히 그대의 영지가 원하는 것이 뭐죠?”


카밀레아의 말은 매우 무례했고, 또한 상대를 아래로 보고 하는 듯이 거칠고 기분을 상하게 했다.

하지만 헤리오스는 피식 웃었다.


- 이 빌어먹을 독쟁이놈아! 넌 너의 어미도 독으로 죽일 놈이다!

- 그래그래... 너의 말이 맞을 지도 몰라. 그러니... 내 어미도 독으로 죽이는 놈이 생사대적의 아비와 어미와 아들, 딸, 키우는 개, 돼지까지 모두 중독시켜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지? 걱정마라. 급히 보내지는 않을 테니... 아주 천천히 천천히 너에게 갈 수 있게 해주마...


또 다른 전생에서는 전투 작전 따위가 아니라 은원과 이해관계를 목숨을 걸고 싸워 해결 해 나갔다. 그 사이 오고가는 도발과 악담은 여기 곱게 자란 귀족 아가씨가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또 생각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만약에 이게 현실이 아니고 어디 판타지 소설 같은 거면 이거 쓴 작가놈은 내손으로 3박 4일을 팬다.’


딴 생각에 피식 웃은 헤리오스의 웃음이 카밀레아에게는 도발로 먹혔는지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 우리 집안을 무시하는 건가요?”


- 지금 우리 연합를 무시하는 거냐?


‘그렇게 말한 새끼들은 다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기는 했지.’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카밀레아를 제외한 나머지 여인들의 표정도 굳은 채 헤리오스를 바라보았고, 카밀레아는 빨갛게 변한 얼굴로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먼저... 카밀레아 양.”

“말씀하시죠.”

“아직 어린 나이인데 부럽네요.”

“무슨 소리죠?”

“아니... 그 나이에 삶에 여한이 없는 것 같아서요.”

“하?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


헤리오스는 여전히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분명 어제 이왕자님께서 오크와 벨로시아 영지에 대해 말씀을 하셨고, 또한 지금 영예의 옆에 계시는 삼공주님께서도 오크들과 장렬히 목숨바쳐 싸워 왕국민을 구한 기사의 시신이 피에 젖은 땅에 묻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왕실에서 한 이야기를 마치 허황된 이야기로 치부하고 게다가 공주님 앞에서 왕실의 발언을 무시하고 모독하시다니... 왕실을 모독하고도 이리 당당한 것을 보니 가문에서 무언가 뜻이 따로 있기라도 하신 겁니까?”

“...!”

그제서야 카밀레아는 고개가 부러질 듯이 훽 돌려 삼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워진 삼공주의 눈이 그리고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보일 듯 말 듯 걸려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니에요! 그런 것이 아니라!”

“근위병!”


그리고 터지는 삼공주의 고함소리.


“예!”


번쩍이는 갑옷과 할버드를 든 근위병 둘이 헤리오스 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이 여자를 잡아라!”


카밀레아는 근위병에게 잡혀 무릎 꿇린 채 엎드려졌다.


“카밀레아. 정말 미쳤구나. 다른 곳도 아니고 왕성에서 그것도 내 앞에서 왕실을 모독하고, 내 오라버니의 말을 거짓으로 매도해?”


사실 삼공주도 여기까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헤리오스의 말을 듣고 바로 근위병을 부른 터였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잠시 망설이는데 헤리오스가 삼공주에게 말을 했다.


“공주님. 사이먼 영지가 어디 있는지 저는 모르지만 그 곳은 매우 외지고 험하고 힘든 곳인가봅니다. 그러니 왕실에 충성을 보일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제 발로 날려버려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절박하여 이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희 영지에서도 부랑민들이 그러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으면 기사들 앞에서도 미친 듯이 달려와 빵을 훔쳐먹고 죽어도 좋다고 누워서 죽기를 기다리는 거죠. 이런 것까지 고귀하신 공주님께서 신경쓰지 마시옵소서.”


이 말에 카밀레아는 물론 다른 이들의 표정도 모두 변했다.

카밀레아의 영지는 매우 가난해서 부랑자들이 빵을 훔치고 죽이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덤비듯이 한 것이고 이런 부랑자 같은 비천한 이는 격이 떨어지니 상대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충분히 모욕을 주었다 생각한 삼공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위병에게 카밀레아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이 여자를...”


삼공주가 카밀레아를 내보내려 할 때 헤리오스가 삼공주를 불렀다.


“공주님.”

“응? 뭐죠?”

“그래도 저는 궁금해서 카밀레아양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렇게 넓은 아량으로 목숨과 가문을 살려주신 공주님과 왕실에 카밀레아양의 가문은 어떻게 은혜를 갚으려고 하는지 말입니다.”


헤실헤실 웃으며 말하는 헤리오스를 보며 카밀레아는 머리 속이 아득해졌다.


‘이 인간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아... 큰 오라버니에게 뭐라고 말하지? 나 혼자 죽어도 될 일이 아니야.’


좌절하고 있는 카밀레아를 보며, 헤리오스가 말했다.


“이런 일은 보통 가문의 가주가 와서 말을 하겠지요? 나중에 시간이 나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가주가 직접 공주에게 사죄하고 보상하라는 얘기다.


“...풋. 그러지요. 꼭 알려 드리겠습니다.”


삼공주의 웃음 섞인 대답 소리와 함께 카밀레아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고, 공주를 제외한 나머지 여인들은 카밀레아의 퇴장을 본 후 알 수 없는 공포에 겨우 시간을 때우다 도망치듯 돌아갔다.


“공자는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네요. 하지만 오늘은 매우 즐거웠어요.”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방 안에 남은 마지막 여인까지 모두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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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똑같은 상황이다 +4 21.07.09 8,031 116 11쪽
58 쥐불놀이 +4 21.07.07 8,335 130 15쪽
57 이제 낚시를 해야지 +4 21.07.06 8,397 128 12쪽
56 적에게 공포를 +7 21.07.05 8,465 132 12쪽
55 전쟁은 병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 +4 21.07.04 8,752 134 13쪽
54 벨로시아에는 뭐가 있는거지 +3 21.07.03 8,715 141 11쪽
53 동맹을 맺자 +3 21.07.03 8,789 131 12쪽
52 모의 전투 훈련이라고 들어보았나 +4 21.07.01 8,993 142 9쪽
51 도착 +3 21.06.30 8,931 138 10쪽
50 우리 갈 길이 멀지 않나요 +6 21.06.29 8,979 135 12쪽
49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 +6 21.06.28 9,091 149 10쪽
48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4 21.06.27 9,458 139 13쪽
47 용돈을 버는 겁니다 +5 21.06.26 9,579 150 10쪽
46 취향차이 +7 21.06.26 9,588 1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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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말은 그냥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야 +8 21.06.19 10,554 148 9쪽
39 왕께서 하신 말씀이니까요 +8 21.06.19 10,800 144 9쪽
38 더 잘 살게 만들어주고 싶어서요 +6 21.06.18 11,018 15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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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0 21.06.10 12,249 182 13쪽
» 즐거우셨다니 기쁩니다 +4 21.06.09 12,647 1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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